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게임이 시장에 소개되지만, 그 이상의 게임이 서비스를 끝내며 유저들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된다. 만족스러운 수익이 나지 않거나 더는 플레이하는 유저가 없거나. 그 이유도 다양하다. 유저들은 매일 새로운 것을 원하고 시장은 급변한다. 그래서 서비스 20주년을 훌쩍 넘긴 MMORPG '바람의 나라'의 기록은 국내 게임사에서 더욱 눈에 띈다.

그렇다고 '바람의 나라'가 한결같은 모습만으로 사랑을 받아온 것은 아니다. '바람의 나라' 개발진은 유저들이 꾸준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추가하며 게임 플레이에 동기를 부여해왔다. 서비스 23년 차에 들어선 올해 2월에는 7차 승급을 추가하며 새로운 요소를 다수 추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업데이트를 통해 분석하고 변화하며 개발진은 '바람의 나라' 진화점을 찾아내고 있다.

NDC 2일 차에 강단에 오른 송지훈 개발자는 '대재앙' 업데이트와 '7차 승급' 등 최근 진행된 업데이트 자료에서 '유저들이 원하는 전투 플레이'를 분석했다. 그리고 이 내용을 현장에 모인 개발자들에게 공유했다.

▲ '바람의 나라' 송지훈 개발자

많은 온라인 게임이 성수기 시즌에 신규 유저의 유입 포인트와 기존 유저의 잔존율 강화를 위해 신규 직업과 마법 관련 업데이트를 비중 높게 다룬다.

최근에도 ‘메이플스토리’가 7, 8월 신규 캐릭터를 연속으로 업데이트했고 ‘마비노기’는 여름 시즌 업데이트에 신규 재능인 체인 슬래시를 공개했다.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은 신규 직업 격사를 추가했다. 이처럼 매년 진행되는 신규 직업이나 마법의 업데이트에서 유저들이 가장 기대하는 포인트는 직업이 '어떤 플레이를 할 수 있느냐'다.

▲ 지난여름과 올겨울 성수기 시즌에 진행한 2차례의 업데이트

‘바람의 나라’도 여름, 겨울 성수기 시즌에 ‘대재앙’과 7차 승급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바람의 나라’는 7가지 직업이 있다. 근접 전투 위주의 전사와 도적, 원거리 위주의 주술사와 궁사, 근접과 원거리 공격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천인이 있다. 여기에 이들을 회복시켜주는 도사 직업이 있으며 신규 직업 마도사가 최근 추가됐다.

게임은 이 7개의 직업을 가진 유저들이 그룹 플레이를 통한 상호 협력하는 전투를 지향한다. 그래서 이 7종의 직업이 전투 포지션에 따라 어태커 5종, 힐러 1종, 서포터 1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성수기 업데이트 이전에는 이들의 구성이 게임이 지향하는 바에 맞게 조화를 이루었을까?

실제 분석 결과 게임에는 주술사 직업의 비중이 높았다. 이는 허들이 높은 그룹플레이에 지루함을 느낀 유저들이 솔로 플레이가 편한 주술사를 주로 플레이했기 때문이다. 이는 직업군이 고루 분포하지 않아 상호 보완적인 그룹플레이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 여름 업데이트 전 직업 분포


바람의 나라’는 핵앤슬래시 방식의 한방 전투가 일반적이다. 이에 시간당 몬스터 처치(kps) 효율이 높은 직업일수록 그룹에서 우대를 받는다. 반대로 kps가 낮은 직업은 육성이 뒤처져 해당 유저들이 팀플레이에서 낙오되고 이탈률도 높았다.

개발진은 2번의 2017년 성수기 업데이트로 이런 직업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유저 잔존율을 높이고자 했다.

7월 여름 시즌에 진행한 대재앙 업데이트에서 주요 변화는 전 직업의 마법 효율 상향하고 신규 마법을 추가했다. 복귀 유저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신체 각성을 통해 과금 시 가능했던 능력치를 일부 무료로 제공했다. 기존 사냥 콘텐츠의 밸런싱도 전면 수정했다.


하지만 업데이트 이후에도 직업 분포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왜 그런 것일까?

