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에서 남다른 매력으로 수많은 팬을 보유한 선수가 있습니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다방면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하스스톤 대통령 '따효니' 백상현 선수가 그 주인공입니다. 한때, 커리어 빼고 다 가졌다는 평가를 들었던 '따효니' 선수, 그는 어느덧 굵직한 커리어와 함께 북미 명문 Cloud 9 소속 프로게이머라는 값진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그런 '따효니' 선수에게 아쉬운 점을 굳이 뽑자면, 국내 하스스톤 팀 리그 'HTC'에서 활약이 미미했다는 점이죠. 그래서 다시 돌아온 2018 HTC에서 '따효니' 선수의 활약을 기대한 팬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았습니다. 아쉽게 예선 4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지만, 다행히 그는 '삼신기' 팀의 구원의 손길을 받고 용병으로서 이번 2018 HTC에 출전하게 됐습니다.

'따효니' 선수는 인벤과의 인터뷰에서 특유의 재치 넘치는 말투로 2018 HTC의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최신 메타에 대해 담백하고 날카로운 견해를 전달했습니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았던 사람처럼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습니다. 항상 보고 싶은 남자 '따효니' 백상현 선수와 나눈 대화를 지금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Q. 오랜만에 '용병'으로 HTC에 출전하게 됐는데, 참가 소감이 궁금합니다.

원래 속해있던 팀이 아쉽게 떨어져 저를 원했던 '삼신기' 팀 소속 선수로 출전하게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보험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미리 들어 놓길 잘한 것 같습니다(웃음). 조금 불안하지만, 용병으로 출전하는 만큼 '트롤'이 되지 않도록 잘 하겠습니다.


Q. 본선 자력 진출이 아니라서 아쉬움이 클 것 같아요.

4강에서 아쉽게 떨어졌는데, 자력 진출을 기대한 팬들에게 많이 미안했어요.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준비를 많이 못 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요. 다들 밤을 새우고 예선장에 와서 저녁 8시쯤 되니까 피곤해서 정신을 못 차리더라고요. 예선이라는 것이 항상 그런 것 같아요. 안될 때는 정말 안되더라고요.


Q. 유독 HTC에서 성적이 아쉬웠는데, 어디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요?

팀 리그는 항상 무난한 덱을 가져와야 해요. 컨셉 덱을 가져오면 한번 이겨도 어그로 덱을 가져온 다음 선수에게 카운터를 당하니까요. 이번 대회 예선전도 마찬가지로 다들 어그로 덱과 기존의 강력한 덱 위주로 준비했더라고요. 그래서 팀 리그는 사실상 밴픽 싸움이나 마찬가지죠. 제가 이번 예선에서 밴픽 싸움을 잘 못 했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



Q. 덱 메이킹도 중요한 실력 요소인데, 팀 리그에서 덱 메이킹 능력을 보여줄 수 없어 아쉽지 않나요?

독특한 컨셉 덱은 개인 방송이나 개인 리그에서 많이 보여드릴 수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시드니 인비테이셔널, 한국 메이저 등 개인 리그에서 컨셉 덱을 많이 보여드렸던 것 같아요. 팀 대회는 아무래도 컨셉 덱을 가져오기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제가 독특한 덱을 가져온다고 해서 팀원들이 말리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번 대회는 용병으로 출전했기 때문에, 웬만하면 친구들의 말을 최대한 듣고 덱을 준비할 생각이에요. 친구들이 "그 카드 빼"라고 하면 바로 뺄 생각이에요(웃음).


Q. 말씀대로 최근 시드니 인비테이셔널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는데, 값진 성과인 만큼 소감이 남다를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욕심이 많은 선수인데, 대회에서 팬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서 뿌듯했습니다. 호주 시드니에 처음 방문했는데, 굉장히 좋았습니다. 호텔에 PC를 마련해주셔서 연습도 잘 했고, 방송 환경도 좋았어요. 그리고 새로운 친구들과 많이 만나서 좋았습니다.


Q. '따효니' 선수의 팬들에 대한 애정이 인상적이네요. 평소 팬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것으로 유명한데, 간혹 팬들의 짓궂은 장난에 상처받은 적 없나요?

2016 블리즈컨에서 빠르게 떨어져서 팬들이 '원팩맨'이라고 놀리기도 하세요. 저는 그냥 '밈'이라고 생각해요. 아픈 기억일 수도 있지만, 분명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재밌는 별명이 생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아쉬움을 억지로 덮기보다 유쾌하게 받아들이면 저도 좋고, 시청자들도 좋아하시더라고요.

제 생각에 저는 프로게이머 중에서 팬들과 가장 친근한 선수라고 생각해요. 다른 프로게이머들이 보통 게임만 한다면, 저는 평소 모습도 보여드리기 위해서 노력하거든요. 저는 팬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것이 대해서 굉장히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팩맨' 같은 별명도 그런 것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요.



Q. 만약 하스스톤을 하지 않았다면? 평범한 백상현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아마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며 직장생활을 했겠죠? 퇴근 후에는 스트리머들의 개인 방송을 보면서 "덕분에 잘 놀다 간다"며 도네이션을 하고 살았을 것 같아요.

사람에게 기회가 몇 번 온다고 하는데, 저는 그 기회를 잘 잡은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여러분도 살면서 기회가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기회가 왔을 때, 생각을 깊게 해서 확실한 선택을 하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을 거예요.


