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8-02-1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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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누구보다 유쾌한 철권 고인물, 알리사 친오빠 '샤넬' 강성호

박태균, 남기백 기자 (desk@inven.co.kr)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철권 대회가 개최되며 수많은 철권 고수들이 등장하고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독보적인 개성의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는 방송 경기에 나올 때마다 본인만의 스타일을 뽐내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는데요. 바로 철권 유저라면 누구나 아는 '진짜' 고인물, '샤넬' 강성호입니다.

과거에 활동했던 고수들이 생업 문제로 철권계를 떠나는 동안, '샤넬'은 현역 선수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각종 국내외 철권 대회에 꾸준히 참가해 성적을 냈고, 최근에는 '무릎' 배재민과 '쿠단스' 손병문에 이어 락스 게이밍에 입단한 세 번째 국내 철권 선수가 됐죠. 여기에 최근 개최된 EVO 재팬 2018의 철권 종목에서 수많은 명경기와 함께 준우승을 차지하며 그 이름을 팬들에게 다시 한번 각인시켰습니다.

'샤넬'의 첫인상은 날카로웠지만, 특유의 유쾌함과 솔직함에 금세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철권 유저들이 많이 찾는다는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푸근한 카페 분위기에 '샤넬'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더해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진행됐는데요. 10년이 넘도록 이어진 '샤넬'의 철권을 향한 애정을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Q 반갑습니다. 먼저 인벤 가족분들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알리사 친오빠 '샤넬' 강성호입니다. 철권7에서 여성 캐릭터를 전문으로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Q 최근 EVO 재팬 2018 철권7 종목에서 준우승을 달성했어요. 소감이 궁금합니다.

솔직히 처음에 큰 기대는 안 했어요. 1,200명이 넘는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다 보니 딱히 정보도 없었고, 대회가 항상 그렇듯 당일의 컨디션 문제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일단 64강을 노려보고, 만약 진출하면 8강까지도 노려보자'라는 생각으로 대회를 치렀어요. 그런데 운이 정말 잘 따라줘서 준우승까지 한 것 같아요. 실수한 게 오히려 승리의 포인트가 된 경기도 있었구요. 우승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준우승도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Q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경기도 경기지만, 경기 중에 보인 '레드불 퍼포먼스'가 큰 화제가 됐어요.

당연히 질문할 줄 알았어요(웃음). 이게 사실 뒷이야기가 있어요. 대회 관계자가 8강 진출자들을 모아놓고 화면에 레드불을 꼭 보이게 해달라고 부탁하더라구요. 관계자 앞에서는 장난으로 하기 싫다고 얘기했지만, 경기 중에 레드불을 마시려고 했어요. 그런데 1경기에서 '무릎' 형한테 지고 나니까 열이 받아서 레드불을 못 마시겠더라구요.

여기에 다음 경기에서 '노로마'한테 1세트까지 지고 나니 '이렇게 탈락할 바에야 어그로라도 끌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구요. 그래서 레드불을 꺼내 마셨는데, 그대로 '노로마'를 이긴 거예요. '무릎' 형이 그걸 보고 저한테 천상 어그로꾼이라고 그러더라구요. 어떤 사람이 1,200명이 넘는 선수가 지원한 대회에서 그런 짓을 하겠냐고(웃음). 저는 역시 철권을 제 맘대로 즐겨야 잘 되는 것 같아요.


▲ 으아아아!! (출처 : 유튜브)


Q 1월 초에 '무릎' 배재민, '쿠단스' 손병문 선수 뒤를 이어 락스 게이밍에 입단했는데요, 입단 과정이 궁금해요.

작년에 철권 월드투어(이하 TWT) 대만에서 4위를 하고 미국의 e스포츠팀 ITS에서 연락이 와서 계약을 했어요. 그런데 그 전에 '무릎' 형이 락스 게이밍에 계속해서 절 추천했었고, 그래서 저는 구두 계약 비슷한 관계로 락스 게이밍과 얽혀있었죠. 이후에 '쿠단스'가 TWT 파이널에서 우승하고 락스 게이밍에 입단하면서 3:3 대회 준비를 위해 저도 정식으로 입단하게 됐어요. 물론 ITS에는 어느 정도 위약금을 물었죠.


