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빌에서 제작한 모바일 MMORPG '로열블러드'는 2016년 11월 유니티가 진행한 컨퍼런스인 '유나이트 LA 2016'에서 공개됐다. '이벤트 드리븐 시스템'이나 '태세 전환 시스템' 등 차별화된 시스템으로 기존의 MMORPG와 다른 MMORPG를 만들겠다고 언급했으며, 컨퍼런스 당시에는 수준급 그래픽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 뒤 2017년 9월 CBT를 거쳐서 지난 1월 12일 iOS와 안드로이드로 동시 출시했다.

MMORPG는 다양한 매력 포인트를 가진 장르다.여러 사람이 함께 플레이 하면서 좋은 장비 등으로 자기과시를 하거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으며, 자신의 캐릭터가 강해지는 것을 보면서 육성의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혹은 협력 플레이에서 나오는 성취감이나 특정 세력(국가 또는 길드)에 대한 소속감 등을 느끼고 플레이할 수도 있으며, 전투 외에도 소소한 생활 콘텐츠를 즐기면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즐길 수도 있다.

그간 모바일 MMORPG를 여럿 접하긴 했지만, 모바일 MMORPG가 보여준 퀘스트 위주의 정형화된 동선이나 반복되는 전투 혹은 던전 플레이는 기대하던 MMORPG의 형태와는 차이가 있었다. 여기에 자동으로 진행되는 퀘스트와 효율이 너무 좋은 자동전투 및 이동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육성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굳이 직접 개입을 안 해도 된다는 점에서 소외감을 느꼈다고 할까.

그런 만큼 기존과 다른 시스템을 추구한다는 '로열블러드'에 흥미가 갈 수밖에 없었고, CBT에 참가하기도 했다. CBT에서는 여러 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테스트 중임을 감안했을 때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긴 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정식 출시된 '로열블러드'가 과연 기존과 다른 MMORPG로서 완성도를 갖췄을지 확인해보았다.


"아니 님이 왜 여기 있어요"
자동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시도들을 무색하게 한 밸런싱

"오토가 다 한다"

모바일 MMORPG를 비판할 때 자주 언급되는 말이다. 전통적으로 RPG는 유저가 캐릭터를 조작하고 육성해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시나리오와 세계관을 파악해나가고, 강력한 적과 맞서싸우는 게임이다. 여기에 MMORPG는 다중접속, 즉 여러 플레이어들이 만나서 협력하는 과정이 더해졌다.

모바일 MMORPG의 경우, 자동전투에 의존하는 구성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한계라고 이해하기도 했지만, 수동으로 조작하면서 헤쳐나가는 전통적인 MMORPG의 느낌을 그리워하는 유저들도 많았다. 일부에서는 자동으로 알아서 해나가는 것을 보고 '동영상'에 비유하기도 했다. 게임은 유저가 직접 개입하고, 이로 인한 결과물을 보고 피드백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상호작용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점이 부족해서 마치 영상을 보는 것 같다는 취지의 비난이었다.

'로열블러드' 역시도 자동전투에서 완벽하게 탈피하지 못했다. 여러 단계로 세분화하긴 했지만 자동전투는 존재한다. 아울러 그때그때 주어지는 돌발 임무에 참가하는 '이벤트 드리븐' 시스템도 자동을 지원한다. 퀘스트 진행도 탭 한 번이면 자동으로 진행하며 이동 및 공격, 채집 등의 행동도 마찬가지다. 그냥 봐서는 모바일 MMORPG의 정석에 돌발 임무라는 소스만 얹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 자동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지만 수동조작의 효율과 필요성을 어필하면서 유저가 수동조작을 할 여지를 준 점은 인상 깊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거나 몬스터를 죽일 때마다 기력 버블이 충전되며, 이를 소모해서 쿨타임 중인 스킬도 다시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태세전환을 하면 스킬셋이 변경되고, 이 스킬들은 기존에 사용했던 스킬과 쿨타임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태세전환을 하면서 딜사이클을 이어가거나 할 수도 있다. 자동전투에서는 이런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극딜'을 위해서는 수동조작이 필수였다.

