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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4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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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모바일 속에서 '느림의 미학'을 찾다, 월드 오브 워쉽 블리츠

원동현 기자 (Wony@inven.co.kr)

지난 2015년에 출시된 '월드 오브 워쉽(World of Warships)'은 전 세계의 밀리터리 마니아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고증에 충실하게 구현된 유명 전함들과 진중하고 사실적인 전투는 세계 각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에 충분했다.

'월드 오브 워쉽'의 백미는 역시나 특유의 무게감과 전략성이었다. '빠름'을 추구하는 타 게임과는 달리 '월드 오브 워쉽'은 '느림'을 추구했다. 그 육중함과 침착함에서 느껴지는 고유의 매력이 살아있었다. 세밀한 수치를 계산해 포격을 가하고, 아군의 다양한 전함들과 조합 및 연계를 이루어 적군 전함을 격파해나가는 그 짜릿함은 쉽게 맛보기 힘든 카타르시스였다.

지난 18일 출시된 '월드 오브 워쉽 블리츠(World of Warships Blitz, 이하 워쉽 블리츠)'는 자그마한 모바일 스크린 속에 해상전투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 속에 펼쳐진 바다는 생각보다 드넓었고, 오고가는 포탄은 격렬했다. 모바일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진중함이 녹아있었다.


전략성에 간편함을 더하다
기분 좋은 편안함

- 시리즈 특유의 전략성에 더해진 모바일의 간편함
- 원작에 충실한 인터페이스

보통 원작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들은 기존 시스템을 경량화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덜어낸다. 그리고 그 빈 자리에 BM을 비롯한 새로운 요소를 채워 넣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원작의 맛은 대부분 사라져버린다. 원작을 추억할 수 있는 향은 어느 정도 남아있지만, 그것도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그런 의미에서 워쉽 블리츠는 맛이 남아있는 게임이다. 조금 놀랄 정도로 원작의 요소들을 꽉 채워 담아냈다. 물론 모바일 환경에 맞추어 무게감을 덜어낸 부분 역시 보이지만, 이러한 경량화 작업은 모바일 플랫폼 특성상 필수적인 과정일 수밖에 없다. PC 원작의 무게감을 평면 스크린 속에 그대로 담아낸다는 것은 분명 과욕이다. 무게감이 같을 수는 없다. 그저 어디를 어떻게 덜어냈는지가 중요하다.

▲ 깔끔하게 원작의 조작감을 구현했다

앞서 언급한 '덜어냈다'는 표현은 '없앴다'는 표현과는 다르다. 말 그대로 조금 무게감을 덜어내 가벼워졌을 뿐, '월드 오브 워쉽'의 정체성은 그대로 남아있다. 여전히 4개의 함종을 활용해 다양한 전략을 펼칠 수 있으며, 연막과 어뢰 등을 활용한 심리전도 건재하다.

아울러 인터페이스 역시 원작의 맛을 충실하게 담아냈다. UI가 굉장히 직관적으로 구성되어있어 여러 번의 반복 숙달 없이도 기초적인 전투를 치르기엔 무리가 없었다. 특히 PC 원작을 해본 게이머들이라면 한결 친숙하게 와닿을 만한 디자인이었다.


다채로운 전함과 살아있는 개성
약간 밋밋한 전투와 전략성

- 미국, 일본, 독일 등 다채로운 연구 계통
- 뚜렷한 색깔의 순양함, 구축함, 전함, 항공모함
-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낸 탓에 단순해진 전투


워쉽 블리츠에 등장하는 함선들은 아주 다양하다. 일본과 미국을 비롯한 6개국의 함선들이 등장하며 '순양함', '구축함', '전함', '항공모함' 총 4종으로 분류되어있다. 또한, 각 함선의 역사적 배경 등을 고려하여 1티어부터 10티어까지 성능을 구분해놓았고, 연구 계통에 따라 획득이 가능하다.

함선은 소속 국가에 따라 특징이 나뉜다. 예를 들어 일본 함선의 경우, 고폭탄의 화재 유발 확률이 높고, 포탄의 사거리가 길다. 미국의 함선은 타 국가에 비해 훨씬 두꺼운 장갑과 대공 능력을 자랑한다. 이러한 국가별 특징들과 연구 계통이 맞물려 플레이어에게 색다른 선택의 재미를 준다. 궁극적인 목표가 될 10티어 함선을 위해 어떤 국가의 어떤 연구 계통을 선택하는 것이 자신에게 잘 맞고 효율적일지 즐거운 갈등을 겪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4종으로 분류된 함종별 역할 역시 뚜렷하게 보이는 편이다. 어뢰와 특수 스킬을 활용해 기습 및 교란 작전을 펼치는 구축함, 팔방미인 같은 성능을 자랑하는 순양함, 최고의 원거리 화력을 자랑하는 전함, 그리고 함재기를 활용해 전장을 지배하는 항공모함 모두 저마다의 확고한 존재감을 보인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재현하고자 한 욕심 탓일까? 막상 게임의 핵심인 전투가 아쉽다. 모바일로 이식되면서 일어난 몇 가지 변화 탓에 전투의 깊이가 얕아졌다.