Q 상당히 오랜 기간 철권을 즐기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철권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철권은 2005년경에 처음 시작했어요. 철권에 재미를 붙이게 된 건 접근성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어느 오락실을 가던 철권은 무조건 있었고, 집에서 플레이 스테이션으로도 플레이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럼 이렇게 오랜 기간 철권을 플레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글쎄요. 킹 오브 파이터즈나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2D 격투 게임은 쉽게 질리는데 철권은 이상하게 질리지 않아요. 횡이동, 콤보, 대미지 등 생각하고 계산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Q 철권을 오랜 기간 플레이해온 만큼 관련된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아요.

어휴, 당연히 셀 수 없이 많죠. 한 가지 생각나는 거로.. 제 알리사에 대한 얘기를 하나 말씀드릴게요. 알리사를 플레이하면서 잡기를 잘 못 풀어서 킹 유저 '트리플 H'한테 매번 졌어요. 그래서 '트리플H'의 스승한테 도움을 요청했는데, 알리사를 직접 플레이해보더니 저한테 '알리사는 백대쉬가 정말 좋네'라고 말해주더라구요. 그때부터 죽어라고 백대쉬만 연습했어요. 백대쉬를 잘하면 잡기를 풀 이유가 아예 없어지잖아요(웃음). 그때부터 저만의 플레이 스타일이 생겼어요. 백대쉬 하면서 상대 공격은 피하고, 나는 때리고 하는.

같이 친하게 지냈던 형들도 기억에 남아요. '온리프랙티스' 형은 저희 물주였죠. 맨날 밥 사주고, 빵 사주고. '구라' 형이랑도 정말 열심히 게임을 했어요. 지금은 나이가 차고 각자 일이 있다보니 자주 보진 못하지만, 계속 연락하고 같이 게임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지금 제일 가까운 사람은 '무릎' 형이죠. 제가 어려울 때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밥은 물론이고 아플 때면 약도 사주고, 금전적인 지원도 해줬죠. 어려울 때 도와준 사람은 기억에 많이 남는다잖아요. 그래서 요즘은 저도 '무릎' 형을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Q 플레이 스타일 얘기가 나온 김에 여쭤볼게요. 본인의 플레이스타일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뭐 같다'(웃음). 빠르게 치고 빠지면서 작은 기술로 상대방 멘탈을 흔드는 걸 잘해요. 근데 최근에 제 플레이 스타일을 까먹고 리스크 있는 큰 기술만 쓰고 있었는데, '무릎' 형이 EVO 재팬 일주일 전에 어떤 얘기를 해줬어요. 옛날엔 절 상대하기가 정말 짜증 났는데, 요즘은 아니라구요. 그 얘기를 듣고 지난 제 플레이 영상들을 찾아봤죠. 말 그대로 정말 게임을 더럽게 하더라구요. 그때 정신을 차리고 제 모습을 다시 찾았죠. 그래서 대회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Q 알리사와 엘리자를 주력 캐릭터로 하고 있는데, 럭키 클로에와 리리도 수준급으로 다루는 거로 알고 있어요. 여성 캐릭터를 특별히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요?

전 이상하게 남성 캐릭터를 하면 많이 지더라구요. 잘 안 맞고 잘 피하고, 민첩하게, 얍삽하게 때리는 여성 캐릭터가 저한테 잘 맞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에 딱 맞는 캐릭터가 샤오유 같은데, 샤오유는 왜 안 하시나요?) 샤오유는 '강캐'잖아요. 전 '약캐' 전문(웃음). 그래서 철권 유저분들한테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여성 캐릭터는 대회에서 보기 어려우니까요.


Q 최근 개인 방송을 시작했는데,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또 방송하면서 특별히 좋았던 점이나 불편한 점이 있나요?