다만 이 딜사이클을 연구해서 선보일 레이드 던전은 미흡했다. 챕터 별로 레이드 던전은 하나씩만 존재하며, 난이도도 세분화되어있지 않았다. 육성 과정에서 장비 외에도 특수 성장 요소들을 통해 전투력을 다양하게 높일 수 있지만, 장비는 결정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상점 장비는 티어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B급과 SS급의 차이는 존재한다. 실력이 비슷하다고 하면, 당연히 전투력이 높은 쪽이 딜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들이 같은 곳에서 경쟁한다면 그 결과는 명약관화다. 그런데 그런 일이 현재 '로열블러드'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 권장 전투력의 두 배 이상으로 매칭을 들어가도

▲ 이런 결과가 나온다. 어쩐지 보스가 살살 녹더라니...

개인적으로 하나 더 아쉬웠던 점은, 초반 레이드 던전의 난이도를 갑작스레 너무 낮췄다는 점이다. 사전 오픈 첫날의 티아마톤 레이드를 접한 유저들은 그 난이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보스의 패턴을 읽고 피하지 않으면 죽기 십상인 데다가, 체력도 많아서 딜사이클을 극한으로 돌리지 않으면 클리어가 불가능해보였기 때문이다. '그냥 딜사이클 최대한 돌리면 1위 하겠지'라는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갔다가 실패한 뒤, '한 번 제대로 해보자'는 오기가 생기기도 했다.

▲ 사전 오픈 첫날 레이드. 지금은 난이도가 하향됐다

다만 이는 레이드 보스의 전투력이 원래 적용하려던 것보다 3배 이상 강력하게 적용됐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고, 난이도를 하향 조정한 뒤로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초반 레이드를 뛰는 데 부담감은 없어졌지만, 한 편으로는 난이도가 너무 쉬워졌기 때문에 초반부터 수동전투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 하나가 사라졌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뒷마무새가 아쉬운 PVP, RvR
AI와 매칭되는 PVP, 제련되지 않은 RvR

PVP 콘텐츠의 경우 통상 MMORPG와 달리 3:3을 기본으로 하는 형식이었다. 자동전투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었으며, 팀플레이 형식으로 겨루기 때문에 컨트롤과 조합 시너지에 대한 이해, 다른 클래스의 스킬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한 점은 높게 살 만 했다. 아울러 전투력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게 매칭을 잡았고, 특수기를 통해 스킬을 회피할 수 있는데다가 각 캐릭터별로 사정거리가 바닥에 표시가 되기 때문에 사거리를 재면서 컨트롤을 할 수 있는 요소가 있었다.

▲ PVP는 오토로만 진행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는 유저의 실력을 겨루는 PVP의 취지를 어느 정도 살렸다고 할 수 있었다. 다만 매칭의 경우 안 잡힐 때에도 일부 AI가 섞여서 매칭이 되거나, 혹은 아예 AI와 겨루도록 매칭이 되기 때문에 취지가 무색해질 때도 있었다. 플레이어간 매칭에서도 팀 간 전투력 차이가 상당히 나버려도 매칭이 되는 경우도 있어 PVP 매칭의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컨트롤과 전략으로 그 차이를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었다.

▲ 인원이 부족하면 AI도 매칭이 된다

▲ 매칭이 이렇게 되어버리면 좀...

▲ 전투력 차이를 극복할 수 있기도 하다...사실은 당했지만

별도의 성역에서 치러지는 RvR인 '전쟁필드'는 챕터 3 격동의 성역 퀘스트를 클리어 해야만 비로소 열리기 때문에 초반부터 대규모 전투를 플레이하기는 어려웠다. 적어도 그 챕터까지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레벨 40 이상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길드에 가입하거나, 혹은 길드를 창설해야만 RVR에 참가할 수 있다는 제한이 있었다.

▲ 이용시간도 제약이 있다

'전쟁필드'는 기존의 RvR을 위한 필드와 채집 던전이 혼합된 형태로 각 진영 당 100명씩 입장할 수 있는 별개의 필드다. 하루에 1시간 30분씩 두 번 열리며, 그 시간 동안 전통적인 RVR 콘텐츠인 점령전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 육성을 위해 필요한 영약재료나 거래소에서 사용되는 재화인 프리즘을 채집할 수 있었다. 아군 지역에도 채집할 수 있는 구역은 있지만 그 양이 적기 때문에 적과 대치하는 지역까지 나와 자연스레 상대 세력과 충돌하도록 설계했다.

