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까지만 해도 위메이드는 국내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었다. 모바일 시장에 선제로 대응하여 '윈드러너'로 업계를 호령했다. 미르의 전설 IP(이하 전기IP, ChuanQi IP)로 전부는 아니지만, 로열티도 꼬박꼬박 받았고, 카카오 상장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둬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쥐었다. 그러나 꼭 성공해야 했던 게임이 줄줄이 패퇴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고, 갖가지 풍파에 시달려야만 했다. 김남철, 남궁훈, 조계현, 김창근으로 대표되는 맨파워는 잊힌 지 오래됐다. 그랬던 위메이드가 연속흑자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반등에 성공한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의 절박함은 올해도 이어진다.



2018년 위메이드... 게임 개발과 IP 사업

▲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컨퍼런스 콜을 진행하는 회의장에는 다른 기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액자가 걸려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시진핑(习近平)주석을 비롯해 후진타오(胡锦涛), 왕치산(王岐山) 등 중국중앙정부 권력자들의 친필 사인이 걸려있는 액자다. 옆에는 위메이드 로고가 붙어있는 라리가 소속 에스파뇰의 유니폼, 그리고 그 옆에는 리루이환(李瑞環) 상무의원의 서예(實事求是)가 걸려있다.

"저게 다 뭔가?"

"저 유니폼은 에스파뇰과 바르셀로나가 펼치는 카탈란 더비 때 실제로 입었던 유니폼이다. 수아레즈가 두 골을 넣었던 경기다. 모바일 게임 '열염용성(烈焰龙城)'과 '위메이드(wemade)'의 로고가 박혀있는데, 아마 한문은 못 읽었을 테고 "위메이드가 뭐야?"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웃음).

옆에있는 사인들은 우리 파트너들이 자신이 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친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전국인민대표대회 권력자들의 사인이들어간 엽서를 선물로 준 것이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이 앉아서 저걸 사인하고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웃음) 옆에는 상무의원 리루이환이 직접 쓴 서예 작품이다. 공산주의국가라 중앙 정부권력과 친하여 힘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중국파트너들이 선물해줬다."


위메이드는 작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60억 원을 기록했다. 2016년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망가진 지표를 회복하는 모양새다. 최근 적자 폭이 커지는 중견기업이 늘어남을 고려했을 때 유의미한 성과라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작년부터 회복하고 있는 것 같다. 작년 매출의 대부분은 라이센스 매출이다. 오래된 게임이다. 그러므로 갑자기 꺾이는 게임들은 아니라고 본다. 이러한 게임이 안정적으로 라이센스 매출을 올리는 기반에 성공하는 신작을 얹혀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작년에는 회복하는 모습이었다면 올해는 나아지고, 내년에는 더 나아지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구조조정 등 사업 전략 변경이 성공했다고 보나?"

"옳은 선택이라고 본다. 당시 위메이드가 가지고 있는 체력에 비해 조직 규모가 너무 컸다. 재무 체력에 비해서도, 매니지먼트 역량에 비해서도 조직이 너무 컸다. 그래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잘한 다음에 더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게 전략이었다. 매니지먼트를 하나하나 줄였다. 그 결과 작년에 반등할 수 있었다. 조금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아픈 선택이기는 했지만, 생존을 위해서 꼭 해야만 했던 선택이었다."

▲ 시진핑, 후진타오, 리루이환 등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인물들이다.

반등에 성공한 위메이드는 전기IP 제휴 게임과 웹툰 등 다양한 사업 결과물을 차례대로 공개해 사업 성과를 점차 누적시킬 계획이다. 또한, 신작 모바일 게임 '이카루스M', '피싱스트라이크', '미르의 전설4(가제)'의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자회사 조이맥스를 통해 '윈드러너3', '윈드소울 아레나'를 준비 중이다.

"올해 위메이드의 큰 그림이 궁금하다. 어떻게 그리고 있나?"

