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도 실력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이 말에 동의하는 분들이 있죠.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처럼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정말 하늘의 뜻을 기다리면 되는 것 일까요.

이런 말들을 현실에서 보여주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선수가 있습니다. 같이 프로게이머 생활을 한 남들보다 자신이 앞서는 점은 '꾸준함'이 전부라고 합니다. 자신의 우승에 대해서는 '확실히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이영호 선수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그 우승은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세 번이나 이어졌고, 어느새 단순한 운이라고 보기 힘들 수 없을 정도까지 와버렸죠.

스타크래프트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할 수 없는 게임입니다. 상대 선수의 정찰부터 빌드 상성, 언덕 공격 판정 등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영호 선수는 변수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씩 지워가며 '완벽'에 다가갔습니다. 상대가 처음 사용하는 빌드를 알아채고, 패배할 때마다 불현듯 대처 빌드가 떠오른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게이머들은 이해하기 힘든 경지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10년 넘게 스타크래프트를 해온 게이머, 우연마저 필연으로 만드는 그의 '꾸준함'은 무엇일까요.






Q. 이제 ASL 시즌4와 WEGL까지 끝나서 이제 좀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잠시 쉬는 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부산에서 조금 쉬고 올라왔고 돌아와서 방송했어요. 그리고 11월 말에 일본 여행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12월부터 다시 차기 리그를 열심히 준비하려고요.


Q. 평상시 개인 방송에 대회 준비까지 하고 있어요. 프로게이머 시절보다 바쁘게 보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대회 기간에는 방송하면서 준비까지 해야 하니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던 시절 못지않게 바쁜 것 같아요. 그래도 프로게이머 시절에는 평상시에도 거의 자유 시간이 없었다면, 이제는 비시즌 기간에 저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죠.


Q. OSL-MSL에 이어 요즘 메이저 대회라 할 수 있는 ASL마저 3회 우승을 했어요. 프로게이머 활동을 은퇴하고 대회를 쉴 수도 있는데, 다시 우승에 도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ASL 첫 시즌에 출전했을 때, 8강에서 떨어졌잖아요. 0:3으로 패배해서 자존심에 상처를 많이 받았죠. 그래서인지 두 번째 시즌부터 더 열심히 하게 됐습니다. ASL에서 첫 우승을 해보니까 우승할 때 달콤함을 다시 느끼게 됐고, 그래서 차기 시즌 우승을 더 노렸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그동안 해보지 못한 3연속 우승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저도 모르게 동기부여가 계속되고 있었죠.




Q. 요즘 이영호 선수의 실력은 오르는데, 나머지 선수들의 실력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말들이 있더라고요.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던 시절과 비교해서 지금 스타크래프트 판의 경쟁이 더 치열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치열해진 것 같아요. 그때도 강자가 있었지만, 지금도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고 있거든요. 현 아프리카tv에는 각 팀의 에이스들만 모인 자리잖아요. 제가 체감하기에 더 치열하다는 느낌을 받죠. kt 롤스터 시절에는 연습 승률이 90%에 가까웠고, 프로 경기에서도 그런 승률이 유지됐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각 팀의 에이스들과 연습하니까 그런 승률이 나오지 않거든요. 70% 이하일 때가 많아요. 패배하는 것에 이젠 익숙해질 정도입니다.

제가 ASL 세 시즌을 우승해서 잘한다는 인상이 강한데, 리그에서 운이 많이 따라준 것 같아요. 결과만 놓고 보면 3회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는데, 한 끝 차이 승부를 한 경우도 많거든요. ASL 시즌 2, 3때 (이)제동이 형과 (김)민철이 형에게 3:2로 정말 힘들게 이겼습니다. 제가 독보적이었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어요.


Q. 그렇게 3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후련했어요. 사실, 목표를 세우면 그걸 달성하기 전까지 부담스럽잖아요. 이제 그 부담감을 떨쳐내버렸고요. 그렇다고 나태해진 것은 아니지만, 이뤄내고 싶었던 작은 꿈 같은 걸 달성한 느낌이예요.


Q. ASL 시즌4 결승전에서 '1'이라는 숫자말고 생각 안 해봤다고 들었어요. 아직까지 안주하지 않고 우승을 목표로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을까요?