개인적으로 RvR을 선호하지 않았지만, '로열블러드'의 RvR은 상당한 볼거리였다. 특히 곳곳에 등장한 필드 보스를 차지하기 위한 간헐적인 전투는 어느 정도 형세를 읽고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보스몹이 상당히 강력한 데다가 광역 패턴을 많이 쓰는 편이기 때문에 적과 필드 보스의 움직임을 보지 않으면 비명횡사하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종종 채집 퀘스트를 켜놓고 있을 때는 목표 변경 메뉴가 채집으로 변경된 것은 불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채집 퀘스트를 켜놓고 있으면 알아서 채집을 하기 때문에 굳이 그런 메뉴가 필요 없었다. 여기에 전쟁필드의 몹은 다른 필드의 몹과 달리 선제 공격을 하는 데다가 적과 전투도 자주 벌어지는 편이기 때문에 채집 중에도 수동조작이 필요한 싸움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채집을 위한 기능을 넣을 필요는 없었다고 할까.

점령전의 경우, 200명에 가까운 인원이 한꺼번에 모여서 스킬을 주고받는 광경도 볼만은 했다.. 다만 이를 하나의 길드가 전체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길드가 모여있다 보니 싸움의 양상은 통제가 안 되는 이전투구에 가까웠다. 여기에 전투 간 종종 프레임드랍 및 입력 지연 등의 현상이 빈발했다. 피하려고 특수기를 눌렀을 땐 "넌 이미 죽어있다" 선고를 받은 뒤였다고나 할까.

그런 상황이 반복되자 속 편하게 자동전투를 누르고 지켜보는 양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컨트롤의 맛이나 전술을 어느 정도 살린 PVP나, 양상을 살피고 싸울 여유가 되는 필드 보스 전투를 비교했을 때 진흙탕 싸움 양상이 된 점령전은 조금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재료 수집은 헛되지 않았다. 근데 허전하다.
기본은 갖춘 제작 시스템과 게임 내 경제 활동, 그러나 기본'만' 있다.

'로열블러드'는 전투 외에도 수집과 제작 시스템을 통해서 유저가 필요한 소모품인 음식이나 물약, 주문서들을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여느 MMORPG와 마찬가지로 음식과 주문서 사용 시 주어지는 버프는
레이드 등에서 필수적인 만큼, 플레이하면서 어느 정도 마련해둘 필요가 있었다.

다만 수집 및 제작 시스템은 사실 PC MMORPG와 비교했을 때 정말 기본적인 것만 구현이 되어있다. 재료를 수집하는 퀘스트를 통해서나 혹은 필드에 널려있는 재료를 직접 채집하고, 채집한 재료를 통해서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전부다. 별도로 레시피를 수집해서 더 좋은 것을 만들어 낸다거나, 숙련도를 올려서 제작 효율을 높이는 등의 기능은 구현되어있지 않다.

▲ 황철석을 모으고

▲ 모아서 남주는 게 아니라 아이템 제작에 쓰는 제작의 기초는 구현했다

다만 별도의 채집던전이 아니라 필드에 있는 재료를 캐고, 이를 활용해서 필요한 물품을 제작하는 기초적인 단계의 제작시스템을 구현했다는 것 자체는 의의가 있었다. 퀘스트 중에 수집한 물건들이 단순히 NPC에게 바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유저가 직접 쓸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퀘스트의 가치도 높였다는 것도 인상 깊다. 아울러 많은 MMORPG 유저들이 자주 하곤 하는 '낚시'도 구현했지만, 낚시터에만 할 수 있다는 것이나 숙련도가 오르지 않는 것이 아쉽기도 했다.

