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존 드래곤X가 올해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섬머에 이어 올해 역시 정규 스플릿 단독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킨 것이다. 경기 내용마저 상대를 압도하고 있기에 개막전 1패를 제외하고 무실 세트 전승을 달리고 있을 정도다. 위기가 있나 싶을 정도로 일방적인 경기 양상을 이어갔다.

킹존의 스타일은 작년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다만, 보다 공격이 정교해졌고, 한 층 더 단단해졌기에 상대하는 입장에서 대처법을 못 찾고 있는 상황이다. 라인 주도권을 바탕으로 더욱 거세게 몰아붙이는 킹존만의 승리 공식을 완성한 듯하다.


라인 주도권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
빈 틈 없는 킹존의 폭격



라인 주도권을 잡고, 라인을 민다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은 플레이다. 갱킹과 로밍 위험에 그만큼 노출될 수 있으니까. 많은 팀들이 정글러의 위치를 고려해 모든 라인을 밀어내는 플레이를 하진 않는다.

하지만 킹존 드래곤X의 경우 다르다. 라인을 밀고 있음에도 위험 요소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작년보다 더욱 견고해진 운영과 합류로 다른 팀들이 찾아낸 빈틈마저 채워버린 것이다. 아직까지 타 팀과 차원이 다른 상체 운영을 선보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처법을 찾기도, 그렇다고 킹존만의 스타일 따라 하기 조차 힘든 그들만의 스타일이다.

올해도 라인 주도권의 상징적인 픽인 제이스에서 킹존의 위력을 알 수 있다. 아프리카 프릭스 전에서 탑 라이너 '기인' 김기인을 일방적으로 몰아넣고 딜 교환에 성공했다. 상대 정글러가 핵심인 팀을 상대로는 먼저 내려와 상대 정글에 제어와드를 설치하고 칼날부리 사냥까지 했다. 정글의 역할과 동시에 상대 정글의 성장마저 막은 것이다. 이제 단순한 시야 장악 단계를 넘어서 주도권을 잡고 할 수 있는 플레이가 늘어만 가고 있었다.




이러한 탑의 주도권은 미드-정글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미리 시야 장악을 마친 킹존의 지역에서 정글러가 더욱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다. 탑-정글 싸움 역시 마찬가지로 주도적으로 움직이면서 상대 정글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피넛' 한왕호의 공격성이 확실히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여기에 '비디디' 곽보성의 로밍형 챔피언이 더 해지면서 킹존의 흐름은 더욱 짙어졌다. 상체 라인을 빠르게 밀고 탑 다이브를 설계하면 상대 팀들이 대부분 속절없이 당하고 말았다. 상대 라인의 미니언 웨이브가 그대로 타들어 갔다.

상대가 어설프게 다시 라인에 복귀하려는 순간마저 놓치지 않는다. 칼 같이 재차 다이브를 해내 승기를 굳힌다. 이전보다 정교해진 판단 하에 다시 한번 공격을 퍼부어 확실히 스노우볼을 굴릴 줄 알았다. 아쉬운 성적을 거두고 있는 탈리야가 '비디디'만 만나면 다른 챔피언이 된 것 같았다.



킹존이 더욱 무서운 점은 탑 중심이 아닌 경기에서도 승승장구한다는 것이다. 탑에서는 '칸'이 운영의 갱플랭크, 후반 한타의 블라디미르, 리븐 등을 잡고도 상대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동안 미드-정글 싸움에서 압승을 거두는 장면이 나온다. 봇 라인에서 잠시 주도권을 잃는 듯해 보여도 어느 순간 로밍으로 합류한 '고릴라' 강범현이 이득을 챙기면서 그마저도 상쇄하는 듯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MVP 전에서는 로밍형 서포터 쉔보다 '고릴라'의 브라움이 먼저 도착해 교전을 주도하는 장면까지 나와버렸다. 잘 풀린 미드-정글이 다른 라인에 힘을 실어주면서 킹존의 공식은 점점 완벽해져만 갔다.

킹존은 모든 라인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팀이 됐다. 단순히 라인만 미는 것을 넘어 그 빈틈을 서로 잘 채워줬기에 더욱 위력적인 플레이가 나온 것이다. 단 한 선수의 기량으로만 측정할 수 없는 팀 플레이기에 상대하는 입장에서 그 해법을 찾기가 더욱 힘들어 보인다.


킹존의 기세는 어디까지?
롤챔스 연속 우승의 타이틀 거머쥘까



작년 섬머 역시 킹존을 막을 팀은 없어보였다. 이번 1라운드와 비슷한 기세로 우승까지 내달렸던 만큼 다시 한번 해낼 수 있을까. 현 2-3위인 KT-아프리카 프릭스마저 킹존에게 1라운드에서 0:2로 무너졌기에 독보적인 1위의 기량은 가늠할 수 없었다. 1라운드의 기세라면 흔들림없이 2라운드에서, 그 이후 경기까지 자신들의 무대로 만들 것처럼 보인다.

킹존 역시 방심하진 않을 것이다. 작년에도 최고의 기세를 달리다가 롤드컵 8강에서 KSV에게 0:3으로 패배하면서 미끄러져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욱 치밀하게 전진할 것이다. SKT T1과 아프리카 프릭스 역시 후반부에 매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시점이다.

방심하지 않는 킹존은 어디까지 향할 수 있을까. 지금의 기세로는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