팬분들이 역시 가장 큰 이유죠. 제 행동 하나하나에 많은 팬분들 뿐만 아니라 안티팬들도 집중하더라고요. 제 팬분들이 그 분들과 싸우면서 스트레스 받기도 하죠. 제가 많이 승리하면 '이영호 때문에 스타판이 재미없다'고 말하다가도 한 게임이라도 패배하면 '퇴물'이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응원을 많이 받지만, 반대로 뭘해도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자리에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팬들이 저를 응원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려고요. 제 팬분들이 안티팬에게 '그러면 너희들이 응원하는 게이머가 우승하도록 해주던가'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그래서 계속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에 WEGL 4강에서 탈락하고 나니까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안 좋은 방향으로 화제가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역시 패배하면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어요.


Q. 그렇다면 스타크래프트 외에 다른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은 들어본 적 없나요?

LoL은 가끔합니다. 방송으로 하고 싶진 않아요. 그냥 취미로만 남기고 싶은 게임입니다. 요새 많이들 배틀 그라운드를 하는데, 개인적으로 어지럽더라고요. 뭐 참고하면 할 수도 있는데, 주변에서 "방송에서 배틀 그라운드하지 말아 달라. 팬들이 안 좋아할 것이다. 모두가 배틀그라운드로 떠나더라도 너는 이 자리를 지켜야하지 않느냐"는 말도 듣고요. 평소에 저를 비난하는 분들도 제가 다른 게임하는 걸 좋아하진 않더라고요.




Q. 그런데 최근 OGN 슈퍼컵-WEGL에서 패배하기도 했어요. 메이저 대회와 단기 대회의 차이라도 있나요?

그것 또한 제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3연속 ASL 우승을 하다보니 단기 대회에 비해 너무 부각된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tv를 보는 시청자들은 아실거예요. 제가 연습 때나 다른 대회에서 패배한 것 같은데, ASL은 잘한 거 같아요. 물론, 다시 떠올려봐도 당시 (김)민철이 형과 (김)정우 형이 유닛 움직임도 좋고 정말 잘하긴 했어요.


Q. ASL 결승과 WEGL을 보면서 이영호 선수가 저그에게만 패배했어요. 이영호 선수도 느끼는 특별한 종족별 상성이란 게 있을까요.

저는 종족 별로 상성이란 게 존재하죠. 개인적으로 저그전이 프로토스전보다 훨씬 편해요. 테란이 프로토스를 상대할 때 최소한 9가지 전략을 생각하고 들어가야 하거든요. 저그가 테란 상대할 때 역시 그런 답답함을 느낄 수 있어요. 반대로 프로토스는 테란한테, 테란은 저그한테 약 5가지 정도 빌드 전략만 생각해가도 돼요.

그런데, 아프리카tv에 와서 느끼는 건데, 여기 저그들이 정말 잘합니다. 저그 BJ가 많지 않은데, 5-6명 선수들이 모두 탑 클래스예요. 연습해보면 빈 틈이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Q. 이제동 선수가 개인방송에서 이영호 선수 경기를 보면서 “저건 영호가 잘한거지, 테란 사기라는 말을 하면 밴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을 종족 탓으로 돌릴 때 속상하지 않나요?

제가 패배해도 '테사기'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럴 땐 조금 당황스러운데, 제가 이길 때 그러는 건 요새 크게 신경 안 써요. 이런 말들이 나온 게 정말 오래됐거든요. 제가 아프리카에 오고도 한 1년 정도 이런 말이 없었어요. 그런데 작년 11월부터 '테사기' 여론이 이전보다 한 20배 정도 심해진 것 같아요. 당시 (염)보성이 형이 택용이 형에게 3:0으로 이긴 적이 있거든요. 보성이 형이 아프리카tv 공식 방송에서 '테란이 정말 쌘 것 같다'는 언급을 하면서 그런 여론이 커졌어요. 그런데 사실 친한 택용이 형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한 말이었다고 해명하긴 했거든요. 저한테도 미안하다고 했는데, 이 정도로 종족 밸런스 관련 논란이 커질 줄은 몰랐대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여론이 아프리카tv 내에서는 많이 수그러들었어요. 제가 민철이 형한테 지기도 하니까, 저에게 '저그들 사이에서 홀로 외롭게 싸웠다'고 말해주는 분들이 많아졌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잘 신경 안써요. 사실, ASL 시즌 3, 4 모두 4강에 테란이 저 밖에 없었어요. 저 없었으면 다른 종족이 우승한 거죠. 솔직히, 테란팬 보다 저그와 프로토스를 합친 팬이 많을 거 아니예요. 그러면서 '테사기'와 관련된 말들이 더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일반 유저들이 보지 못하는 프로게이머 출신 선수들만 볼 수 있는 플레이가 있을까요?