"두 축으로 진행한다. 한 축은 미르의 전설 IP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개발사로서 신작을 개발해 선보이는 것이다. 미르 IP 사업은 계약 맺은 게임의 매출과 새로운 게임 오픈, 그리고 비수권 게임 양성화가 기본 전개 방향이다. 재작년 못 받은 로열티를 받기 위한 소송은 조만간 결론이 날 것 같다. 이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 못 받은 로열티를 받고, 라이센스 계약 체결하지 않는 게임들을 새롭게 체결하면 2,000억 원 정도의 퀀텀점프가 이뤄질 것 같다. 킹넷에서 받지 못한 6~700억 원 등을 비롯해 라이센스 건을 정리하면 2,000억 원 정도 규모의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언제가 될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매년 안정적으로 2,000억 원의 로열티 매출이 발생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IP 사업은 예전 성공으로 얻는 매출이라면 새로운 IP를 창출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몇 년간 집중한 프로젝트 3종이 시장에 나온다. '피싱스트라이크', '이카루스M', '미르의 전설 4'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별히 이들 중 더 기대하고 있는 타이틀이 있는지 궁금하다."

"일단 한국 시장만 놓고 본다면 MMORPG가 대세라 '이카루스M'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이 매우 역동적이기는 하지만...

잠재력으로 보면 '미르의 전설 4'다. 중국에서 1등 IP를 사용하는 게임이므로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끈다면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잠재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말쯤 나올 예정이니까 성과는 내년에 볼 수 있을 것이다.

'피싱스트라이크'는 낚시 시장을 공략한다. 낚시는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수요가 있었다. 원빌드로 공략한다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3종의 게임 모두 다른 측면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카루스M이 생각보다 늦게 나오게 됐다. 애초 작년 출시할 계획 아니었나?"

"게임 개발이라는 게 공장처럼 정형화된 프로세스가 아니다 보니 예측이 힘든 점이 있다. 개발 초기 예측은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라고 말한다. 계획을 세울 때는 적극 세우다 보니 이 기준으로는 지연된 것이 맞다. 그러나 우리 생각에는 크게 지연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마무리 작업 중이다.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날짜를 잡지 않았다.

이카루스M과 같은 MMORPG는 지금 시장에서 잘하고 있는 게임이 많다. 기본적으로 이카루스M은 이 문법을 잘 따르고 그 가운데서 차별화하는 포지션이다. '리니지2레볼루션'의 계보를 이으면서 이 안에서 차별성을 보여줄 생각이다."


[2016년 차이나조이에서 공개 된 당시 '미르 모바일'

"'미르의 전설4'는 투자 시장만큼이나 내부에서도 거는 기대가 클 것 같은데?"

"지금 중국 시장에 수백, 수천 개의 전기IP 게임이 있다. 그런데 이 게임들의 기본은 2001년 '미르의전설2'에 머물러 있다. 지금 우리가 만드는 '미르의 전설 4'는 아주 다른 게임이다. '미르의 전설' 아버지가 직접 만드는 것이라 기대감이 높다. 중국 내에서 반향을 일으키는 건 굉장히 쉬울 것 같다.

개발 과정에 굉장히 공을 들이고 있다. 시나리오의 몰입감을 어드벤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연결성 있는 퀘스트를 선보인다. 퀘스트가 "뭐를 몇 개 모아 다 주세요"가 아니라, 시나리오와 연결된 느낌을 준다. 사실적인 액션을 위해 모션캡쳐를 했고 컷신도 배우를 기용해 퀄리티를 올렸다. 잘 준비하고 있다.

중국 '미르의 전설2'의 핵심은 PK와 공성전이다. '미르의 전설2' 공성전만 뽑아 만든 '사바커전기(沙巴克传奇)'도 인기를 끌었다. '미르의 전설 4'에서도 PK와 공성전이 핵심, 엔드 콘텐츠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2015년 열혈전기가 출시될 때 위메이드의 주가가 크게 뛰어올랐다. 이번에는 훨씬 큰 '미르의 전설4'인데 첫 대중 공개는 언제쯤으로 잡고 있나?"

"확실하게 정하지는 않았지만, 첫 대중 공개는 올해 차이나조이일 것 같다. 중국 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니까. 상반기 중으로 어떤 구조로 일할지 협의를 진행하여 퍼블리셔를 정할 계획이다."

