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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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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인디라면 자유분방해도 괜찮아! 1인 개발자들이 한데 모인 '노랑던전'

정필권(Pekke@inven.co.kr)

돌이켜보면 최근 인디게임 행사가 꽤 많이 늘었다 싶다. 실험적인 게임을 초청해서 선보이는 아웃오브인덱스(OOI), 전 세계 인디 게임을 초청하여 전시하고 소통하는 BIC, 인디터, 인디라 등 개발자들이 대규모로 주최하는 행사,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등 몇 개월마다 인디게임을 위한 행사가 꾸려지고, 유저들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여기 하나의 행사가 있다. 일단 이름부터가 남달랐다. 하나의 행사를 설명할 때, 보통 멋져 보이기 위한 작명이나 세련된 네이밍을 선택하기 마련. 그렇기에 '노랑던전'이란 이름에서는 듣는 사람이 놀랄만한 반응이 먼저 나왔다. 던전의 의미는 알겠는데. 왜 하필 노랑인가. 무엇을 노리고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인디스러움'이 묻어났다.

OOI를 주최하는 박선용 개발자는 홍보 문구를 통해 '장난스럽게 나온 기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행사'라고 노랑던전을 설명했다. 1인 개발자들이 모여, 즐기기 위한 하나의 행사로 승화한 '노랑던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의도로 꾸려졌을까.

모든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노랑던전이 열리는 서울 혁신파크 청년청을 찾았다.

▲ 색이 눈에 확 띄던 포스터

오전 11시, 행사가 시작하기 한 시간 전. 청년청 1층은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었다. '오버턴'을 제작한 한대훈 개발자와 '컬러심포니', '222Hearts'를 개발한 전동진 개발자는 청년파크 후문에서 포스터를 붙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부에서는 행사를 주최한 박선용 개발자, '던전워페어'와 '투 더 헬'을 개발하는 유재원 개발자와 I'.F.O'를 만든 이근 개발자, 'Gassy Mob'을 개발하고 있는 전재우 개발자가 장비들을 이리저리 손보고 있었다.

행사에서 시연할 수 있는 게임은 'Gassy Mob', '언소울드', '222Hearts', 'I.F.O', '리갈던전', 'RP6', '오버턴', '투 더 헬', 'Bestluck'까지 총 9종. 게임마다 1개~2개 정도의 시연 장비를 마련했다. 대략적인 정리가 완료되자, 이날 행사에 참여한 개발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다. 행사 시작 전 짧게나마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일곱 개발자가 전부 인터뷰에 들어왔다.

▲ "유명인 앞으로 보내요. 앞으로." 인터뷰 시작부터 웃고 갔다.

분위기는 자유분방했다. 행사 기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박선용 개발자의 말처럼, 거창한 행사보다는 '즐기기 위한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고나 할까? 인터뷰라기보다는 토크에 가까울. 동시에 즐거울 수밖에 없는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포장하기 위한 수식어보다는 직설적이면서 명확한 대화를 말이다.

"거창한 이유는 없고요... 사실 개발자끼리 모여서 놀고 싶었어요."

먼저, 행사의 취지를 묻는 말에 박선용 개발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개발자들은 서로가 만든 게임을 가지고 노는 것이 가장 즐겁기 때문이었다. 기왕 게임을 가지고 놀 거면, 사람들한테도 보여주자는 취지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게임쇼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최대한 적게 준비하면서 관람객이 오지 않으면 우리끼리 논다는 생각으로 행사를 열었다고 전했다.

의도가 의도였던 만큼, 행사를 준비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개발자들이 입을 모아 '준비를 한 기억이 없다'라고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포스터와 트레일러 영상도 한대훈 개발자가 직접 제작했다. 장비 준비와 공간 대절 등 3일 정도가 걸렸다. 애초에 보물찾기처럼 아는 사람만 올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에서다.

▲ 앞줄 좌측부터 뒷줄 우측으로, 유재원 개발자, 박선용 개발자, 한대훈 개발자, 전동진 개발자

"그런데, 왜 하필 이름이 '노랑던전' 인가요?"

그렇다면 대체 왜 '노랑던전'이었을까. 그리고 이 독특한 네이밍 센스는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일까. 행사명이 정해진 이유는 지난 9월 진행한 BIC로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 자주 이야기를 나눴던 장소가 '노랑X닭'이었고, 게임 행사니까 '던전'을 붙여서 결정됐다는 이야기다.

