e스포츠의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다양한 e스포츠 대회들이 열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국내 최대의 게임 쇼인 지스타 무대에서도 e스포츠 행사들이 매년 열렸다. 올해 지스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올해는 예전과 조금 달랐다. 경쟁적인 요소보다는 즐거움(樂)의 요소를 강조됐다. 그 주인공은 WEGL이었다. 관객들은 프로들 간의 대결을 지켜보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무대에 올라 경기에 참가할 수 있었고, 게임을 시연해볼 수 있었다.

또한, WEGL은 CS : GO를 품으며 글로벌 팬들까지 염두했고, 그동안 대회로는 만나보기 힘들었던 마인크래프트부터 인디게임까지 다양한 종목으로 대회를 구성해 매니아 층의 관심도까지 높였다.

꽤나 도전적인 대회 기획을 시도한 곳은 엑토즈소프트와 아이덴티티 엔터테인먼트다. 두 곳의 수많은 인력 중에서도 이번 대회의 기획을 총괄한 아이덴티티의 김로한 팀장에게 WEGL에 대해 물어봤다.


이야기에 앞서, 독자분들에게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아이덴티티 엔터테인먼트 신규 사업 본부에서 e스포츠 기획 및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김로한 팀장이다.


어떤 일을 하는지 조금 더 상세한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

WEGL의 기획과 관련한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종목 선정, 대회 방식 구성을 하고 팬들이 좋아할 만한 매치업도 기획한다. 선수 섭외, 파트너 선정,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도 내 몫이다.



이번 대회 종목이 정말 다양하다. 이렇게 대회를 구성한 이유가 궁금하다.

WEGL는 e스포츠의 올림픽을 표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기 있는 e스포츠 종목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새로운 종목들을 선정하고 발굴하려 노력하고 있다.


인디게임까지 종목에 들어가 있는 건 놀랍다.

신규 e스포츠 발굴을 위해 인디게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중소 게임사와의 협력은 상생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인디게임을 대회에 유치하는 데 부산정보산업진흥원과의 협조가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도움으로 부산 중소게임사의 인디게임 중 e스포츠에 적절한 게임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지스타라는 좋은 무대를 통해 인디게임 대회를 열 수 있어 기쁘다.


대회 기획 배경을 설명해줄 수 있나?

e스포츠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미 많은 통계 기업들을 통해 발표가 되지 않았나. e스포츠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대회 구상을 시작하게 됐다.


경쟁적인 요소보다 이벤트적인 요소가 강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토너먼트 중심의 대회는 이미 많아, 같은 방식으로 대회를 진행한다면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엔터테인먼트와 결합되고, 현장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대회를 열고 싶었다. 그래서 e스포츠를 테마로한 종합적인 이벤트를 기획했다.



대회 유치에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새롭게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이다 보니까, 파트너들이 대회 참가에 신중을 기했다. WEGL의 방향성이나 가치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보니 당연했다. 파트너들에게 우리 대회의 가치와 차별점을 많이 알리는 데 주력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종목에 넣은 것은 조금 의외였다. 아무래도 국내 시장에서 CS : GO가 차지하는 부분이 적은데?

한국 시장만 봤다면 당연히 CS : GO를 선택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글로벌 e스포츠 브랜드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FPS 시장에 한 축을 담당하는 CS : GO를 종목에 선정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WEGL이 해외에서 열릴 가능성도 있는 것인가?

우리 궁극적인 목표는 전 세계를 순회하면서 대회를 여는 것이다.


첫 시작이 지스타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또 앞으로 정기적으로 지스타에 참여할 계획인지?

지스타는 국내 최대 게임 행사다. 첫 대회를 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인지도를 탄탄히 쌓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지스타 같은 대형 행사에 지속적으로 참가하기를 희망한다.



아직 대회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대회를 지켜보면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이 있나?

아쉬운 부분보다는 다행이라고 생각한 점은 있다. 토너먼트 중심의 대회가 아닌 마인크래프트 같은 이벤트 성격의 대회가 팬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현장 반응이 뜨거워서 정말 다행이다.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을 섭외해야만 했다.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중소 종목의 선수들이 글로벌 e스포츠 대회에 목말라 있었다. 그래서 모든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줬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전에는 e스포츠 협회에서 아마추어 리그를 기획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대회도 프로 중심의 대회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e스포츠 업계에 몸을 싣게 된 것도 주변에 많은 사람들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다 보니 아마추어 리그, 가족 단위 행사 등 저변 확대 관련 사업을 많이 했다. 다양한 계층의 팬들이 e스포츠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무리 질문이다. 앞으로 계획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선뜻 게임을 취미라고 말하기 어려워했다. 그만큼 게임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았다. 최근에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 같다. 게임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를 제작하고, 대중들에게 익숙한 코드를 e스포츠와 접목하려고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