▲ 시간 죽이기에 낚시만큼 좋은 것도 없다. 다만 낚이는 것들 종류가 고만고만하다는 게 흠

▲ 낚시한 고기로 단순한 음식을 만들 수도 있다

거래소는 현금 재화가 아닌, 퀘스트와 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프리즘'이라는 재화를 활용했다. 거래소에는 상점에서 구입한 물건을 거래할 수 없으며, 프리즘은 상점에서 구매할 수 없다. 아울러 프리즘도 거래소를 제외하면 캐릭터의 성장 및 길드 성장에만 사용되는 재화이기 때문에 거래소에 게임 내 재화를 제외한 나머지가 유입될 여지가 없다는 것도 인상 깊었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상점 템을 판매할 수 없고, 성장에 사용되는 재화를 거래소에 사용하도록 했기 때문에 서비스 초기인 현재 거래소 경제는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거래소의 문제점이나 이슈가 발견되기에는 아직 이른 시장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었다.


"때려잡을 적은 확실해서 좋은데..."
심플하고 직관적인 시나리오, 그러나 맥을 끊는 돌발 임무

'로열블러드'의 스토리는 사실 단순하다. 마족이 왕국을 침공해 왕성을 점령하고, 국왕을 시해한다. 이 혈겁에서 왕위 계승자인 주인공이 동생 플로렌의 희생으로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난 뒤, 마족을 몰아내고 왕국을 되찾기 위한 모험을 한다는 것이 로열블러드의 주 내용이다.

▲ 튜토리얼 스토리 영상

단순한 스토리지만 그만큼 누구나 맥락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여기에 초반부터 유저가 대면해야 하는 '적'을 레라지에라는 캐릭터에 대입해서 명확히 제시했다. 유저의 시선을 확 잡아끌 정도로 화려한 연출이 뒷받침되진 않았지만, 주인공과 적의 대립 구도를 명확히 하면서 직관성을 확보한 점은 평가할 만했다. 아울러 주인공이 단순히 NPC의 말을 '듣는' 역할이 아니라 NPC와 대화를 하는 구도로 짜면서 NPC의 퀘스트를 단순히 듣고 그에 맞춰 움직인다는 느낌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메인으로 내세웠던 돌발 임무 시스템이 종종 이 시나리오의 흐름을 끊어버렸다. 돌발 임무 중에는 메인과 어느 정도 연계된 임무도 있는데, 그런 임무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러한 돌발 임무는 일부 필수 퀘스트 중이나 레이드 등을 진행할 때를 제외하고는 강제로 진행된다. 그로 인해서 유저가 생각한 것과 다른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빈번하고, 이를 거부하지 못하고 강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플레이 중에 짜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 돌발 임무는 거절할 방법 없이 강제로 진행된다

돌발 임무는 '로열블러드'가 내세운 차이점 중 하나다. 아울러 퀘스트 경험치를 다른 퀘스트에 비해 많이 주고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빠른 육성에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일부 돌발 임무는 주인공과 그 일행에게 몇 번이고 갑작스레 닥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묘사하면서 개연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돌발 임무는 시나리오의 흐름을 끊고, 유저의 플레이 동선을 망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분리된 데다가 이벤트도 적고, 단조로운 필드
밀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지만 아쉬움은 남아

MMORPG는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접속하면서 또 하나의 세상 속을 모험하는 장르다. 오랜 시간 지나면서 MMORPG 경험이 축적됨에 따라 유저들은 중간 과정보다는 최종 콘텐츠인 고난이도 레이드, PVP, RVR 등에 보다 관심을 가지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새로 출시된 MMORPG를 접했을 때 그들이 먼저 접하게 되는 것은 고난이도 레이드, PVP 등이 아니다. 퀘스트와 미션, 그리고 그것이 진행되는 필드다.

