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롤챔스 2018 시즌 초반부터 산전수전 다 겪은 팀이 있다. 가장 극적으로 승리를 거두는가 하면, 가장 허무하게 패배하기도 한 팀이 바로 진에어 그린윙스다. SKT T1을 상대로 94분 동안 버텨서 역전승을 거두는 경기는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뚜렷한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반대로, 한순간에 생각하지 못한 변수에 무너진 경험도 있다. 작은 차이가 승부를 가르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를 보여준 팀이 진에어 그린윙스다.

스프링 1라운드 초반에 확실한 저력을 보여줬다. 2년 연속 롤드컵 결승을 장식한 KSV와 SKT를 상대로 쉽게 밀리지 않는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이번 롤챔스의 중위권이 강하다는 말이 나오게 만든 팀 중 하나다.

하지만 그 기세는 오래가진 못했다. 팀에 대한 좋은 평가가 1승으로 이어지는 게 쉽지 않았다. 이겼다고 생각할 법한 경기에서 가장 허무하게 패배를 경험하고 말았다. bbq 올리버스전에서 전투를 대승하고도 봉인 풀린 주문서를 활용한 조이의 백도어에 무너지고, 킹존 드래곤X전에서는 마지막 한 방 공격이 간발의 차이로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경기의 연속이었다.

이제는 이런 아쉬움을 승리로 바꿔야 한다. 3승 5패 7위라는 아쉬운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진에어의 현 상황은 어떨까.


기본기,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
개인 기량만으로 장담할 수 없는 승리



올해 진에어 그린윙스는 이전과 달랐다. 팀원 개개인 기량에 딱히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이전까지 특정 라인의 부진이 눈에 띄었다면, 2018년에는 팀원 개개인의 기본기 부분을 확실히 보완했다. 신예인 '그레이스' 이찬주가 2017 KeSPA컵부터 합류하고 롤챔스에 처음 데뷔했지만, 때로는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할 정도로 팀에 잘 녹아들었다.

가장 눈에 띄는 팀원은 역시 탑 '소환' 김준영과 원거리 딜러 '테디' 박진성이었다. 두 선수 모두 개인 기량은 어떤 팀을 만나도 쉽게 밀리지 않았다. 확실한 주전으로 거듭난 '소환'은 라인전 단계와 스플릿 푸쉬-한타 단계를 따로 봤을 때 준수한 활약을 선보였다. 때로는 솔로킬로 팀에 기세를 가져올 정도로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탑 라이너가 됐다. '테디'는 팀의 집중 케어를 받을만 했다. '후반까지 버티고 원거리 딜러만 살려내면 이긴다'는 자신감의 근원일 정도로 교전 때마다 폭발적인 딜을 넣었다.

다른 팀원들 역시 제 역할을 해내면서 기본기적인 측면에서 진에어가 크게 밀린다는 평가는 없었다. 최강의 공격수로 평가받는 킹존 드래곤X를 상대로 30여분 동안 1킬도 내주지 않는 단단함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단단한 개인기만으로 승리로 이어지긴 쉽지 않았다. kt 롤스터 전에서 깔끔한 탑 다이브 설계로 '스멥' 송경호의 마오카이를 3번이나 끊으며 스노우볼을 굴릴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스플릿 푸쉬와 한타를 조율하는 단계에서 미숙한 면이 드러났다. 반대로 상대에게는 봇 라인에서 취한 작은 이득을 키워나가 역전할 기회를 줬다. 초반 설계보다 중-후반 운영이 아쉬운 경기였다. 상대가 만들어내는 변수에 유연하게 대처하지도, 그렇다고 자신들이 원하는 구도를 만들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승리할 법한 경기를 놓치면서 진에어의 아쉬운 패배가 쌓여만 갔다.


진에어 장기전의 끝은?
버티기만이 능사가 아닌 시대


▲ 뛰어난 '테디' 중심의 후반, 이제 장담 못한다?



그런 진에어가 지금까지 승리하는 공식은 버티는 것이었다. 그동안 상대가 헛점을 드러낼 때를 노려 잘 파고들었다. 집중력 만큼은 확실히 대단했다. 진에어가 '테디'의 능력을 잘 활용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대 팀들 역시 버티는 공식을 깨는 다양한 해법을 들고 나온다. 위 영상의 경기 역시 '테디'의 활약했음에도 결국 락스 타이거즈의 승리로 마무리 됐다. 게다가, 바론-장로 드래곤 버프의 스택이 쌓이는 PBE 변경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주도적으로 경기를 이끌어가면서 확실히 끝낼 줄 알아야 승리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진에어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팀이다. 작년부터 주전으로 활동한 '테디-엄티-소환'이 주축으로 팀을 이어온 만큼 발전할 여지가 더 남아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스프링 1라운드의 다양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이를 어떻게 변수없는 승리로 완성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2라운드에는 달라진 운영을 선보이는 진에어 그린윙스를 볼 수 있을까. 94분을 버틴 정신력을 바탕으로 또 다른 힘을 발휘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