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존 드래곤X는 아프리카 프릭스와 정규 시즌에 두 번 만나서 두 번 다 이겼다. 1라운드에서는 2:0 완승을, 2라운드 대결에서는 2:1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했다. 그래서 양 팀의 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정규 시즌 상대 전적은 4:1이다.

큰 격차다. 정규 시즌 1위 킹존 드래곤X와 2위 아프리카 프릭스 사이에 이런 격차가 있다니 새삼 놀랍다. 이는 바꿔 말하면 아프리카 프릭스가 결승전에서 킹존 드래곤X를 잡아내기 위해 뼈를 깎는 수준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양 팀은 정규 시즌에서 총 다섯 번의 세트를 치렀다. 그 중에서 킹존 드래곤X는 아프리카 프릭스의 무릎을 네 번 꿇렸고, 아프리카 프릭스는 킹존 드래곤X 앞에 네 번 굴복했다. 그리고 조금 더 자세히 보면, 킹존 드래곤X는 두 가지 패턴으로 아프리카 프릭스를 압박해 승리를 거뒀다.


킹존의 승리법 -1
상체 싸움에서의 압도적인 우위


킹존 드래곤X의 최대 강점을 꼽으라면 역시 무시무시한 '상체 라인'의 힘을 언급할 수 있다. '칸' 김동하는 라인전 내내 상대를 숨도 못 쉬게 만드는 탑 라이너다. 이는 누구를 상대하더라도 비슷했다. '칸' 앞에서는 모든 탑 라이너가 고통스러운 라인전 페이즈를 보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피넛' 한왕호나 '커즈' 문우찬은 '칸'은 물론이고 '비디디' 곽보성과도 좋은 시너지를 냈다. 사실 많은 부분은 '칸'의 강력한 라인전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칸'이 스스로의 힘으로 상대 탑 라이너를 박살내면 '피넛'이나 '커즈'의 상체 쪽 발놀림이 가벼워진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비디디'도 압박을 손쉽게 가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킹존 드래곤X의 상체 파워는 아프리카 프릭스와의 1라운드 대결에서도 그대로 연출됐다.


양 팀의 1라운드 1세트. 킹존 드래곤X는 대놓고 상체 쪽에서 압박을 가하기 좋은 조합을 선택했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이를 최대한 받아내면 조합적인 시너지가 나오는 조합을 꾸렸다. 초반 라인전만 무난하게 넘기면 아프리카 프릭스의 턴이 시작되는 구도였다. 렝가의 궁극기에 쉔의 궁극기가 덮어지고 말자하의 궁극기로 상대를 끊어먹는 조합 형태. 꼭 궁극기 연계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운영에 힘을 줄 수 있었다. 라인전만 잘 넘기면 말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프릭스의 설계는 시작부터 무너졌다. '칸'의 나르는 '기인' 김기인의 쉔을 시종일관 압박했다. 챔피언 상성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심한 압박이 이어졌다. 1세트가 진행된 지 12분이 지나도록 '기인'의 쉔은 '칸'의 나르를 단 한 대도 가격하지 못했고, '칸'은 손쉽게 탑 1차 타워를 파괴했다. 순수한 1:1 구도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스피릿' 이다윤이 꺼냈던 렝가는 주도권을 잃기 쉬운 탑과 미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선택했던 챔피언이었다. 소규모 교전에서 '피넛'의 카직스만큼 힘을 쓰기에 좋고, 쉔과 말자하와 힘을 합쳤을 때 상대를 끊어먹기에 좋은 챔피언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탑 라인에서 '기인'이 일방적으로 얻어 맞자 자연스럽게 '스피릿'의 힘이 빠졌다. 언제라도 내려올 수 있는 상대 나르를 의식할 수 밖에 없었다.

▲ '기인'은 일방적으로 얻어 맞기만 했고, 타워도 잃었다.

게다가 '쿠로' 이서행의 말자하 역시 초반 딜교환 과정에서 '비디디'의 라이즈에게 호되게 당해 '점멸'을 강제 당했다. 탑과 미드 주도권을 모두 잃자, '스피릿'의 렝가는 더욱 할 것이 없었다. 킹존 드래곤X는 순수 1:1 라인전 단계에서 원했던 것 이상으로 득점했다. 부족한 상체 쪽 힘을 보조하기 위해 '도란의 검' 선템으로 적극적으로 상대를 압박했던 '크레이머' 하종훈 이즈리얼의 움직임도 빛을 잃었다.