▲ 유저가 레이드, PVP보다 먼저 접하는 것은 세계관과 필드다

'로열블러드'의 세계관 자체는 작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 유저가 돌아다니는 필드는 그렇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우선 마을과 퀘스트를 위한 필드를 이분화시켰다. 필드도 퀘스트 진행에 따라 조밀하게 구성했으며, 해당 필드가 사용될 임무의 종류에 따라 별도의 공간으로 재배치시켜서 워프를 통해 진입하도록 했다. 따라서 하나의 공간이 넓게 있기 보다는, 별개의 작은 공간이 여러 스테이지로 나뉜 형태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 면적 자체는 작은 편은 아니나, 돌발 임무나 이벤트마다 워프로 이동해서 큰 의의는 없다

이런 구성은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과감하게 버리고 밀도를 높였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 아울러 분할한 뒤 워프로 이동하는 형식을 통해 유저들이 필요에 맞춰 해당 공간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장점이다. 그렇지만 이런 형태의 필드는 MMORPG에서 기대하는 오픈필드의 형태와는 사뭇 다르다. 스테이지와 스테이지, 마을과 스테이지 사이를 넘나드는 MORPG의 느낌에 더 가깝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철저하게 분할되고 분류된 공간은 MMORPG의 필드라고 하기엔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 각 챕터 별로 바뀌는 지형마다 어느 정도 특성을 살린 배경 디자인을 보여주긴 했지만, 필드 전체적인 분위기 외에 이곳이 '어떤 곳이다'를 나타내줄 수 있는 표시나 오브젝트 등은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움이 남는다. 모바일 MMORPG의 특성상 자동사냥하고 자동이동을 주로 쓰게 되기 때문에 공간 자체에 대해 유저들이 비교적 신경을 덜 쓰긴 한다. 그러나 일부 구간은 고만고만한 곳에서 미션을 반복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필드 구성에서 아쉬운 점이 남았다.

특히 '로열블러드'는 수동전투의 효율을 내세웠고, 필드몹들이 생각보다 강해서 종종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유저가 수동으로 조작하며 필드를 직접 보는 빈도가 높다. 즉 필드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빈도도 그만큼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종종 이렇게 되기 때문에 수동 조작을 하게 되고, 필드를 직접 보는 빈도도 높다


묘하게 불편하고 부족한 시스템, 불안정한 첫 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디테일과 안정성

'로열블러드'의 쿼터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는 넓은 시야를 확보하면서, 스킬의 사거리 표시를 유저가 알 수 있게 하고, 목표 변경 버튼을 통해 타겟팅 변경을 용이하게 할 수 있게 한 시스템은 나쁘지 않았다. 실제로 로열블러드에서는 공격 범위가 바닥에 표시되는데, 이를 유저가 체크하면서 거리를 재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시도가 있었고, 개중에는 의미가 있는 것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들이 묻혀버릴 수 있을 정도로 다른 디테일한 부분에서 미흡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쿼터뷰 기반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모바일 MMORPG에서 흔히 채용한 UI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식상하기는 하지만 UI에 금방 익숙해졌다. 다만 UI에서 가이드가 인게임에서 열리는 것이 아니라, 브라우저 앱을 통해서 카페로 연결된다는 점은 사소해 보이지만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했다. 게임의 흐름을 끊어버릴 뿐만 아니라, 유저가 의도치 않게 브라우저를 열고 닫는 불편까지 주기 때문이다. 게임을 즐기다가 게임 화면이 갑자기 최소화되고 팝업창이 뜨는 상황과 유사하다고 할까.

▲ 가이드 버튼을 실수로 눌러서 갑자기 브라우저가 뜨게 되면 좀 당황스럽다

수동 전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을 채용한 것은 좋았지만, 자동 전투가 엉성해서 반사적으로 수동 전투가 효율을 높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동 공격의 타겟팅은 처음에 친 적이 죽을 때까지 해당 적을 치는 것이 아니라, 보스몹을 제외하면 자신에게 가까이 온 몹을 최우선으로 치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일정 레벨이 지난 필드에서는 자동사냥을 하다가 가까이에서 리젠된 몹들의 어그로를 끌어서 속칭 '다구리' 맞고 죽는 경우도 빈번했다.

아울러 공격할 때의 이펙트나 사운드는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몹이 피격 됐을 때 내는 사운드나 리액션, 혹은 유저의 캐릭터가 피격 됐을 때의 사운드나 반응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수준이었다. 타격감은 공격 시의 사운드나 이펙트뿐만 아니라 피아의 리액션까지 합쳐져서 느껴지는 것이다. '로열블러드'는 그 중 한 축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냥 중에 수동조작을 했을 때의 '찰진 맛'이 상당히 부족했다.