Q. 코볼트와 지하미궁 출시후 약 한 달이 지났는데, 현재 메타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강한 덱이 너무 잘 알려져서 다들 카피 덱을 돌리다 보니 "그 덱이 너무 세서 못 해 먹겠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는 아직도 연구를 충분히 하면 다양한 덱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너무 쉽게 강한 덱을 카피할 수 있다 보니 사람들이 금방 질려 하는 것 같더라고요. 획일적으로 카피만 하는 것은 창의력을 막는다고 생각해요. 카피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각자 스타일에 맞게 덱을 수정해서 돌리면 메타에 더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소위 '코스트 사기'라고 불리는 카드와 덱이 OP로 떠오르면서 정직한 코스트로 플레이하면 손해 보는 상황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예전에는 '코스트 사기'라는 개념보다 해당 코스트에 가장 강한 하수인을 꺼내서 쉽게 제압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았어요. 그 예로 '얼굴없는 화염투사'가 있었죠. 그런데, 최근 '소집' 효과가 나오면서 '코스트 사기'가 당연한 것이 됐어요. 현재 성기사의 '긴급 소집'이나 흑마법사의 '지배당한 졸개'가 대표적인 '코스트 사기' 카드들이죠.

저는 '코스트 사기'는 부정적으로 보지 않아요. 상대가 '코스트 사기' 플레이를 하면 나도 똑같이 상대하면 되잖아요. 대신 '코스트 사기' 플레이를 못 하는 직업들이 도태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에요. 주술사와 전사가 대표적인데, 진화 주술사는 함정 카드가 너무 많이 생겨서 '코스트 사기'가 오히려 역효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전사도 다른 직업들과 비교해서 아직 많이 부족해 보여요.



Q. 지난 확장팩부터 꾸준히 강세를 이어온 하이랜더 사제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블리자드가 '빙결 마법사' 같은 원턴킬 덱을 지양한다고 했는데, 원턴킬 덱이라고 볼 수 있는 '하이랜더 사제'를 계속 밀어주고 있는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하이랜더 사제'는 어떻게 보면 '빙결 마법사'보다 더 심하죠. 사이클도 잘 돌아가고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으니까요.


Q. 확장팩 출시 전 카드 평가에서 유명 선수들이 '징그러운 지하 벌레', '공허 군주', '지배당한 졸개', '원한 맺힌 소환사' 등 현재 주류 카드에 대해 혹평했습니다. 이번 확장팩은 특히 예측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저는 '지배당한 졸개'를 높게 평가했습니다(웃음). 높은 코스트 악마 하수인을 넣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원한 맺힌 소환사'는 제가 낮게 평가했는데, 아직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징그러운 지하 벌레'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볼 생각이었는데, 같이 평가한 친구들이 안 좋다며 빨리 넘어가자고 해서요(웃음). 아무래도 하수인 싸움을 많이 안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수인 교환보다 명치를 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산이었죠. 하수인 교환이 생각보다 많이 일어났고, 5/5 스탯이 워낙 좋아서 조금만 코스트를 줄여서 나가도 강력하더라고요.


Q. 아직 등장하지 않은 강력한 덱이 있을까요?

저는 앞으로 더 다양한 덱이 등장할 것 같아요. 연구 가치가 있는 덱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컨트롤 성기사를 해봤는데, 굉장히 좋더라고요. 사냥꾼도 소집을 활용해서 덱을 짜면 괜찮을 것 같아요. 후반에 야수 소집으로 뒷심을 챙기는 형태로요. 사냥꾼의 약점인 드로우만 해결하면 사냥꾼도 충분히 연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Q. 하스스톤 e스포츠 개편에 대한 견해를 들려주세요.

전체적인 상금 규모가 확장됐고, 대회가 다양하게 열리는 것은 긍정적이에요. 하지만, 접근성 측면에서 한국과 맞지 않는 기준인 것 같아요. 메이저 대회 오프라인 예선에 참가하려면 대회가 열리는 현지에 직접 가야 하는데, 엄청난 교통비를 지불하고 예선에 도전할 선수가 얼마나 있겠어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예선에 도전했는데, 탈락하면 손해가 엄청나잖아요.

개인 방송을 열심히 하는 선수들의 경우 방송을 포기하고 출전해야 하는데 엄청난 기회비용이 필요해요. 물론, 팀의 지원을 받으며 선수 활동에만 전념하는 선수들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저는 팀의 지원을 받지만, 방송을 포기해야 해서 고민이 많아요.

신인들은 '와글와글 챔피언십'을 통해 메이저 대회 진출권을 따내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거기서 우승하면 메이저 대회에 바로 진출할 수 있어요. 올드 유저의 경우 포인트를 얻으려면 등급전에서 높은 순위를 유지하거나 메이저 대회를 뚫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에요. 저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방송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메이저 대회 예선에 참가할 생각입니다.


Q. 앞으로 하스스톤 e스포츠가 어떻게 바뀌길 바라나요?

메이저 대회 예선을 온라인으로, 본선을 오프라인으로 치렀으면 좋겠어요. 온라인 예선을 뚫고 나서 해외에 가면 되잖아요. 그리고 저는 '하마코'같은 한국 메이저 대회가 주기적으로 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규모가 큰 대회가 정기적으로 열려야 사람들의 관심도 꾸준히 이어질 거예요.


Q.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인벤을 통해 오랜만에 인사드릴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최근 저의 '하스돌' 하차에 대해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고 궁금해하더라고요. 안 좋게 하차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씀드릴게요. 출연진끼리 오래 고민한 끝에 그만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해 하차하게 됐어요. 꾸준히 사랑해주셨던 팬들에게는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분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끝으로 2018년에 제가 운이 굉장히 좋다고 하던데, 2018년의 '따효니'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