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작년 롤드컵 우승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KSV. 가장 먼저 연승을 기록하면서 단독 1위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개막전부터 킹존 드래곤X를 상대로 2:0 압승을 거뒀기에 앞으로의 행보에 더욱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 수 위의 운영과 한타 능력으로 오랫동안 단독 1위 자리를 지켜내면서 롤드컵 우승자다운 면모를 보이는 듯 했다.

그런 KSV가 1라운드 후반부의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루' 강민승이 등장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는가 싶더니 더 큰 위기가 찾아왔다. 콩두 몬스터전을 시작으로 락스 타이거즈-SKT T1에게 일격을 맞은 것이다. 중하위권이었던 락스 타이거즈와 SKT T1에게 패배하면서 더욱 KSV의 분위기가 묘해진 상황이다.

아프리카 프릭스에게 상위권 자리를 내주고 자신을 꺾은 락스와 SKT에게도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KSV. 5승 3패 4위라는 중위권과 상위권 사이의 갈림길에 서 있는 시점에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빈 틈이 벌어진 KSV
극단적인 공격 패턴에 무너지다




1라운드 초반부의 KSV는 무결점에 가까웠다. 상대의 초반 공격을 깔끔하게 받아치고 운영적으로 유리한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위기 상황이 찾아오더라도 한타에서 '앰비션' 강찬용의 자크나 '하루' 강민승의 렝가와 같은 특정 선수가 활약하면서 승리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KSV의 빈 틈이 확실히 드러났다. 화끈하게 공격을 이어가는 팀들에게 연이어 무너지고 만 것이다. 콩두 몬스터전에서 후퇴하다가 다시 진입하는 공격에 당황했다. 기세 좋게 먼저 열었던 한타에서도 아쉬운 포커싱이나 판단이 나왔다. 락스 타이거즈전도 마찬가지였다. '키' 김한기의 탐 켄치가 아군을 살려버리자 교전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반대로, 락스 타이거즈는 그 틈을 노려 더욱 저돌적이게 공격하자 KSV가 당해내지 못했다.

특히, SKT T1 전에서 그런 약점이 노출됐다는 게 명확해졌다. SKT가 1세트부터 갈리오-자르반 4세를 활용한 봇 다이브를 시도했고, KSV는 맥없이 당하고 말았다. 많은 인원을 과감히 투입한 전략에 손해만 보고만 것이다. 이전의 KSV라면 봇 포탑을 내주더라도 다른 라인에서 이득을 취하는 플레이로 손해만 보진 않았다. 하지만 상대의 다이브 설계에 속절없이 당해주면서 빈틈이 크게 벌어졌다. 순식간에 큰 격차가 벌어지자 운영적으로 손 쓸 방법마저 잃고 말았다.

한타 구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뛰어난 생존력을 자랑하던 두 딜러진이 상대의 공격에 아무런 활약을 하지 못하고 후퇴하는 장면이 나왔다. '뱅' 배준식의 이즈리얼이 과감하게 앞비전과 함께 파고들자 저항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끝까지 살아남아 전장에서 딜을 했던 KSV의 예전 딜러 진의 모습이 아니었다.

위기마다 '큐베'가 활약하는 장면이 나오긴 했다. 하지만 탱커 중심의 픽을 선택해온 '큐베'가 라인에서 솔로킬을 낸다고 크게 달라질 상황은 아니었다. 순간이동 합류 역시 이미 아군이 끊기는 상황에서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상대의 맹공에 대처하지 못하면서 KSV가 흐름을 잃고 만 것이다.


최고의 장점은 피드백?
좌절 후 한층 강해졌던 KSV




KSV는 삼성 갤럭시 시절에도 수차례 위기를 겪었다. '하루-크라운'이 MVP를 휩쓸며 봄을 지배했지만, 막판 포스트 시즌 기간 전후로 패배하면서 최고의 자리를 지켜내지 못했다. 섬머 스플릿 역시 킹존 드래곤X(당시 롱주 게이밍)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포스트 시즌까지 SKT T1에게 0:3으로 완패. 롤드컵 역시 RNG에 두 판 모두 완패하면서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위기 상황을 겪고 나서 지금까지 놀라울 정도로 완벽해지는 팀이 KSV였다. 리프트 라이벌스에서 돌아온 뒤에 더욱 강해졌고, 포스트 시즌에서 롤드컵 선발전, 롤드컵 16강에서 8강으로 넘어가는 순간이 그랬다. 특정 기간만 주어지면 자신들의 단점과 메타 분석을 꼼꼼히 해오는 팀이 KSV다.

이번에도 KT와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다시 정비할 기간이 있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기간 동안 변화할 수 있을까. KSV는 2년 연속으로 KT와 마지막 롤드컵 자리를 두고 대결했다. 그때마다 엄청난 차이가 났던 상대 전적을 극복하면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그림을 완성한 바 있다. 비록, 롤드컵 선발전은 아니지만, 그때의 기세를 정규 리그에서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 역시 관심사다. KT 역시 앞서 KSV를 꺾은 팀들 못지않은 공격적인 팀이다. KSV가 이전 1라운드 경기에서 아쉬웠던 점을 얼마나 극복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