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등 콘텐츠의 혼합은 계속 시도되고 있으며, 그 경계는 모호해지고 있다. 특히 VR에서는 가상현실과 상호작용이라는 요소를 가지고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어떤 경험을 전달하고자 하는가에 따라서 그에 맞는 형식의 콘텐츠가 개발되고 있으며, 기기의 발전도 이에 맞춰서 진행되고 있다.

2018년 첫 VR 행사로서 다양한 콘텐츠와 신제품을 만나볼 수 있는 장인 '서울 VR/AR 엑스포 2018'에서는 특히 정확히 게임이다, 영화다라고 구분하기 어려운 콘텐츠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스에서 만난 레드로버의 '버디 VR'도 그 예다. 애니메이션 '넛잡'의 스핀오프 스토리를 담은 '버디 VR'. 레드로버 부스 및 몬스터VR 부스에서 '버디 VR'을 체험하고, 레드로버의 오 성 팀장과의 짧은 인터뷰를 통해 인터렉티브 애니메이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름을 적기도 하고, 함께 드럼을 치고! 인터렉티브 애니메이션 '버디VR'


'버디 VR'은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한 글로벌 애니메이션 '넛잡' IP를 활용한 VR 인터렉티브 애니메이션이다. 본 애니메이션에서는 조력자였던 외톨이 쥐 '버디'가 주인공이며, 약 15분 플레이타임으로 진행된다. 버디를 만나고, 도와주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며, 위기에서 도움을 주게 된다는 간단한 스토리텔링으로 구성되어있다.

직접 경험해본 '버디 VR'은 간단한 상호작용이 최소한으로 구성되어있는, 게임보다는 확실히 애니메이션에 가까웠다. '버디 VR'에서 관객은 아주 간단한 상호작용을 통해 친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름을 적어서 알려주고, 함께 드럼을 연주하거나, 버디를 쓰다듬기도 한다. 상호작용은 컨트롤러를 따로 누를 필요없이, 복잡한 조작 없이 필요한 곳에 갖다 대기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VR 컨트롤러에 익숙하지 않은 저연령대의 관객까지 편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다만, 애니메이션 속에서 상호작용을 담아내면서 다소 불친절한 부분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버디 VR'에서는 일정 행동을 하지 않으면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는다. 일정 상호작용은 물론, 어떤 구간에서는 버디를 주시하고 있어야 스토리 진행이 이루어진다. 관객 마음대로 고개를 돌려 감상할 수 있는 VR의 특성상 일정한 부분을 주시해야 한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다. 또한, 특정 구간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 요소가 언제, 어디서 이루어지는지 알려주는 장치가 부족했다. 이에 직접 체험한 몬스터VR 부스에서는 미리 어떤 부분에서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것인지를 알려주는 안내문을 보여주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애니메이션을 미리 스포당하고 보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방관자가 되어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한 인물이 되어 진행되고,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VR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 나를 바라보는 캐릭터들(많이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조금 움직여보니 시선이 내게 고정되어 움직이더라), 직접 적은 나의 이름, 내가 던진 공에 반응하는 캐릭터. 애니메이션에 직접 들어가 캐릭터와 상호작용한다는 점은 캐릭터와의 관계를 통한 감정을 확실하게 전달한다.

▲직접 나의 이름을 적어 알려준다. 여담으로, 몬스터VR 부스에서 진행을 도와주던 분이 '맛깔나게' 진행하시더라.



"영화 캐릭터를 가상현실에서 만난다면?에서 시작됐다" - 레드로버 오 성 팀장 인터뷰

▲레드로버의 오 성 팀장

Q. 국내 이용자에게는 '버디 VR'이 최초로 공개되는 자리다. 현장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일단 콘텐츠의 길이가 길어서 많은 분이 체험하지는 못했다. '버디 VR'은 다른 회사의 콘텐츠에 비해 정적이고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라 여성분들의 반응이 좋았고, 남성분들도 무덤덤해하면서도 속으로는 따뜻해하는 것 같더라. 줄이 길어서 그런지 연령대가 낮은 분들의 피드백은 많이 받지 못해 아쉽다.

여러 가지 인터렉션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체험하시는 분들 중에 조금 어려워하는 분들이 있더라. 게임이냐, 애니메이션이냐를 떠나서 유저들이 스토리텔링에 빠지고 캐릭터와 이렇게 친구가 되는 거구나, 라고 어렴풋이 감을 잡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Q. 어떤 부분에 대해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나?

조금 수정해야 할 방향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게임과 다르게 VR 애니메이션인 만큼 컨트롤러가 계속 사용되지는 않는다. 특정 이벤트에서 무언가를 할 것이라는 점을 진동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데, 이런 '언어'가 좀 불친절하지 않았나, 하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다소 불친절하게 진행되는 것이 기획의도긴 했지만, 많은 이에게 불친절하다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의 의도를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좀 더 친절한 가이드를 만들 생각이다.

Q. 대사가 없이 정적으로 진행되어서 더욱 그런 반응이 나온 것 같다. 개인적으로 직접 해보니 뭘 해야 하지? 하는 순간이 있더라.

게임에서는 튜토리얼이나 가이드가 있어서 여러 가지 상황에 미리 연습하게 된다. 하지만 인터렉티브 애니메이션인 '버디 VR'에서는 화법이 게임의 화법이 아니라 영상 연출 화법으로 진행된다. 관객으로 하여금 화면에 집중하고 캐릭터를 계속 주시해야 한다는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 이 부분에서 봤을 때 게임과는 좀 더 차별화된 언어로 연출, 소통하겠다는 것이 우리가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이었다.

