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2018 LCK 서머 시즌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팀이 등장했습니다.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격이 다른 경기력을 선보이며 LCK 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그리핀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리핀은 LoL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승강전을 가뿐하게 뚫고 꿈의 무대인 LCK에 합류했습니다.

그리핀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벌써 많은 LoL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그리핀의 놀라운 상승세의 중심에는 'CvMax' 김대호 감독의 특별한 지도가 있었습니다. 선수들의 재능이 꽃피울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로서 활약한 김대호 감독과 만나 서머 시즌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김대호 감독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그의 독특한 철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승강전에서 그리핀이 승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후발 주자로서 LCK 강팀들에 맞서는 그의 각오를 지금 전해드립니다.



Q. 승강전 승자전이 끝나고 약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지내셨나요?

지금 선수들은 모두 휴가를 떠났고, 저도 쉬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즌에 앞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Q. LCK 승격에 성공하면서 그리핀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인기와 관심을 실감하나요?

2부 리그에 있을 때와 비교해서 아직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커뮤니티에서 그리핀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진 것 정도를 제외하면요. 아마도 LCK에서 경기를 하게 되면 제대로 실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승강전 승자전에서 1세트 패배를 당했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남은 세트를 이기고 승격에 성공했습니다. 어떤 피드백이 있었나요?

1세트 패배 후 선수들이 어느 부분에서 잘 못 했는지 파악했습니다. 선수들에게 멘탈 상할 필요 전혀 없다고 다독이며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 말해줬어요.


Q. 2세트에서 선택한 탈론과 네 번 연속으로 카이사를 꺼낸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어떤 배경이 있었나요?

우리 팀은 큰 틀을 만들어 놓고 그 틀에서 즉흥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을 좋아해요. 카르마가 나오면 탈론을 하자는 공식을 만들었어요. MVP가 카르마를 잡을 수밖에 없게 유도한 뒤 완벽하게 상황이 맞아떨어지자 탈론을 선택했습니다. 대부분 카르마가 탈론을 상대로 좋다고 생각하잖아요. W 속박 때문에 근접해도 답이 없고 원거리 평타 견제도 가능하니까요. 역으로 탈론을 꺼내서 상대를 당황하게 할 생각이었죠.

카이사의 경우 사실 MVP에게 카이사를 주고 초반부터 거세게 압박해서 끝내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MVP가 카이사를 가져가길 바랐는데, 안 가져가더라고요. 그래서 대신 우리 팀이 카이사를 먼저 가져갔어요. 카이사는 초반에 약점이 있는 챔피언이라서 상대가 완벽하게 잘 하면 '포블' 압박을 당할 수 있어요. '포블'을 내준 상태에서 상대가 완벽한 운영으로 돌려 깎기를 하면 카이사가 강해지기도 전에 글로벌 골드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할 수밖에 없어요.

그것을 우려했지만, 미드와 정글의 힘이 밀리지 않으면 카이사가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미드, 정글의 기량과 조합을 바탕으로 충분히 버틸 자신이 있었어요. 선수들의 실력을 믿었기 때문에 네 번 연속으로 카이사를 선택했습니다.

카이사가 중반부터 상대 원딜보다 성장 기대치가 훨씬 높아요. 특히 8.6 버전에서는 카이사 보다 스펙이 뛰어난 원딜이 없어요. 시간은 우리 편이고 시간에 쫓기는 것은 MVP라고 생각했죠. MVP 입장에서 가장 좋은 각을 보고 싸움을 거는 방식이었는데, 우리가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가 받아쳤어요.



Q. 워낙 큰 기대를 받았기 때문에 승강전 패배에 대한 부담감도 컸을 것 같습니다.

스크림과 대회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승강전은 어떻게 보면 지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경기잖아요. 스크림에서는 70% 승산이 있는 도박도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번 승강전에서는 90% 승산의 도박도 안 했어요. 10%의 확률에 걸려서 실패하고 지면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잖아요. 서로의 입장에서 100% 승산이 있는 싸움만 하려 하다 보니 위축되고 사리는 모습들이 나온 것 같아요.


Q. 말씀대로 다소 힘을 절제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는데요. 특히 라인전에서 기대와는 다르게 압도적인 모습이 없었습니다. 힘을 아꼈다고 볼 수 있나요?

제가 야스오를 플레이하면서 느낀 것이 있어요. 자신의 강함을 절제하고 필요할 때 힘을 쓸 줄 알아야 진짜 강한 거예요. 하지만, 강함을 절제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죠. 그것과 비슷한 맥락이에요. 흔히 '라인전을 이겼다'는 것이 솔로 킬을 내거나 딜 교환 이득을 통해 상대와 CS 차이를 크게 벌리는 것을 말하잖아요. 선수들 모두 라인전이 강해요. 어떻게 보면 저 때문에 선수들이 페널티를 받은 것도 있어요. 제가 선수들에게 라인전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거든요.

저는 압도적이지는 않더라도 100%의 확률로 게임을 이기는 것을 선호해요. 특히 승강전은 무조건 이겨야 했기 때문에 더 안전하게 했어요. 물론, 리스크를 안고 압도적인 승리 각을 볼 수 있었지만,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하면 지지 않을 조합이나 지지 않을 팀에게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팀이 원하는 구도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승강전에서는 라인전을 다소 절제했습니다.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라인전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 작은 리스크도 짊어지기 싫었어요. 우리가 승강전에서 원했던 라인전 구도는 노 리스크 로우 리턴이었어요. 시원하고 멋지게 이기진 않았더라도 100% 이길 수 있도록 그림을 만들었어요.

