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렌 스티븐스(Karen Stevens) EA스포츠 접근성(accessibility) 리드

강연자 소개: 카렌 스티븐스(Karen Stevens)는 오랜 기간 동안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보장 운동을 해온 렌더링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의료 업계에서 전업하여 약 13년간 게임업계에 재직하고 있는 그는 현재 EA스포츠에서 접근성의 선도를 맡고 있으며, 미식축구 게임 '매든'시리즈의 접근성 옵션에 대한 오너이기도 하다.

플랫폼을 불문하고, 우리는 게임을 할 때 항상 화면을 보고 있다. PC, 콘솔 게임을 즐길때는 모니터(또는 TV)화면을 통해 게임 속 세상을 접하며, 모바일 게임은 물론 이름 그대로 모바일 모바일 기기의 화면을 보며 게임을 즐기게 된다. 다시 생각하면, 화면을 '보는 것'과 게임을 즐기는 것은 뗄 수 없는 관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은 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 물론, 여러 사례를 통해 우리는 시각장애인 게이머 존재하고, 심지어 몇몇은 게임을 비장애인보다 더 잘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과거 임요환과 멋진 승부를 펼쳤던 시각장애인 게이머 이민석이나, 스트리트파이터5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네덜란드의 시각장애인 게이머 스벤의 이야기는 이미 유명한 편이니까.

하지만 '할 수 있는 것'과 '즐기는 것'은 그 어감의 차이가 크다. 보이지 않아도 게임을 할 수는 있지만, 분명 여러 모로 불편한 것을 사실일테니까. 이번 GDC 2018에서는 장애인 접근성 옹호 운동을 오랫동안 계속해온 EA스포츠의 접근성 리드, 카렌 스티븐스(Karen Stevens)가 강단에 서서 시각장애인 게이머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의 강연에서는 EA스포츠가 자신의 게임을 즐기고 있는 시각장애인 게이머들의 커뮤니티를 발견하게 된 이야기와 함께, 이들이 더욱 원활한 게임 플레이를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발표를 들어볼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이 사람들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고, 이미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게이머층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뒤늦게 깨닫게 된 것입니다"

EA스포츠의 게임들이 장애인들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시작한 데는 그 배경이 있다. 바로 지난해 GDC에서 '매든 NFL 17'에 장애인 접근성을 위한 기능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후 EA 뉴스 블로그에서 해당 업데이트에 대한 소개하며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소통 창구를 열기 시작한 것이다.

카렌 스티븐스는 소통 창구가 생긴 이후, 상상 이상으로 많은 게이머들이 피드백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EA스포츠는 지금도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자신들의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여러 부분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완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들은 어떻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을까? 카렌 스티븐스는 크게 사운드 디자인과 컨트롤러의 진동을 통해 화면을 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 게임속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아주 사실적인 3D 사운드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면, 시각장애인들을 소리에 의지해서 게임 속에 어떤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즐길 수 있다. 그 예로는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를 들 수 있는데, 자신이 지금 달리고 있는 길이 포장된 도로인지, 아니면 풀밭인지 알아차릴 수 있고, 장애물이 지나가는 소리를 통해 방향을 분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시각장애인들이 레이싱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엔진 소리의 미세한 차이로 속도를 대략적으로 파악하는 것도 가능했다.

주변 환경의 사운드를 통해 주변 정보를 표현하는 것 외에도, 코멘터리를 통해 직접적으로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시각장애인들의 게임 플레이를 돕는 방법도 존재한다. 미식축구를 주제로 하는 '매든'시리즈는 경기 상황을 일일이 설명해주는 시리즈 전통의 코멘터리 시스템 덕분에 시각장애인들이 게임을 즐기기 수월한 게임 중 하나가 되었다고 카렌 스티븐스는 전했다.


햅틱 반응이나 컨트롤러의 진동 등, 손에서 느낄 수 있는 촉각을 활용해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도 시각장애인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데 크나큰 역할을 한다. 니드 포 스피드의 사례에서는 장애물에 충돌했을 때나 트랙에서 벗어났을 때 오는 진동을 통해 현재 상황을 인지할 수 있고, 매든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로 햅틱 반응을 통해 상대방 선수가 다가왔음을 인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EA스포츠의 다른 게임, UFC시리즈 또한 코멘터리는 물론 진동 등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 중 하나다. 카렌 스티븐스는 한 시각장애인 플레이어가 몇 달에 걸쳐 진동과 사운드를 분석한 뒤, 실제로 게임을 전부 클리어한 사례를 소개하며, 이 플레이어가 다른 시각장애인들에게 UFC2를 플레이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세상 어딘가에 자신들의 게임을 즐기는 시각 장애인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EA스포츠의 과제는, 이들의 피드백을 받아 지금보다 더 나은 플레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매든 NFL', '니드 포 스피드', 'UFC'등 EA스포츠의 게임 대부분은 매 해마다 타이틀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피드백을 받아 장애인 게이머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편이다. 지난2017년 GDC 이후 피드백을 통해 기능이 추가된 게임은 시리즈 최신작인 매든 NFL18과 UFC3의 사례를 들 수 있다.

'매든 NFL 18'에서는 플레이어가 킥을 할 때, 미터기가 슬라이드 최상단에 도달하면 진동이 오도록 해 그 사실을 인지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 작은 기능으로 게임을 즐기는 시각장애인들이 보다 세밀한 킥 파워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카렌 스티븐스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공이 공중에 떠 있거나 패스가 이뤄지는 중에도 진동 기능을 추가해 게임이 진행되는 상황을 보다 자세히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롱 샷' 캠페인 모드의 경우는 시각장애인들이 플레이하기에는 어려운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다. 바로 컷씬 도중 등장하는 퀵타임 이벤트(QTE)인데, 시각장애인들은 화면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시점에 정확한 버튼을 누르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카렌 스티븐스는 퀵타임 이벤트에 몇 번 이상 실패할 경우 아무런 패널티 없이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 부담 없이 캠페인 스토리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UFC3에서는 옵션 메뉴에 접근성과 관련된 옵션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햅틱 옵션을 켜고 끌수 있으며, 해당 옵션을 설정할 경우 상대 선수가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진동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 특징이다.


또한 EA스포츠는 장애인 게이머들을 위한 포털을 개설, 자사가 서비스하는 각 게임에 대한 자세한 가이드와 함께 디테일한 기능을 소개하는 페이지를 제공하고 있다.

장애인 게이머들에게 게임의 정보를 더욱 수월하게 제공하기 위한 가이드는 일정한 규칙에 의해 만들어지고있다. 텍스트 중심의 메뉴얼이어야 하고, 어떠한 사진 자료도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각각의 버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세밀하게 작성하는 것이 장애인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카렌 스티븐스의 설명이다.

특히 '매든'의 경우, 시각장애인의 대부분은 미식축구 자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따라서 미식축구의 기본적인 개념 또한 가이드에 포함하는 것이 필요했고, 회원가입 방법부터 설치, 주요 옵션에 대한 설명은 물론 모든 옵션을 다시 초기화하는 방법까지 세밀하게 설명하도록 했다.

끝으로 카렌 스티븐스는 "무엇이든 한 번 손을 댔다면, 그 다음부터는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계속 해 나가면 점점 더 장애인 접근성이 높은 게임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며, 앞으로도 이들을 돕기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 나가겠다고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