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한파에도 불구하고 카트라이더 리그가 열리는 넥슨 아레나는 카트라이더 팬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합니다. 찰나의 순간을 다투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기 위해 많은 관객들이 현장을 가득 메우며 뜨거운 함성과 응원을 보내고 있는데요.

카트라이더 리그의 흥행에 발맞춰 리그의 메인 해설을 담당 하고 있는 김대겸 해설과 만나 카트라이더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카트라이더 1세대 게이머이자 카트라이더 리그 초대 우승자인 김대겸 해설은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실력으로 이름을 날린 '레전드' 중 한 명입니다. 세월이 흘러 12년 차 e스포츠 해설자가 됐지만, 카트라이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그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습니다.

김대겸 해설은 카트라이더를 누구보다 오래 접한 사람으로서 카트라이더 리그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전했습니다. 남다른 책임감을 가지고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항상 노력 중인 김대겸 해설, 그와 나눈 대화를 지금부터 들어보시죠.



Q.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에서 해설자로 변신한 12년 차 게임 해설자 김대겸입니다. 반갑습니다.


Q. 카트라이더 리그 초대 우승자에서 e스포츠 해설로 변신한 계기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많은 분이 카트라이더 리그 초대 우승자라서 제가 카트라이더 리그 해설자가 됐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선수 시절부터 저를 좋아해 준 PD님이 있었어요. 제가 밝고 긍정적이라서 특별히 좋아해 주셨어요. 게임을 그만뒀을 때, 그 PD님으로부터 "해설을 해볼 생각 있냐"며 저에게 연락을 해주셨어요. 해설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방송에는 관심이 있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해설이 이렇게 힘든 것인지 전혀 모르고 시작했죠(웃음).


Q. 은퇴가 많이 아쉬웠을 것 같습니다. 선수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우승하고 상금을 받는 것도 즐거웠지만, 그것을 위해 열정을 불태우며 인생을 올인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고 그리워요. 지금 34살인데, 21살 때의 열정을 갖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손가락도 안 따라주기도 하고요. 선수들이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면 '나도 저러던 때가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작년 광저우에서 열린 피파온라인3 EACC 결승전 중계를 했었는데, 우승하고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시절이 그립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이제 해설 연차가 많이 쌓였는데, '해설자'라는 직업에 익숙해졌나요?

항상 선배들에게 많이 배우며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아직 현장에서는 막내나 다름없어요. 형들이 워낙 잘 해줘서 편하게 배우고 있습니다.


Q. 김대겸 해설은 현재 카트라이더 리그 이외에도 각종 레이싱 게임과 모바일 게임 해설을 맡고 있는데, 다작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저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가끔 '나는 언제 인호 형처럼 다양한 종목을 시청자가 듣기 편하게 중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해요. 그런 고민이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게임의 인기와 상관없이 그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분들을 만족시키는 해설을 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해설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게임을 하는 것과 말하는 것은 정말 크게 다르더라고요. 프로게이머 시절에는 게임만 했다면, 이제 전체적인 흐름을 읽고 말로 표현해야 해요. 카트라이더 리그는 소수점 단위의 시간까지 시청자에게 알기 쉽게 표현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저의 과거 중계 영상을 오랜만에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끝까지 보기 힘들더라고요. 친구들도 장난식으로 제가 우승자 출신이 아니었다면 일찍 잘렸을 거라며 놀려요.

중계가 조금 자연스러워진 계기가 있는데, 성승헌 캐스터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데, 성승헌 캐스터가 저에게 "마이크를 쥐었을 때, 연기하려 하지 말고 평소에 노는 것처럼 편하게 얘기하라"고 조언을 해줬어요. 그 조언을 듣고 중계 스타일을 바꾸려고 노력하다 보니 중계가 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


Q. 말씀하신 대로 카트라이더 리그는 짧은 순간에 많은 것을 담아야 하는데, 어떤 점을 중점으로 놓고 해설하나요?

과거에는 게이머 입장에서 디테일한 것을 많이 잡으려고 노력했어요. 지금은 시청자 입장에서 무엇을 들었을 때 가장 흥미를 느낄까 생각하고 중계하고 있습니다. 레이싱 게임이 어려운 장르라서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중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디테일보다는 흥미를 중점으로 놓고 중계합니다.


Q. 중계할 때, 항상 높은 텐션을 유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직 프로게이머 시절의 피가 남아있어서 매드무비 급의 장면이 나오면 저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때가 많아요. 제가 흥분하면 보는 관중들도 같이 흥분하시더라고요.


Q. 아무래도 해설이 천직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e스포츠 해설이라는 직업에 만족하세요?

직업에 대해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행복 지수가 100%에 가까워요. 20대 때는 TV에 나오는 것을 좋아했고, 방송이 재밌어서 그냥 해설했던 것 같아요. 요즘에는 방송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최대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프로게이머보다 게임을 잘 할 수는 없지만, 경기를 보는 시선만큼은 프로게이머 수준으로 높이자는 생각을 하며 중계해요.