UI나 UX를 무작정 배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버디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 친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가는 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나온 의도된 연출이다. 하지만 조금 불친절하다는 피드백이 있었고, 모든 분에게 쉽게 와 닿는 것은 아니었다. 이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고, 어떻게 콘텐츠에서 UI 및 UX를 풀어나갈지는 계속 고민해나갈 숙제인 것 같다.

▲직접 시연하면서, 기대에 찬 눈빛으로 쳐다보는 버디의 얼굴을 보고 열심히 드럼을 연주했다.

Q. 게임을 기대한 유저에게는 아쉬운 인터렉션이고 애니메이션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생소한 콘텐츠다. 인터렉티브 애니메이션이란 무엇이고, 상호작용 요소의 비중은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할까? 인터렉티브 애니메이션에게 상호작용이란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나?

물론 수치로 따질 수는 없지만, VR은 크로스오버가 많이 일어나는 산업이다. 디바이스 또한 다양한 기술이 접목해 만들어지고 있고.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요구'에 맞춰서 기기도 발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게임과 영화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두 가지가 합쳐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가 '버디 VR'을 굳이 게임이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는 '버디 VR'의 성격 속에 있다. 우리는 극장용 콘텐츠를 가지고 스핀오프VR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버디 VR'은 정해진 스토리라인을 따라간다. 관객이 극장 속의 캐릭터를 가상현실 속에서 만났을 때 어떤 것을 해보고 싶어할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콘텐츠다. 최소한의 인터렉션을 통해 캐릭터와 친해지는 과정을 담고 싶었다. 이를 통해 실제로 우리가 전달하고 싶었던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를 보고 싶었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이냐, 사실 구분 짓는 게 모호했다.

게임에 비해 높지 않은 자유도는 정해진 스토리텔링과 연출 안에서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다. 물론, 게임을 기대하고 오신 분들은 주변 사물을 계속 만져보고 싶어하고, 집어들고 싶어하고 그러시더라.

▲개인적으로도 게임이 더욱 익숙해 주변의 물건을 모두 만져보려고 했다.

Q. '버디 VR'의 스팀출시는 플레이타임 문제로 어떻게 진행될지 불확실하다고 말한 바 있는데, 유통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처음에는 VR이라고 하면 스팀이나 오큘러스 스토어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 관객을 생각해보면,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게 일반적인 영화의 접근방식이다. 어디 VR극장에서 상영 중이더라, 이런 개념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엇다. VR 테마파크 사업체에서는 룸스케일 VR 체험존을 운영하고 있어서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버디 VR' 전용 상영관을 만들어 관객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해외도 마찬가지고.

스팀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하자면 우리의 콘텐츠는 플레이타임이 조금 짧다. 게다가 현재 오프라인 테마파크 사업체와 협의 중이라서 온라인 유통은 보류하고 있다. 오프라인에 제한된 기간에 공개하고 그 이후에 온라인에서 공개할지, 아직은 고민해보고 있는 사안이다.

Q. 어째서 '버디'를 주인공으로 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우리의 대표 콘텐츠가 '넛잡' 시리즈다. 헐리우드에서 개봉했을 때 '넛잡1'은 박스오피스 2위, '넛잡2'는 3위까지 기록했다. 헐리우드에 개봉할 정도로 퀄리티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스튜디오는 사실 많지 않다. 디즈니 이외 스튜디오의 입지는 앞으로 계속 좁아질 가능성이 높고. 우리도 우리의 재산인, IP의 콘텐츠를 확장시키고자 고민을 했다. '넛잡'은 우리의 대표 콘텐츠고, 우리가 잘하는 것이 애니메이션 제작이니까.

캐릭터 중에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버디. 말 없는 이 친구를 주인공으로 삼고 소통하는 것을 담고자 했다. 버디가 주인공이 된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먼저 글로벌 런칭에 있어서 대화가 나오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버디는 눈이 크고 눈으로 말하는 게 많은 친구다. 그리고 표정이 불쌍해 보인다(웃음). 이 부분에서 사람들과 함께 표정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담으로 감독님이 강력하게 버디를 주인공으로 다루고 싶어했다(웃음).

Q. 이외에 보유하고 있는 9개 IP를 가지고 차기작을 제작할 것이라고 말한바 있는데. 차기작은 어떤 내용을 담게 될까?

'버디 VR' 엔딩크레딧 후에 보면 미스터 펭이 문을 슬그머니 열고 인사를 한다. 미스터 펭은 '넛잡2'에서느 성룡이 연기했던 캐릭터로, '넛잡2'의 흥미를 높였던, 주연을 뛰어넘는 씬스틸러같은 친구였다. 마지막에 이 친구를 등장시킨 것은 차기작으로 저 친구가 나올 것이라는 암시를 주고자 넣은 것이다. 한 번 더 '넛잡'을 기준으로 하는 스핀오프를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차기작 또한 인터렉티브 애니메이션일 것이다. '버디 VR'에서 관객은 버디를 만질 수 있다. 이 반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디바이스중에서는 웨어러블 기기 중에서 진동이 오거나 센서가 있는 디바이스들이 있더라. 이를 통해 내가 가상의 캐릭터를 만지는 것에서 더 나아가 가상의 캐릭터가 나를 만지면 느낌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기술을 접목해보고 싶고,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간단한 대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너무 무거운 애니메이션이 될 수는 없겠지만, 간단한 대화로 인터렉션이 된다면 재밌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버디 VR'을 통해 어떤 경험과 감정을 가져가길 바라는지 묻고 싶다.

우리의 콘텐츠를 통해서 따뜻한 감정을 느끼기를 기대한다. VR이 불편하고 거북한 것이 아니라 따뜻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져가길 바라고 있다. 또, 버디라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관계에 대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