(조)일장이 형과 할 때 1세트에서 전진 배럭을 했잖아요. 제가 크로싱 필드라는 맵에서 저그전만 약 100판을 했는데, 그 지역에 배럭을 건설한 게 그 경기가 처음이었어요. 애초에 일장이 형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빌드거든요.

그리고 투혼에서 제 바이오닉 병력의 움직임 같은 것도 들 수 있어요. 당시 일장이 형이 럴커로 제 2멀티 언덕을 막고 있는 상태였어요. 오버로드로 주변 시야까지 확보한 상태였죠. 제가 저그 앞마당으로 가는 움직임을 보이면 일장이 형이 뮤탈리스크 병력을 빼야해요. 그걸 심리적으로 노렸죠. 뮤탈리스크가 제 2멀티를 수비하면 뚫지 못하는데, 제가 미리 병력 움직임을 한번 보여줘서 일장이 형을 위축되게 만들었죠. 아무래도 결승 무대다보니까 더 그럴 수 밖에 없죠. 뮤탈리스크가 빠지는 그 타이밍을 노려서 제가 제 2멀티를 공략했죠. 이런 심리전부터 같은 게 프로들 경기에서는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Q. 상대도 프로게이머로 이름을 날리던 선수들이 많아요. 그들과 격차를를 키우기 위해 어떻게 대회를 준비하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저는 '꾸준함'을 중요시합니다. 한 달을 기준으로 3일 정도밖에 쉬지 않아요. 게임 수가 많다기보다는 꾸준하게 쉬지 않고 손을 풀어주거나 생각을 하는 거죠. 단기적으로 하는 사람들과 확실히 차이가 있어요. 그런 분들이 저처럼 꾸준히 하는 사람들을 절대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계획을 1년 그 이상의 단위로 실천합니다. 이번 ASL 시즌4 결승전 이전에는 4일 정도 방송을 쉬었어요. 그리고 정말 프로게이머 때처럼 다른 선수들과 연습했거든요.


Q. 게임 플레이에서 어떤 세세한 것까지 연습해봤는지 궁금합니다.

셀 수도 없이 많아요. 기본적으로 제가 가스 자원 8까지 아끼면서 최적화에 신경을 쓰거든요. 이게 별거 아닌 거 같지만, 경기 내에서 큰 차이로 나타나요. 게임 리듬이라고 해야 하나... 느낌부터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결과 역시 그 작은 차이로 나는 경우가 생기고요.

그리고 제가 쓰는 초반 기습 빌드는 정말 초 단위로 계산을 해야 하죠. 상대 정찰이 오는 시간부터 제 마린이 도착하는 시간까지 칼같이 지켜야 합니다. 한 끝 차이로 못 이기는 경기가 나오거든요. 그래서 그런 빌드를 대회에서 쓰기 힘들어요. 저도 대회 때 그런 빌드를 쓰는 순간이 가장 떨리더라고요. 한 가지라도 실수하면 모든 게 흐트러질 수 밖에 없는 빌드입니다.

그리고 상대 선수의 습관 하나까지도 찾아내서 저격 빌드를 준비하기도 해요. 이번에 일장이 형의 습관을 노리고 준비한 게 있는데 보여주지 못해서 아쉬워요. 다른 저그 선수들은 투혼에서 언덕 위에 럴커를 한 곳에 뭉쳐 놓거든요. 그런데, 일장이 형의 영상을 보니까 그러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메딕의 '블라인드'를 활용해서 투혼맵에서 언덕 럴커를 무력화하려고 했죠. 당시 업그레이드까지 마치고도 마나가 부족해서 스킬을 활용하지 못했어요. 제가 리마스터 초창기에 어떤 팬분에게 추천을 받아서 '블라인드'를 활용한 빌드를 해왔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대회에서 써보고 싶은 빌드가 더 있어요.