원래 방송은 안 하려고 했어요. 근데 '정질'님의 방송을 보면서 '후원을 받으면 홍보를 해야 되지 않을까요?'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저도 후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이 말이 저한테 그대로 돌아왔죠. 저도 공식으로 팀에 입단해서 후원을 받고 있으니까, 스폰서를 알리고 홍보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서 방송을 시작하게 됐어요.

방송을 시작하고 좋은 점은 '무릎' 형 방송에 게스트로 나갈 때랑 달리 저를 보러 와주는 팬분들과 바로바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또 팬분들 입장에서는 '무릎' 형 방송이랑 제 방송을 따로 켜놓고 시청할 수 있으니 편할 것 같아요. 불편한 점은 아직까진 딱히 없네요.




Q 철권 고수들의 실력은 정말 한 끗 차인 것 같은데,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이 궁금해요.

저는 준비성이 가장 큰 차이 같아요. '무릎' 형을 예로 들면, 해외 대회에 나갈 때도 본인의 모니터랑 스틱을 챙겨가요. 본인의 일이니까 당연히 그렇게까지 하는 거죠. 저같이 본업이 따로 있는 사람들은 그 정도까지 철저하게 준비하진 않아요. 또 마음가짐이나 연습량에도 차이가 있죠. 고수들 사이에도 계급과 실력 차이가 분명히 존재해요. 대회마다 계속 상위권에 입상하는 선수들은 다 이유가 있죠. 프로라는 얘기는 정말 쉼 없이 연습하고 노력해야 들을 수 있는 거예요.


Q 본업이 따로 있는데 철권 연습과 대회 참가, 개인 방송까지 하려면 시간이 많이 부족할 것 같아요.

저한테는 철권 하는 시간이 쉬는 시간이에요. 아무래도 제 직업 특성상 이런저런 생각이 정말 많은데, 철권이 이런 정신을 빼는 데 가장 좋아요. 또 해외 대회에 참가할 때는 게임만 하는 게 아니라 관광도 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도 배우고, 이런저런 좋은 경험을 많이 하죠. 시간이 부족하거나 피곤하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아요.


Q 최근 스팀 버전 철권7 발매로 아케이드 시장이 완전히 축소됐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케이드 시장이 축소되면서 오프라인 커뮤니티가 줄어든 건 정말 아쉬워요.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스팀 버전이 없었다면 철권 판이 이 정도까지 커지지 못했을 테니까요. 그런 면에선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또 인게임적으로 좋은 점도 있어요. 상대가 누구든 위축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건데요. 오락실에서 고수를 앞에 두고 플레이하면 본 실력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스팀 버전으로 집에서 편하게 플레이하면 상대가 누구든 본인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죠.




Q 철권을 새롭게 시작할 신규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철권 실력을 올리고 싶을 때는 직접 연습하는 방법도 있지만, 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배우는 게 훨씬 좋아요. 고수들은 철권을 잘 하는 이유가 있고, 그걸 그대로 보고 따라 하다 보면 금방 실력이 붙을 거예요. 특히 철권은 처음에 잘못 배우면 큰일나거든요. 요즘 개인 방송을 하는 고수 유저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줄 거에요. 그리고 이건 정말 중요한 건데, 상대방의 도발 플레이에 절대 열 받지 마세요. 원래 그런 게임이니까요(웃음).


Q 올해 시작이 좋았는데, 목표가 궁금해요.

EVO 재팬에서 생일선물을 제대로 받은 것 같아요. 첫 단추를 잘 끼운 만큼 다음 대회도 기대되네요. 올해 가장 큰 목표는 8월에 미국에서 열릴 EVO 2018이랑 TWT에서 상위권에 입상하는 거예요. 최소한 5위 안에는 들고 싶고, 욕심으로는 파이널까지 가고 싶네요.


Q 정신없이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앞으로도 철권 더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최근 신규 유저분들이 많이 보이는데, 열심히 플레이하고 이런저런 대회도 참가해보면서 재밌게 철권 즐기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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