물론, LCK에 들어가면 라인전을 포함해서 모든 부분의 상한선을 높일 생각이에요. 승강전과 LCK는 다르니까요. LCK에서는 리스크를 짊어지더라도 과감하게 플레이할 생각입니다. 그래야 강팀들도 이길 수 있으니까요.



Q. 탑라이너 '소드' 선수도 라인전에서 지고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는데, 의도했다고 볼 수 있나요?

탑라이너 '소드' 최성원 선수는 챌린저스 코리아를 꾸준히 본 사람은 알겠지만, 굉장히 공격적인 선수예요. 라인전은 마치 '칸' 선수처럼 했어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즐기고 게임에 영향력을 많이 주는 것을 좋아했죠. 제가 그리핀 감독으로 들어오면서 다듬어지다 보니 대중들이 보기에 상대 탑 라이너보다 못해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소드' 선수는 지금 팀이 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많이 절제하고 있는데, 터뜨려야 할 때는 터뜨릴 생각이에요. 지금은 '소드'가 아니라 '쉴드'가 된 것 같은데, '소드'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공격적인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Q. 이제 만나게 될 상대는 LCK의 강팀들입니다. 더 색다른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요?

만약에 킹존 드래곤X같은 최고의 강팀을 만나면 도박 수를 많이 걸어야겠죠. 그럴 땐 하이리스크 로우 리턴이라도 승부수를 던져야 해요. 상대 팀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색깔을 바꾸는 편입니다. 모든 것이 선수들의 수행 능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Q. 그래도 승강전에서 보여준 한타 장면이 압권이었습니다. LCK 상위권 팀과 비교해도 손색없었습니다. 특별히 연습한 것이 있나요?

한타는 특별한 훈련을 많이 해요. 디테일한 것은 전력 노출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있는 정도만 말씀드릴게요. 우리 팀이 지향하는 것은 다섯 개 두뇌 성능을 가진 커다란 한 개의 뇌가 롤 챔피언 5개를 컨트롤하는 거예요. 마치 한 명이 RTS 게임을 하듯 혼자서 챔피언 5명을 조종하는 거죠. 그렇게 하면 콜도 필요 없고 의견을 조율할 필요도 없어요.

가장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플레이는 콜 없이 플레이하는 거예요. 다섯 명 모두 생각이 똑같아야 해요. 어차피 모두에게 동일한 맵 데이터가 제공되잖아요. 우리 팀에 말파이트가 있다고 예를 들어볼게요. 아군이 말파이트 플레이어에게 "이거 싸우면 좋을 것 같은데?"라고 말해서 말파이트가 등 떠밀려서 이니시를 걸면 이길 싸움도 질 수 있어요. 누군가 봐서 이니시를 걸면 이길 것 같은 구도라면 말파이트도 똑같이 그렇게 느끼고 말하기 전에 이니시를 걸어야 이겨요. 콜이라는 것은 확신을 주는 콜이어야 돼요. 누군가의 생각을 변경하는 콜은 좋은 콜이 아니에요.

쉽게 말해 모든 선수가 똑같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습니다. 모든 선수가 한 몸처럼 능수능란하게 물 흐르듯. 그것이 되려면 여러 가지 약속과 연습이 필요하죠.



Q. 지도 방식이 다른 팀과 다르네요. 선수들에 대한 신뢰도 상당한 것 같습니다.

저는 운이 좋은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선수들을 만났어요. 선수들의 흡수력과 수행 능력이 매우 뛰어나요. 항상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진 완벽한 선수들입니다. 비싼 돈을 주고 영입한 것도 아닌데, 이런 선수들이 없을 정도로 다들 능력이 뛰어나요. 보통 운7 기3이라고 하는데, 저는 운에서 완벽한 기회를 얻었어요. 이것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저는 감독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멋진 선수들과 함께 목표를 꼭 이룰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Q. 그리핀의 '독한 피드백'에 대해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어떤 식으로 피드백을 하나요?

일단 감독과 선수 사이에 신뢰와 존중이 있어야 해요. 그러한 상황에서 선수에게 자극을 주는 말을 해요. 선수마다 수용하는 방식이 달라서 선수마다 다르게 피드백을 하는 편입니다. 타인 입장에서는 그러한 피드백이 험해 보일 수도 있어요. 채찍이 필요하든 당근이 필요하든 선수가 나아갈 수 있도록, 게임을 잘 할 수밖에 없도록 해줘요. 피드백할 때만큼은 분위기가 진중합니다.

납득이 되는 실수나 몰라서 처음으로 하는 실수는 몰아칠 필요가 없어요. 안일한 마인드에서 나온 실수이거나 절대 하면 안되는 플레이를 알면서도 했을 때 강하게 피드백을 하죠. 당연한 말이지만, 욕은 절대 안 해요. 욕을 하는 순간 없어 보이게 되고 권위만 떨어질 뿐이에요. 듣는 사람 입장에서 짜증만 나죠. 군대에 다녀온 분들은 다 공감할 거예요.


Q. 과거 챌린저스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준 팀들이 LCK 무대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팬들도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는데, 그리핀이 한계를 깰 수 있을까요?

그러한 인식이 있는 것이 당연해요. 그동안 승격한 팀 모두 성적이 좋지 않았잖아요. 2부 리그와 1부 리그의 격차를 보여주는 승점 자판기 역할이었어요. 대중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각하는 것일 뿐이에요. 그런 생각에 대해 불평할 여지가 없어요.


Q. 끝으로 팬들에게 서머 시즌을 임하는 포부와 각오를 들려주세요.

우리 팀은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팀이에요. 역사가 깊지도 않고 부족한 부분이 보일 거예요. 부족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피드백하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재밌게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