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드 조브리스트(Ed Zobrist) 포트나이트 퍼블리싱 헤드

강연자 소개: 에드 조브리스트(Ed Zobrist) 는 시에라 엔터테인먼트의 마케팅 부사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AAA급 게임들을 런칭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에픽게임즈의 모바일 퍼블리싱 및 포트나이트의 퍼블리싱 헤드를 맡고 있다.

현재 북미 지역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게임은 바로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포트나이트'의 배틀로얄 모드다. GDC가 열리고 있는 이곳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포트나이트 티셔츠를 입고 입국 심사대에 서니 심사관이 "오우 포트나이트!" 라고 알아보더라는 익명의 제보 또한 있었을 정도다.

NFL을 대표하는 최고의 수비수가 트위터에서 이야기를 하고, 호주 럭비팀이 붕대 세리머니를 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이지만, 그 시작은 PVE모드인 '세이브 더 월드'의 출시에서 비롯되었다. '세이브 더 월드'는 현재 유료 얼리액세스 모델로 서비스되는 게임으로, 배틀로얄 모드와는 다르게 구매를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올해 안에 무료 서비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배틀로얄 모드로 안팍으로 떠들썩한 GDC 2018 현장에서, 포트나이트의 퍼블리싱을 맡은 에픽게임즈의 에드 조브리스트(Ed Zbrist) 퍼블리싱 헤드는 배틀로얄 대신 PVE모드인 '세이브 더 월드'를 출시하는 과정을 주제로 강단에 섰다. 그에 따르면 포트나이트는 일반적인 게임이 출시를 준비하는 과정과는 전혀 다른 방법을 택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었으며, 거기서 얻은 교훈은 무엇이었을까?




에드 조브리스트는 포트나이트의 PVE 모드, '세이브 더 월드'가 여타 다른 대형 게임사들이 따르고 있는 교과서적인 런칭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자신의 게임을 런칭하고자 하는 개발자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강연을 시작했다.

먼저 처음 포트나이트의 개발이 시작된 것은 약 7년 전인 2011년이었다. 당시 액션 빌딩 요소를 결합한 서바이벌 액션을 표방한 콘셉트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당초 예상했던 출시년도인 2014년을 훨씬 넘어서까지 개발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런칭을 2016년에서 2017년 중으로 하기로 결정했을 때는 여러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문제는 '포트나이트'를 어떤 형태로 포지셔닝하는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제기되었는데, 바로 처음 공개된 시점부터 이미 너무 출시가 지연된 상태라는 것이었다. 또한, F2P방식으로 서비스하자는 이야기가 결정되고 나서는 다시 변화된 과금 정책에 맞출 게임 내 시스템을 새롭게 개발해야 하는 문제도 생겼다.


에드 조브리스트는 그렇게 마지막으로 작년 여름에 런칭할 계획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애초 계획했던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 본 게이머들의 피드백 또한 많이 필요했다.

당시 유료 얼리액세스는 PC 플랫폼에서는 흔히 사용되는 평범한 방법이었지만, XBOX및 PS4 등의 콘솔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료 얼리액세스를 진행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에드 조브리스트는 게임에 열정적인 유저들의 피드백을 더욱 많이 얻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유료 얼리액세스 세부 판매 방식은 스탠다드 패키지부터 리미티드 에디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격 구간을 설정하는 것으로 정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포트나이트'를 먼저 즐기고 싶은 플레이어들에게 보다 자신이 지불하고 싶은 만큼의 가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모든 유료 얼리액세스의 가격 책정은 게임이 F2P 버전으로 전환된 이후 플레이어들이 얼마만큼의 소액 결제를 해야 얻을 수 있는 게임 내 아이템보다 조금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 일반적인 대형 게임사들의 게임 런칭 과정

다음으로 에드 조브리스트는 일반적인 대형 게임 업체들이 따르는 런칭 준비 과정과, '포트나이트'의 실제 런칭 준비 과정을 비교하며 강연을 계속해 나갔다.

통상적으로 대형 게임 업체에서 퍼블리싱하는 타이틀은 출시 12개월에서 18개월 전에 시네마틱 트레일러를 공개하고, 이후 출시 6개월 전에는 실제 플레이 영상이 담긴 트레일러를, 마지막으로 출시를 2에서 3개월 남겨놓았을 때 정식 출시 일자를 공개한다.

포트나이트 '세이브 더 월드'는 이러한 공식을 따르지 않고, 게임 플레이 영상이 담긴 트레일러와 출시 일자를 게임 출시 7주 전에 먼저 배포하는 것으로 결정했으며, 마지막으로 출시 3주 전 시네마틱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것이 에드 조브리스트 말하는 보편적이지 않은 런칭 과정인 셈이다.