"최근 '천애명월도'가 PC 무협 MMORPG로 순항하고 있는데, '미르의 전설4'를 PC로 출시할 생각은 안 해봤나? PC 시장은 모바일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약할 것 같은데"

"질문 자체가 모바일이냐, PC냐라면 잘못된 답을 이끌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기조는 명확하다. 좋은 개발팀, 좋은 PD로 확장하는 것이다. 만약 좋은 팀이나 좋은 PD가 "우리는 PC로 게임을 만들고 싶어!"라고 주장하고 회사가 공감한다면 PC로 시작한다.

그러나 탑다운 형식으로 "PC 게임을 만들어"라고 할 생각은 없다. 만약 팀이 어떤 시장에 대해 명확한 생각이 없다면 모바일 게임으로 개발하는 게 맞다. 기회를 줘도 좋은 팀이라면 그들의 의견이 반영된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 같다."


"지난 몇 년간 손실액이 발생한 자회사 조이맥스가 올해는 반등을 이룰 것으로 보나?"

"조이맥스 이길형 대표를 믿고 맡기고 있다. 올해 여러 게임이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이길형 대표는 대한민국 모바일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람이다. 올해가 됐든 언제가 됐든 반등할 것으로 믿는다. 조이맥스의 체력도 충분하고... 믿고 맡기고 있다."



"위메이드의 본업은 개발, IP 사업은 JV 설립"


위메이드 모바일 게임은 조이맥스의 '윈드러너' 이후로 맥을 못 추고 있다. 오히려 성공해야 할 게임들이 줄줄이 시장에서 나가떨어졌다. 오죽하면 작년 '이카루스M'의 크런치가 논란이 되었을 때 '절박해서'라는 표현까지 썼겠는가. 그런 과정에서 위메이드는 퍼블리싱에서 손을 뗐다. 2018년 기대작인 '이카루스M'과 '피싱스트라이크'는 넷마블과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전기IP를 제외하고 지난해 출시해 시장에 영향력을 끼친 게임을 보면 개발사라고 하기에도 모호하고 퍼블리셔라고 하기도 모호해졌다.

"전기IP로 2,000억원 규모의 로열티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위메이드의 본업이 희석된 거 같다. 위메이드의 본업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위메이드의 본업은 개발이다. 그와 함께 IP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IP 사업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우리만큼 중국 사업 노하우를 쌓은 한국 회사는 없다는 점이다. 정말 험한 일을 겪으면서 체득한 경험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노하우가 될 것으로 본다.

"그럼 올해는 앞서 말한 게임 개발 및 출시, IP 사업 외에 신사업 전개 계획은 없는 건가? 조금 숨통이 트이지 않았나."

"신사업이라고 할만한 것은 없다. IP 사업은 조인트벤처 설립을 추진하여 중국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그 회사를 상장시킬 계획이다.

개발 쪽으로는 좋은 개발팀과 좋은 PD를 찾아서 그들이 만드는 게임을 최대한 지원해줄 것이다. 좋은 개발팀과 PD를 찾는 걸 계속하고 있다. 물론 M&A 계획도 있다. 우리 안으로 초대하기 어려운 사람은 투자할 것이고, 창업보다는 기업의 틀 안에서 하고 싶은 사람들은 영입하여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사람을 만나고 있다.

당분간은 IP 사업과 게임 개발을 확장하는 데 집중한다. 이 외에 다른 신사업은 고민하고 있지 않다. 이것만 해도 해야 할 일이 많다."




"게임을 다 만들고 계약하러 오는 중국 게임사... 개발력은 있다"


2016년 위메이드는 킹넷과 웹게임3종, 모바일게임 2종 총 5종의 IP 계약을 맺었다. 500억 원 규모였다. 그런데 킹넷계열사 절강환유는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위메이드는 2017년 2월 절강환유의 계약사항 불이행에 따른 중재신청을 국제중재재판소(ICC)에 냈다. 소송 건에 대해 장현국 대표는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한 회사의 대표가 강력하게 말할 정도라면 어느 정도 확신이 섰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킹넷(절강환유) 소송 건 분위기는 어떤가?"

"분위기가 좋다. 우리랑 계약하고 라이센스를 가져갔는데 킹넷이 돈을 안 주고 있다. 왜냐고 물었더니 샨다가 주지 말라고 했단다.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들은 전기IP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람월전기', '왕자전기', '양산전기'가 IP를 안 썼다고는 볼 수 없다.

