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쳐 게임 팬들에겐 익숙한 그 이름, '류금태 PD'가 돌아왔습니다.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총괄 PD라는 직책이 아닌, '스튜디오 비사이드'라는 신생 게임 개발사의 대표라는 겁니다.

지난 14일, 스튜디오 비사이드는 자사의 데뷔작 '카운터 사이드'를 발표하고, 공식 티저 영상도 함께 선보였습니다. 영상을 보면 류금태 대표의 전작, '클로저스'와 비슷한 분위기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죠. 이번 작품도 그의 전문 분야인 현대 배경의 서브컬쳐 게임이라는 의미입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스튜디오 비사이드 본사를 방문했습니다. 바뀐 건 직함 뿐, 과거 인터뷰 때 모습 그대로였고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말하는 점 역시 그대로였습니다.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스튜디오 비사이드의 비전,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진짜 게임 개발자의 모습도 점점 뚜렷해지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 스튜디오비사이드 류금태 대표


* 개발 초기인 관계로 인게임 이미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박태학 기자(이하 박태학) - 기존 팬들에겐 대표라는 직함보다는 류금태 PD라는 이름이 아직은 더 익숙할 것 같다. 나딕게임즈에서 클로저스 PD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으니까.

류금태 대표(이하 류금태) - 직함이 무엇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난 게임 개발자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게임을 만들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이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팀원들과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직접 회사를 만들면 좀 더 작업 환경이 자유로워질 것 같았고,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됐다.

전 직장을 퇴사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일단 신작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환경이 필요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 같다. 계속 일만 해오다 보니 좀 쉬고 싶은 생각도 들었고.


박태학 - 현재 스튜디오비사이드에 몇 명이 근무 중인가.

류금태 - 10명 좀 넘게 있다. 이전부터 함께 해왔던 분들도 계시고, 이번에 새로 온 분도 계신다. 이후 회사 사정에 따라 변동은 있겠지만, 계속 충원할 생각이다. 물론, 예전에 PC 게임 만들던 시절만큼 규모를 키울 생각은 없다. 20명 좀 넘는 규모라면 충분할 것 같다.

박태학 - 이제는 PD가 아닌, 한 게임사의 대표가 됐다. 체감되는 환경도 그렇고 업무 면에서도 이전과는 사뭇 다를 것 같은데.

류금태 - 예전 회사에선 PD이자 디렉터였기에 게임 개발에 관련한 실무적인 역할을 많이 맡았다. 대표가 되고 난 후 그런 일이 아예 없어진 건 아니지만, 일단 이 자리에서 꼭 해야 할 업무도 많이 담당하게 됐다. 그리고 가능하면 게임 개발에 대한 업무는 지금 함께 있는 팀원들에게 물려주려고 한다. 개발하다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면,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된다. 내가 모든 부분을 영원히 컨트롤할 수는 없지 않나. 더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팀원들이 많다. 그들이 만든 결과가 더 좋다면,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게 더 좋다고 본다.

박태학 - 스튜디오 비사이드가 바라는 인재상도 화제가 됐다. 특히, '사내 정치나 친분에 의존하지 않는 개발자',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상식적으로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는데, 이런 내용을 넣게 된 계기가 있었을 것 같다.

류금태 - 그걸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웃음). 특정 회사를 겨냥해서 쓴 건 아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우리가 게임 회사라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일하는 장소라면 상식적으로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라고 본다. 그리고 '열정'이나 '가족같은 회사' 뭐 이런 게 사실 나쁜 말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 좋은 의미로만 쓰이진 않는 게 사실이다.

그런 말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인력을 채용할 때 보는 기준은 딱 하나다. '프로'로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본다. 가족같은 분위기, 회사에 모든 열정을 다 쏟을 사람 이런 거 필요 없다. 스스로 프로라 자부할 수 있고, 회사 동료를 프로로 인정해줄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인력이고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다.


박태학 - 그렇다면, 류금태 대표에게 '프로'는 어떤 사람인가.

류금태 - 실제 업무와 상관없는 걸 강조한다던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던가... 혹은, 일을 결과물로 보여주는 게 아니고 그냥 일하는 모습만 보여준다던가. 이런 점을 다 쳐내고 나면, 올바른 목표를 향해 성실히 일하는 사람이 남는다. 이 사람들이 프로라고 본다.

