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 '선발자 우위'라는 것이 있다. 시장에서 선두 주자가 갖는 이점을 뜻하는 말인데, 선발자 우위 효과는 불변의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그만큼 이미 선두가 정해진 시장에서 후발 주자가 이를 제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선발자가 만들어둔 진입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e스포츠 중계방송도 이 이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메인 e스포츠 종목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는 OGN과 스포티비 게임즈의 분할 중계로 진행되고 있다. OGN은 선발 주자였고, 스포티비 게임즈가 2016년부터 중계권을 나눠 받으며 경쟁에 나섰다.

사실 스포티비 게임즈가 처음 LCK 중계를 맡았을 당시를 돌이켜보면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수시로 발생하는 장비 이슈와 지연, 그리고 중계 퀄리티에 대한 문제는 이미 까다로울 대로 까다로워진 팬들의 입맛을 맛추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약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팬들의 시선은 확실히 이전과 달라졌다. 스포티비 게임즈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인해서 말이다.

스포티비 게임즈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바로 선두 주자가 시원하게 긁어주지 못한 팬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부분이다. 대표적으로 '실시간 데이터 시스템'을 들 수 있다. 흔한 관전창에서 볼 수 있는 수치 이외에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며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 흥미까지도 끌어냈다. 또한, 경기 연출에서도 '조나스트롱' 이진세를 필두로 월등한 옵저빙 능력을 선보이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 출처 : 김하늘 PD의 SNS

뿐만 아니라, 새롭게 생겨나는 니즈에 대한 대처도 빨랐다. 스포티비 게임즈의 책임 프로듀서, 김하늘 PD가 LoL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엄청난 속도로 피드백을 남긴 것은 유명한 일화다. 김하늘 PD는 억제기 재생성 시간을 화면에 제공해 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온 지 단 5분 만에 개인 SNS로 화답했고, 실제로 바로 다음 경기에 해당 데이터를 적용했다.

스포티비 게임즈의 차별화를 위한 노력은 승자 인터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금까지 LCK 승자 인터뷰는 승리 팀의 MVP 선수를 상대로만 진행되어 왔다. 질문도 경기 내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스포티비 게임즈는 그 틀을 깼다. 필요하다면 인터뷰 중에 다른 선수를 데려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거나, 선수에 대한 애정이 담긴 선물을 주는 등 자유롭게 진행됐다. 노련한 성승헌 캐스터의 입담과 재치있는 설정이 담긴 스포티비 게임즈의 인터뷰는 LCK 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 중 하나가 됐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사실은, 스포티비 게임즈의 LCK 방송 제작은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점이다. 오는 2019년부터는 라이엇 게임즈가 직접 LCK 방송을 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끝이 정해져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티비 게임즈가 계속해 LCK에 열정을 쏟아 붓는 이유와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스포티비 게임즈를 이끌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답변으로 이 기사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잘해야 되니까요(웃음). 저희는 1년 전부터 이 데이터 작업을 해왔어요. 경쟁력에 대한 고민 끝에 시작한 일이에요. 프로 스포츠 같은 경우에는 매 경기 엄청난 데이터가 존재하잖아요. e스포츠는 이런 부분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1년 전에 개발자분들을 영입하기 시작했죠.

사실 LCK 중계가 언제 끝나느냐는 문제가 아니에요.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한 거죠. 라이엇 게임즈의 방향이 바뀌었다고 해서 돈 되는 것만 쫓아가는 건 우리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고요. 시청자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그렇게 하다 보면 게임사에서도 우리를 인정하게 될 거고, 결국 우리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거라고 생각해요."

▲ 스포티비 게임즈의 방송 제작 및 사업을 전담하는 라우드커뮤니케이션즈 이재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