재판이든 중재든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오래 소요됐다. 킹넷 건은 하반기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법원에서 중재는 1년 반 정도가 걸린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오래 걸리기는 하는데 가처분 신청이 있어서 서비스를 중지시킬 수는 있다. 뭐, 본안이 오래 걸리는 건 마찬가지지만.

사실 중국은 가처분 신청이 용인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서 소를 제기해도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을 어떻게 할 수 없다. 최근 텐센트가 제기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관련 가처분 소송이 받아들여진 건 굉장히 신기한 사례다. 이 결정은 산터우라는 지방법원에서 받은 건데, 산터우는 텐센트 마화텅(馬化騰)대표의 고향이다. 아마 산터우 법원과 연결되어 있어서 이런 첫 번째 사례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중국은 법이 멀다. 대신 공산주의라서 행정권이 막강하다. 중국 공안은 우리와 달리 수사권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지방분권이 잘 되어 있어서 지방 공안이 다른 곳에서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우리도 샹라오시 등 지방정부랑 함께 일하고 있다. 반면 민사는 너무 멀다. 재판을 진행하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래서 중국인들이 일단 어기고 보는 것 같다.

사례가 많이 만들어지면 판단이 빨라진다. 지금 하는 일은 이런 걸 해 나가는 과정이다. 부가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에는 워낙 짝퉁게임이 많아서 양성화하고 소송하는 게 게 다 돈이라는 의미가 있다.

최근 중국에서 HTML5 게임을 많이 계약하러 온다. 신기하게도 게임을 다 만들고 테스트까지 끝낸 상태에서 테스트 결과가 좋으면 계약하자고 찾아온다. 결과가 안 좋으면 그냥 출시해 버리지만. 테스트 결과가 좋아서 냈다가 성공하면 걸릴 거 같고 그렇게 되어 법적으로 엮이면 타격받으니까 그제야 계약하러 오는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도 등록제를 시행하려고 하는데, 이게 되면 많은 부분이 양성화될 거고 위메이드와 엑토즈의 수익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 위메이드 2017년 매출 구성

"라이센스 없이 다 만들고, 테스트 결과까지 받아놓고 계약을 하러 온다고? 정말 놀랍다. 이런 시장에서 믿을 수 있는 중국 파트너를 찾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아마 이방면으로는 위메이드의 경험이 독보적일 것 같은데"

"텐센트나 넷이즈랑 하는 게 맞겠다 (웃음). 웹젠 쪽에 로열티를 내는 회사들도 제대로 안 주는 회사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 시장은 독점 라이센스 계약을 맺는다고 독점 권한이 인정되는 시장이 아니다. 텐센트 조차 짝퉁게임들 다 못 잡는다. 우리는 워낙 험난한 환경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노하우가 쌓이게 된 거 같다. 돈을 받는 방법 같은 거(웃음)? 다른 게임에 있어서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험한 환경이라 칭하는 시장에서 사업과 소송에 많은 경험치를 쌓은 것 같다. 그럼 게임 개발력 측면에서 중국은 어떤 나라인가? 이미 중국 개발력이 한국을 앞섰다는 평가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개발력은 인정해줘야 한다. 한국이 못 하는 개발력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한국에서는 넷마블게임즈 정도가 사업적 목표에 따라 개발팀을 끌고 갔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 한국 개발자의 역량이 떨어진다기보다는 관습과 정서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중국은 탑다운 방식으로 "이거 출시해!"라고 하면 정말로 움직인다. 처음에는 단순히 사회주의여서 그런지 알았다. 알고 보니 중국 개발자들이 가진 생각, "내가 명작을 만들 거야!"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돈 되면 한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작용했다.

이 정서는 한국이 따라갈 수 없다. 한국의 어느 회사도 중국처럼 하지 않는다. 개발팀을 설득하고 지원해 주는 게 한국 스타일이다. 미국, 일본도 그렇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모방해 만드는 건 절대 다른 나라가 흉내도 못 낼 수준에 올랐다.

