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열린 아프리카 철권 리그(이하 ATL) 시즌3 8강전, 최정상 철권 플레이어인 '무릎' 배재민이 0:3 패배를 당했습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철권 대회에서 '무릎'의 패배는 크게 특별한 일이 아니죠. 하지만, 이 경기는 꽤나 화제가 되었습니다. '무릎'에게 완패를 안겨준 상대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00년생 철권 유저 '울산고딩' 임수훈이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철권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대로, 대부분 오랜 시간 철권을 플레이해온 유저들입니다. 온라인 게임 시장의 성장과 격투게임 특유의 진입장벽으로 인해 신규 철권 유저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20살 철권 고수의 등장은 국내 철권계에 신선한 자극이 됐는데요.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훨씬 많은 '울산고딩' 임수훈의 이야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Q 안녕하세요! 인벤 가족분들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울산고딩' 닉네임을 사용하는 00년생 임수훈입니다.


Q 00년생 철권 고수는 정말 신선하네요. 철권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처음 철권은 접한 건 초등학생 때에요. 당시에 다른 동네로 전학을 갔는데, 거기서 처음 사귄 친구가 절 오락실로 데려갔었죠. 그때 어떤 분이 철권6 BR을 플레이하면서 브라이언으로 공중 콤보를 멋있게 사용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그때부터 조금씩 철권을 하다가, 철권 태그 토너먼트2가 나오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Q 생각보다 꽤 오래 플레이하셨네요. 그래도 나이에 비해 출중한 실력을 갖고 있는데, 혹시 실력을 빠르게 늘린 특별한 노하우가 있었나요?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굳이 노하우가 있다면... 애정이 아닐까요(웃음). 저는 철권을 정말 좋아해요. 중학교 때는 매일 오락실에 가서 손에 굳은살이 배길 정도로 철권을 플레이했어요.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니 주변에 아는 분들도 생기고, 그분들에게 이것저것 배우면서 실력이 점점 는 것 같아요.


Q 본인을 그렇게 빠져들게 했던 철권만의 재미는 무엇이었나요?

아무래도 신선함이죠. 철권을 접하기 전엔 컴퓨터로 RPG 게임을 많이 했는데, 오락실에서 접한 철권은 그야말로 신세계였죠. 레버와 버튼을 이용하는 것도 재밌었고, 공중 콤보도 멋있었구요. 또 철권7 스팀판이 나오기 전엔 오락실에 철권 유저들이 많이 있었잖아요. 그때 오락실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웃으면서 철권을 플레이하고, 배틀팀 활동도 하고, 그런 부분도 재밌었어요.


Q 카즈미와 밥을 주력 캐릭터로 사용하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원래 특이한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세인트'님 영상을 보고 간류와 밥으로 철권 태그 토너먼트2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철권7에서 간류가 삭제되고, 초기엔 밥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캐릭터를 해야 했죠. 카즈미를 하기 전엔 폴을 했는데, 학생부 대회에서 탈락하면서 새로운 캐릭터를 연습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카즈미 말고도 클라우디오, 샤힌도 연습을 했었는데요. 그중에 카즈미가 승률이 제일 잘 나왔고, 주변에서도 카즈미의 기술이나 운영법이 간류랑 비슷하다고 추천해줘서 주력 캐릭터로 정하게 됐습니다.

▲ 출처 : 아프리카TV 중계 화면

Q '울산고딩'님 경기를 보면서 느낀 건데, 'JDCR' 김현진 선수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 것 같아요.

과분한 말씀이신데요(웃음). 저도 'JDCR'님의 플레이를 선호해요. 'JDCR'님은 회피, 가드, 딜레이 캐치 등에서 완벽한 플레이를 보이잖아요. 특히 횡이동을 잘 활용하는데, 저도 그 부분을 최근에 조금은 깨달은 것 같아요. 아직은 'JDCR'님의 경지에 다다르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언젠가 저도 완벽하다는 이야길 듣고 싶어요.