이후, 킹존 드래곤X는 당연하다는 듯이 아프리카 프릭스를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승리를 차지했다. 조합상 아프리카 프릭스가 라인 주도권을 잡기 힘들긴 했다. 하지만 킹존 드래곤X는 모두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라인전 능력을 갖춘 팀이었다. 그리고 그 라인 주도권 하나로 1라운드 1세트 대결에서 낙승을 거뒀다.


양 팀의 2세트도 느낌은 조금 달랐지만, 비슷한 패턴을 통해 킹존 드래곤X의 승리로 끝났다. 1세트에 너무 수동적인 챔피언들만 꺼냈다가 허물어졌던 만큼, 아프리카 프릭스도 상체 라인에 힘 좋은 나르와 리 신, 아지르를 꺼냈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하지만 킹존 드래곤X는 1세트와 똑같이 상체 쪽 우위를 토대로 승리했다.

'칸'의 제이스가 등장해 '기인'의 나르를 심하게 압박했던 것이 컸다. 나르는 '착취의 손아귀'에 방어적인 아이템을 먼저 갖추는 등 스스로 반격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내비쳤다. 그걸 확인한 '칸'의 제이스는 신나게 나르를 구타했다. 그러자 1세트와 마찬가지로 '커즈' 문우찬의 카직스가 상체 쪽을 활보했다. 그리고 '커즈'는 미드 갱킹을 통해 '쿠로' 아지르의 소환사 주문을 모조리 사용하게 만들었다. 점점 흐름이 1세트와 같아졌다.

▲ 나르와 제이스 구도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이번에도 탑과 미드 라이너가 힘을 쓰지 못하자 '스피릿'의 리 신이 힘을 잃었다. 렝가와 비교했을 때 더욱 주도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리 신이었지만, 탑과 미드가 압박을 심하게 당하자 뭔가 할 게 없어지는 건 동일했다. 킹존 드래곤X는 또 다시 상체 라인에서의 강한 압박으로 승리했고, 아프리카 프릭스는 또 다시 급격하게 허물어진 상체 라인 때문에 패배했다.

결국, 킹존 드래곤X와 아프리카 프릭스의 1라운드 대결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킹존 드래곤X는 상대의 조합 콘셉트와 상관없이 상체 라인에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면, 그걸 토대로 끝까지 스노우볼을 굴려 승기를 굳혔다. 1:1 구도에서 '칸'이 항상 '기인'에게 승리했다. '쿠로'의 미드 라인은 '피넛' 혹은 '커즈'와 '비디디'의 시너지를 감당하지 못했다. 그러면 '스피릿'이 자연스럽게 힘을 잃었고, 아프리카 프릭스는 쉽게 허물어졌다.


킹존의 승리법 -2
상체가 팽팽하면? 한타를 이기면 된다


상체 쪽에서 생긴 균열을 두 세트 연속 막지 못해 완패했던 아프리카 프릭스는 2라운드에 맞이한 킹존 드래곤X와의 대결에서는 전략을 다소 수정했다. 초반부터 '칸'에게 '기인'이 일방적으로 얻어 맞는 구도를 만들지 않게 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그 결과는 항상 괜찮았다. '칸'은 1라운드 때만큼 '기인'을 일방적으로 압박하지 못했다.

▲ 아프리카의 상체가 무너지지 않으면 킹존의 스노우볼은 꽤 더뎠다.

확실히 초반부터 상대 상체 라인을 강하게 압박하지 못한 킹존 드래곤X의 스노우볼을 더디게 굴러갔다. 오히려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모습도 보여줬다. 하지만 그렇다고 킹존 드래곤X가 패배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다른 무기가 하나 더 있었다.

2라운드에 킹존 드래곤X가 또 아프리카 프릭스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한층 앞서는 한타 파괴력이었다.