그렇다고 퀄리티가 나쁘냐, 그것도 아니다. BM 설계만 봐도 앞서나가고 있다. 중국 개발자들은 남이 잘한 것을 가져다 놓고 시작한다. 원점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가져온 다음에 고친다. 그러니 속도도 빠르고, 이미 검증된 BM을 가지고 오니까 실수도 적다. 이런 방식이 쌓이다 보니 BM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공자, 맹자 시절부터 필사했던 문화적 배경이 있어서 그렇지 않나 싶다."


"킹넷 말고 액토즈, 샨다와의 소송도 있다. 이는 어떻게 보고 있나"

"액토즈와 관련한 소송은 조만간, 빠르면 상반기에 결정이 날 것 같다. 사실 액토즈와는 싸울 일이 없다. 저작권을 나눠서 가지고 있지 않나. 시비를 거는 건 대주주가 샨다니까 그런 것 같다. 액토즈와 진행하는 소송이 대강 정리되면 다음에는 남은 걸 한두 개씩 차례대로 정리해 나갈 예정이다.

불법 게임도 하나하나 진행해야 한다. 민사소송으로는 한꺼번에 없애는 건 안되니까 말이다. 다만, 공산주의 국가라 한 번에 정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시진핑 주석이 "짝퉁 없애!"라고 하면 없어지는 게 중국이다. 가상화폐를 일소할 때도 중국은 한 번에 됐다. 중국 중앙정부가 의지가 있으면 한 번에 없앨 수 있다.

최근 중-미 무역분쟁 중에 중국이 미국에게 "우리도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있다"라고 보여주기 위한 움직임을 보일 때 전기IP로 만들어진 게임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웃음). 시장에 만연한 짝퉁게임을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 그럼 한 번에 없어진다 (웃음).




"적극적인 주주환원, 업계 최고 수준의 인센티브 정책"


최근 위메이드는 작년에 이어 또다시 배당정책 때문에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100억 원가량의 배당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배당금의 절반가량이 박관호 의장의 주머니에 들어간다는 점이 부각됐다. 그런데 박관호 의장은 최대 주주로 주주환원 정책의 수혜를 입는 한 명의 주주일 뿐이다. 게다가 연결실적에서는 카카오 주식 매각으로 말미암은 현금은 빠져있다.

"올해 배당을 주당 600원으로 결정했다. 작년 영업이익이 60억 원이었는데, 지나친 환원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단순히 지난 한해만 보면 그런데 누적으로 보면 많은 이익을 거뒀다.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그래서 최소 배당금을 100억으로 정했다. 매년 배당금을 정했는데 자본 친화적인 회사, 이를테면 닌텐도나 미국의 여러 회사를 조사해보니 '배당 성향'이라고 해서 아예 배당 정책을 정해놓은 경우가 많음을 알게 됐다. 이런 경우가 시장 반응도 좋았다.

최근 몇 년간 벌어놓은 게 있으니 기본 100억 원은 배당하겠다는 이야기다. 주주들에게 좋은 반응이 있다. 이를 통해 주가를 높이고 나중에 우리가 M&A를 활용할 힘을 가질 수 있다. 이익이 많이 나면 날수록 배당이 커지는 구조다."


"지금이야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사실 구조조정 때만 해도 위메이드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체질을 변화하여 다시 일어서고 있다. 어떤 체질의 조직구조를 목표로 하고 있나. 또 이를 통해 만들고 싶은 조직문화가 궁금하다."

"조직 대부분은 개발 조직이다. IP 사업은 작은 조직 규모다. 직접 연관된 사람은 20명 내외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라이센스 사업이기 때문에 조직은 큰 이슈가 아니다.

게임 개발은 매력 있다. 내가 96년 넥슨에서 일을 시작할 때 인원은 10명 내외였다. 김정주 회장, 김병관 의원 등과 함께 너무 재미있게 일했다. 당시 월급은 40만 원 정도였다. 일 자체는 재미있었는데 24시간 일하고 받는 비용이 적어 "밥은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한다'라는 데서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꿈을 이룰 수 있는 매력... 또 이게 잘되면 인생 역전도 할 수 있지 않나. 코스닥에서 우뚝 선 펄어비스의 김대일 의장 같은 사례가 인생 역전이잖나. 참여한 개발팀이 역전을 꿈꿀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난 위메이드가 이런 매력이 중심이 되는 조직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직업적인 의미 없이 단순히 개발자로 출퇴근만 하는 사람보다는 의지를 갖추고 일하면 성과가 난 만큼 보상을 주는 회사가 되고 싶다. 위메이드를 지금 자회사 구조로 만든 이유다. 출시 후 잘 안되면 버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개발자 보상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거다.

