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7-12-2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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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시위, 폭력, 그리고 철학, '라이엇: 시빌 언레스트'

허재민 기자 (Litte@inven.co.kr)

시위? 폭동? 시위에서 폭력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시위냐 폭동이냐, 우리나라에서도 민감한 소재다. 시민이 시위 과정, 경찰이 진압 과정에서 폭력을 쓰는가는 계속해서 민감한 이슈가 되어왔고, 사실상 시위에서 폭력은 필요악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시위와 폭력, 시민과 경찰은 무슨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개발자 레너드 멘치아리(Leonard Menchiari)와 IV Productions가 개발한 '라이엇: 시빌 언레스트(RIOT: Civil Unrest, 이하 '라이엇')'가 지난 6일 스팀에서 얼리억세스로 출시됐다. 2012년 이탈리아의 수사 계곡에서 일어났던 NoTAV 시위를 직접 체험한 레너드 멘치아리는 시위를 소재로 한 시위 시뮬레이션 게임 '라이엇'을 구상했다. '라이엇'은 실제 사건에서 일어났었던 시위대와 경찰 간의 갈등과 시위 속에서 폭력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떻게 폭력시위로 변화해가는지를 다룬다.


우리는 왜 투쟁하는가?
'라이엇'이 다루는 소재, 시위


'라이엇'의 캠페인 모드에서는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다룬다. 개발자 레너드 멘치아리가 실제 경험했던 이탈리아의 NoTAV 운동으로 시작해서 스페인의 로스 인디그나도스, 이집트에서 일어났던 아랍의 봄, 그리고 그리스의 케라테아 전투까지.

실제 시위를 다룬 만큼 '라이엇'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실제로 유혈사태가 일어난 사례도 있고, 아직 해결이 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시위라는 소재 자체도 민감한 요소인데 '라이엇'은 심지어 실제 사건을 다룬다. 레너드 멘치아리는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의 정보를 모아 게임 속에 넣었으며, 캠페인 모드를 진행하다 보면 이런 요소들을 하나둘 발견할 수 있다.

시위가 소재인 만큼 '라이엇'에는 확실한 악인이 없다.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지, 서로 죽이거나 없애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따라서 '라이엇'의 결과창이 보여주는 정보의 의미는 조금 특별하다. '라이엇'의 결과창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다쳤는지 등을 숫자로 보여주는 창과 미디어에 어떻게 이 시위가 보도되었는지가 나온다. 분명 적을 많이 죽이거나 다치게 했다면, 그리고 이겼다면 좋은 것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잘못했다는 기분이 든다. 제대로 진압했음에도 미디어에서는 경찰이 폭력을 행사했다고 보도한다. 그리고 다음 작전에서는 불이익이 있을거란다. 이렇게 유저는 계속해서 '미디어'의 눈치를 보게 된다.

▲결과창에는 이렇게 시위가 보도된 신문 페이지가 나온다

"'라이엇'에서는 동전의 양면을 모두 플레이할 수 있다. (시위대와 경찰)두 개로 나누어져 있지만 자세히 보면 사실 모두 같은 것을 믿고,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들 위에 있는 권력이 모든 것을 조종할 뿐. 레너드는 ('라이엇'을 통해) 이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거다" - 머지게임즈 닉 클락슨(Nick Clarkson)

캠페인 모드 외에 단편 에피소드로 진행되는 모드에서도 세계 각 곳의 시위를 다룬다. 이 모드에서는 로컬 멀티 플레이를 지원하며, 준비 중인 지역에는 한국도 포함되어있어 추후 플레이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사건을 연출한 캠페인 모드, 미디어에서 우리는 어떻게 비춰지는가, 그리고 그에 따라 불이익이 생기는 시스템. 레너드 멘치아리는 '라이엇'의 시위 속에 실제 모습을 그대로 담고자 한다.

▲로컬 멀티플레이어를 지원하는 모드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한국'


시위대와 경찰, 전혀 다른 게임 양상
RTS로서의 '라이엇'

'라이엇'은 시위와 투쟁을 소재로 하는 RTS 게임이다. 시위대와 경찰 양쪽을 플레이할 수 있으며, 유닛을 움직여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면 된다. 시위대의 목적은 주로 구역을 점거하고, 기물을 파손시키거나 보호하는 것이며, 경찰의 목적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일정 구역까지 전진하는 것. 양측 모두 사기가 올라가느냐 떨어지느냐에 따라 유닛의 이동이나 행동이 달라진다.

