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닌자 씨어리 타민 안토니다스(Tameem Antoniades, 좌측), 도미닉 메튜 (Dominic Matthews, 우측)

강연자 소개: 닌자 씨어리의 커머셜 디렉터 도미닉 메튜는 헬블레이드: 세누아의 희생을 이끈 인물이다. 첫 번째 인디게임 타이틀이자 자체 퍼블리싱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등 프로젝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타민 안토니다스는 닌자 씨어리 공동 창립자로, 헬블레이드의 개발을 지휘했다.

작년 출시된 게임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타이틀을 선택한다면 아마 그 자리는 '헬블레이드'의 것이 되지 않을까. 정신질환을 겪는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 충격적인 소재 선택은 물론이고, AAA인디라는 자신들 만의 독특한 스텐스를 가져왔다. 그동안 퍼블리싱을 통해 게임을 출시했던 경험이 많았던 만큼, 무엇을 인디 게임이라고 볼 수 있는지 논란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닌자 씨어리 자신들은 '헬블레이드'를 인디 게임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번 GDC 2018에 자리한 닌자 씨어리의 타민 안토니다스와 도미닉 메튜는 '왜 헬블레이드가 AAA인디게임 이라고 정의하는 것인지'. 그리고 이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설명했다.


2003년부터 닌자 씨어리 다양한 퍼블리셔를 통해서 콘솔과 PC 등으로 자신들의 게임을 출시해왔다. 하지만 데빌메이크라이 리부트를 런칭한 이후 시점부터 시장은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먼저, 게임을 구입하고 플레이하는 소비자들의 기준이 올라갔다. 59.99달러, 소위 말하는 풀프라이스, AAA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했다.

결국 하나의 AAA게임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시기가 도래했다. 개발팀의 크기는 커져야만 했고, 그에 맞춰 개발비는 상승했고, 풀프라이스를 내는 유저들을 위해 새로운 기능들도 추가해야만 했다. 멀티플레이, 오픈 월드, DLC 등 콘텐츠와 유저 경험을 모두 챙기는 AAA게임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동시에 이전까지 독특한 게임을 제작하던 개발사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다. 모바일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전까지 PC와 콘솔로 게임을 만들던 회사들은 점차 문을 닫았다. AAA게임을 만드는 회사들은 물론이고, 독창적인 게임을 만드는 회사들까지 명운을 달리하는 멸종의 시기가 도래했다.

하지만 닌자 씨어리는 이러한 멸종의 시기에도 살아남는 방법이 있다고 보고,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장을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구분했다. 하나 인디 게임들이나 독창적인 게임들로 구성된 흐름이었다. 이곳에서는 항상 새로운 시도들이 존재하고 적은 비용으로도 게임 개발을 지속할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거대한 개발사들이 존재하는 흐름이다. 성공할 수 있는 장르는 정해져 있고, 적은 수의 회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이었다. 많은 자본과 인력을 투자하여 지속해서 시리즈를 출시하는 AAA 게임을 위한 시장과 생태계였다.

닌자 씨어리는 이 두 흐름의 중간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잡고자 했다. 'AAA 인디게임' 이라는 정의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AAA급의 완성도를 지향하지만, 들어가는 비용은 적고, 자체 퍼블리싱으로 게임을 출시하는 형태다. 동시에 게임의 가격은 낮거나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어야 했다.


실제로 '헬블레이드'의 개발 비용은 1,000만 달러 이하로, 이는 다른 AAA 게임들과 비교해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로우엔드 AAA 게임의 개발 비용이 2,500만 달러임을 고려하면, 절반도 안되는 비용을 들여서 게임을 완성할 수 있었다. 개발진도 20명 정도의 인원이 3년간 개발을 진행했는데, 닌자 씨어리의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도 매우 적은 숫자였다.

모션 캡쳐나 보이스 레코딩에도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진행했다. 모션 캡쳐, 페이스 캡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게임을 개발했지만, 별도의 스튜디오를 대여하는 형태는 아니었다. 닌자 씨어리의 가장 큰 미팅룸이 모션 캡쳐를 위한 스튜디오가 되기도 했고, 때로는 녹음 스튜디오로 변하기도 했다. 촬영에 필요한 가구나 소품 등은 이케아나 아마존을 통해서 구입했다.


이외에도 피부 질감을 살리기 위한 텍스쳐를 직접 캡쳐하거나, 10개 정도의 에셋을 제작하고 각도와 색감만을 조절하여 드넓은 환경을 만들어 내는 등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들을 적용하기도 했다. 심지어 배우를 분장시켜서 영상을 촬영한 뒤, 이를 게임에 삽입하는 등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게임의 완성도를 늘릴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들을 시도하고 게임 개발에 활용했다.


▲ 지금까지 모델링을 한 줄로만 알고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헬블레이드: 세누아의 희생'은 '60달러 이하 가격으로 경험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라는 닌자 씨어리의 전략이 적용된 AAA 인디 게임으로 탄생했다. 29.99 달러라는 절반의 가격, 그리고 절반의 볼륨을 AAA 급 퀄리티의 형태로 구현했다.

또한, 스스로 개발하고 퍼블리싱을 진행하면서 모든 권리를 닌자 씨어리가 보유할 수 있었다. 2017년 8월 출시한 이후 7개월간 총 8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손익 분기점은 50만 장이 판매된 시점부터 뛰어넘을 수 있었다. 적은 개발 비용으로 적절한 개발 방식을 적용한 닌자 씨어리의 전략이 작품의 완성도와 판매량 모두에 긍정적인 결과를 낳은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