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개막한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도 어느덧 후반기를 맞이했다. 스플릿 최종 순위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그 순위만큼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이 있다. 바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스플릿 MVP 경쟁의 결과다.

기존 탑-미드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LCK의 MVP지만, 이번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투신' 박종익이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서포터 최초의 LCK MVP를 노리고 있기 때문. 그 뒤에는 '피넛' 한왕호까지 있어 결과는 더욱 알 수 없는 상황이다. 2017 LCK 서머 스플릿의 MVP는 '쿠로'와 '비디디'가 공동 수상한 가운데, 올해 LCK 첫 MVP는 누가 될까. 그 주인공이 가려지기에 앞서, 지난 LCK MVP의 역사를 되짚어보자.


LCK 초창기 MVP
MVP는 단 1명, 결승에서만 잘하면 됐다

2012 LCK 윈터를 시작으로 국내 LoL 리그에 MVP 제도가 공식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점수 산정 방식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스플릿 MVP와 포스트 시즌 MVP 점수를 따로 책정하는 현재와 달리, 당시의 MVP 점수는 12강부터 8강, 4강, 결승까지 누적되어 시즌별 1명씩만 MVP를 수상했다.

여기에 리그가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MVP 점수에 가중치가 크게 붙었다. 이에 당연히 최종 1인의 MVP는 우승팀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고, 2012 LCK 윈터에서 '막눈' 윤하운은 무려 1,900점이라는 기묘한 점수로 MVP를 수상했다. 이후로 리그 구간 별 점수가 대폭 축소되긴 했지만, MVP는 반드시 우승팀에서 나온다는 공식에는 변함이 없었다.


한편, 2013 LCK 스프링부터 약 2년의 기간 동안 MVP는 단 두 명의 미드 라이너만이 가져갔다. 바로 '페이커' 이상혁과 '다데' 배어진. '다데'는 2013 LCK 스프링 4강에서 당시 가장 뜨거운 신인 '페이커'가 속해있는 SKT T1 2을 꺾으며 결승으로 향했다. 결승 직전까지 '다데'의 MVP 점수는 불과 300점이었지만, 2, 3세트 연속으로 MVP에 선정되며 최종 900점을 기록해 MVP를 챙겼다.

이후 두 번의 MVP는 '페이커'가 가져갔다. 당시 SKT T1 K 소속이었던 '페이커'는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류' 류상욱과의 제드 미러전을 포함해 다수의 명장면을 연출하며 LoL계 슈퍼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그러나 2014년의 부진으로 2014 LCK 스프링에서는 '다데'가 다시 한번 MVP를 차지했고, 2014 LCK 서머에서는 '카카오' 이병권이 정글러로서 첫 MVP를 수상했다. '카카오' 역시 다데와 마찬가지로 결승전 마지막 두 세트를 캐리하며 600점을 획득, 최종 1.050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MVP 제도 개편
스플릿과 포스트 시즌 MVP 구분, 탑-미드의 강세

2015년 LCK 규정이 대폭 수정됨에 따라 MVP 점수 제도 역시 큰 변화를 맞이했다. 가장 큰 변화는 단연 MVP를 스플릿과 포스트 시즌으로 나누어 총 2명에게 시상하게 된 것. 이에 결승에 진출하지 못해도 꾸준히 활약한다면 MVP에 선정되어 이름을 알릴 가능성이 생겼다.


2015 LCK 스프링 스플릿이 시작되자, 각 팀의 에이스들이 본격 MVP 경쟁을 시작했다. '페이커'를 필두로 GE 타이거즈의 '스멥' 송경호, '프레이' 김종인, CJ 엔투스의 '앰비션' 강찬용 등이 MVP 점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제도 개편 후 첫 MVP의 영광은 나진 e엠파이어의 '듀크' 이호성에게 돌아갔다. 세트스코어 14승 19패로 최종 6위에 머무른 나진 e엠파이어였지만, '듀크'는 승리를 거둔 14번의 세트에서 무려 10회의 세트 MVP를 수상하며 1,000점으로 단독 1위를 기록했다.