Q. 스타크래프트에서 모든 전략을 이길 수 있는 무적의 빌드는 없어요. 상대도 다양한 전략을 들고 나오는데, 그 많은 수를 어떻게 대처할 수 있나요?

기본적으로 운영 대결에서는 제가 앞선다고 생각하고 임해요. 그리고 간단하게 두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하면 돼요. 이전까지 해오던 대로 하던가, 제 빌드를 저격하는 플레이에 대처할지를 말이죠.

결과는 대회 때마다 제 컨디션에 따라서 많이 다르더라고요. 컨디션이 좋으면 정확한 판단만 내려서 절대 안 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안 좋은 경우가 의외로 많거든요. 세팅부터 안된다는 생각만 들다가 경기가 끝나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도 제가 남들보다 빠른 게 하나 있는 거 같아요. 택용이 형과 4강에서 한 세트를 패배했어요. 당시에는 뭘 해도 못 이길 상황이었는데, 게임이 끝나고 택용이 형 전략의 맞춤 빌드가 떠오르더라고요. 제가 방송에서 말하고 그대로 맞춤 빌드로 승리한 적도 있어요. 대회 때도 게임에서 패배하면 항상 제가 왜 졌는지부터 생각합니다. 제가 진 리플레이를 본 게 10년 동안 10게임도 안 될걸요. 딱 경기가 끝난 직후에 가장 와닿더라고요. 신기하게 게임 끝나고 빌드가 떠올랐어요. 다음에 이렇게 하면 이기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 해보면 90% 이상 승률을 내는 거 같아요.


Q. 요즘 이영호 선수를 저격하는 빌드를 예전보다 보기 힘들어진 거 같아요.

요새도 그런 빌드들이 나오긴 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상대가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의외성 빌드를 느낌만으로 알아채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ASL에서도 거기 있을 거 같아서 정찰해보면 정말 신기하게 있어요. 겸손해보이려고 그러는 건 아닌데, 제가 정말 운이 좋은 거 같습니다. 물론, 실력도 있어야 하지만 우승하려면 운이 30%부터 50% 정도까지 작용한다고 보거든요.


Q. 본인 경기가 완벽해서, 거의 항상 이기니까 재미없다는 말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시청자들이 이영호 선수 방송이나 경기에서 어떤 점을 집중적으로 보면 재미있을까요?

저그전할 때 제가 정말 공격적이예요. 이제는 방송보는 분들은 알더라고요. 테란 중에 저그전 가장 공격적으로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린을 쉬지 않고 보내거든요. 저그전은 확실히 보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예전에 제가 시즈 탱크로 맵 절반을 먹고 싸우는 인상이 있어서 수비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지금 아프리카tv 보는 분들은 아실 거예요.

저는 프로토스전은 똑같은 플레이하면 절대 못 이긴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타이밍 러시를 진짜 많이 가요. 그래서 팬분들이 보기에 의아한 타이밍에 공격을 가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4강에서 택용이 형과 대결도 그랬고요.




Q. 이제 ASL에서 이영호를 이길자가 없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대해 말해본다면?

솔직히, 예측할 수 없어요. 제가 민철이 형한테 최근에 지기도 했고요. 그리고 제가 정말 운이 좋다고 말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있습니다. 시즌마다 저에게 많이 이기는 선수들이 있는데, 이상하게 대진이 항상 피해가더라고요. 그 선수들이 의외로 빨리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저도 ASL 무대에서 만나더라도 자신은 있는데, 그래도 확실히 힘든 경기는 피해갔다고 볼 수 있죠.

제가 4강전을 연습할 때 (정)윤종이와 연습했거든요. 연습 경기에서 0:5로 완패했습니다. 자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4강전에 나섰는데, 경기장에 도착하니까 신기하게 잘 풀렸죠. ASL 시즌4 결승 준비할 때도 정우 형한테 계속 패배하면서 혼자 속앓이도 많이 했어요.