Q 이번 ATL 시즌3에서 '무릎' 배재민 선수를 3:0으로 꺾으면서 화제가 됐어요. 어떤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나요?

평소 하던 대로 플레이하면 당연히 질 거라고 생각하고, '무릎'님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도록 일부러 과감하게 플레이했어요. 좀 과장해서 말하면 아무 생각 없이, 정말 하고 싶은 대로 했죠. 그런데 '무릎'님이 아무래도 저와 겨뤄본 적이 많이 없다 보니, 전략이 기대 이상으로 통했던 것 같아요.


Q 결승전에서는 명승부 끝에 패배했는데, 많이 아쉬웠겠어요.

그렇죠. 침착하게 플레이하면 이길 수도 있었을 텐데, 우승 생각에 눈이 멀었어요(웃음). 대전 중에 '무릎'님이 제 플레이 스타일을 전부 파악해서 그걸 바꿨어야 했는데, 정신이 없어서 그러지 못했어요.


Q 철권 신규 유저가 점점 줄어들고 있잖아요. 특히나 학생층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어요. 이유가 뭘까요?

예전엔 금전적인 부분이 문제였고, 지금은 유행이 다 지난 것 같아요. 먼저 스팀 버전이 나오기 전에는 오락실에 가서 동전을 넣으며 게임을 해야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부담이 많이 되잖아요. 저만 해도 철권 에 쏟아부은 돈으로 차 한두 대는 충분히 샀을 거에요(웃음). 스팀 버전이 나오고 이런 금전적인 문제는 해결됐는데, 이젠 유행이 지난 것 같아요.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같이 재미있는 온라인 게임들이 많아서 철권에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않는 이상 굳이 높은 진입장벽을 뚫으면서 플레이할 필요가 없어졌죠.


Q 얘기를 하다 생각났는데, 철권 하면 '고인물 게임'이라는 인식이 있는잖아요.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고인물 게임' 맞아요(웃음). 저도 나이만 어리지, 6년 넘게 철권을 해온 '고인물'이니까요. 가끔 저한테 새롭다고, 신선한 젊은 피라고 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저도 어린 나이로 포장되어 있을 뿐, '썩은물'이 맞습니다. 그래도 요즘 오락실에 가면 철권을 하는 학생들이 종종 보이는데, 그때마다 묘하게 기분이 좋더라구요.


Q 그렇군요. 그럼 철권7을 새로 시작하는 초보들을 위해 입문용 캐릭터를 추천한다면?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어요. '날로먹기'라고 하죠. 그런 걸 먼저 배워서 써보는 걸 추천해요. 예를 들어 레오의 정주금계나 조쉬의 바사토 자세 이지선다처럼 쓰기 쉽고 강한 기술을 사용하면서 승리하는 법을 아는 거죠. 그렇게 게임을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나 하고 싶은 캐릭터가 생길 때 따로 연습하면서 실력을 키우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저희 배틀팀 나이트메어의 '구라'님이 초보자 분들을 위한 영상을 많이 올리는데, 그걸 참고하시면 도움이 많이 될 거에요.


Q 이제 막 성인이 됐는데,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일단 단기적으로는 곧 열릴 EVO 재팬 철권7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그 이후로도 다양한 대회에 참가할 예정인데, 대회가 끝난 후 제 성적과 플레이를 되돌아보면서 향후 진로를 고민해볼 예정이에요. 철권이 좋고 재밌긴 하지만, '무릎', 'JDCR', '쿠단스' 등의 고수분들처럼 정점에 오를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철권에 모든 걸 쏟아부을 순 없을 것 같아요. 만약 대회를 치르면서 실력이 계속 늘어난다면 철권 프로게이머를 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다른 길을 찾아봐야겠죠. 그래도 지금이 제일 여유 있을 때라고 생각하니까, 일단은 열심히 철권을 할 생각입니다.


Q 좋은 답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이번 ATL을 계기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됐는데, 사실 걱정이 많이 돼요. 다음 대회에서 실수해서 빨리 떨어지면 많은 질타를 받게 될 테니까요. 그렇게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연습해서 좋은 경기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