유저는 직업마다 조작 난이도나 전투 포지션에 따라 차별화된 그룹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이것을 오로지 사냥 플레이에 따라 상향 평준화를 하니 조작이 재미 요소가 적은 직업은 하지 않았다. 기존에 우월한 사냥 요소를 가진 직업 유저는 새로운 캐릭터를 할 필요가 없었다.

이는 마치 갈라진 땅에 진눈깨비 오는 정도의 변화였다.


개발팀은 분석 결과를 자료 삼아 겨울 시즌에 진행한 7차 승급 업데이트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했다.

우선 직업별 전투 플레이에 대한 난이도는 유지됐다. 대신 유저가 사냥, PK, 레이드 등 참여를 원하는 콘텐츠에 따라 캐릭터를 원하는 방향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업데이트를 통해 유입된 신규 유저나 복귀 유저가 안정적으로 고레벨 구간으로 유도해 기존보다 직업별 리텐션을 강화하는 목표로 이루어졌다.

새로 추가된 7차 전용 게이지 시스템은 기존 전투 플레이 패턴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7차 승급 액션을 용이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기술 특성 시스템은 7차 승급 미만의 유저들이 진행하는 콘텐츠에 맞는 효율적인 전투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도적의 마법을 예로 들면 기존의 단일 방향으로만 표창이 나가는 마법이 기술특성을 통해 전 방향으로 나가도록 변경된다. 마법이 다양한 적에게 피해를 줄 수 있게 되며 직업별 효율 차이도 줄어들었다.

▲ 도적의 기술 특성 적용 전후

겨울 업데이트 결과는 어떨까? 저레벨 구간의 직업 비율은 감소하고 고레벨 구간의 유저 비율은 증가했다. 사냥 효율에만 집중한 여름 업데이트와 달리 다방면의 자율성이 보장된 전투 패턴 확보가 캐릭터 육성 플레이의 만족도를 높였다고 할 수 있다.

▲ 겨울 업데이트 이후 고레벨 직업 분포가 높아졌다

만약 개발자의 의도로 구성된 ‘도전과제의 난이도’가 이를 플레이하는 ‘이용자의 능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면 유저는 쉽게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난이도가 이용자의 능력에 비해 높다면 유저들은 게임을 어렵다고 판단하기 이전에 재미가 없다고 느끼며 이탈하게 된다.

개발자는 이 양극단의 균형점을 잡아야 개개인이 원하는 전투 패턴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현장에서 진행된 질의 및 응답이다.)


Q. 전투 플레이 밸런스 고려 요소는 어떤 것이 있나.

게임마다 다를 텐데 중요 요소 중 하나는 시간당 대미지(DPS)다. DPS는 시간 당 얼마나 많은 적을 잡느냐는 것은 전투 효율이나 육성 속도, 그리고 다른 캐릭터와의 육성 차이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Q. 고레벨이나 직업이 다양하게 분포된 것을 긍정적으로 보나.

여름 업데이트는 직업 간 분포를 다양하게 만들자는 관점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지표에서 봤다시피 다양한 마법을 추가했음에도 상향된 직업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즉, 직업의 다양성 추구도 중요하지만, 해당 직업을 즐기는 유저들이 안정적으로 고레벨 포지션으로 안정적으로 이동한 것이 더 건전한 지표라 말하고 싶다.

Q. 전투 난이도는 무엇을 기준으로 하나.

‘바람의 나라’의 전투 난이도 측정은 해당 직업군이 마법을 몇 개나 써야 일정 수의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지로 판단했다. 예를 들어 천인은 마법 1, 2가지만 써도 주술사가 5, 6개의 마법을 쓴 것과 비슷한 효율을 낼 수 있다. 이에 천인이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했고 이를 기준으로 난이도를 설정했다.

Q. 겨울 업데이트의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가.

고레벨 유저의 잔존율 성과는 거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규 유저의 유입 포인트가 적었다. 업데이트 자체가 기존 유저 잔존율 강화와 고레벨화가 주요 목표였다. 이에 저레벨 구간에서 업데이트 성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다음 업데이트는 모든 유저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요소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