▲ 사내 분위기가 느껴지는 스튜디오 비사이드의 배너. 시선을 사로잡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박태학 - 지난 4월 19일, 신작 '카운터사이드'의 세계관 영상이 공개됐다. 전체적인 일러스트 느낌이라던가 현대를 배경으로 한 점을 놓고 보면,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전 작품과 비슷해보인다. 세계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소개 부탁한다.

류금태 - 처음에 세계관을 정할 때 '어반 판타지'를 좀 더 깊이 파보자고 생각했다. 전작을 만들던 당시 게임시장을 돌이켜보면, 북미나 일본에선 어반 판타지 세계관을 채용한 작품이 의외로 꽤 많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르는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메이저 급 게임이 어반 판타지물로 나온 건 '클로저스'가 최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게임은 처음부터 대중화에 초점을 뒀다. 이런 장르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가벼운 분위기에 경파한 스타일을 넣어서 만들었다.

지금은 좀 분위기가 다르다. '소녀전선'이나 '벽람항로' 등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국내 게이머들도 현대 분위기의 서브컬쳐 게임에 제법 익숙해졌다고 생각한다. 좀 더 진중한 분위기라도 유저들이 받아들이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전작이 레벨 1 어반 판타지 세계관이라면, '카운터사이드'로 레벨 2의 어반 판타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장르 클리셰를 적극 차용한 세계관을 만드는 게 핵심 목표였다.


박태학 - 전작보다 분위기가 더 어둡다는 뜻인가.

류금태 - 이전 작품은 여러 소년소녀들이 우정의 힘으로 적을 함께 쓰러뜨리는 콘셉트의 게임이었다. '카운터사이드'는 개인의 욕망과 집착, 운명... 이런 요소가 한데 섞인 군상극에 가깝다. 주요 캐릭터 연령대도 전작보다는 더 높아질 것 같고.

박태학 - 류금태 대표의 전작인 '클로저스', '엘소드', '그랜드체이스' 모두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다. 이번 작품도 횡스크롤 형태인가.

류금태 - 횡스크롤 2D RPG다. 다만, 전작들처럼 직접 유저가 조작하는 방식은 아니다. 실시간 전략 액션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구체적인 전투 방식을 공개하기엔 좀 이르고, 이후 적절한 시기에 영상을 공개할 계획이다. 물론, 아직 개발중인 게임인 만큼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셨으면 한다.

박태학 - 2D 게임을 만드는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류금태 - 그렇긴 한데, 사실 2D라고 해서 크게 다른 건 없다. 그래픽 특성상 카메라 회전이 안 된다는 걸 제외하면, 전작에서 보여줬던 모든 액션 요소는 다 구현했다고 봐도 된다.



박태학 - 사내에 액션 게임 개발자 출신이 많은 만큼, '카운터사이드'의 액션성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존 모바일 액션 게임과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을까.

류금태 - '카운터사이드'는 직접 조작하는 액션 게임이 아닌, 실시간 액션 전략 게임이다. 장르가 다르기에 기존 액션 게임과는 유저 타겟층도 다르다. 그리고 이전 작품의 PD로 있을 당시, 유저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스토리만 보면 분명 팀이라고 하는데, 장르 특성상 캐릭터 하나만 조작할 수 있다 보니 팀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번 작품이 전략 액션 장르인 만큼, 그런 팀 분위기가 잘 느껴지도록 만드는 데 집중했다.

박태학 -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집형 RPG일 것 같다.

류금태 - 맞다. 기본적인 뼈대는 수집형 RPG다. 당장 확답은 어렵지만, 오픈 시점에선 100여 종의 캐릭터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내부에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캐릭터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클래스명이 아닌, 각자 이름이 있고 국적도 다양하다. 수집형 RPG이다 보니 오히려 이름을 부르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다.

박태학 - 다른 팀 단위 수집형 RPG처럼 탱커, 딜러, 힐러가 구분되어있나.

류금태 - 기본적인 포지션은 구분해놓았지만, 틀에 딱 맞는 전형적인 형태는 아니다. 캐릭터마다 다양한 스킬이 있고, 어떤 스킬을 언제 쓰느냐에 따라 상황 변화가 크다. 유저가 직접 상황을 판단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디자인할 생각이다.

