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승 2패, 승점 +2, 종합 5위. 콩두 몬스터의 LCK 스프링 스플릿 2주 차 성적이다. 심지어 두 번째 승리는 KSV를 2:0으로 완파하며 만들어낸 승리였다. 팬들의 기대가 모였고, 올해는 정말 일을 내는 듯했다. 하지만 콩두 몬스터의 현재 성적은 2승 6패, 승점 -6, 종합 9위. 심지어 4경기 내내 단 한 세트도 승리하지 못한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



스플릿 초반 혼돈의 LCK를 만든 주범
작년과 달랐다! 적어도 KSV전까지는.


분명 시작은 좋았다. 2018 LCK 스프링 승강전을 뚫고 올라온 콩두 몬스터는 개막전에서 MVP를 완전히 때려눕혔다. 새로 호흡을 맞추게 된 '레이즈' 오지환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였고, '엣지' 이호성을 포함한 다른 선수들의 폼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이어진 bbq 올리버스전과 락스 타이거즈전은 1:2 패배로 끝났지만, 기량을 충분히 뽐내며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


KSV전에서는 그 진가가 제대로 발휘됐다. 1세트에서 완벽한 설계로 선취점을 만들더니, 기어코 KSV의 단단함을 뚫어내며 말 그대로 박살을 내버렸다. 심지어 2세트에서는 초반 열세를 딛고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KSV의 발목을 잡았고, 혼돈의 LCK를 만든 주범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진에어 그린윙스전에서는 '레이즈' 오지환의 주력 챔피언인 자르반-자크가 밴되며 허우적대다가 패배했고, 진짜 잘 때리는 킹존 드래곤X에게는 각 30분 만에 두 세트가 끝났다. 아프리카 프릭스의 플레이메이킹에는 속수무책이었고, kt 롤스터에게는 또다시 얻어맞았다. 중간중간 분위기 전환을 위해 '유준' 나유준이 투입돼도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무엇이 콩두를 패배로 이끄는가
정글러에게 맡겨진 플레이메이킹과 미숙한 중반 운영


경기가 누적될수록 초반 설계와 과감한 공격력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콩두 몬스터의 단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초중반 플레이메이킹에 관한 것이다. 스플릿 초반 승리의 공식이었던 '레이즈' 오지환을 앞세운 빠른 템포는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왔다.

현재 콩두 몬스터는 정글을 제외하면 다른 라인에서 이렇다 할 플레이메이킹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세 라인 모두 대체적으로 준수한 라인전을 펼치지만, '칸' 김동하나 '투신' 박종익처럼 확실한 플레이메이커가 없다. 이에 자연스럽게 정글로 플레이메이킹의 바통이 넘어가고, '레이즈' 오지환과 '유준' 나유준은 큰 짐을 짊어지고 경기에 임한다.


이에 콩두 몬스터를 상대하는 적들은 하나의 공식이 생긴다. 초반 정글러의 플레이메이킹만 저지하면 무난하게 운영 단계로 넘어갈 수 있고, 만약 정글러를 말리게 하는 순간에는 승리가 거의 확정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콩두 몬스터의 8세트 패배 중 무려 4세트에서 정글러 퍼블이 나왔는데, 모두 초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글러의 무리한 판단이나 적들의 정글 침투로 인한 결과였다.

여기에 정글 챔피언 폭도 제한적이다. '레이즈' 오지환은 출전한 15세트 중 무려 9세트에서 자르반 4세를 사용했다. 심지어 남은 6세트 중 밴으로 인해 픽하지 못한 경우가 5세트다. 반면 정글러로 자주 쓰이는 세주아니, 카밀, 잭스 등은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아무리 자르반 4세와 초반 플레이메이킹에 자신 있다 해도, 밴픽 과정에서 정글 챔피언의 변수가 없었던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한편, 초반 플레이메이킹에 실패한 콩두 몬스터는 미숙한 운영과 판단이라는 두 번째 약점이 드러난다. 최근 대부분의 경기가 무난한 성장 이후의 오브젝트 운영 및 한타로 흘러가고 있는데, 이 단계에서 콩두 몬스터는 유난히 고전을 면치 못한다. 우물쭈물하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지만, 확실한 이득을 취하는 모습도 그만큼 적다. 오히려, 이득을 위해 무리하다가 큰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잦다.


정글러가 말린 경우라면 더욱 심하다. 상대가 정글 시야와 라인 주도권을 잡고 흔들어대면 여기저기 터져나가기 바쁘다. 줄 건 주고 챙길 건 챙기면서 침착하고 단단한 운영을 이어가야 하는 마당에, 그냥 주는 것까지 모자라 덤까지 얹어주는 기분이다. 킹존 드래곤X와 kt 롤스터와의 모든 세트가 30분대에 끝난 이유에는 콩두 몬스터의 물렁함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갈 길이 먼 콩두 몬스터
중반으로 접어든 스플릿... 중위권 도약 가능할까


지난 1월 16일 개막한 LCK 스프링 스플릿도 어느덧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콩두 몬스터에게 다행인 것은 지금까지 치른 경기보다 앞으로 치를 경기가 많다는 점이다. 2016 LCK 섬머 승강전부터 연달아 4번의 승강전을 치른 콩두 몬스터이기에, 강등권 탈출만큼은 그 무엇보다 간절할 것이다.

콩두 몬스터는 20일 SKT T1과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역대 최악의 부진을 맛봤던 SKT T1은 최근 신예 '블라썸' 박범찬의 과감함을 앞세워 2연승을 달성하고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과연, 콩두 몬스터는 SKT T1을 상대로 어떤 경기를 보여줄까. 용의 머리와 같았던 시작이 뱀의 꼬리로 끝나지 않도록,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의 콩두 몬스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