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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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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대 출신 회계사, 왜 e스포츠에 뛰어들었나? 콩두 남호형 CFO

심영보,유희은 기자 (desk@inven.co.kr)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공인 회계사-삼정회계법인-대기업 증권사. 이 중 하나만 가져도 한국 사람들은 엘리트로 생각한다. 그러나 콩두 컴퍼니 남호형 CFO(Chief Financial Officer)는 모두 가졌다. 엘리트 중에서도 상위. 이런 사람과 e스포츠, 정말 연결 고리가 있을까. 사실 연결이 잘 되지는 않는다.

물론 e스포츠를 좋아했을 수는 있다. 그만큼 2000년대 초, 스타크래프트가 중심이 된 e스포츠 열풍은 강했다.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주류 스포츠였다. 스타 결승을 보기 위해 광안리에 10만 관중이 몰리기도 했으니까.

남호형 CFO의 취미는 e스포츠였고, 아직도 그렇다. "스타크래프트를 되게 좋아했어요.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어요. 정말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프로 경기를 다 봤어요. 처음 고등학교 때는 스타크래프트를 즐겨했고, 3학년이 돼서는 좀 멀리했어요. 대학생이 되고 나서 다시 스타크래프트에 엄청 빠졌었죠.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 생활을 하게 되니 게임할 시간은 없더라고요. 하지만 보는 것만은 포기를 못 했어요. 밤 12시에 퇴근을 하던, 새벽 3시에 퇴근을 하던 그 날 있던 경기는 꼭 챙겨봤어요. 스타크래프트를 봐야 제 하루가 마무리됐어요. 지금도 스타크래프트 경기만큼은 다 챙겨봅니다."


하지만 취미와 업은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다. 그는 e스포츠 회사인 콩두 컴퍼니에 2016년 9월부터 재직 중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공인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처음에는 삼정회계법인에서 4년간 일을 했다. 그리고 증권사인 NH 투자 그룹에서 커리어를 이어나갔다. 다시 대기업 증권사를 뛰쳐나와 경영 컨설팅 회사로 들어갔다. 콩두에서 일하게 된 건 가장 나중 일이다.

당신의 친구, 가족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응원보다는 걱정이 앞서지 않을까. 그게 솔직하고 현실적이다. 너무 좋은 여건, 좋은 직장인데 왜. 그에 비해 e스포츠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미지의 산업이다.

"제가 결혼한 지 6년 정도 됐어요. 사실은 e스포츠 업계에 들어올 때보다도 처음에 증권사에서 나올 때 반대가 가장 심했어요(웃음). 아내가 왜 이렇게 좋고 안정적인 직장에 나와서 컨설팅 회사로 가려 하냐고 했어요. 제가 창업이 하고 싶어서 컨설팅 회사로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든요. 왜 도전, 도전만 얘기하냐고 만류했어요.

아직도 가지고 있는 가치관인데,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하고 싶지가 않아요. 현재가 있어야 미래도 있다고 생각해요. 증권사는 남들이 볼 때는 높은 연봉에 좋은 직장이었지만, 일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이 너무 적었어요. 남들 평가보다 내가 평가했을 때 좋은 직장을 갖고 싶었어요.

결정적인 계기가 있어요. 엄청 무기력한 날이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제가 직장을 다니는 이유가 주말에 쉬기 위해서인 것 같더라고요. 뭔가 이루고자 하는 꿈이 점점 없어지고, 단순히 주말에 놀 궁리만 했어요. 도태되는 기분이었어요.

처음부터 e스포츠 관련 일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 가지 힌트를 얻었어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타이밍에 시장에 들어온 플레이어들은 달콤한 열매를 얻었다는 것을요. 대표적으로는 국내 IB 시장이 있었어요. 증권사에 나오면서 성장하는 시장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경영 컨설팅 회사는 헬스 케어를 위주로 했어요. 당시에 헬스 케어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었죠. 하지만 제가 전혀 관심이 없는 분야다 보니 마음이 잘 안 생기더라고요."