▲ 이번 인터뷰에서 최초로 공개된 '유미나' 공식 일러스트

▲ 마찬가지로 최초 공개된 '힐데'(좌), '주시윤'(우) 일러스트


박태학 -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자동조작' 요소다. 자동사냥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이게 적용될 경우 유저가 직접 플레이할 때 느껴지는 손맛이 잘 전달이 안 될것 같은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류금태 - 모바일 게임에서 자동조작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PC 게임과 다르게 연속 플레이 시간이 평균 10분이 되지 않고, 인터페이스 특성상 미세한 컨트롤도 어려운 플랫폼 아닌가. 자동조작이 좋은가 나쁜가, 넣는가 넣지 않는가 같은 고민을 할 시기는 이미 지난 것 같다. 지금 시대에서는 필수다.

다만, 자동조작이 그 게임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가 관건이다. 수동이든, 자동이든 각자 의미가 있어야 한다. 수동조작을 하는데 자동으로 돌릴 때와 큰 차이가 없다면, 그건 수동의 자격이 없는 거고 게임 디자인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한다. 우린 자동조작을 해도 재미있고, 수동조작 역시 그만의 의미가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박태학 - 모바일 게임은 온라인 게임과 비교해 업데이트 주기가 빠른 편이다. 당연히 기존 온라인 게임을 만들 때와는 개발 방식도 다를 수 밖에 없는데.

류금태 - 팀원 중 모바일 게임 개발 경험을 가진 분들이 많다. 또, 개인적으로는 PC 온라인 게임 작업할 때도 1~2주 단위로 패치를 만들어서 개발 사이클 면에선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개발 유지비용은 모바일이 PC 온라인보다 훨씬 적다고 본다. 또, '카운터사이드'는 2D 게임이기에, 대규모 3D RPG와 비교하면 더 빠르고 효율적인 업데이트를 기대해도 된다.

박태학 - 게임의 완성도 만큼이나 운영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류금태 대표가 잘 알것 같은데, 이번 신작에서도 유저 친화적인 운영을 기대할 수 있을까.

류금태 - 개발 초기인 만큼, 어떤 운영을 하겠다고 유저분들께 당장 약속하긴 어려운 점 양해 부탁한다. 우리가 직접 서비스할지, 퍼블리셔를 통해 출시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운영에 있어 기본적인 원칙은 이렇다. 퍼블리셔가 있을 경우, 긴밀한 협의를 통해 운영 방침을 정한다. 그리고 우리가 국내 회사인 만큼, 철저히 우리나라 노동법에 의거하여 진행할 계획이다.

게임사에서 자사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을 챙기는 건 당연한 거다. 유저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서 운영하고자 노력하겠지만, 여기에서도 여러가지 벽에 부딪힐 때가 있다. 서로 상반된 의견이 들어오거나, 시기 문제로 당장 반영이 어려운 의견 등이 들어오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는 더 많은 고민을 해보고 최대한 많은 유저들이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싶다.




박태학 -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긴 하나 대략적으로나마 일정을 정해두었을텐데, 첫 테스트 일정 혹은 출시 일정을 언제로 계획했는지 들어보고 싶다.

류금태 - 내년에 오픈할 예정이다. 어느 정도 개발이 진행되기 전까진 많은 정보를 공개하기가 어렵다. 이부분은 유저 분들이 양해해주시길 바란다.

박태학 - 최근 모바일 게임시장을 보면, 서브컬쳐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류금태 대표는 이 분야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데, 지금 환경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

류금태 - 게임을 만드는 환경만 놓고 보면, 확실히 예전보다는 좋아졌다. 이런 문화를 받아들이는 유저들도 많아졌고, 기준치도 예전보다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 게임업계가 점점 대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우리 같은 작은 회사가 살아남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까진 기회가 분명 있다. 최대한 좋은 게임을 만들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싶다.

또, 지금의 서브컬쳐 문화가 만들어지는 데 큰 역할을 한 중국 모바일 게임들도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다. 각 게임들의 완성도도 뛰어나 게임 개발자로서 배울 점도 많았다.


박태학 - 이제 한 팀이 아닌, 한 회사를 이끌어가는 대표가 됐다. 개발자로 근무하면서 '이런 회사에서 일했으면 좋겠다'라는 꿈이 있었을텐데, 이제 그 꿈을 실현하는 위치에 선 셈이다. 류금태 대표가 꿈꾸는 이상적인 게임사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류금태 - 첫번째는 '프로답게 일할 수 있는 회사', 두번째는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 마지막으로 '게임의 성공을 잘 나누는 회사'. 이게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