먼저 시위대는 '다수'라는 이득을 가지고 시작한다. 게임 내 시위대는 대여섯 개의 다수로 구성된 유닛으로 플레이하게 되며, 사기를 고조시킬 수 있는 스킬과 한쪽으로 모이게 만들어주는 메가폰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그 외에 화염병을 던지거나 도움을 요청하고, 카메라로 시위 현장을 촬영해 미디어를 이용하는 등 유저가 원하는 대로 스킬 조합을 할 수 있는데, 공격적인 스킬은 평화로운 유닛은 사용할 수 없다는 것도 특징. 전략도 평화롭거나 공격적으로 바꿔 플레이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서있으면 어쩔건데!

'다수'인 대중이 가진 힘은 게임 안에서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크다. 어디를 먼저 공략할 것인가, 어디로 갈 것인가를 조금만 생각하면 정말 수월하고 평화적으로 투쟁을 끝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라이엇'에서 시위대로 플레이할 때는 얼마나 평화적으로 해내서 미디어에 노출되게 하느냐가 좀 더 중요한 과제로 여겨졌다. 물대포를 맞고 있는 우리의 시민들을 열심히 촬영해서 어필하게 되고...

반면 경찰로서의 플레이는 조금 더 까다롭다. 시위대의 행진을 방어하는 방패조와 검거 및 돌진, 체포를 주력으로 하는 진압조, 무장에 따라 연막탄이나 실탄을 발포할 수 있는 사격조로 나누어져 있다. 방패조는 진영을 바꿔가며 시위대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진압조는 주로 돌진해 시위대를 체포하거나 오브젝트를 제거한다. 사격조는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배치해 연막탄 등을 발포해 군중을 분산시키도록 한다. 큰 무리로 구성되어있었던 시위대의 유닛과는 달리 경찰은 소규모의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따라서 유닛의 특징에 따라, 작은 그룹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타이밍에 움직여야 하므로 정말 바쁘다.

▲차를 움직이고 연막탄을 쏘아보지만...

시위대 전체의 스킬을 골랐던 것과는 달리 경찰은 조별로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다. 착용할 수 있는 장비는 일정 포인트가 지정되어있어서, 높은 코스트를 들일수록 시위대의 수도 그만큼 많아진다. 장비도 중요하지만, 시위대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커버하기가 힘들어지니 적당히 배정하는 것이 좋다. 추가 아이템에 따라 연막탄이나 라디오, 스턴 수류탄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방패조 외에 다른 유닛들은 역할이 애매하므로 아이템을 장착하고 가는 것이 좋다.

▲경찰 진영 커스터마이징

양 진영의 플레이는 전혀 다르지만, 모두 진영의 특색이 살아나 있다. 시위대는 다른 것보다도 사람들을 한데 모으고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는 것, 그리고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면, 경찰은 계획적으로 군중이라는 유기체를 연구해가면서 움직여야 한다.

▲경찰 진영으로 플레이할 때 자주 보게될 화면



혼돈 그 자체가 목적이라면...OK
얼리억세스 단계, '라이엇'이 가야할 길

'라이엇'은 아직 얼리억세스 단계다. 그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게임 자체가 불안정하고 튕겨버리는 문제, 중간마다 게임이 그냥 멈춰버리는 시스템적인 문제를 빼놓고 봐도 그렇다.

먼저 게임 플레이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의 밸런스 문제다. 시위대는 다수라는 이점을 가지고 몇 개의 그룹을 희생하더라도 검거지를 최대한 방어하면 손쉽게 이길 수 있다. 어차피 경찰이 체포하거나 막을 수 있는 수는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곁가지로 빠져나가서 검거지로 가거나, 중간마다 사기 고조 스킬을 써주면 한곳으로 모을 수 있다. 그리고 숫자가 많아서 그룹을 빠르게 선택하기도 비교적 쉽고 눈에도 잘 보이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볼 여유가 생긴다.

▲가자, 가자, 우리가 다수다!

하지만 경찰은 아니다. 경찰은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고 각 특성이 있는 6개의 조로 나누어져 있다는 점에서 그만큼의 전략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본 경찰 진영은 조금 답답했다. 각 조의 특성을 살리면서 알맞게 움직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유닛 규모도 작아서 선택도, 눈으로 확인하기도 어렵다. 스킬을 이용해 최대한 '전략'을 세워보려 해도 스킬의 효과는 미미하다. 이동 경로를 차단하는 방패조의 역할은 한눈에 보이지만, 나머지 유닛들은 화염병에도 쉽게 도망치는 등 역할의 의미를 찾기 힘들다.

이렇게 게임 플레이가 어려워지는 데에는 UI와 그래픽의 문제도 있다. UI가 작고 알아보기가 힘들다. 분명 게임이 진행되면서 아래 알람창으로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메시지가 뜨지만, 거의 보지 말라고 띄워 주는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작다. 만약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누가 어디서 폭력을 행사했는지, 누가 다쳤는지, 기물 파손이나 보호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자세히 보아야... 사실 봐도 잘 모르겠다. 마지막에 결과창을 보고 이해할 뿐.