Q. 12월 5일에 김택용 선수가 군대 가는데, 팬들이 ‘택뱅리쌍’ 모두 군대 가게 되면 스타크래프트 판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더라고요.

저는 계속 잘 돌아갈 거라고 봐요. '택뱅리쌍'이 오기전에도 아프리카tv 내에서 스타크래프트는 잘 되고 있었거든요. 제가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때 '스타크래프트 판이 힘들다', '프로팀들이 해체된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잖아요. 그런데, 이런 말이 나오는 시기에는 프로팀이 없어지지 않았어요. 이런 말조차 안 나오면, 모두가 끝이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그 시기가 오면 진짜 끝인거예요.아직은 그 정도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스타크래프트판은 지금 오르내림을 계속하고 있다고 봐요. 지금은 배틀 그라운드라는 굉장한 게임이 나온 상황이잖아요. LoL BJ들도 힘들어할 정도예요. 모두가 겪는 진통 같은 거죠. 그런데, 배틀 그라운드가 언제까지 이 정도로 인기가 많을지 모르는 겁니다. 또, 스타크래프트 판에 스토리가 생기고 하면 어떻게 될지 몰라요. 만약에 제가 어떤 경기에서 패배하면 또 관심이 쏠릴 수 있습니다. 2010년에도 제가 많이 이겨봤는데, 다른 팬들은 제가 내려오길 바랄 겁니다. 저도 다른 스포츠를 볼 때 똑같은 생각을 해요. 제가 졌을 때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 역시 스타크래프트 판에서 중요한 흥행 요소라고 할 수 있죠.


▲ 이영호팀 꺾은 김승현팀, 다방 ASL 팀 배틀


Q. 스타크래프트가 리마스터 버전이 나오면서 뜰 것 같은 기대가 컸어요. 그런데 오히려 인기가 줄어들었다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리마스터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때는 아프리카tv BJ들이 모두 흥했거든요. 함께 팀 배틀을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었죠. 제 방송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그런데, 리마스터가 나오면서 서버가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팀 배틀 진행을 못하면서 힘들어진 BJ들이 많더라고요. 그 분들한테는 팀 배틀에서 몇 번의 승리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한 2-3달 동안 팀 배틀을 서버 때문에 못하게 되니까 방송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현재 서버 문제는 해결됐어요. 그런데 당시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예전에는 다 같이 잘 됐다면, 지금은 특정 방으로 시청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죠. 물론, 블리자드의 사정도 있겠지만, 너무 늦게 해결된 게 아닌가...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리마스터에 정말 큰 기대를 했는데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래도 요새 다시 팀 배틀이 활성화되면서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가 형성됐어요.


Q. 이영호 선수가 정말 오랫동안 스타 프로씬에 몸 담아왔어요. 10년 넘게 함께 해왔는데, 스타크래프트는 이영호 선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저한테는 감사한 게임이에요. 스타크래프트 없었으면 어디 가서 인정받지 못하고, 팬들의 사랑도 못 받았을 겁니다. 은인 같은 존재죠.

그리고 저는 호불호가 좀 확실한 편이에요. 영화를 보더라도 스릴러 같은 특정 장르를 좋아하거든요. 스타크래프트가 전략 시뮬레이션 중 최고의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상대와 수 싸움하는 게 아직도 재미있죠. 어려서부터 좋아하는 게임이었고, 항상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Q.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편하게 해주세요.

팬분들이 항상 응원해줘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보답하는 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밖에 없다고 봐요. 그런 모습을 가장 좋아해 주는 것 같습니다. 요새는 저를 비난하다가 동정하는 분들도 생기더라고요. 그냥 열심히 해서 재미있는 게임 보여주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거 같아요.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요즘 예전과 문화가 많이 달라졌어요. WEGL에서 민철이 형이 누가보더라도 정말 잘한건데, '저그 사기'라는 말로 우승을 눌러버리더라고요. 제 방에 와서 저를 띄워주시느라 그런 말을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쪽으로 여론이 형성되는 게 많이 아쉬워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앞으로 성숙한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앞으로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많이 우승할 거예요. 종족이 아닌 그 선수를 봐주셨으면 합니다.



사진 = 유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