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8-01-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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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게임에 '올인'한 박상현 캐스터의 남다른 e스포츠 사랑

손창식, 신연재, 남기백 기자 (esports@inven.co.kr)

익숙하다는 것은 e스포츠 팬들에게 무척 중요한 요소입니다. 모든 종목을 즐기고, 시청하는 팬들보다 익숙한 리그를 시청하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요. 그래서 박상현 캐스터를 비롯해 많은 중계진이 고민에 빠집니다. 제아무리 유명한 중계진이더라도 종목마다 시청하는 연령층과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익숙함만으로 인정받기 쉽지 않죠. 이에 대해 박상현 캐스터는 "죽도록 노력하겠다"는 짧은 답을 내놨습니다.

e스포츠 리그가 시작하면 수많은 관계자가 바쁜 생활을 보냅니다. 그중 e스포츠 팬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들이 바로 선수단과 중계진입니다. 이번에는 선수단이 아닌, 박상현 캐스터를 만나 중계진으로서의 고충 혹은 뒷이야기 등을 들어봤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박상현 캐스터가 e스포츠 팬들에게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박상현 캐스터는 늘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물입니다. 그만큼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이며, 늘 팬들의 수준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기 때문이죠. 카메라 밖에서 만난 박상현 캐스터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것 이상으로 e스포츠에 푹 빠진 사람이었습니다. 여가 대부분을 게임에 쏟아붓고, 평소 만나는 사람들도 함께 호흡을 맞추는 중계진일 정도로 말이죠. 대화를 나누다 보면 e스포츠 팬들에 대한 사랑도 남다른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박상현 캐스터의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Q. 안녕하세요. 팬들에게 인사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게임 캐스터 박상현입니다. 새해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길 바라며, 게임 많이 하시고 즐겁게 보내셨으면 좋겠네요. 제가 살아보니까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 게임이더라고요(웃음).


Q.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계시는데, 자세한 근황 좀 부탁드릴게요.

요즘 중계를 하면서 쭉 지내고 있고요. APL, GSL, 오버워치 리그, ASL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멸망전 같은 이벤트 대회도 중계하고 있어요. 눈 떠서 게임 보고 자기 전에 게임을 하고 출근해서 중계하는, 게임과 하나 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Q. 아무래도 목을 쓰는 일이다 보니 평소에 따로 관리하시나요?

제가 2004년 말부터 게임 캐스터 일을 시작했는데, 십몇 년을 했지만, 딱히 관리를 한 건 없어요. 그냥 물을 많이 마시는 게 다였는데,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원래 커피를 많이 마셨지만, 밤에 잠이 잘 안 와서 줄이게 됐어요.


Q. e스포츠 캐스터는 일반적인 캐스터와 조금 다른 느낌인데,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캐스터는 게임을 잘아는 것보다 전문가들이 이야기를 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중요해요. 아무래도 리그를 시청하는 입장에서는 해설위원들의 말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그들이 경기를 잘 설명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거나 다른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죠.


Q. 요즘 같은 경우는 중계진의 조합이 무척 중요하게 평가받는데, 부담스럽지는 않으세요?

정말 부담이 크죠(웃음).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대중의 사랑을 받잖아요. 보답해야 하는 저로서는 정말 어려운 부분이에요. 항상 만족을 드리기 위해서 고민하고, 시청자분들이 어떤 걸 원하는지 체크하면서 발전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Q. 최근에는 부쩍 건강 걱정해주는 팬들도 많더라고요.

요즘 들어 바쁜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는데, 지금까지 다양한 리그를 중계했었기 때문에 특별히 건강과 관련해서 체감하는 부분은 없어요. 스타크래프트는 1주일 내내 한 적도 있었고요(웃음). 제 몸까지 챙겨주시는 걸 보면 가족보다 더 따뜻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독감 예방접종도 맞고 있으니 괜찮아요. 그리고 리그 전체를 한 번에 중계하는 게 아니라 기간이 조금씩 달라 그리 힘들지만은 않아요.



Q. 많은 리그를 중계하시잖아요. 그중 가장 친한 중계진은 누구인가요?

아무래도 김동준 해설위원이죠. 평소 사적인 시간도 많이 갖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디어 뱅크라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아요. 저는 어떤 리그 중계를 하든 준비하는 데 있어서 중계진끼리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APL 중계진끼리는 거의 같이 살다시피 해요. 음주를 즐기거나 새벽에 게임을 하기 위해 모이기도 하고요. 이 외에도 (황)영재, (박)진영이랑도 초반부터 오래 본 친구들이라 가족같이 지내요. (이)승원이 형이나 (임)성춘이 형은 10년 가까이 같이 방송을 하니 가족 외에 가장 가까운 관계죠.


Q. 평소 사람들이랑 금방 친해지는 성격이신가봐요.

그렇지는 않고, 사람들이랑 친해지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려요. 워낙 오래본 다음 친해지는 스타일이라 오히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어려웠다고 많이 말해요.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린 친구가 김동준이었어요(웃음).


