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6일, 대만팀 SMG의 우승으로 아시아 5개국이 참가했던 펜타스톰 AIC : Asia 2017의 대회가 모두 끝났다. 여러 나라의 팀이 참가한 만큼 다양한 영웅 픽과 조합,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탁월한 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우승 후보로 여겨졌던 대만팀은 이를 증명하듯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한 실력을 보여주었고, 우승팀 역시 대만 SMG로 결정되었다.

이번 대회는 방송으로 중계된 본선만 하더라도 총 42개의 세트가 치러진 만큼 다양한 픽이 등장했다. 밴 카드 견제 속에 대회 출전율 1위는 36회의 올마르가 차지했고, 30회의 라즈가 그 뒤를 이었다. 말록과 라우리엘, 리오마, 제피스, 아이리, 제니엘, 지엘 역시 20회 넘게 선택되었다. 피닉은 4회 출전에 그쳤으나, 대만팀 S.T가 그룹스테이지에서 피닉을 활용해 경기를 매우 빠르게 정리해버리는 모습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밴 카드로는 바이올렛이 25회 선택되면서 집중 견제를 당했다. 원거리 포킹으로 방어탑과 영웅을 정리해버릴 수 있는 만큼 많은 팀들이 바이올렛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바이올렛에 이어 무라드, 리오마, 라우리엘, 지엘, 말록 순으로 밴 카드에 꼽혔다. 리오마, 라우리엘, 지엘, 말록, 제니엘은 높은 출전율에 이어 밴 카드 선정에도 많은 지분을 차지하며 대세 픽임을 입증했다.







■ 밴픽률은 내가 1위! 라우리엘 & 리오마

밴 횟수와 픽 횟수를 합쳐 계산한 밴픽률로 따지면 라우리엘과 리오마가 100%로 1위를 차지했다. 즉, 두 영웅은 밴 카드로 선정되지 않으면 반드시 전장에 등장했고, 반대로 전장에 등장하지 않은 경우는 반드시 밴 카드에 선정된 셈이다. 그 뒤를 41회의 말록이 바짝 추격하고 있으며 올마르와 라즈, 바이올렛, 지엘 역시 38회, 37회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영웅은 밴 카드로 선정되지 않은 경우라면 높은 확률로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그만큼 이번 AIC : Asia 2017에서 많은 선수와 팀들이 사용한 '현재 메타에서 믿을만한' 영웅이라는 뜻이다. 실제로도 그룹스테이지나 본선 경기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 가치를 입증했다.

▲ 영웅 밴픽률 통계.

▲ 밴픽률 1위는 리오마와 라우리엘이다.



■ "이 돌덩이같은 근육을 보라구!" 출전율 1위를 차지한 올마르

42번의 선택 기회 중 36회, 출전율 85.71%를 기록한 올마르가 이번 AIC 대회의 출전율 1위를 차지했다. 패시브부터 1번, 2번 스킬에 띄우기나 기절, 감속 등의 제어 효과를 지니고 있는 올마르는 변수를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대회에서는 주로 로머로 기용되었으며 한타 교전에서는 제어 능력을 십분 발휘해 상대를 묶어두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결승전 4세트에서 SMG의 Genji 선수가 보여준 올마르는 탁월한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첫 번째 드래곤을 상대 영웅 셋이 모여 공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아군 무라드와 단둘이 드래곤 스틸을 성공시켰고, 그 과정에서 홀로 상대 영웅 셋을 제어기로 묶어 아군 무라드가 안전히 드래곤을 스틸할 수 있도록 기여했다. 이를 시작으로 경기 내내 아군 딜러와 함께 움직이며 올마르의 스턴 이후 공격으로 상대를 처치하는 장면이 여럿 연출되었다.


▲ 홀로 상대 영웅을 셋이나 묶어 드래곤 스틸을 성공시킨 장면.

▲ 올마르가 상대를 제어기로 묶으면 그대로 킬까지 이어졌다.



■ 강세 입증! 상위 출전율에 이름을 올린 영웅들

올마르에 이어 라즈와 말록, 라우리엘, 리오마, 제피스, 아이리, 제니엘은 20회 이상 선택되며 높은 출전율을 기록했다. 라즈와 말록, 라우리엘, 제피스, 아이리는 이미 앞선 대회들에서 그 활약을 입증한 만큼 여러 선수들의 선택을 받은 모양새다. 그중에서도 스킬 연계로 공격과 생존을 이어가며 상대를 한꺼번에 쓸어 담을 수 있는 영웅인 라우리엘은 역시나 출전한 여러 경기에서 탁월한 활약을 펼쳤다.