한편, 스플릿 MVP 점수와 따로 책정되는 포스트 시즌 MVP 점수의 경우 개편 전과 동일하게 결승전 MVP에게 세트 당 300점을 부여한다. 이에 당연히 포스트 시즌 MVP는 우승팀에서 나왔다. 2015 LCK 스프링의 최종 우승팀은 SKT T1이었고, 결승전에서 미드를 지킨 '이지훈' 이지훈이 2, 3세트 MVP를 차지하며 포스트 시즌 MVP를 수상했다. '이지훈'은 당시 GE 타이거즈의 '쿠로'를 상대로 두 세트 모두 라인전 솔로 킬을 냈고, 압도적인 피지컬을 뽐내며 SKT T1의 승리를 견인했다.

이어 2015 LCK 섬머 스플릿의 MVP는 '썸데이' 김찬호가, 포스트 시즌 MVP는 '페이커'가 가져갔다. '썸데이'는 마오카이, 쉔 등의 탱커 챔피언을 주로 기용하면서도 리븐, 야스오, 피즈 등의 챔피언으로 재미와 승리를 동시에 잡았다. '페이커'는 벤치를 지켰던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달래듯 포스트 시즌 결승전 2, 3세트를 캐리했다. 특히, 3세트에서는 약 1년 6개월만에 미드 리븐을 꺼내 경기를 완전히 지배했다.


2016년은 '스멥'의 해였다. 당시 락스 타이거즈 소속이었던 '스멥'은 상징과도 같은 피오라를 필두로 뽀삐, 퀸, 케넨 등 다양한 챔피언의 높은 숙련도를 뽐내며 2016 LCK 스프링 스플릿과 섬머 스플릿에서 연달아 MVP를 차지했다. 같은 팀이었던 '피넛'도 특유의 공격성으로 MVP 점수를 쌓았지만, '스멥'의 활약을 넘진 못했다. 포스트 시즌 MVP는 '듀크' 이호성과 '쿠로'가 차례로 수상하며, MVP 제도 정비 후 최초로 스플릿과 포스트 시즌 MVP가 한 팀에서 나오게 됐다.

위와 같이 MVP 제도 정비 후 2년간 진행된 LCK에서의 MVP는 모두 탑-미드 라이너가 가져갔다. 주로 시야 장악이나 아군 보호, 오더를 담당하는 서포터나 후반 캐리 역할의 원딜은 MVP 포인트 획득이 상당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반면 탑이나 미드의 경우 초중후반 고른 활약을 할 수 있었고, 그만큼 가장 눈에 띄는 포지션이기에 대다수의 세트에서 MVP를 가져왔다. 정글러의 경우 원딜이나 서포터보단 상황이 나았지만, 약 40세트가 진행되는 스플릿에서 탑-미드를 제칠 만큼의 MVP 점수 획득은 무리였다.

이러한 경향은 2017 LCK 스프링 스플릿에서도 이어졌다. 원딜의 간접 너프로 역할이 축소되고 르블랑-렝가-카밀로 대표되는 상체 라인이 여느 때보다 크게 주목받았던 시즌이었다. 결과적으로 '크라운' 이민호가 1,300점으로 MVP를 수상했고, '하루' 강민승과 '미키' 손영민이 그 뒤를 이었다. 원딜과 서포터의 MVP 최고 점수는 '프레이'와 '맥스' 정종빈이 달성한 800점이었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피넛'이 약 3년만에 정글러로서 MVP를 수상했다. '피넛'은 스플릿에서 9전 전승을 거뒀던 리 신으로 1, 2세트를 승리한 후, kt 롤스터가 3세트에서 리 신을 밴하자 그레이브즈를 꺼냈다. '피넛'의 그레이브즈는 날카로운 봇 갱킹을 시작으로 전투마다 승리를 거두며 급격하게 성장했고, 압도적인 화력을 앞세워 3세트를 캐리하며 의심의 여지가 없는 MVP가 됐다.