양 팀의 2라운드 2세트와 3세트에선 아프리카 프릭스가 킹존 드래곤X와의 상체 싸움에서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먼저 득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프리카 프릭스는 승리하지 못했다. 킹존 드래곤X보다 효과적으로 한타에서 승리하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 초반 비슷한 구도가 이어져도 한타 승리는 킹존에게 돌아간 적이 잦았다.

킹존 드래곤X는 아프리카 프릭스와의 2세트와 3세트에 상대의 것을 상회하는 한타 집중력을 선보였다. 한타가 열렸다 하면 대부분 킹존 드래곤X가 웃었다. 그 한타에서의 주인공이 '칸'인지 '비디디' 혹은 '프레이'인지, 그것만 달랐을 뿐. 반면, 아프리카 프릭스는 먼저 싸움을 걸어도, 이니시에이팅을 당한 채 싸워도 많은 전투에서 패배했다.

그리고 그건 곧 아프리카 프릭스의 패배, 킹존 드래곤X의 승리로 끝났다. 상체 라인에서 킹존 드래곤X가 주도권을 틀어쥐지 못해도, 킹존 드래곤X는 전혀 급할 것이 없었다. 한타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걸 실제로 해내며 2라운드에도 아프리카 프릭스를 무너뜨렸다.


아프리카 프릭스가 이기려면
상체에서 밀리지 말 것, 그리고 킹존보다 한타를 더 잘할 것


아프리카 프릭스가 승리한 2라운드 1세트에선 킹존 드래곤X의 '칸'이 사이온이라는 탱커를 골랐다는 점이 달랐다. 확실히 탱커와 탱커 싸움이 시작되자 '기인'과 '칸'은 합을 주고 받았다. 스노우볼이 탑 라인을 시작으로 킹존 드래곤X 쪽으로 굴러가지 않았다. 한타에서 여러 번 패배하면서도 아프리카 프릭스는 상대의 노림수를 최대한 받아치면서 버텼다. 그러다가 상대가 운영의 강수를 둘 때 그걸 캐치해서 갑자기 싸움을 열고, 여기서 승리해 단숨에 역전했다.


이 말을 반대로 해석하면, 비슷한 구도나 흐름으로 초반이 흘러가도, 탱커를 서로 갖춘 안정적인 조합 간 대결에서도 킹존 드래곤X가 한타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1세트에서 킹존 드래곤X가 한타 패배를 경험한 적은 많지 않았다. 아프리카 프릭스가 상대의 2인 장로 드래곤 사냥 타이밍에 본대를 끊지 못했다면, 다급해진 상대의 바론 시도를 실패로 돌리고 역으로 버프를 획득하지 못했다면 킹존 드래곤X가 또 승리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프리카 프릭스가 킹존 드래곤X를 상대로 승리하려면 두 가지 조건을 반드시 충족시켜야 한다. 첫번째로, 아프리카 프릭스의 상체가 절대 킹존 드래곤X의 상체에 밀리면 안된다. 최소 반반 싸움은 해줘야 한다. 이에 성공했다고 가정해도, 아프리카 프릭스가 한타에서 킹존 드래곤X를 여러 번 격파해야 한다. 그러면 아프리카 프릭스가 2라운드 1세트와 같이 승리할 수 있다. 첫 번째 조건을 완수해도 두 번째 조건에서 실패하면, 2라운드 2세트와 3세트처럼 아프리카 프릭스는 패배할 것이다.

실제로 실행하기엔 너무나도 힘든 조건이다. 지금 킹존 드래곤X가 정규 시즌 1위 자격으로 결승전에 직행했다는 건, 모두가 아는 그 조건 두 가지를 대부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아프리카 프릭스는 이를 완수해야 한다. 그들은 지금 결승전에 진출한 상태다. 킹존 드래곤X만 이기면 우승이다. 그리고 킹존 드래곤X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알고 있다.

반대로 킹존 드래곤X는 정규 시즌 대결 패턴을 그대로 답습하길 바랄 것이다. 아프리카 프릭스가 해야 할 일보다 훨씬 쉽다. 하던대로, 그러면서도 예전보다 더 날카롭게 자신의 것을 갈고 닦으면 된다. 두 가지 조건 중에 하나를 내주더라도 나머지 하나만 더 내주지 않으면 킹존 드래곤X는 과거처럼 또 아프리카 프릭스를 무너뜨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