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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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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라나는 씨앗 김효택 대표 "고전 명작, 이제 게임으로 읽으세요"

윤홍만 기자 (Nowl@inven.co.kr)
하나의 콘텐츠로서 게임의 무기는 뭘까요. 누군가는 화려한 그래픽과 연출을 들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정교한 게임 시스템을 들 수 있을 겁니다. 그도 아니라면 한 편의 영화 같은 스토리일 수도 있죠.

이런 여러 무기들 가운데 스토리는 가장 강력한 게임의 무기로 손꼽히곤 합니다. 단조로운 시스템에 평범한 그래픽을 가진 게임이라도 탄탄한 스토리를 가졌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른바 ‘갓겜’의 반열에 드는 사례가 왕왕 있을 정도입니다.

이번에 만난 자라나는 씨앗은 이 스토리에 큰 관심을 보이는 개발사입니다. 단순히 좋은 스토리의 게임이 아닌 '책을 게임으로 읽자'는 슬로건 하에 오즈의 마법사,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등 유명 동화나 소설을 게임으로 만들고 있죠. 그들이 명작들을 게임으로 만드는 이유는 뭘까요? 그들의 이야기, 함께 들어보시죠.

▲ 자라나는 씨앗 김효택 대표



Q. 먼저 회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자라나는 씨앗은 5년 정도 된 회사입니다. 여러 방황을 하다가 지금은 고전 명작을 스토리텔링 게임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MazM(맺음) 프로젝트라고 해서 오즈의 마법사,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등 유명 서적들을 게임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차기작으로 오페라의 유령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이번 달에 출시를 앞두고 있으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Q. 사명이 독특해요. 뭔가 출판사같은 느낌이랄까요?

아, 이해해요(웃음). 회사를 설립할 때 목표랄까요. 그런 게 투영된 사명입니다. 자라나는 씨앗이라고 하면 대충 짐작하시겠지만 아이들이거든요. 그래서 교육과 게임을 접목한 콘텐츠를 만드는 걸 목표로 했어요. 그렇게 해서 나온 게 '생각이 자라나는 수학'이라는 교육용 앱이었습니다. 근데 사실 교육이란 게 처음부터 가르칠 목적으로 접근하면 아이들도 거부감을 느끼고 잘 안되더라고요. 뭐랄까, 부지불식간에 빠져들게 해야 한달까요? 말 그대로 놀면서 배우는 게 최고인데 그게 잘 안됐어요.

그때부터 고민에 들어갔어요. '진정한 학습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잘 하는 게 뭘까?' 하고요. 그러다 나온 게 스토리였어요. 스토리에 게임을 접목하자고 말이죠. 물론, 스토리를 전달하는 매체는 많습니다. 기본이 되는 책에서부터 영화, 드라마, 뮤지컬, 웹툰 이렇게나 말이죠. 그런데 게임은 거의 없다손 했어요. 오락으로서의 게임은 있지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로서의 게임은 없었습니다. 이상했죠. 인터랙티브하기에 그 어떤 매체보다 스토리텔링을 전하기 좋은 매체잖아요? 그래서 그런 명작 동화, 소설의 스토리를 게임을 통해 즐겁게 전달해주고자 하는 마음이 지금에 이르게 됐습니다.



Q. 첫 결과물이 '생각이 자라나는 수학'이었는데 원래는 교육용 앱을 만드는 게 목표였었나요?

그렇진 않았어요. 처음부터 게임을 만들 생각이었어요. 전 개발자 출신은 아니지만, 게임 업계 출신이거든요. 프로그래밍도 공부했었고요. 그래서 게임을 만들진 않았지만, 문화는 잘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게임이 가진 잠재력도 알고 있었고요.

그리고 아까 한 얘기의 연장선에 있지만, 요즘은 점점 책을 안 읽는 분위기잖아요? 보통 원작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은 2차 창작물이랄 수 있는 영화, 뮤지컬 등을 통해 접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니까요. 이유가 뭔가 하니 역시 접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게임은 말할 것도 없죠. 그래서 더 '책을 게임으로 읽자'는 목표를 향해 달려나간 것 같아요.


