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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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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거대한 기계에 흥분하는 당신이라면, '배틀테크'

정필권 기자 (Pekke@inven.co.kr)

광대한 우주. 그리고 전투에 특화된 거대 로봇. 그리고 기계를 조종하는 조종사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멕(Mech)' 시리즈는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다이나믹스, 액티비전,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통해서 '멕워리어(MechWarrior) 시리즈가, FASA 스튜디오를 통해 '멕커맨더(MechCommander)' 시리즈가 개발되는 등 다양한 작품들이 시장에 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10여 년 간의 공백은 사람들에게서 시리즈 전체가 잊혀지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FASA 스튜디오의 개발자들과 멕워리어를 개발한 '조던 와이즈먼'은 2018년 상반기 '배틀테크'를 통해 시리즈가 아직 살아있고, 건재함을 세상에 알린다.

출시된 지 2주 가량 지났음에도 스팀 동시접속자 수는 20위권 안쪽에서 유지되고 있을 정도다. 온라인 서비스에 중점을 두지 않는 게임임을 고려하면 꽤 준수한 수치다. 메크는 성공적으로 부활했고, 시리즈 팬들과 신규 유저들에게 자신들의 매력을 새로이 선보인다.




■ 왜 메크(Mech)인가? - 다시금 부활한 '메크'

두 다리로 걸어 다니는 중량 있는 전투 병기, '배틀메크'는 오히려 조종사를 의미하는 '멕워리어'라는 이름이 더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다. 국내에서의 인기야 차치하더라도 미국 쪽에서는 인기가 있는 게임 시리즈다. 1980년대 중반에 미니어처 게임으로 세상에 처음 탄생한 이후, TRPG와 PC 및 콘솔 게임 등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에서 파생 작품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4월 24일 출시된 '배틀테크'는 '메크'하면 떠올리는 시리즈의 공식적인 후계자라고도 할 수 있다.(일단, 개발진부터가 PC에서 맥 시리즈를 만들어낸 사람들이다) '메크'라는 프렌차이즈 자체가 암흑기를 거쳤던 것을 극복하고 등장한 신작으로 말이다.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멕 커맨더'. 그리고 이로부터 이어진 메크를 이용한 전략적인 전투는 '배틀테크'라는 걸출한 신작을 통해 다시금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 중량감 있는 기계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시리즈 팬들은 왜 이 '메크'에 열광하는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른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중량감있는 전투를 지향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게임 내에서 만날 수 있는 이족보행 기계들은 여느 로봇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전한다. 서기 3,000년이 넘는 미래 배경임에도 오히려 로망을 한껏 담아낸 모습이다.

메크들의 크기는 크고, 무기는 중량감이 있다. 그리고 무언가를 파괴하기 위한 전쟁병기다. 소년만화, 매체에서의 로봇이 주인공과 교감하거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면, 메크 쪽은 조종사들의 조작을 충실히 반영하는 기계에 가깝다. 그래서 금속끼리 부딪히고, 파괴되고, 미사일을 발사하며 터지는 등 보다 로망 넘치는 기계들의 전투를 담아내고자 한다. 영화로 비유하자면, '퍼시픽림'의 '예거'들에 가까운 기체들이라고 보면 된다.

▲ 육중한 기계들이 싸운다 = 멋지다

더불어, 미래 무기들이 아니라 육탄전과 발사체들을 이용하는 기계 컨셉은 턴제라는 장르적 특징에 제한을 부여한다. 열을 내는 병기를 사용하다 보면, 기계에 열이 차올라 공격을 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게다가 엄폐물을 적극 이용해야 하거나, 한 번에 여러 적을 지정해서 공격할 수 있는 등 기계여서 가능한 스킬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징들 덕분에 다른 턴제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전술과 전략이 재현된다. 그리고 곧 배틀테크만의 특징적인 전투로 이어지고, 게임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 무엇이 우리를 그토록 빠지게 하는가?

턴제 전략이라는 틀 안에서 배틀테크를 바라보자면, 멕스컴이라는 단어로 일축해볼 수 있을 것 같다. X-COM 시리즈에서 경험했던 전투 시스템을 생각하면, 큰 틀에서는 대략 비슷한 형태다. 명중률이 존재하고 소수 아군에 적이 다수가 등장한다. 그리고 무기마다 공격 성공확률이 존재하여 안심하고 있으면 빗나가는 경험도 여전하다.

하지만 세부적인 면으로 들어간다면 메크의 특징을 활용하는 요소들이 눈에 띈다. 조종사인 '멕워리어'와 기계 '메크'로 나뉘는 육성 시스템은 플레이어 스스로 적합한 전략과 전술을 고민하게 한다. 사격, 근접, 방어, 지휘의 4가지 계통으로 파일럿을 육성할 수 있는 스킬 시스템과 더불어, 메크를 무기부터 발열 배출까지 커스터마이징하는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다.

▲ 복잡해 보인다고? 맞다. 복잡하다.

일단, 메크 세팅부터가 최적의 세팅을 자동으로 선택하는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일일이 사용자의 구상에 따라서 메크의 부품과 배치를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화면을 수놓는 파라미터들은 하나의 메크를 세팅하면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당연히 일정 중량 제한 안에서 모든 장비와 기능, 탄약까지 챙길 수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선택을 하고, 전술을 다르게 짜야 한다.

