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널판타지 X OST-To Zanarkand 악보 일부(출처: musicnotes)

"악보 같은 것도 굿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얼마 전 게임 음악과 관련해서 인터뷰를 하던 중에 나온 말이었습니다. 오케스트라 공연을 위해서 미디로 작업한 곡을 악보로 풀어가는 과정에 대해서 설명을 듣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었긴 하지만요.

악기에 취미가 있는 분이라면 공감하실지 모르겠지만, 종종 게임 음악을 듣다보면 '이 곡, 연주해보고 싶다'라고 느낌이 오는 곡들이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피아노를 취미로 했던 터라, 한때 파이널판타지 피아노곡들의 악보를 구해서 연습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잘 치는 편이 아니라서 곳곳에서 틀리기를 반복하고, 연주자들이 치는 것과 느낌도 달랐지만 좋아하는 곡을 직접 연주할 수 있다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곤 했죠.

돌이켜보면 국산 게임에도 명곡들은 많습니다. 때때로 그 음악을 들으면서, 자신이 한 번 그 음악을 연주해보고 싶다고 생각하셨던 분들도 있을 것이고요. 그 중에 물론 청음하면서 자신이 악보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자도 있긴 합니다. 혹은 단순한 멜로디만이라면, 몇 번 반복해서 듣고 따라할 수 있기도 하죠. 개인적으로는 블레이드 앤 소울의 반달호수 테마곡을 계속 들으면서 휘슬로 연주를 해보기도 했거든요. 그러면서 그 아름다운 배경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아직 초보 단계이거나, 혹은 곡이 복잡해서 악보가 반드시 필요한 분들도 있습니다. 피아노 곡의 경우 멜로디는 몰라도 반주 부분까지 정확히 짚어내긴 어려운데, 그러다보니 악보를 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악보를 찾아보기도 했죠. 악보를 찾다가 구하지 못해서 포기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종종 "악보가 있었다면"하는 아쉬움은 남았었습니다.

그런 아쉬움은 악보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스타 등 게임쇼에서도 굿즈나, 기념이 될만한 무언가를 팔지 않은 것을 볼 때마다 항상 아쉬움을 느끼곤 했거든요. 물론 이벤트로 굿즈를 증정하고는 있고, 그것들로 아쉬움을 달래보려 하지만요. 한 켠으로는 왜 굿즈를 팔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은 자주 들곤 합니다.

게임은 아트, 음악, 스토리 등 여러 콘텐츠가 어우러진 복합 콘텐츠라고 이야기합니다.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콘텐츠를 즐기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죠. 게임에 나온 음악을 연주해 보는 것이나, 게임 캐릭터의 일러스트를 그리는 것 또한 유저가 게임 안에 있는 콘텐츠를 즐기는 또 다른 방식인 셈입니다. 또 좋아하는 게임과 관련된 물건을 사는 것도 어떻게 보면 콘텐츠를 즐기는 한 방법일 수 있죠. 그 물건을 보면서 은연 중에, 게임과 관련된 기억들을 떠올리거나 혹은 구매한 곳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기도 하니까요.

"보물을 갖고 있는 걸 모르는 것 같다."

그간 플레이한 우리나라 IP 게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많이 해왔습니다. 고정 팬층이 있을 정도의 일러스트나 아트, 음악, 스토리 등을 갖췄으면서 그 자산을 활용하지 않는다고 느꼈거든요. 생각해보면 그 자산을 가공해서 굿즈로 판매하거나, 혹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또 다른 수단으로 활용하는 쪽으로는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졌었습니다.

▲ 간담회나 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고정 팬들이 있지만, 그들을 위한 굿즈 등은 미흡합니다

국내 IP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인식은 일반적으로 호의적이지 않고, 게임 굿즈를 사고 파는 것 자체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합니다. 심하게는 상술이라고까지 이야기하기도 하죠. 그래서 굿즈라던가, 게임 내 소스들을 게임 외적인 부분에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 언급하기가 조심스러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 '게임'의 부정적인 요소만 강화되어서 언급되지 않나 싶습니다. 주위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캐릭터, 음악, 시나리오 중 일부는 게임 속에 담겨있습니다. 굿즈는 때로는 그것을외부로 알리는 창구이기도 하죠. 일례로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도 포켓몬 굿즈 등을 통해서 포켓몬에 대해서 아는 것처럼요. 또 게임에 부정적인 부모님들도 종종 아이들에게 포켓몬 굿즈를 사주거나 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기도 하죠. TV 프로그램에서 종종 게임 OST가 삽입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 음악을 들으면서 "이거 어디서 나온 거지? 좋은데?"라고 하는 경우도 있기도 합니다.

게임을 알릴 수 있는 굿즈의 형태는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게임이 내포하고 있는 요소를 담은 것이면 어떤 것이든 가능하거든요. 앞서 말했듯, 악보도 하나의 굿즈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나 그 게임이 음악으로 많은 유저들에게 알려져 있다면, 더욱 매력적인 굿즈가 될 수 있죠. 'DJMAX'나 '블레스', '트리 오브 세이비어', '테일즈위버' 등 그간 국내에도 음악으로 호평을 받았던 게임은 많았고, 악보에 대한 수요는 이전부터 존재했거든요.


캐주얼한 캐릭터들의 경우, 이전부터 다양한 캐릭터 상품의 단골 소재가 되곤 했습니다. '메이플스토리'의 주황버섯 인형은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와의 콜라보 이벤트의 상품으로 팔리기도 했고,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캐주얼 게임 외에도 그런 귀여운 캐릭터는 의외로 곳곳에 있는 편입니다. '검은사막'의 흑정령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실제로 흑정령 인형의 경우, 검은사막 유저들이 판매가 되면 바로 사고 싶다고 언급하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배게나 담요, 타올 등도 굿즈로 활용하기 좋은 소재입니다. 다키마쿠라 등 일부 변형된 형태의 굿즈 때문에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실제로 배게나 담요 등도 기존에 많이 판매되던 형태의 IP 굿즈고, 그만큼 유저들의 수요가 있는 상품이기도 하죠. 개인적인 경험으로 일부 디자인의 상품은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고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벤트에서 받은 메이플스토리 담요는 귀엽다는 이유 때문에 여동생이 가져가서 사용하고 있거든요.

국내 게임사들도 점차 굿즈 샵이나 테마 카페와의 콜라보 이벤트나 유저 이벤트, 또는 미디어믹스화나 공연 등으로 자사의 IP를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고, 이전에 몇몇 회사에서 시도했을 때 끼워팔기의 느낌이 강하게 날 정도로 수준이 낮은 상품을 팔거나, 흠결이 있는 상품을 파는 등 문제가 발발하기도 해서 유저들의 인식이 우호적이지만은 않지만요.

그럼에도 IP를 확장하기 위한 시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것에서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무엇이든 시작을 하지 않으면 목표를 이룰 가능성이 아예 없기 때문이죠. 앞으로 우리나라 IP 게임도, IP 자체가 널리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로 향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