Q. 오버워치 리그는 조금 독특한 구성인데, 많이 친해지셨나요?

장지수 해설이랑 정인호 해설과 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기존에 호흡을 맞추던 사람들이 아닌, 중계 당일 처음 만났거든요. 캐스터는 각 해설위원이 어떤 부분을 좋아하고, 성향을 알아야 진행하기 수월하거든요. 아직은 친분이 없어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Q. 다양한 e스포츠 종목을 중계하다 보면 지연되는 상황이 있잖아요. 그럴 때는 주로 어떻게 대처하나요?

그럴 때는 중계보다 시청자들과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으로 진행해요. 중계진들이 각자의 에피소드,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친하게 지내면서 있었던 일 등 그런 것들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요. 저희 같은 경우는 기다린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진행하죠.


Q. 혹시 중계를 하다 보면 다른 종목과 혼선이 생길 때는 없나요?

종목마다 각자의 매력이 충분하죠. 스타크래프트 같은 경우는 제가 할 수 없는 극한의 플레이를 보고 감동하는 입장이에요. 반대로 배틀그라운드는 멋있는 플레이도 나오지만, 우승팀이 자주 바뀌면서 매번 다른 영화를 보는 느낌이죠. 다른 예로 오버워치는 서열정리 같은 것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요.



Q. 지금까지 중계하면서 많은 선수를 만나셨잖아요. 종목마다 선수들의 성향이 다른가요?

종목이 다르면 정말 성향이 다르더라고요. 소통이 중요한 팀 게임의 선수들과 RTS처럼 혼자 하는 게 익숙한 선수들은 확실히 다른 부분이 존재해요. 재미있게도 전혀 다른 성향을 가졌다 보니 1:1 종목 게이머들은 팀 게임에 스트레스를 받고, 팀 게임 선수들은 반대로 혼자 플레이하는 것을 까다로워하죠. 같은 e스포츠더라도 전혀 다른 느낌이에요.


Q. 배틀그라운드는 스타 플레이어가 등장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혹시 눈여겨 보는 선수가 있나요?

특별히 한 선수를 보는 건 아니고, 주로 시청자가 없는 방송부터 봐요. 그럼 이 선수가 어떤 성격을 가졌고,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중계할 때 설명해드릴 수 있거든요. 유명 선수들은 이미 시청자들이 다 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선수들의 개인 방송을 봐요.

스타 플레이어 같은 경우는 아직 파일럿 시즌이다 보니 정식 리그가 자리 잡고, 그 사이에 팀들이 리빌딩을 하잖아요. 그럼 최정상의 팀이 등장할 거고, 그제야 스타 플레이어가 탄생하지 않을까요? 프로게임단 체계가 잡힌 다음이 진짜 배틀그라운드 리그의 시작이라 생각해요.


Q. e스포츠에 장기적인 예능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배틀그라운드로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아직은 배틀그라운드를 가지고 장기적인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한 거는 없고, 기회가 된다면 중계진이 스쿼드를 구성해서 스크림에 출전하거나 아니면 시청자들과 함께 100명이 밀리터리 베이스에 떨어져서 생존하는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어요.


Q. 중계진끼리 배틀그라운드를 독특하게 즐길 것 같아요.

맞아요. 저희는 주로 대회 느낌으로 콘셉트를 정해요. 오늘은 KSV 노타이틀(NTT)로 느낌이라면 강남으로 향하고, 어느날은 KSV 아셀(Asel) 입장이 돼서 강북으로 가죠. 보통은 저희 APL 중계진에 황영재 해설이 합류해요. 그 친구가 일 없는 날에 매일 집에 있는 편이라 고정 멤버처럼 불러서 하죠.


Q. 그럼 스쿼드 내 포지션은 어떻게 되나요?

김동준 해설위원이 돌격, 저는 세컨드 돌격이에요. 김지수 해설은 저희에게 불만이 많은 것 같지만, 본인이 가장 잘하니까......


Q. 보통 중계가 없는 날에는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네요.

게임하는 거 아니면 주로 그냥 만나서 맛있는 걸 먹으러 다녀요. 다들 나이를 한살 한살 먹을 때마다 외로움을 타서 그런지 수다를 떠는 게 낙이에요.



Q. 최근에는 배틀그라운드를 즐겨 하시잖아요. 무엇이 매력적인 게임이라 생각하시나요?

저는 주변에서 재미있다고 하면 직접 해보는 편인데, 이전까지는 H1Z1를 즐겨 했어요. 배틀로얄이라는 장르라는 게 참 신기하고, 재미있더라고요. 그 타이밍에 배틀그라운드가 등장한 거예요. 내가 이렇게 재미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틀그라운드는 기존 FPS와 다르게 한 편의 영화 같아요. 똑같은 장면도 잘 나오지 않고, 페카도나 밀리터리 베이스에 떨어져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있고요. 만약 1등을 하고 싶으면 스쿼드를 구성해 정말 치밀하게 운영할 수 있고, 게임 하나에 나올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해요.

최근에는 야스나야폴랴나에서 엔딩을 맞이했는데, 같은 아파트에 두 명의 적이 있는 거예요. 우리 팀 두 명을 먼저 보내고 제가 그곳을 지키는 거죠. 상황은 영화 같은데, 매우 현실적인 장면이 나오니까 참 재미있어요. 평소에도 에피소드를 많이 만들어야 재미있게 살 수 있고, 후회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이런 게 참 좋아요.