2017 LCK 섬머에서 원딜의 입지가 어느 정도 올라오긴 했으나, MVP는 여전히 미드-탑의 것이었다. 아프리카 프릭스의 에이스로 확실히 자리잡은 '쿠로'와 완성형 미드 라이너가 된 '비디디'가 1,300점으로 스플릿 공동 MVP를 수상했다. 롱주 게이밍의 3:1 승리로 끝난 포스트 시즌 결승전의 MVP는 '칸' 김동하였다. '칸'은 1세트에서 잭스로 '페이커'의 르블랑을 솔로 킬 내는 명장면을 만들었고, 4세트에서는 제이스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018 LCK 스프링 스플릿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MVP

현재 진행 중인 2018 LCK 스프링 스플릿의 MVP 점수는 그야말로 박빙이다. MVP 제도 개편 후 스플릿 MVP 수상자들은 모두 미드나 탑 라이너로 1,300점이나 1,400점으로 1위를 차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스플릿 MVP 점수는 최대 1,200점에 그칠 예정이다. 여전한 미드 라이너의 강세 속에서, 다른 라인의 선수들이 MVP 자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MVP였던 '쿠로', '비디디'와 함께 MVP 경쟁을 펼치는 선수들은 서포터 '투신'과 정글러 '피넛'이다.


'투신'은 시즌8에 이뤄졌던 대규모 룬 개편의 가장 큰 수혜자다. 새롭게 추가된 봉인 풀린 주문서는 서포터가 활약할 수 있는 또다른 통로를 만들었다. 서포터의 순간이동 사용은 초중반 합류전에 힘을 실어주며 플레이메이킹과 더불어 서포터 자체의 존재감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여기에 지난 시즌부터 물오른 기량을 뽐낸 '투신'은 언제나 싸움의 선봉에 서며 다수의 세트 MVP를 수상했다.

포스트 시즌 MVP를 넘어 스플릿 MVP까지 노리는 '피넛'의 활약도 눈부셨다. 작년 하반기에 잠시 주춤했던 '피넛'은 킹존 드래곤X라는 새 둥지에서 본인의 참모습을 되찾았다. 매 경기 '피넛'이 보여주는 과감하면서도 날카로운 움직임은 그가 왜 스플릿 MVP 후보인지 말해준다.

한편 '쿠로'나 '비디디'가 스플릿 MVP가 된다면 '스멥'을 이어 2회 연속 MVP가 되고, '투신'이 주인공이 되면 서포터 최초의 LCK MVP가 나오게 된다. '피넛'이 MVP가 되면 스플릿과 포스트 시즌을 모두 제패한 유일한 정글러가 된다. 과연, 이번 MVP 전쟁의 끝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21일 경기로 '비디디'가 단독 1위를 달성한 상황이지만, 다른 선수들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단 3일의 일정만을 남긴 2018 LCK 스프링 스플릿에서 이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 역대 LoL 챔피언스 코리아 MVP 수상자

2012 윈터 - '막눈' 윤하운, 1900점
2013 스프링 - '다데' 배어진, 900점
2013 섬머 - '페이커' 이상혁, 950점
2013 윈터 - '페이커' 이상혁, 1,000점
2014 스프링 - '다데' 배어진, 850점
2014 섬머 - '카카오' 이병권, 1050점
2015 스프링 스플릿 - '듀크' 이호성, 1,000점
2015 스프링 포스트 시즌 - '이지훈' 이지훈, 600점
2015 섬머 스플릿 - '썸데이' 김찬호, 1,400점
2015 섬머 포스트 시즌 - '페이커' 이상혁, 600점
2016 스프링 스플릿 - '스멥' 송경호, 1,400점
2016 스프링 포스트 시즌 - '듀크' 이호성, 500점
2016 섬머 스플릿 - '스멥' 송경호, 1,200점
2016 섬머 포스트 시즌 - '쿠로' 이서행, 600점
2017 스프링 스플릿 - '크라운' 이민호, 1,300점
2017 스프링 포스트 시즌 - '피넛' 한왕호, 600점
2017 섬머 스플릿 - '비디디' 곽보성, '쿠로' 이서행, 1,300점
2017 섬머 포스트 시즌 - '칸' 김동하, 600점


■ 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스플릿 MVP 포인트 현황

1위 '비디디' 곽보성, 1,000점
2위 '쿠로' 이서행, 900점
2위 '투신' 박종익, 900점
4위 '피넛' 한왕호, 800점
5위 '데프트' 김혁규, 700점

※ 21일(수) 경기 종료 후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