Q. '옐로 브릭스'는 유료였는데 '하트리스'와 '지킬 앤 하이드'는 무료로 배포했습니다. 이유가 있었나요?

'옐로 브릭스'의 경우 3천 원에 팔았는데 솔직히 말해서 망했어요. 그때 유료 게임 시장이 쉽지 않다고 여겼어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무료로 파는 쪽으로 선회했죠. 그런데 완전히 무료여선 돈을 벌 수 없잖아요? RPG도 아니니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처음에는 챕터를 나눠서 팔자는 얘기도 있었어요. 스토리텔링 게임에선 흔한 사례니까요. 근데 우려 섞인 의견도 있었어요. '요즘 모바일 게임의 퀄리티가 얼마나 좋은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고요. 그 결과 나온 게 기본적으로는 무료로 하되, 일종의 감독판을 내자는 의견이었어요. 공개된 기본 콘텐츠만으로도 전체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문제는 없지만, 비하인드 콘텐츠가 궁금하다면 감독판을 사도록 말이죠. 물론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어요. 스토리를 다 본 사람들이 과연 살까 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아서 차기작인 '오페라의 유령'은 감독판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 현재 '오페라의 유령'은 출시를 앞두고 최종 점검 중이다


Q. 지금이야 결과가 좋으니 좋은 선택이었다고 하겠지만 당시에는 정말 고민됐을 것 같아요.

그렇죠. '옐로 브릭스'가 왜 망했는지도 몰랐으니까요. 유료라서 망한 건가? 아니면 못 만들어서? 그걸 알고자 '하트리스'라는 일종의 외전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40분짜리로 3주 만에 뚝딱 만들고 광고 같은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냈는데 반응은 되게 좋았죠. 순식간에 5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어요.

덕분에 일종에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죠. '하트리스'와 '옐로 브릭스'는 거의 같은 아트였거든요. 즉, 아트가 나쁜 건 아니었어요. 그럼 다른 부분에서 문제를 찾으면 되는 거죠. 그 결과 나온 가장 큰 차이점이 스토리텔링을 전달하는 방식이었어요. 거의 같았는데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옐로 브릭스'는 제가 기획했고 '하트리스'는 저희 직원이 기획했거든요. 제가 원작의 감각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했다면 저희 기획자는 좀 더 유저 눈높이에 맞게 변형을 가했어요. 좀 더 빠져들도록 말이죠.

한편, '하트리스' 덕분에 BM에 대한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한 것도 있었어요. '옐로 브릭스'의 경우 다운 받은 수가 적어서 지표를 얻기 힘들었지만, '하트리스'는 5만 건이 넘었으니까요. 그래서 고민은 했지만 과감히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하트리스' 자라나는 씨앗이 나아갈 길을 제시한 작품이 됐다


Q. 오즈의 마법사,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오페라의 유령 등의 작품들은 유명한 만큼, 저작권에 대해서도 민감할 것 같습니다.

저희가 하는 작품들은 저작권이 없습니다. 보통 저자 사후 70년이 되면 저작권이 만료되는데 아무래도 저희가 저작권 사용과 관련된 계약을 할 만한 규모가 아니다 보니 저작권이 만료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신 조심해야 하는 게 있는데 바로 영화나 뮤지컬 등 2차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입니다. 예를 들어 영화 '오페라의 유령'의 저작권은 여전히 있는 만큼, 이 부분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신 그만큼 원작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 덕분에 카페 등 커뮤니티에서는 원작을 굉장히 잘 반영했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여담이지만 '오페라의 유령'도 원작과 영화, 뮤지컬은 꽤 느낌이 다르거든요. 영화와 뮤지컬은 로맨스에 에릭이 미화돼 멋진 사람으로 나오지만 원작에선 그렇지 않아요. 굉장히 이중적이고 악한이라 욕이 나올 정도입니다. 아마 원작을 몰랐던 사람들도 이런 점들은 흥미롭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혹시 자사 게임으로 웹툰 등의 2차 창작물을 만들 생각은 없으신가요?

안 그래도 기획자랑 그 얘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기본적으로 게임 자체가 스토리와 아트가 주가 되다 보니 그럴듯하기도 했고요. 근데 지금은 어디까지나 얘기가 나온 정도로 보시면 되요. 이런 식으로 프로젝트를 확장하면 좋겠다지 당장에 할 계획은 없습니다.


Q. 2차 창작물이라고 하면 서브컬쳐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하는데, 대표님은 어떠신가요?

관심은 있죠. 지금도 집에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이 있을 정도입니다. 근데 전 오래된 세대예요. 대신 직원들이 젊죠. 저만 40대고 다 20대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런 젊은 분위기를 유지 하고 싶어요. 아무리 제가 서브컬쳐에 관심 있다고 해도 나이가 들어선 지 눈높이가 맞지 않는달까 하거든요. 전 그래서 10년 경력의 개발자보다 학창시절부터 서브컬쳐에 관심이 있었던 그런 개발자들을 더 선호합니다.


