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의 1일 차가 종료된 오늘, 블리자드는 작은 행사 하나를 보스턴에서 열었습니다. 오버워치 '페이로드 투어' 이벤트의 연장으로, 오버워치 리그의 경기가 있는 날인만큼 유저들이 직접 모여서 경기를 볼 수 있는 '관람 파티'였죠. 참가 나이 제한은 21세, 아무래도 '펍'에서 하다 보니까 그런 제약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행사는 '스포츠' 관람의 형태로는 미국 내에서도 꽤 많이 열렸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고 자부심이 높은 도시라고 할 수 있는 보스턴은 이런 '스포츠'의 관람 파티는 제법 많이 열리는 편이니까요. 국내로 치자면, 올림픽이나 월드컵 때 광장에서 모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행사 취재를 마치고, 오버워치 관람 파티가 열리는 '그레이티스트 바'에 방문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거는 인사이더(인싸)들이 하는 행사인데...겜돌이인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이 오려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어요. 다른 동료들이 보스턴이니까 많이 올 거다 하는데 반신반의했죠.


이미 파티는 무르익은 상황이었습니다. 엄청 신났어요.

근데 막상 가보니 이게 웬걸. 입구부터 사람들이 가득 차서 발 디딜 틈조차 없었습니다. 이미 좌석은 만석이고, 시끌벅적하게 다들 경기를 보면서 응원하고 떠들고 놀고 있었거든요. 굉장히 뜨거운 분위기였죠. 마침 게다가 오늘 경기는 '필라델피아 퓨전'과 '보스턴 업라이징'의 매치가 있어서 그런지 더 뜨거웠습니다.

이런 응원 문화,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서 떠드는 문화는 정말 좋다고 느꼈습니다. 현장에서 선수들의 슈퍼 플레이에 열광하고, 응원하고. 그리고 아무래도 팀 이름에 보스턴이 있어서 그런지 필라델피아를 응원하는 목소리보다는 야유의 목소리가 많더군요. 이런 독특한 e스포츠, 게임 문화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재미있었습니다.

현장을 이래저래 둘러보면서 돌아다니니까, 술도 안 먹고 사진 찍으며 돌아다니는 제가 신기했는지 말을 걸어오고 물어보는 유저들도 있었습니다. 영어실력이 유창하지는 않지만, 좋은 기회다 싶어서 저도 머릿속까지 쥐어짜내면서 이것저것 물어봤죠. 처음 보는 사람이고, 이름조차 서로 모르지만 대화는 자연스러웠습니다. 간략하게 옮기자면 이렇습니다(F로 시작하는 비속어가 매우 많았지만, 사정상 삭제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이름모를 외국인 친구 A와의 대화 요약

"이봐, 너는 어디서 왔어? 한국? 중국?"
"한국인이야. PAX에서 들으니, 여기 파티 있다고 해서 왔어. 와보니까 굉장한걸?"
"나도 놀랬어. 게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지."
"이런 행사는 많은 편이야? 한국에서는 거의 없어서 신기해."
"축구나 농구, 야구는 꽤 있어. 근데 오버워치는 처음이야. 나도 여기는 처음 온 거야."
"그렇군. 너는 그러면 보스턴 업라이징을 응원하는 거야?"
"당연하지! 퓨-전 따위는 상대도 안돼!"
"... 근데 다음 전장 66번 국도인데?"
"What the F...괜찮아. 마지막 전장이 쟁탈전이면 이겨. 볼스카야랑 일리오스에서 이겼잖아?"


마지막 전장이 쟁탈전이 걸렸고, 진짜로 보스턴이 승리했습니다. 와우!

그렇게 짧게 짧게 대화를 하다보니 진짜로 보스턴이 이겼습니다. 우레와 같은 환호가 이어졌고, 뜨거운 분위기는 축제로 바뀔 정도였죠. 중간중간 사회자(?)로 보이는 2층의 DJ가, 직접 관중들과 대화를 하면서 더욱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재미있게 대화도 이어졌습니다. 일단 여기 모인 사람들은 전부 오버워치를 좋아하고, 이것만으로도 대화하고 같이 노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굉장히 재미있고, 부러운 문화였습니다. 게임이 스포츠로 인정되느냐 안 되느냐를 떠나서, 그냥 일단 모여서 놀자!라는 느낌이랄까요. 유쾌하고 즐겁게 먹고 마시면서 '게임'을 보고 노는 문화 자체가 정말 부러웠습니다. 국내에서 이와 가장 비슷한 게임 행사를 꼽아보자면... 아무래도 블리자드의 '와글와글 하스스톤'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좀 익숙하지 않은 행사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래도 이렇게 '게임'을 소재로 즐겁게 모여서 놀 수 있는 행사들이 한국에도 많아졌으면 합니다. 굳이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게임'이라는 주제로 모여서 놀면서 계속 활성화되다보면 인식도 나아지고 더 재밌게 놀 수 있지 않을까요? 어차피 게임도 재밌으려고 하니까, 게임을 이용해서 재미있게 놀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