한국 서버에선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영웅인 리오마와 제니엘 역시 높은 출전율을 보였다. 리오마는 근거리 교전과 중거리 견제가 모두 가능한 영웅으로, 해외에선 밴 카드로 자주 선정되어 경기에 나서지 못했으나 이번 AIC 경기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제니엘은 든든한 탱커임과 동시에 궁극기를 활용해 아군이 있는 곳으로 곧장 이동할 수 있는 영웅이다. 이를 이용해 위기에 처한 아군을 도와 활로를 여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리오마, 라우리엘, 지엘, 말록, 제니엘은 밴 카드로도 많이 선정되었다. 1위 바이올렛과 2위 무라드에 이어 10회 이상 밴 카드로 선정되면서 잦은 견제를 당한 것. 자주 쓰이는 픽이자 그만큼 경계되는 영웅인 이들은 이후 진행될 대회에서도 밴픽 화면에 자주 얼굴을 비출 것으로 보인다.

▲ 결승전 4세트 중반, 미드 라인에서 1:4로 버티는 라우리엘. 심지어 1킬까지 기록했다.

▲ 순식간에 전장에 합류할 수 있는 제니엘 역시 자주 쓰였다.



■ 비록 출전 수는 4회에 그쳤으나, 눈도장은 제대로! 피닉

피닉의 경우 출전 수 자체는 4회로 그리 높지 않지만, 탁월한 활약을 펼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피닉을 이용한 조합은 대만팀 S.T가 주로 사용했으며, 특히 한국팀 AIN과 펼친 그룹스테이지 B조 경기에서 엄청난 속도전을 바탕으로 2:0 압승을 거둔 경기가 대표적이다.

피닉은 다른 아처보다 긴 사정거리와 스킬 연계를 바탕으로 오브젝트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영웅이다. 특히, 1번 스킬 대도의 인장 스택 폭발 대미지가 매우 강력하고, 방어탑이나 오브젝트 가릴 것 없이 피해를 줄 수 있기에 방어탑을 정리하는 속도도 매우 빠르다. S.T는 피닉을 이용해 블루와 레드 골렘, 드래곤은 물론 방어탑까지 놓치지 않고 전체적으로 전장을 조율했으며, 단시간에 상대팀과 크나큰 차이를 벌렸다.

2세트에서는 경기 중반, 피닉의 레벨이 11에 도달했을 때 상대 AIN의 로머 올마르의 레벨이 4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큰 차이가 벌어졌다. 버프를 비롯한 글로벌 골드, 방어탑 차이로 순식간에 상대를 몰아친 S.T는 피닉을 활용한 조합으로 AIN과 치른 두 경기 모두 10분을 넘기지 않고 마무리하며 승리를 거뒀다.


▲ 압도적인 오브젝트 컨트롤을 선보인 S.T, 그 중심의 피닉.



■ 결승전 5세트에서 대회 최초로 등장한 나탈리아, 그 이유는?

결승전 5세트, 대만 SMG를 상대로 3:1 스코어로 지고 있었던 베트남의 GameTV는 벼랑 끝에 몰려있었다. 한 번이라도 패배하면 그대로 준우승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대회에서 처음 선보이는 픽인 나탈리아를 골랐다. GameTV는 앞선 2세트에서 SMG를 상대로 1승을 따냈기에, 나탈리아는 승부처에서 선보이기 위해 아껴뒀던 깜짝 픽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앞을 살펴보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결승전 3세트부터 SMG는 GameTV의 XB 선수를 집중 견제했다. 결승전의 키 플레이어로 뽑히기도 했던 XB 선수의 주요 픽은 라즈와 슈그나인데, 3세트부터 밴 카드와 픽으로 XB 선수가 라즈와 슈그나를 선택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GameTV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3세트에선 프레이타, 4세트에선 엘리스를 기용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결국, 마지막 5세트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해법을 찾기 위해 나탈리아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나탈리아를 선택한 GameTV는 최선을 다해 게임을 풀어갔다. 풀숲을 최대한 활용해 궁극기와 스킬 연계로 상대 영웅을 잡아내는 장면도 종종 나왔다. 그러나 제자리에서 정해진 범위까지만 공격을 쏟아부을 수 있는 나탈리아로서는 한계가 명확했다.

결과적으로 나탈리아를 선택하게끔 만든 SMG는 5세트 승리를 거두며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다. 나탈리아는 대회의 마지막을 장식할 경기에서 단 한 번 모습을 드러냈으나 패배하면서 아쉬운 픽이 되었고, 그 바탕에는 SMG의 치밀한 밴픽 견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 나탈리아는 결승전 5세트, XB 선수의 주요 픽 라즈와 슈그나가 봉쇄되면서 등장했다.

▲ 전장이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 나탈리아의 한계는 명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