Q. 혹시 MazM(맺음) 프로젝트 말고 일반적인 게임을 만들 생각은 없나요? 아니면 오리지널 스토리의 게임이라던가요.

지금은 아직 그 생각을 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좀 더 성장하면 고려할 수는 있겠지만, 당장은 MazM 프로젝트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보면 스토리텔링이 주가 되는 게임은 5% 정도밖에 안 됩니다. 한국은 더 작고요. 근데 그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초이스: 스토리즈 유 플레이(Choices: Stories You Play)'라고 넥슨이 인수한 게임이 있는데 인기가 엄청날 정도입니다. 이런 흐름인 만큼, 저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쥬얼 노벨 등 오락성이 강한 스토리텔링 게임은 이미 다른 개발사에서 많이 하고 있죠. 저희는 좀 더 진지하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정말 책을 읽는 것처럼 말이죠.

▲ 오즈의 마법사 원작의 '옐로 브릭스'


Q. 지표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저연령층 아동을 대상으로는 결과가 어떤가요?

좋지는 않습니다. 안 그래도 스마트스터디의 김민석 대표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부모들에게 게임이란 단어는 절대 안 통한다"고 말이죠. 그리고 '옐로 브릭스'는 동화였지만, '지킬 앤 하이드'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설에 가깝죠. '오페라의 유령'은 더 목표 연령층이 높을 테고요. 거기에 텍스트가 많아서 저연령층 아동을 대상으로는 좀 힘들 거 같습니다.


Q. MazM 프로젝트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는 건 다른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란 건가요?

다음 프로젝트로 이관한다기보다는 프로젝트를 더욱 확장할 계획이에요. 지금까지는 단순히 동화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면 다음은 역사물을 대상으로 말이죠. 하지만 아직은 그 정도가 안되기에 고전 명작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Q. 오페라의 유령의 경우 원작보다 영화나 뮤지컬이 더 유명해서 자칫 모르고 원작 고증을 못했다는 비평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오히려 비평보다 '어? 원작에선 정말이래?' 라면서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라고 있어요. 실제로 카페를 보면 원작을 아는 사람은 아는 만큼 재미를, 모르는 사람들은 몰랐던 걸 알게 됐다고 좋아해 주시거든요.


Q. 지금까지 작품은 서양권 작품들이죠. 서유기나 수호지 같은 동양권이 배경인 게임을 만들 생각은 없나요?

일단 대중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해서 작품을 찾을 때 영화나 뮤지털 등으로 작품화된 게 2개 이상 있는걸 찾고 있어요. 어느 정도 알려져야 더 접근하기 좋을 테니까요. 물론 회사가 성장하고 저희 이름도 더 알려진다면 삼국지나 서유기, 수호지 같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게임도 만들 수 있겠죠.


Q. 오락적인 요소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해합니다. 인지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저희는 '투더문'을 많이 벤치마킹했는데 아시겠지만 정말 감동적인 게임입니다. 스토리텔링이 엄청나죠. 그런데 모두가 좋아하진 않았어요. 혹평도 있었죠. 대부분 '이게 게임이냐?' 이런 얘기들이었어요. 저희 게임도 마찬가지예요. '지킬 앤 하이드'를 깔았다가 지운 분들의 피드백을 보면 '추리 게임인 줄 알았다', '이건 그냥 소설이잖아'라는 의견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오락 요소를 넣긴 싫습니다. '지킬 앤 하이드'에서 갑자기 검을 들고 싸울 순 없는 거잖아요? 대신 원작에 나오는 특정 상황을 확장해 콘텐츠로 살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옐로 브릭스'에서는 도로시가 양귀비밭에서 길을 잃는 에피소드를 넣어서 미로에서 탈출하는 식으로 구현한 것처럼 말이죠.

▲ 단순한 미니게임도 원작에 어울리도록 고민을 거듭했다


Q. 게임을 진득하게 하기엔 PC만 한 게 없죠. 혹시 PC로 낼 생각은 없나요?

염두에 두곤 있죠. 테스트도 해봤고요. 근데 아직 여력이 안 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 직원들이 많지 않아요. 거기에 각종 정부지원사업도 충족해야 해서 항상 쫓기듯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업이 좀 더 궤도에 오르면 스팀 등을 통해 PC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Q.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일단 올해는 굉장히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상을 받아서가 아닌 대중들에게 마침내 인정받은 느낌입니다. 지금까지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했던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착실히 팬층을 늘려나갈 계획으로, 앞으로도 게임을 통해 미처 몰랐던 원작의 매력들을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줄곧 지켜봐 주신 카페 여러분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저희에게 있어선 가장 소중한 분들로, 그분들이 실망하지 않는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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