기본적으로 탄속이 상당히 빠르고, PC 버전에 비해 조작이 불편한 탓에 움직임이 단조로워 회피 기동이 늦는 편이다. 이로 인해 전반적인 포탄 명중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며, 전함이 유독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맵 곳곳에 배치된 지형지물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소형인 탓에 활용할 여지가 적다. 섬의 사각을 활용한 곡사 사격이나 은,엄폐 플레이 등이 힘들기에 결과적으로 단순한 눈치 싸움이 돼버리기 일쑤다. 보다 다채로운 전략의 활용을 위해 차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Easy to Learn, Very Hard to Master
선생님, 심화 튜토리얼이 하고 싶어요

- 각종 특수 스킬 안내, 함종 별 전략 등의 정보 부재
- 복잡한 시스템에 비해 지나치게 짧은 튜토리얼

워게이밍의 '월드 오브' 시리즈는 특유의 고집과 깊이가 돋보이는 게임들로 구성되어있다. 전 세계의 실재하는 기종들을 게임 속에서 재해석해낸 만큼, 철저한 고증과 사실적인 전투가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매력은 가끔 신규 유저들에게는 부담으로 와닿는다. 통상적인 게임과는 사뭇 다른 플레이 방식과 디자인 탓에 혼란에 빠지기 일쑤다. 쉽게 말해 게임 자체가 어렵다.

'워쉽 블리츠' 역시 쉽지 않다. PC 원작을 모바일 환경에서 충실히 구현해낸 만큼, 상당히 복잡한 편이다. 하지만 그 욕심과 깊이에 비해 게임의 초입부가 너무나 불친절하다. 아주 기초적인 조작법만을 알려줄 뿐 그 이상의 정보는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 그저 계속 전투를 반복해가며 스스로 깨우쳐 나가는 수밖에 없다.


물론 배워나가는 재미라는 게 분명히 있다. 하지만, 마냥 '재미'라는 말로 포장하기엔 워쉽 블리츠는 상당히 난해하다. 지형지물의 활용, 함종별 특징 및 전략 등 게임 플레이에 있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요소들에 대해 아주 간단한 텍스트만 제공하거나 아무것도 없이 지나가버린다. 마치 기존 '월드 오브 워쉽' 유저들만을 위한 게임이란 것처럼 말이다.

'전투 시스템'만의 문제는 아니다. '성장 요소' 역시 초보자에게 있어선 거대한 장벽과 같다. 대체 어떤 국가의 어떤 함선 트리를 타야 할지, 어떤 함선이 내게 가장 잘 맞을지는 직감으로 맞추는 수밖에 없다. 인 게임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정보만으로는 실제 플레이 감각을 체험할 수 없기에 유저들은 혼란에 빠진다. 더군다나 마땅한 국내 커뮤니티가 없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정보의 부재는 뼈저리게 와닿는다.

▲ 단순히 발사 버튼만 연타하는 게임이 아닌 거 같은데...


역시나! 그리고 역시나, 워게이밍
시리즈 팬과 신규 유저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까?


'워쉽 블리츠'의 첫인상은 '역시나 워게이밍!'이였다. 좋은 의미에서도 나쁜 의미에서도 워게이밍다운 고집이 엿보였다. 역사에 기초한 함선들과 캠페인, 버린 것 없이 충실히 담아낸 해상 전투 등 '월드 오브' 시리즈 팬으로서 혹은 MMO 슈팅 게임 마니아로서 아주 좋은 선택지가 될만한 게임이다.

하지만, '워쉽 블리츠'는 지나치게 확고한 경계선을 그어놨다. 시리즈 팬과 MMO 슈팅 게임 마니아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는 건 반대로 이 외의 유저들에겐 어쩌면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원작 시리즈나 관련 장르 미경험자가 쉽사리 접근하기엔 분명히 어렵고 어색한 게임이다.

앞서 말했듯 초입부부터 초보자와 미경험자를 배척하는 듯한 튜토리얼과 전반적인 구성이 가장 큰 문제다. 이러한 정보의 부재는 곧 이용자 잔존율의 문제로 직결될 것이고, 이는 게임의 생명력을 결정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쉽 블리츠'는 분명한 매력이 있다. 유저들을 이끌만한 '힘'이 있고, 유저들을 남길만한 '맛'이 있다.

비록 높은 허들을 가졌지만 넘실대는 매력까지 갖춘 '워쉽 블리츠', 유저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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