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하나의 미디어입니다. 게이머들은 플레이라는 상호작용을 통해 그 속에 담겨있는 정보와 이념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게이머들은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때로는 무언가를 깨닫기도 합니다.

겜브릿지(Gambridzy)의 도민석 대표는 ‘애프터데이즈’라는 작품 속에 아주 강렬한 가치를 담아냈습니다. 게임이란 미디어를 통해 네팔 대지진 이후의 참혹한 실상과 가슴 아린 이야기를 전달했죠. 일반적인 '게임'과는 사뭇 달랐지만, 그의 진심은 통했습니다.

도민석 대표는 이번 유니티 MWU 코리아 어워즈에서 최다 득표를 차지하며 플래티넘상을 차지했습니다. 이 상을 받게 된 게 아직도 꿈만 같다는 도민석 대표,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인벤에서 담아봤습니다.





▲ 겜브릿지 도민석 대표

Q. 이번에 유니티 MWU 어워즈 플래티넘상을 수상하셨는데, 소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사실 아직도 꿈 같습니다. '탑27'에 속했던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는데 이렇게 플래티넘상을 탔다는 게 믿기질 않아요. 유저분들께 정말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좋은 게임 만들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아울러 이런 기회를 준 유니티에도 감사 인사 드립니다. 이 상 덕분에 다시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습니다.

가끔 수면 아래에 잠겨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빛이 안 보이더라고요. 제가 만든 작품이 정말 가능성이 있는 건지 비관하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받은 플래티넘상이 절 물가까지는 나오게 해준 거 같아 기쁩니다(웃음).


Q. '애프터 데이즈'가 출시된 지 벌써 약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작품을 통해 배우고 느낀 것은 무엇인가요?

유저분들의 리뷰를 보면서 매일 반성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취지나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편의성과 재미 역시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Q. '애프터 데이즈'가 던진 사회적 메세지는 무척 강렬했습니다. 이를 통해 일어난 직간접적인 변화 사례가 있었나요?

우선 작년 12월 12일에 저희가 게임을 통해 얻은 300만 원의 수익을 '아름다운 커피'를 통해 네팔에 기부했습니다. 저희가 에피소드 제목으로 사용한 '신두팔촉' 마을 커피 펄핑 센터가 지진 이후 무너졌었는데, 기부금 덕분에 현재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심지어 벌써 공사 마감 단계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이런 사회적 게임을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서울대 의과대학원 신민석 교수 연구팀, 광주과학기술원 에서 개발 프로젝트를 알선해주셨습니다. 게임화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교육 및 연구목적에 부합하는 게임을 만드는 프로젝트인데, 제게 먼저 연락을 주셨다는 게 정말 감사했죠. 물론 정당한 절차를 통해 받게 된 프로젝트입니다.


Q. 사회적 메세지를 전달할 미디어는 다양합니다. 게임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게임의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당시 학습효과를 일으키기 위한 기능성 게임에 대해 공부를 했었는데, 외국의 사례 등을 보고 게임이 정말 매력적인 미디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게임은 반복 학습에 최적화된 미디어입니다. 사용자의 모든 선택이나 액션 등이 시각, 음성 등을 통해 즉각적으로 피드백됩니다. 그리고 사용자는 피드백을 바탕으로 게임 속에서 최적의 선택을 하기 위해 다양한 사고를 하게 되죠. 게임은 이런 특유의 메커니즘 덕에 탁월한 몰입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다른 미디어들 보다 더욱 큰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울러 최근 질병코드 등재 이슈도 그렇고,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강합니다. 게임 산업이 급격하게 발전했지만, 아직 그 순기능이 조명되지 못해 일어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봐요. 사람들의 삶, 사회적 이슈 등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집중한다면 인식 개선에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게임이 가진 미디어로서의 역할과 가능성을 강조한 도민석 대표

Q. '애프터 데이즈'의 차기 에피소드는 어떤 내용일지 궁금합니다.

에피소드2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를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시점은 전작에 비해 1달 정도 지난 상태에요. 중앙 광장에 텐트를 치고 난민화된 주민들, 끊임없이 내리는 비, 추위와 여진의 공포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 놓인 주인공 아샤는 가족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죠. 그리고 한정된 자원의 분배 문제 등을 통해 공권력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나마 질문을 던질 예정입니다.

사실 에피소드1은 플레이 타임이 1시간가량에 불과했습니다. 제작비도 3,400만 원 정도밖에 안 들었죠. 에피소드2는 조금 더 욕심을 부릴 생각입니다. 어떻게든 3억 이상의 개발비를 확보해 10시간 이상의 플레이타임을 만들어낼 생각이에요. 그리고 플랫폼은 모바일이 아닌 스팀과 스위치로 출시할 예정입니다. 자세한 정보는 아마 내년 후반기에 공개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Q. 개발하면서 느낀 유니티 엔진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유니티는 다양한 강점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유용한 에셋들이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개발자 입장에서 굉장히 유용합니다. 그리고 저희 회사는 유니티 콜라보레이션 기능을 많이 써요. 이 기능 덕분에 원격 근무도 가능하고, 의사소통 비용도 줄일 수 있었죠. 저희 같은 작은 회사가 사용하기에 가격도 적합한 편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항상 에셋을 사고난 직후에 할인행사가 시작되더라고요(웃음).


Q. '애프터 데이즈' 외에 차기작도 따로 준비 중이신가요?

작년에 '해비타트'라는 NGO로부터 게임과 관련해 연락을 받았습니다. 해비타트는 개발도상국에 주택을 지원해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를 만들어주는 NGO인데, 이 사업내용 자체가 도시경영 시뮬레이션과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월 말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돌입하게 됐어요. 이 작품 역시 스팀 버전으로 출시될 예정이고, 올해 말 정도에 오픈베타를 실시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 외에도 애프터 데이즈의 주인공인 아샤를 활용한 캐주얼 게임 '아샤런'도 공개할 계획입니다. 아샤 캐릭터가 인도 문화권에 속해있다 보니 관련 국가 SNS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이 캐릭터를 이용해 가벼운 캐주얼 게임을 만들 수 있겠다 생각했죠. 아마 5월 말 즈음 공개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사실 다루고 싶은 사회적 이슈가 정말 많습니다. 인권이 유린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 사태, 그리고 그곳에서 목숨 받쳐 일하는 '국경없는 의사회'를 중심으로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어선 등으로부터 끊임없이 위협을 받는 우리나라 해경들, 처우가 너무 부족한 경찰, 소방관 등 이런 일상의 영웅에 대해서도 언젠가 꼭 다뤄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