Q. 다양한 게임을 중계하셨는데, 비인기 종목의 중계를 맡으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비인기 종목의 중계를 많이 했는데, 대회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대회에 대한 팬들의 간절함이 굉장하더라고요. 그래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책임감은 가지고 중계합니다. 그리고, 경기장에 직접 찾아오시는 분들은 워낙 열정적이라서 저도 그분들과 함께 텐션을 올리며 더 즐겁게 중계하고 있어요.



Q. 김대겸 해설이 초석을 다졌다면, 지금은 문호준, 유영혁 선수가 카트라이더 리그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두 선수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정준 해설이 "우리는 카트라이더 리그의 화석 같은 존재다"라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자신을 '임요환'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쌈장'이었어요(웃음). 저는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문호준, 유영혁 라이벌 체제가 만들어 지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기도 했고요.

문호준 선수는 천재형이에요. 연습을 쉰 시기도 있었지만, 다시 적응하고 올라오는 것을 보면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유영혁 선수는 노력 형이죠. 처음에는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한 번도 쉬지 않고 연습해서 결국 대기만성을 이뤘어요. 팀전에서는 유영혁 선수가 문호준 선수보다 조금 더 고평가받고 있어요.

사실 문호준, 유영혁 체제로 오래 가면 재미 없을 수도 있는데, 최근에는 이재혁, 김승태 등 걸출한 신인들이 많이 나와서 기존 강자들을 계속 위협하고 있어요. 그래서 시청자 입장에서 보는 재미가 계속 커질 것 같습니다.


Q. '카트 황제' 문호준 선수와 관련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21살 때, 문호준 선수는 9살이었어요. 그 친구와 제가 띠동갑이라서 정확히 나이를 알고 있습니다. 경기장에 자주 놀러 오던 토실토실하고 귀여운 아이였어요. 저에게 "안녕하세요. 초등학생 문호준이라고 하는데 뽀뽀 한 번만 해주세요"라고 말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나요(웃음). 선수가 되고 싶어서 배우러 왔다고 하더라고요.

얼마 후 온라인에서 초등학생인데 엄청난 녀석이 등장했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문호준 선수가 혜성같이 등장해서 대회를 휩쓸더라고요. 문호준 선수는 아직도 성장 중인 선수라고 생각해요.



Q. 카트라이더 리그가 듀얼 레이스 방식으로 개편되고 세 시즌이 지났는데, 현재 방식이 마음에 드나요?

팬들이 개인전과 팀전 모두 원해서 온라인 테스트를 거쳐 듀얼 레이스 방식으로 대회를 열었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개인전과 팀전 분리하는 것이 좋다고 봐요. 같은 날에 동시에 열리면 시청자들이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장점도 있어요. 팀전에서 부진한 선수들이 개인전에서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Q. 카트라이더 리그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평소 카트라이더 리그 개선점에 대해 의견을 자주 내는 편인데, 넥슨과 스포TV 제작진이 의견을 잘 듣고 반영하고 있어서 지금도 충분히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프로 마인드를 가지고 조금 더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펜타 휠스 박인재 감독과 제가 선수들과 자주 만나서 카트라이더 리그 발전을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이번 시즌에는 선수들이 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리액션과 세레머니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선수가 적극적으로 기쁨을 표현해야 보는 사람도 더 크게 기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에요. 다음 시즌에는 볼거리가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Q. 김대겸 해설이 생각하는 카트라이더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한국에서 레이싱 게임이 성공하려면 '캐쥬얼함'이 필요합니다. 어려울수록 잘 되는 게임이 있지만, 레이싱 게임은 쉬울수록 잘 되는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카트라이더는 어렵지 않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아이템 전은 친구들끼리 정말 편하게 즐길 수 있고, 스피드 전은 드래프트 시스템 도입으로 진입 장벽이 많이 낮아져서 쉽게 즐길 수 있어요.

레이싱 매니아에게는 외면받을 수도 있지만, 대중적으로 봤을 때, 레이싱 게임은 조작법이 쉬워야 합니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게임이 카트라이더에요. 카트라이더가 14년 동안 사랑받는 장수 게임이 됐는데, 정말 대중적이고 직관적인 게임이에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가요에서 역주행이 있듯, e스포츠에서 카트라이더 리그가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잘 안됐던 시기도 있었는데, 지금은 현장과 온라인에서 반응이 뜨거워요. 입소문이 퍼져서 많은 분이 보고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현장에서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수들과 해설자 모두 더 노력해서 더 많은 볼거리를 가지고 팬들에게 다가갈 생각입니다. 국산 게임 최장수 리그 타이틀을 계속 지킬 수 있도록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