▲ 보스전에서는 그래도 컨트롤하는 손맛은 있지만 여전히 타격감의 손맛은 좀...

'로열블러드'에서는 유저가 어느 정도 수동 조작을 하게 하기 위한 시스템도 있고, 몹도 강한 편이라 생각보다 수동 조작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자동 전투의 타겟팅을 설계한 것은 조금 과하게 느껴졌고, '자동'에 익숙해있는 기존 모바일 MMORPG 유저에게는 상당히 꺼려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처럼 보였다. 여기에 타격감이 미진한 것도 수동 조작으로 사냥을 돌릴 때 유저에게 즐거움을 주기보다는, 때로는 죽지 않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동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사전 오픈에서는 영향력 티어 미갱신, 돌발 임무 중 캐릭터가 갑자기 사라지는 버그 등이 제보되기도 했다. 아울러 '메모리가 부족해 게임을 종료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강제로 게임이 종료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으며, 구매를 하지 않았음에도 구매와 관련된 오류가 출력되기도 했다. 사전 오픈 당시 거래소 이용 시 거래 물품이 정상적으로 획득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해 거래소를 일시적으로 폐쇄하기도 했으며, 정식 출시도 예정 시각보다 늦어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아울러 정식 오픈 뒤에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등 여러 부분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이런 현상은 오픈 직후에도 발생했다. 지금은 수정된 상태

"디테일이 생명이다"라는 말이 있다. 하나하나 세부적인 것들이 조합을 이루어서 하나의 뛰어난 작품이 형성되는 만큼, 완성도를 높일 때 중요한 것은 바로 부분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로열블러드'는 일견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왕도를 향한 미완의 도전, 로열블러드
기존의 틀을 깨기 위한 시도는 좋았으나 아쉬움은 남는다

'로열블러드'는 처음에 이야기한대로, 기존 MMORPG의 클리셰를 깨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보였다. 그러나 기존의 틀에서 완벽히 탈피하지는 못했다. 메뉴에 버젓이 있는 익숙한 콘텐츠들이나, 유저들이 질타하고는 하는 확률형 아이템 방식은 버리지 못했다. 다만 상점 아이템과 레이드 아이템과 차별을 두는 방식과, 수동조작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단순히 과금하고 자동으로 돌리는 것만으로 최상위 티어에 올라가는 것을 견제하는 듯이 보였다.


▲ 그 익숙한 틀에서 완벽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다만 이런 방책도 완벽하지 못했다. 레이드 1위만 장비 보상이 있는데, 1위를 산정하는 기준에서 딜링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탱커 역할인 전사나 힐러 역할인 악사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말한 대로 전투력에 따른 레이드 매칭 시스템이나 난이도 분화도 갖추지 못했다. 파티원을 부활시키면 기여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시스템을 도입해 일부 개선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그 외 다른 기여도 부분은 체감이 되지 않았다.

다른 게임들과 차이점으로 내세운 부분도 일부 신선하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돌발 임무는 자신 있게 내세운 것에 비해서 유저들의 반응은 굉장히 좋지 않은 편이며, 실제로도 득보다는 실이 많을 정도로 플레이에 불편을 겪게 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아울러 편의성과 디테일에 대한 부분의 완성도가 미흡한 것도 아쉬웠다.

그러나 '로열블러드'가 시도한 도전이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레이드 보상으로만 최상위 아이템을 제공하는 방식이나 기초적인 제작 및 수집 시스템은 모바일 MMORPG가 PC MMORPG의 시스템적인 측면을 점차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아울러 기력 버블 시스템이나 태세 전환 시스템은 유저에게 수동조작으로 딜사이클을 돌리고 효율적인 스킬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는 있었다.

'로열블러드'의 도전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미완성이다. 개인적으로 '로열블러드'가 앞으로 발전하고, 개선해나가면서 그 도전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다. 모바일 게임의 특성상 처음부터 모든 콘텐츠를 낸 것이 아니며,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패치를 통해서 꾸준히 개선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유저들한테도 이런 기대감을 주었는지 의문이다. 그만큼 아쉬운 점도 많았고,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들도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