다음 행사에 대한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이후 행사는 '빨간던전'이 될 수도 있고, '파란 던전'이 될 수도 있다. 1인 개발자라는 행사의 주제도 '어쩌다 보니 본의 아니게 정해졌다'는 것이 박선용 개발자의 설명이다. 그래서 2인 이상 개발하는 게임은 가지고 오지 않는 것으로 정했다. 꽤 유쾌한 대답이자, 행사의 정체성을 명확히 바라보고 있다는 대답이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이미 OOI를 진행하기도 했던 만큼 행사를 더 크게 키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청년청 1층의 공용공간에서 진행된 행사장의 규모가 좁았음은 분명했다. 어쩌면 더 넓은 공간과 쾌적한 환경에서 행사를 진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돌아온 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그래야 제가 놀 수 있으니까요"

'자신이 놀 수 있어서'라는 답변 이후 박선용 개발자의 발언이 이어졌다. 박 대표는 "이미 많은 대중을 위한 행사는 BIC가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고요. 굳이 서울에서 큰 행사를 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그리고 오시는 분들도 작은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 있잖아요."라고 행사의 규모를 작게 구성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OOI를 준비하면서 해가 넘어갈수록 '열심히 해야 하는 숙제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규모가 커지는 것은 물론, 더 잘 만든 행사가 되어야 했다. 돈이 필요하니까 유료가 될 수밖에 없었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노랑던전은 박선용 개발자에게 있어서도 하나의 시험이기도 하다. 자신이 놀 수 있는 행사로 꾸려보고, 같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드는 느낌으로 행사의 방향을 정하려고 했다. 항상 남의 게임을 전시하려고 많은 시간을 쏟던 아쉬움을 덜고, 자신들의 게임을 보여주자는 의도도 있다.

▲ 앞줄 좌측부터 이근 개발자, 소미 개발자, 전재우 개발자

작은 행사이기에 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도 있었다. 공용 공간(청년청 1층에는 주방이 있다)에서 전을 부치거나, 소주를 한 잔씩 마시면서 시연을 하는 등 독특한 아이디어들도 나왔다. 다만, 이런 아이디어들은 법적인 문제 때문에 실행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식으로 '관람객과 스킨십을 할 수 있는 행사'라는 방향은 고수됐다. 그렇기에 작은 행사로 꾸려진 것이다.

많은 관람객 방문을 상정한 것이 아니기에, 몇 가지 제한도 붙었다. 예를 들면 '토크쇼는 청중이 20명 미만이면 취소됩니다'와 같은 것들이다.

▲ 물론, 꽤 많은 관람객이 방문해서 토크쇼는 취소되지 않았다.

"어... 지금 관람객분들 오시는데 괜찮나요?"
"괜찮아요. 시연 잘하고 계시는데요 뭘"

인터뷰가 막바지를 향해갈 때쯤, 12시가 가까워지면서 관람객들이 현장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일곱 개발자가 인터뷰 때문에 안에 있던 시간이었지만, 자연스럽게 들어와서 게임을 시연하는 모습이었다. 자유분방한 행사였던 만큼, 관람객들 또한 자유롭게 입장해서 시연과 대화를 진행하곤 했다.

이야기를 전부 들은 이후에도 개발자들은 서로의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일반 학생이나 인디게임에 관심이 있는 게이머들 외에도, 인디 개발자와 같은 게임업계 사람들이 노랑던전을 찾곤 했다. 홍보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와는 별개로 많은 이들이 행사장을 방문한 모습이었다.

▲ 개발자가 없어도 자연스레 'Glassy Mob' 시연을 진행 중인 관람객

▲ I.F.O는 출시 예정인 3DS 버전으로도 시연됐다.

올해 참 많은 행사를 다녔지만, 이번 '노랑던전'은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만큼 자유분방했고, 본인들이 즐기기 위해서 주도적으로 준비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개발자들은 이번 시연 버전을 위해서 새로운 빌드를 올리기도 했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서로의 게임을 즐기고 제한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에서 들었던 것처럼, 작은 행사이기에 할 수 있었던 모습이었다.

개발자들의 주도로, 개인적인 사유에서 시작하여 서로의 게임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굳이 커다란 행사가 아니더라도, 구체적인 시스템이 없더라도, 충분한 의미를 보여줄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기도 했다.

그만큼 인디게임을 향한 그들의 열정을 보여줬고, 관람객들의 관심도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행사였으니까. 앞으로 '노랑던전'의 후속 행사가 열릴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몇 번이고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 인디게임에 대한 개발자들의 열정을 응원하는 바다.

▲ 공지 및 주의사항을 보고 나서 입장.

▲ 사은품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가져갈 수 있도록 배치

▲ 많은 시연자들을 비명 지르게 한 '222Hearts'

▲ 정말로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행사가 이루어졌다.

▲ 코타츠에서 시연을 할 수 있었던 '언소울드'

▲ '리갈던전'은 BIC 시연 버전보다 조금 더 개발이 진행된 빌드를 선보였다.

▲ 심플하지만 깊이 있었던 'RP6'

▲ 넓은 공간이 필요했던 '오버턴'은 안쪽에서 시연을 진행했다.

▲ 대기자를 위한 요가매트도 구비.

▲ "이거 상장은 어느 분 센스인가요?" / "선용님이요"

▲ 2인 플레이를 지원했던 '투 더 헬'

▲ 독특한 비주얼의 퍼즐게임 '베스트럭'의 유재현 개발자는 미국 거주 중이라 만날 수 없었다

▲ 자유롭게 개발자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도 있었다.

▲ 'HP스워드'의 김다찬 개발자도 목격.

▲ 토크쇼도 자유분방했다. 웃음이 끊임없이 나왔을 정도.

▲ "자신의 게임을 비판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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