'포트나이트'의 런칭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정식 출시 약 7주 전에는 E3 기간에 약간 앞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E3 기간이 되면 다양한 신작이 발표되며, 그만큼 많은 기사가 올라오게 돼 자칫 '포트나이트'의 소식이 뭍힐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또한 이때부터 게임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웹페이지를 개설했으며, 실제 게임 플레이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트레일러를 배포하기도 했다. 해당 트레일러는 4분 30초 가량으로, '포트나이트'의 주요 특징인 탐험과 건설, 수집 요소등의 정보를 내래이션과 함께 안내하는 형태였다. 게이머들은 게임에 어떤 요소가 존재하는지 정보를 통해 구매 의사를 결정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5주 전에는 유튜브 등을 통해 인플루언서들을 모집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이 과정에서 사전 예약 현태의 이벤트를 진행했다. 스트리머가 자신의 방송을 통해 포트나이트를 소개함과 동시에 사전 예약 링크를 표시해 두면, 이를 본 해당 스트리머의 유저들이 사전 예약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사전 예약을 한 유저들에게는 해당 인플루언서를 통해서 사전예약을 했다는 증명할 수 있도록 게임 내에서 스트리머들만의 특별한 배너를 제공했다. 또한, 사전 예약자가 많아질수록 모두에게 더욱 좋은 보상을 제공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정식 출시를 3주 앞두고는 약 6만명의 게이머를 모은 가운데 미국 오스틴에서 시사회를 개최했다. 시네마틱 영상의 주된 목표는 최대한 고품질의 영상을 선보이는 것이었는데, 내러티브와 배경 스토리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보다 게임이 명확한 퀄리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에드 조브리스트는 "개발자들이 게임에 얼마나 많을 공을 들였는지 게이머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시네마틱 영상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당초 예정했던 2017년 7월 21일, 포트나이트의 유료 얼리액세스가 정식으로 시작됐다. 이와 함께 트위치와의 협업을 통한 바이럴 퀘스트 이벤트나 디지털 광고 등을 시작했고, 기어박스 및 소니,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을 통해 패키지 상품의 소매점 유통도 진행했다. 이런식으로 대형 게임사들의 런칭 과정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던 '포트나이트'의 성과는 기대치를 훨씬 넘어서는 결과를 보여주었다고 에드 조브리스트는 전했다.


"사실 배틀로얄 모드는 마케팅적 관점에서는 이렇다 할 것이 없다. '세이브 더 월드'의 출시 이후 2달 만에 유료 얼리 액세스 중인 게임의 무료 모드로서 추가된 것인데, 그보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배틀로얄' 모드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여주는 영상일 것이다"

'세이브 더 월드'의 런칭 과정을 설명한 에드 조브리스트는, 이어 '배틀 로얄' 모드의 출시와 함께 공개한 트레일러를 통해 배운 점을 소개했다. 처음 배틀로얄 모드를 소개하는 트레일러에서는 PVP모드인 점을 고려해 유저들 간의 경쟁을 부각하는 장면을 많이 사용했다. '배틀로얄' 자체가 경쟁적인 플레이어들을 위한 모드라고 생각했으며, 트레일러는 이들에게 좋은 어필을 해야만 했으니까.

하지만, '배틀로얄'에 대한 에픽게임즈의 시선을 바꾸게 된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트레일러는 따로 있었다. 배로 게임 런치 이후 첫 2,000만 유저를 달성한 당시 공개했던 영상인데, 사실 이 영상은 트레일러가 아니라 그저 사내 회의에서 사용하려고 만들었던 것이었다.

40초 분량의 2,000만 유저 달성 트레일러는 경쟁적인 플레이어들을 위한 액션성 있는 장면이나 대결 구도가 담기지 않은, 그저 '배틀로얄' 모드를 즐기는 스트리머들의 방송 영상의 모음집일 뿐이었다. 이렇게 스트미러들이 게임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후 에픽게임즈는 다음부터 만든 트레일러에서 경쟁 요소를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즐거움을 부각하게 되었다는 것이 에드 조브리스트의 설명이다.



"게임이 출시되기 한참 전부터 시네마틱 영상을 공개해 관심을 집중시키고, 차츰 플레이 영상과 출시 일정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대형 게임 업체가 따르는 마케팅 전략은 소매 유통 일정을 고려하는 것이다. 사실,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데, 디지털 세일 방식은 이러한 일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출시하는 과정에 왕도란 존재하지 않는다. 거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정말로 중요한 것은 런칭 전에 많은 사람들에게 게임을 알리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원한 목표를 이룰 수만 있다면, 남들이 모두 따라가는 마케팅 일정과 조금 다르다고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에드 조브리스트는 "결국 기본적인 것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하고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