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만평은 LCK 결승에서 있었던 ‘칸’ 김동하의 도발적인 멘트와 그리웠던 감성에 대한 내용입니다.

스포츠에는 ‘트래시 토크’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경기 전/후나 중에 나올 수 있는 선수들의 ‘쓸데없는 말’을 뜻하며, 말로 인해 생기는 상당히 좋지 않은 사건/사고와도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죠. 이스포츠에도 트래시 토크가 있고, 경기 중에 선수에게 시비를 걸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그 형태는 상당히 온순하게 보여집니다. 주로 큰 경기 전이나 세레모니, SNS나 방송에서의 멘트, 또는 특별히 판을 깔아 준 무대에서 작은 도발의 모습으로 종종 등장하곤 했죠.

한국에서는 과거 스타크래프트 시절, 지금으로선 상당히 파격적인 도발과 세레모니가 숱하게 있었습니다. 전설로 남은 이들을 뒤로하고, 이후 LoL 판에서는 아주 소수의 선수가 제법 매콤한 도발을 하곤 했습니다. 본의건 본의가 아니건, 아마 SKT T1 시절의 ’피글렛’과 삼성 화이트 시절의 ‘임프’를 떠올리는 팬들이 상당히 많을 것입니다. 경기 전에 등장하는 영상에서 특유의 표정과 함께 상대를 ‘맛깔나게’ 도발하던 이들은 팬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고, 라이벌 구도를 더욱 치열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역할을 수행하기에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수 년이 지나고, 한국의 LoL 판은 상당히 얌전해졌습니다. 커뮤니티와 SNS가 점차 발달하며 작은 행동과 소문에도 오해가 생길 수 있으며 그에 따라 평판이 크게 휘청거렸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를 잘 아는 선수와 코치진들의 멘트는 상당히 조심스러워졌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작은 도발조차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피글렛’, ‘임프’와 같은 캐릭터 역시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바로 지난 2018 LCK 스프링 스플릿 결승전의 사전 영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도발 없는 ‘착한’ 트래시 토크 무대에는 긴장감이 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결승 후 ‘칸’ 김동하의 방송 멘트는 국내외의 커뮤니티를 통째로 흔들었습니다. 평소에도 자신감과 끼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던 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탑 라이너들은 내게 머리 박을 준비를 하라’는 멘트는 전세계의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자부심 넘치고 파격적인 도발이었습니다. 영어권에서는 이 패기 넘치는 멘트가 ‘Kneel(무릎을 꿇어라!)!’ 라는 번역으로 이해되며,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어린 왕 ‘조프리’에 대입되며 큰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과거 소아즈와 관련하여 자부심 넘치는 트래시 토크의 밈이 된 ‘Bwipo’ 및 다른 자신감 넘치는 탑 라이너들과 대결 구도를 만들기도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칸’은 범세계적으로 이러한 아이콘을 차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불편해하는 팬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많은 팬들이 꽤나 그리워했던 용감한 도발. 그리고 현 LCK에 있어 마지막 도발의 불씨인 칸. 다가올 MSI에서도 그가 자신감 넘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세계 무대를 향해 던졌던 그의 톡톡 튀는 도발을 책임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