위메이드의 인센티브 제도가 업계에서 제일 좋다고 자부한다. 더 주려고 분사한 거다. 코어 개발자들이 지분을 가지고 지분 파트너로서 함께 간다. 나중에 상장하는 경우 배당을 준다거나 하는 등 개발팀은 개발팀대로 추가로 더 받게 할 것이다. 그래서 개발팀이 20~3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조직이론, 전략 등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조직 구조는 언제나 숙제다. 어느 정도 구조가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조직 구조에 대해 고민했을 때 비자발적 분사는 배제했다. 비자발적으로 나가면 100% 실패한다고 본다. '라인', '스노우' 등 그렇지 않은 100% 자회사가 있기도 하지만, 동기 부여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분사를 시키는 이유가 절박함을 가지라는 의미인데 100% 자회사는 큰 회사의 단점과 작은 회사의 단점만을 가지고는 한다. 자발적 분사라도 100% 자회사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지분을 가지고 성공을 통해 역전할 수 있도록 적용했다.

지금 위메이드 조직 구조는 장점이 있다고 본다. 올해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게임의 성공은 또 다른 이야기니까. 구조적으로 꿈을 가진 사람이 성공했을 때 큰 보상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맞지 않나 싶다. 즉 게임업 자체가 주는 '꿈을 이루고 인생 역전을 할 수 있는' 이런 긍정적인 부분을 극대화하고 비전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위메이드가 생각하는 조직이다."


▲ 2017년 7월 기준, 계열사 및 투자 현황

"사실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구조조정 때문에 업계에 미운털이 박혀있다. 이처럼 경영자로서 삶에서 피곤하고 힘든 부분은 어떤 점인가?"

"힘든 걸 말하기 전 개인적으로 회사를 경영하겠다는 어렸을 적 꿈을 이룬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생계 때문에 많은 시간을 일하는 데 사용하잖나.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래서 만족도가 높다.

힘들 때는 성과가 좋지 않을 때다. 다 떠나서 경영진은 성과로 이야기해야 한다. 가장 비겁한 건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라고 생각한다. 누구든 그렇게 말하곤 한다. 나 역시 스스로 '이렇게 고생했는데!'라는 생각이들 때가 있다. 그러나 이 업은 냉정하게 아웃풋만으로 평가한다. 적나라하게 숫자로 평가받는, 매출, 이익, 주가 명확한 숫자로 평가받기에, 성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가 힘들다.

지난 몇 년간 좋지 않았고, 지금도 충분하지 않은데, 이것밖에 못 하고 있을 때가 정신적으로 제일 힘든 것 같다. 성과가 기대만큼 나지 않았을 때 내가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게... 뭐 스트레스는 많지만, 전반적으로 만족도는 굉장히 높다.


19일,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의 비과학적인 질병화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작년 12월, WHO가 공식적으로 게임 중독 및 게임 장애를 정신건강 질환으로 분류하겠다고 발표한 지 약 석 달 만이다. 위메이드 역시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원사이며 장현국 대표는 오랜 시간 게임계에 몸담고 있다. 이 거대한 풍파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최근에 WHO 중독 코드 이슈가 있다.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견해에서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얼마 전 게임산업협회 총회 갔을 때 연구가 아직 진행 중인데 성급하게 등록하려고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만약 질병 요소를 갖추고 있다면 사회적 대책을 마련하는 게 바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구 아직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성급하게 등록하려고 하는 데에 협회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연구가 충분해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원인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지 않나. 이익단체의 논리, 의사는 찬성, 협회는 반대라는 논리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토론하고 진행해야 한다."


8월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중국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차이나조이'가 진행됩니다. 양영석, 여현구, 김규만, 원유식, 이두현, 원동현 기자가 현지에서 인터뷰, 체험기, 포토 등 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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