남호형 CFO는 컨설팅 회사에 다니던 도중 기사를 하나 읽게 됐다. 콩두 컴퍼니 창업 관련 기사. 회계 법인 창업을 고민하던 남호형은 창업을 하게 되면 곧바로 콩두 컴퍼니에 연락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했던 엘리트와 e스포츠의 직업적인 연결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정말 창업과 동시에 콩두에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콩두는 2015년 여름에 제 클라이언트 회사가 됐습니다. 그때부터 한 1년 정도가 지난 후인 것 같아요. 서경종 대표님이 진지하게 물어보셨어요. 콩두에 들어와서 일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리고 콩두와 일을 해오면서 '옛날에 보던 그런 게 아니네'라고 판단하고 있기도 했어요. 시장은 이미 글로벌로 퍼져나갔고... 비전을 봤어요. 확실히.

사실 우리나라 e스포츠 시장이 많이 성장했음에도 바깥에서 봤을 때는 낯선 시장이에요. 수익 모델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고, 한국 e스포츠 위상이 해외에서 어느 정도인지도 물어보기도 해요.

사석이나 술자리에서 e스포츠 얘기를 꺼내면 다들 놀라요. 특히, 제가 숫자적인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면 못 믿겠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들이 이해하고 있는 e스포츠 시장은 스타크래프트로 대변이 되거든요. 그때의 기억으로만 e스포츠를 평가해요. 하지만 지금은 LoL, 오버워치 등 콘텐츠가 굉장히 다양해졌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어요. 그걸 아는 사람은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아요."


비전은 e스포츠 시장에만 본 것은 아니었다. 그는 콩두라는 회사에도 비전을 봤다. 남호형 CFO는 콩두에 입사하고 나서 여러 번 놀랐다고 한다. 콩두 컴퍼니를 처음 보는 집단이라고 말했다.

"미래를 확신하고 들어왔습니다. 이 회사가 안 될 거라는 생각은 지금도 거의 하지 않고 있어요. 스타트업 회사는 리더의 역량에 많이 좌지우지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몇 년이 지난 후에는 아무래도 직원들의 역량이 중요합니다.

참 많이 놀라요. 직원들이 e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크다 보니 회사에서 제작되는 콘텐츠를 알아서 찾아보고 어떻게 하면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 토론해요. 본인들의 업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요. 어떤 회사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젊은 친구들이 대부분 일에 치여서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해도 벅차거든요.

단순 콘텐츠뿐만이 아니에요. 소속 팀 경기들도 챙겨보고 팀에 어떤 점이 좀 아쉬운지 나름대로 정리해서 사무국 쪽에 조심스럽게 전달하기도 하더라고요. 이런 열정이 있는 집단을 겪어본 적이 있었나 싶어요. 적어도 여기 들어오기 전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했어요.

동기 부여에 대해서 경영책에도 기법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실제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는 게 정말로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런데, 우리 회사는 그 어려운 일이 너무 쉽게 된 것이 아닌가...(웃음) 싶어요.

연말에 소규모로 게임 대회도 해요.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들이 있습니다. 이 친구들이 정말로 게임을 좋아한다는 게 많이 느껴져요."



직원들이 아무리 열정적이어도 경영진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별 소용이 없다. 경영진의 독자적인 판단은 힘이 있을 수 있지만 위험성도 따른다. 그러나 e스포츠 업계에서 힘보다는 위험성이 크다. 대부분이 젊은 회사라 경영진조차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남호형 CFO는 콩두의 경영진이 판단에 절대적인 확신을 하지 않는 게 장점이라고 밝혔다.

"e스포츠 시장이 미래를 예측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개인의 의견은 집단의 지성을 절대 따라가지 못하는 거 같아요. 다행히 우리 회사에서 경영진이든 직원들이든 모두가 똑같이 하는 생각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내 판단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을 하지 않죠. 그래서 미팅과 토론이 정말 많아요."

그리고 그는 콩두의 강점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매년 급변하는 시장에 발맞출 수 있는 열정적인 직원들이 있는 회사, 이게 콩두의 가장 큰 강점인 거죠. 유연하면서도 열정이 있는"

물론 e스포츠 업계에 종사하면서 단 꿀만 있었던 건 아니다. e스포츠라는 특수성에 부딪혔던 적도 꽤 있다. 어떤 의견을 제시하면 e스포츠와는 맞지 않는다고 묵살당했던 경우가 더러 있었다. 시간이 지난 현재 e스포츠의 특수성에 대해 인정하고 이해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고.

