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VR/AR엑스포에서 '배틀X'를 선보인 네비웍스는 출발지점이 약간은 다른 회사다. VR/AR 게임이 게임을 만들던 게임사로부터 시작되었다면, 네비웍스는 방산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회사기 때문이다. 그간 네비웍스는 무기체계 소프트웨어, 전술훈련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한 바 있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밀리터리' 쪽에서는 확실한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네비웍스의 '배틀X'는 보다 현실감 있는 전장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탄창을 직접 갈아 끼워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준도 적응되기 전까지는 쉽게 적을 맞출 수 없다. 체력과 같은 UI도 별도의 동작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번거로운 면이 있기는 하지만, 어려운 게임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배틀X'는 실시간 멀티 플레이를 지원한다. 그것도 1vs1이 아닌 8vs8. 총 16명이 참가하는 전투는 '배틀X'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적응하면 긴박하게 진행되는 전투들은 네비웍스가 왜 '밀리터리' 전문인지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 일단 체력을 확인하는 과정부터 다르다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은 '디테일'이다. 앞서 말했듯이 체력을 확인하는 과정도 일일이 좌측 손을 뒤집어 봐야만 알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자동 재장전이 아니라, 탄입대에서 일일이 탄창을 꺼내 교체해야 한다는 점 등등, 게임이라는 틀 안에서 현실감을 주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해뒀다.

사실, 우리가 익숙한 FPS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어색한 것이긴 하다. 보통은 탄알이 떨어지면 총은 알아서 장전됐고 버튼을 눌러서 재장전했으니까. 다만, 이와 같은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가 모여서 사실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데에는 성공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 재장전은 허리춤에 탄창을 집는 것부터.

처음에만 적응하기가 어려울 뿐이고, 두어 번 쯤 시도부터는 익숙하게 적응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룰이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번거롭지만, 사실적인 것' 들은 여럿 있다. 수류탄 또한 허리 탄입대에서 꺼내야 한다든가, 방열 손잡이를 잡아야만 조준점 정렬이 된다든가 하는 것들이다.

다음으로 눈에 띈 부분은 은폐·엄폐다. 현역 때든 예비군 때든 지겹게 들었던 바로 그것이다. 조작하는 사람의 움직임을 그대로 가져오기 때문에, 은엄폐는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하나 예를 들어보자. 소위 말하는 빼꼼샷(또는 기울기, 보통 QE키로 쓰는 그 것)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바위 뒤에 앉고, 상체를 살짝 틀어서 고개를 옮겨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동작과 시점은 일치한다.

▲ 진짜로 하는 맛은 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게임이 긴박하게 진행되는 것치고는 멀미가 적다. 캐릭터의 이동은 트랙패드로 하는데에도 말이다. 달릴 때에는 뒤로 화면을 쭉 후퇴해서 캐릭터의 모습을 비추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선택한 연출로 보인다. 내 몸이 아님을 알기에 멀미가 안 난다.

다만, 트랙패드로 하는 이동 방법은 적응이 필요할 것 같다. 개인적인 차이일지는 모르겠으나, 이동 방법에 익숙해지는 데에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시연 버전에서는 튜토리얼을 거치치 않고 들어갔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싱글모드에는 튜토리얼이 있으니, 멀티플레이 전에 적응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 이런 것도 가능하다

멀티플레이 환경은 준수한 수준이다. 행사장에서 본사 개발자와 연결하여 8vs8 멀티 플레이가 진행되었음에도, 무리 없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엑스포 부스에서 방을 생성하면, 개발자들과 부스 참관객이 입장하여 진행하는 구조다.

배틀X는 크로스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멀티 플레이를 기획하고 있는 만큼, 이후 통신망 환경에 따라서 달라질 여지는 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별다른 지연이나 렉 없이 부드러운 전투가 진행된다. 이후에도 유저 수만 확보된다면 이용자 간의 전투는 자주 이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네비웍스는 이번에 선보인 '배틀X'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 GDC 2018에서 부스를 꾸려 북미 유저들에게 게임을 선보이기도 했고, 게임 내에 관전자 모드를 배치하여 e스포츠 영역도 지원하려 하고 있다. 또한, 오는 5월 스팀을 통한 얼리엑세스를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PS VR까지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밀리터리 전문가들이 제작한 VR FPS, '배틀X'의 첫인상은 합격점을 주고 싶다. 다양한 플랫폼으로의 진출은 물론이고, 크로스 멀티 플레이와 같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음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