Q. 이야기를 들어 보니 리그마다 중계 포인트가 다를 것 같아요.

배틀그라운드는 시청자 입장에서 어떤 장소에 어느 팀이 있는지 또 상황을 잘 모를 수 있어요. 그럴 때 제가 재빨리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죠. 거기에 해설위원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장면에서는 제가 뭔가를 말하기보다 귀 기울여 듣는 편이에요.

스타크래프트도 이 장면에서 해설위원들이 봤을 때, 중요한 이야기를 하면 저는 잠시 빠져있어요. 지휘자의 역할이라고 보면 돼요. 더 나아가 톤까지 맞추려 노력하고요. 결국, 목소리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최대한 듣기 좋은 중계를 해야죠. 그래서 캐스터가 게임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이 장면이 중요한지 아닌지 파악해야 하거든요. 그러니 계속 경기를 많이 챙겨봐서 최소한의 지식은 갖추려 하죠.

이런 것들은 10년 넘게 해도 어려워요(웃음). 시청자들의 귀는 항상 S급이고, TV에 나오는 방송인들도 특급이잖아요. 그럼 저도 그 수준을 따라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중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에피소드는 있나요?

e스포츠 중계는 항상 힘들어요. 종목마다 시청자들의 성향과 연령층이 다르잖아요.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다가갈 수 있을까 날마다 고민해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사람 마음을 사는 거라고, 저는 최고가되기 보다 시청자들이 두루 좋아해 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중계해요.

앞으로 시간이 흘러 팬들의 청춘을 함께 했던 중계진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이런 중계진 참 좋았다는 말 한마디를 들으면 감동할 것 같아요. 지금도 좋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 분야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Q. 그전에는 무엇을 계획하셨나요?

원래는 일반 방송 쪽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워낙 게임을 좋아해서 스타크래프트에 빠져 살았어요. 그때 기회가 닿아 MBC게임 전속으로 입사해 지금까지 재미를 느끼고 있어서 계속하고 있는 거예요.


Q. MBC스포츠플러스2에서 오버워치 리그 중계를 맡았는데, 그때는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특별히 어떤 감정을 느끼지는 않았어요. 과거 MBC게임이 있다가 없어졌던 부분은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어요. 그전에 쌓았던 데이터 같은 것들이 사라져서 아쉽긴 하지만, 그게 프리랜서의 숙명이기도 하잖아요. 어쩌면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하게 된거죠. 오히려 긍정적으로 MBC스포츠플러스2에서 중계를 맡은 만큼, e스포츠가 주류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혹시 더 많은 리그를 중계하고 싶다는 욕심이나 아직 못다 이룬 목표가 있나요?

이제는 어떤 리그를 또 맡고 싶다는 욕심은 없고, 지금 하는 중계를 많은 분이 오랫동안 즐겁게 보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그리고 진행을 잘하는 개인으로 평가받기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좋은 중계진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Q. 바쁘게 살다 보면 일에 만족감을 못 느낄 때가 있을 텐데, 지금도 결승전에 가면 열기에 심취하시나요?

당연하죠. 결승전은 어쩔 수 없어요. 그곳에 모인 관객들이 박수를 쳐주는 것만으로도 몸에 반응이 와요. 거기에 소리까지 질러주시니 흥분할 수밖에 없어요.


Q. 앞으로 오버워치 리그 중계진과는 어떻게 친해지실 계획이세요?

오버워치 리그 중계진이랑 빠른 시일 내에 친해지겠습니다(웃음). 사실 정인호 해설위원과는 예전에 방송을 해봤지만, 근래에는 해본 적이 없어서 익숙해지는 시간이 조금 걸리는 거예요. 주로 오버워치 중계 호흡은 ‘용봉탕’ 황규형, 이승원 해설위원이랑 해서 서로의 스타일과 리듬을 알거든요. 지금 중계진과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서 완성도를 갖추도록 할게요. 아마 그게 2018년 목표일 것 같네요.


Q. 해설위원에 도전하는 선수 출신이나 희망하는 e스포츠 팬들이 많은데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요즘에는 해설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 방송으로 수많은 시청자에게 인정을 받으면 러브콜을 받을 수 있어요. ‘지수보이’ 김지수 같은 경우도 스크림 방송을 하다가 김동준 해설위원의 눈에 띄었어요. 개인 방송에서 재능을 보여준다면 그걸 지켜보는 전문가들이 많기 때문에 해설위원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생길 거예요.

선수들 같은 경우는 일단 선수로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도전을 하고, 후회가 없을 때 해설위원에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선수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과 경험이란 게 있거든요. 해설위원으로서는 정말 큰 자산이기 때문에 후회 없이 선수 생활을 하길 바랄게요.


Q. 마지막으로 e스포츠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앞으로 시청자 여러분 마음에 들 수 있도록 죽기 살기로 노력할 테니 계속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중계를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시청자분들 덕이라 생각하고, 늘 감사한 마음 가지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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