▲대규모 현장을 볼 때는 멋지지만,

▲메뉴나 글씨를 읽을 때는 불편한게 사실

'라이엇'의 픽셀그래픽, 좋다. 대규모 시위 현장을 볼 때는 멋지다. 하지만 메뉴창이나 확대가 될 때마다 눈의 피로감이 상당했다. 종이에 그려진 거친 느낌을 표현한 것은 좋았지만, 그만큼 글씨를 한눈에 읽기에는 부적합했다. 실제 현장을 멋지게 그려냈음에도 그 디테일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왜 투쟁하는가.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정말 시위에 다녀온 듯한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 양측 진영 모두 쉬운 것은 없으며, 플레이를 하면 할수록 혼돈 그 자체를 지켜볼 수 있다. 처음 플레이를 할 때는 정확하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이 시위는 무엇을 위하여, 이 게임은 어떻게... 물론 게임 플레이 방식이야 바로 이해가 되지만 정확히 어떤 매커니즘으로 해야 하는지, 그 전략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만큼 레너드 멘치아리와 개발팀은 '라이엇'을 다듬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트렐로를 통해 과정을 공개하고 있으며, 스팀 커뮤니티를 통해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최근 튜토리얼이 추가되었으며, 버그 픽스는 물론, 경찰 밸런스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조금은 두고 봐야 할 게임이지만 동시에 '두고 볼만한' 게임이기도 하다.

▲여기가 어디오...



폭동, 시위... '라이엇'이 전달하는 메시지
소재가 주는 메시지에서 나아가 게임 플레이가 주는 메시지로


무슨 게임이냐. 장르를 보면 우리는 어떤 식으로 게임이 진행될지 바로 이해한다. 게임 플레이의 큰 틀이 비슷한 게임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게임이 다른 게임과 어떤 부분에서 특별한가일 것이다. 어떤 게임은 게임 플레이에 새로움을 더해서, 어떤 게임은 규칙 자체를 바꾸어서, 어떤 게임은 스토리나 그래픽, 아트에서, 어떤 게임은 소재에서 그 차별점을 찾는다.

레너드 멘치아리의 '라이엇'은 실제 시위를 그대로 가져왔다. 시위라는 소재가 게임 플레이와 연결되고, 그 연관성이 게임에 몰입하도록 한다. 양 진영의 특성도 그에 맞춰서 달라지고, 목적도 소재에 맞춰서 정해진다. 시위대도, 경찰도 모두 시민이다. '라이엇'은 '시위'라는 소재를 이용해 시위대, 경찰, 모두 악인은 없으나 투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해낸다. 따라서 '공격적인 플레이' 자체가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 되고, 유닛을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미디어까지 고려하게 한다.


분명 아직 게임 플레이와 시스템적으로 '라이엇'이 갈 길은 남았다. 현재의 '라이엇'이 던지는 "우리는 왜 투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하자면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분명 실제 있었던 사건이니만큼 그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있지만, 게임 플레이 자체가 던지는 메시지는 미미하다.

'시위'가 배경으로만 이용되고 게임 플레이가 별개가 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면, 실제 사건을 끌어들여 온 의미가 퇴색된다고 생각한다. 원하는 것을 위해 모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권력에 대해 투쟁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폭력을 이용할 수 없었던 상황,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한 경찰까지. '라이엇'이 인터뷰에서 말했듯 양측 진영의 입장과 위의 권력이 지배하는 상황을 전달하고 싶었다면 보다 게임 플레이에서 전달해야 할 바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양측 진영이 가지는 특색을 살렸다는 점은 인상 깊다. 대중은 다수라는 이득을 가지며, 서로 흩어지지 않고 함께 뭉쳐 전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함께 나아가도록 사기를 유지해주어야 한다. 경찰은 반면 최대한 무력을 쓰지 않으면서 무리가 함께하지 못하도록 군중을 분산시킨다.

시위대가 경찰보다 쉽게 느껴진다는 것은 밸런스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만약 우리가 무언가에 맞서 싸울 때 이렇게 다수의 힘이 크다는 것을 저 멀리서 계속 볼 수 있다면, 미디어가 그 현장을 비추고 있다면, 시위는 폭력이 없어도 가능하다는 것을 '라이엇'은 보여준다. 그리고 설령 폭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조명할 수 있다는 것까지도. 분명 아직은 아쉬운 게임이 맞지만, 게임 플레이가 다듬어진다면 분명 특색이 확실한 게임이 될 거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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