누구보다도 엘리트로 살아왔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마찰이 크지는 않았을까. 아니면 본인의 주장이 너무 강하지는 않았을지. 실례가 될 질문일 수도 있지만 물어봤다. e스포츠 업계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냐고. 그는 별문제 아니라는 듯이 시원하게 답했다.


"제가 e스포츠 전문가가 아니에요. 무작정 제 생각이 맞다고 당연히 할 수 없죠. 여러 명의 의견을 계속해서 들어야 하고, 다른 시장에서 얻었던 경험이나 제 지식을 혼합해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그 판단이 맞는지도 다른 사람에게 끊임없이 물어봐야 하고요.

저는 e스포츠 시장 외에서 e스포츠 시장으로 들어왔잖아요. 국내 e스포츠 시장의 역사가 짧지는 않아요. 1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지신 분들도 계시니까요. 그분들이 보기에 저는 e스포츠를 전혀 모르는 외부인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많은 도전이 있었어요. e스포츠를 모르면서 어떻게 이야기를 하느냐는 말도 들어봤어요.

하지만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는 거죠. 맞는 부분이 있다면 제가 e스포츠에 대해서 더 이해를 해야 하는 거고, 틀린 부분이 있다면 그들도 생각을 바꿔야 해요.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굉장히 많은 토론이 있었어요. 지금은 문화가 많이 좋아졌다고 느껴요. 상호 간에 이해를 하고 있어요. e스포츠 업계 있던 분들이 저 같은 외부인의 참신할 수 있는 아이디어나 타 시장에서 얻어온 노하우를 e스포츠에 접목하기도 하고, 반대로 저는 e스포츠의 특수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죠."


CFO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업계 전반적인 부분에 관해 물어볼 게 많았다. 그중에서도 현재 자생이 불가능한 e스포츠 게임단의 환경이 개선될 여지가 있는지 궁금했다. 이 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e스포츠는 더 앞으로 뻗어 나아갈 수가 없다.

"해결 가능할 것이라 봐요. 어떻게 보면 전후 관계의 문제인 것 같아요. 해결이 가능한 게 아니라,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업계 전반적으로 인식하고 있어요.

이제 게임사 입장에서 보더라도, 게임이 e스포츠로 확장되면 그 효과로 얻는 수익이 상당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e스포츠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 게임단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라이엇이 대표적인데, 프로 게임단이 안정적인 구조를 가질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e스포츠는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스포츠와 굉장히 닮아져 있다고 생각해요. 스포츠가 나아갔던 방향과 e스포츠가 나아갈 방향은 접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스포츠팀 역사를 보게 되면, 처음에는 스폰서십 매출 기반으로 성장했어요. 그러다가 리그 운영 측에서 분배하는 중계권료 수익이 팀 수익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지요. e스포츠 시장도 그렇게 갈 거예요. 현재 그런 변화의 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남호형 CFO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미 e스포츠인의 향기가 난다. 일을 즐기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가 행복하게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빨리 체감하는 사람은 역시 가족이었다. 그의 표정 자체가 밝아지다 보니 e스포츠 일을 하는 걸 응원하고 있다고. 그는 가족에게 자주 e스포츠의 밝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 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막바지에 그는 두 가지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처음은 그의 단기적인 꿈이었다. "콩두 컴퍼니를 e스포츠 회사 최초로 상장 회사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산업이 잘 받쳐주고 있고, 직원들도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있어 여건은 충분해요.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말이죠. 상장 법인 CFO로써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

끝으로는 외부에 바라는 점을 말했다." 한국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콘텐츠예요. 그런데 한국이 콘텐츠 부분에서 가장 강점이 있는 쪽은 e스포츠고요. 한국에 계신 기업하시는 분들과 정치하시는 분들이 e스포츠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정부를 시작으로 지자체, 기업까지 관심을 가질 때라고 봐요. 그래도 올해는 많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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