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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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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홍차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는 하루, 월드 오브 탱크 처칠 건 캐리어 체험기

유준수 기자 (Hako@inven.co.kr)
"이 구축전차는 효율성이 장점입니다. 팀의 승리를 보장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월드 오브 탱크의 공식 영상 중 영국 6티어 구축전차 Churchill Gun Carrier, 일명 '처건캐'를 소개할 때 사용되었던 문구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아군이 아니라 적군의 승리를 보장할 뿐이다.

처건캐는 월드 오브 탱크에서 가장 안 좋은 전차로 불린다. Challenger, Crusader SP, FV4005 등 다양한 홍차맛을 느낄 수 있는 영국 전차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더 대단한 것은 수많은 전차가 출시되고 상향과 하향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기록이 몇 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런 처건캐에게 변화가 생겼다. 영국 구축전차 개편과 함께 32파운더 최종 주포가 개편된 것이다. 물론 크게 바뀐 것은 아니지만, 처건캐가 패치 목록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궁금증을 자아내기엔 충분했다.


▲ 처건캐는 '적'팀의 승리를 보장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갖추고 있다



■ 처건캐는 왜 이리 유명한가? 스펙, 스펙을 보자

대부분의 구축전차는 자신만의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 T110E3처럼 두터운 장갑을 지녀 중전차처럼 활용할 수 있는 전차도 있으며, Strv 103B는 예리한 각도로 도탄을 유도하기도 한다. Rhm.-B. WT는 은신을 특기로 하며, FV215b 183과 같은 경우는 강력한 주포로 적이 함부로 접근할 수 없게 만든다. 이외에도 360도 회전 포탑이나 빠른 기동력, 작은 차체 등으로 타 구축전차와 다른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 전차도 있다.

하지만 처건캐는 아무것도 없다. 고폭탄만 가까스로 막아낼 수 있는 장갑과 큰 차체에서 오는 피격 범위와 낮은 위장, 마치 통곡의 벽과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기동성, 고정 포대나 다름없는 포각, 도움이 안 되는 시야 등 총체적 난국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처건캐가 욕먹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런 것을 만들고 사용했던 영국에게 경의를 표한다.


▲ 처건캐와 그 라이벌이었던 전차의 스펙 비교


물론 단점만 있는 전차는 없듯이 장점도 있긴 하다. 구축전차에게 가장 필수라고 할 수 있는 주포만은 나쁘지 않다. 고증처럼 3인치 주포에 끝나지 않고 최종적으로 32파운더 주포를 탑재할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32파운더는 8티어 구축전차 AT15의 중간 주포이자, 취향에 따라서는 끝까지 사용할 수도 있는 주포다. 8티어에서는 애매하지만 6티어에서 사용할만한 물건은 아니다. 공격력과 주포 신뢰도도 상위권에 있으며 부각도 좋고 관통력은 최고 수준이다. 이정도면 동티어는 물론 2티어 위인 8티어 중전차들도 사정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수치다.

계속 보다 보니 정말 나쁘지 않아 보인다. 원래도 좋았던 32파운더 주포가 개편되었으니 더 좋아진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짜장 다음으로 좋아하는 음식이 홍차다. 그렇다면 처건캐 한 번쯤은 몰아봐야 하지 않을까? 정신을 차려보니 자유 경험치와 크레딧, 채리오티어의 승무원이 사라져있었다.


▲ 주포만 보면 좋아보인다. 아니 실제로 좋다



■ 의외로 나쁘지 않다?! 좋았던 첫 출발, 그러나...

출고 후 첫 느낌은 '못생겼다' 였다. 처칠과 동일한 차체는 그렇다 쳐도 종이 박스나 다름없는 전투실은 영 적응되지 않았다. 게다가 주포는 왜 저런 곳에 달려있는 것일까. 하지만 어쩌랴 이런 것이 홍차맛인데.

첫 전투는 6탑방의 힘멜스도르프. 첫 전투 보정으로 6탑방은 당연했지만 하필이면 구축전차로 활약이 어려운 전장이 걸렸다. 30초 동안 많은 생각에 잠겼다. 언덕에서 저격? 너무 느려서 자리를 잡기도 힘들 것이다. 바나나길 방어? 방어가 될 리가 없다. 결국 철길을 가려 마음먹었지만, 전차 이동속도와 예상치 못한 팀 배치로 인해 3번 라인에 자리를 잡게 됐다.

여러 의미로 기대했던 것과 달리 성과는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전차 평균 시야가 낮은 6탑방이라 3번 라인에서도 적에게 스팟당하지 않고 저격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믿기지는 않지만 도탄도 한 번 성공했다. 그것도 같은 처건캐에게서. 최종 성적은 1,024 대미지에 2킬, 자신감이 조금 붙었다.


▲ 보이지 않아도 맞출 정도의 놀라운 명중률과

▲ 처건캐의 고관통력을 이겨내는 강력한 장갑!


말리노프카에서 진행된 두번째 전투는 더욱 성공적이었다. 킬은 1로 줄었지만 1,612 대미지를 기록했으며 숙련의 증표 1급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화력의 증표 3줄까진 아니더라도 2줄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운은 거기까지였다. 초반에는 그냥 어쩌다 우연히 전황이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이후로 0딜 패배는 물론 승리하더라도 0딜로 승리하는 경우가 생겼다. 터지고 터지고 터지고 또 터졌다.

우수한 주포? 물론 우수한 주포기는 하다. 하지만 쏠 수가 없다. 1선은 꿈도 못 꾸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저격을 해야 하는데, 포인트까지 갈만한 기동력이 되지 못했다. 우수한 부각을 이용한 헐다운? 널찍한 이마는 모든 것을 허용해줄 뿐이다.


▲ 충분히 숨은 것 같아도 넓은 이마는 적의 포탄을 놓치지 않는다

▲ 터지고 터지고 터지고 몇 번을 터졌는지 모른다


설령 저격 포인트에 자리를 잡았다 해도 의외로 잘 맞지를 않았다. 포각의 문제 때문에 차체를 강제로 움직여야 했는데, 이는 긴 조준 시간 혹은 낮은 명중률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대미지는 물론 나쁘지 않다. 하지만 동티어의 SU-100과 같은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도와줄 친구를 불러봤다. 소대로 하면 조금 더 성적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변태적인 친구였다는 것을 간과했다. 처건캐를 선택하고 준비 완료를 하는 친구는 정말로 사악했다. 당분간 차단 목록이 1개 늘어나게 됐다.

외로운 전투가 계속되고 수많은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분노는 당연하고 뭔지 모를 답답한 마음조차 든다. 뭔지 모를 욕을 하면서 팀킬을 당하기도 했다. 오늘 저녁은 떡볶이로 먹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이어졌다.


▲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해선 안되는 일이 있다


지옥과도 같았던 처건캐 체험기는 화증 1줄을 달성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진작에 끝내고 싶었으나 전차를 체험하기로 했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야 하지 않은가?

대장정이 끝나고 결국 누구나와 같은 결론을 얻었다. 혹자는 이를 타다 보면 인간이, 모든 사회가 미워지는 탱크라고 평하기도 했다. 동의한다.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회적 풍파를 겪고 있는 느낌이 든다. 심란한 마음이나 복잡한 심경이 들 때 이 전차를 몰면 다른 문제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전차를 판매하고 나니 마음이 치유되는 것이 느껴진다. 오늘은 홍차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는 날이다. 콩건캐를 타고 전투 시작을 누르는 것으로 오늘 하루를 마쳐야겠다.


▲ 소정의 목표를 달성했으니

▲ 다시는 보지 않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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