장갑을 얇게 만들고 원거리에서 공격해야 할지. 또는 무기들이 달린 팔과 어깨의 장갑을 두텁게 하고 하체 부실 메크로 만들지도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려있다. 여기에 장탄 수, 레이저와 미사일 무기들의 차이, 메크의 크기에 따른 구분과 적재 중량 차이까지. 고민하고 신경 써야 할 것이 무척이나 많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세세한 것이 많은 만큼 플레이어의 취향을 적극 반영할 수 있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메크마다 여러 부품을 고민하고 전술에 맞게 세팅하는 과정은 하나의 메크에 애정을 가질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니까.

▲ 세팅까지 완료하면 투박한 메크에 애정이 생긴다.

게다가 너무나 한정된 자원 속에서 메크 소대를 운영하게 되면서 필연적으로, 꽤 장기간 가난한 플레이를 지속하게 된다는 것도 독특한 점이다. 단적인 예로, 멕워리어들의 봉급이 매달 지출 된다. 그리고 성간을 이동하며 임무거리를 찾거나, 전투로 손상된 메크를 수리하는 데에도 게임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심지어 메인 시나리오를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말이다.

게임에서 흘러가는 모든 것은 대출금을 갚을 기회이자, 대체할 수 없는 황금과 같은 시간과 기회들이다. 메크는 집중 공격을 받으면 해당 부위가 파괴되는데, 나중에 파괴된 부위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큰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리저리 돌려가며 맞거나, 보호를 최대한 피하는 선에서 전투를 진행하게 된다.

더불어, 조종사의 부상도 결국 게임 플레이와 연관된다. 조종사가 전투 중 사망하는 것은 물론이고, 부상을 치료하는 데에도 꽤 긴 시간이 흐른다. 치료 과정에서는 전투에 출격할 수 없다. 그리고 출격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에는 돈을 벌지 못하는데도 월급을 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솔직히 돈이 아깝다.

▲ 현실에서도 게임에서도 대출, 이자는 따라온다. 슬프다.

결국, 최대한 피해를 입지 않는 절약적인 전투를 목표로 삼기 마련이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구상이 한껏 들어간 메크는 적 다수를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동시에 파괴와 대미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술적인 전투를 경험하게 된다.

전투의 호흡은 다른 게임들에 비해서 긴 편이다. 메크보다 작은 차량류를 제외하면 1~2회에 파괴되는 적은 없다. 메크들의 아머/체력이 따로 있으며, 무기 대미지는 이에 준하지 못하니, 필연적으로 단기 전투에도 꽤 많은 턴을 사용하며 전투를 진행한다. 수리비 때문에 턴마다 신중함이 요구되는 만큼, 느린 호흡으로 진행되는 전투는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른다.


▲ 게임은 전체적으로 느긋하다.



■ 그럼에도 어디인가 부족한 - 단점들

'멕커맨더' 시리즈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배틀테크는 반가운 게임임은 틀림없다. 다만, 아직은 완벽하지 못한 모습이 남아있다는 것이 플레이에 발목을 잡는다. 일단은 게임의 최적화와 로딩 문제다. 게임은 크게 소대 운영 자금을 벌기 위한 소규모 전투와 메인 시나리오로 진행된다. 전투의 호흡은 느릴지언정 횟수 자체는 깊게 파고들면 꽤 많은 횟수다. 문제는 수많은 전투를 하기 위한 게임 자체의 로딩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점이다.

더불어 전투에서의 줌인 연출 등까지 포함하면, 과장을 조금 보태서 실질적인 게임 플레이 시간보다 로딩 시간이나 연출을 보는 시간이 더 많아질 정도. 여기에 메모리 누수 현상이 심하므로 정기적으로 게임을 종료했다가 다시 구동하는 수고도 필요하다. 누수가 심해지면 관리 메뉴를 이동하는 데에도 몇 초의 시간이 들어간다.

▲ 외적으로 낭비되는 시간이 많다.

그래픽 수준이 매우 뛰어나지 않은 상태에서의 긴 로딩은 많은 유저들이 단점으로 지적하는 부분들이다. 개발사에서는 차후 개발 로드맵 일부를 공개하면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최적화와 버그 픽스를 우선하여 진행한다고 밝힌 상태다. 이외에도 전투 가속화 기능, 상점 기능 개선 등 부족한 편의성을 무료 업데이트로 제공하여 보완할 예정이다.



■ '헤어브레인드 스킴즈'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솔직히 말하자면, '배틀테크'는 마이너한 소재이자, 한물간 소재다. 멕커맨더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본다면, 마지막 작품이었던 멕커맨더2가 2001년에 출시되었으니, 17년 만에 출시되는 후속작인 셈이다. 그리고 실시간에서 턴제로 시스템이 변경되었음에도 메크들을 이용한 소규모 분대전투의 특징은 확실하게 살아있다.

이는 '메크 워리어'를 만들어낸 원작자이자 개발사의 설립자인 '조던 와이즈먼(Jordan Weisman)'의 역할이 크다. 원작자의 손에서 다시금 태어나는 시리즈는 원작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준수한 타이틀로 마감됐다. 그리고 동시에 '섀도우런' 시리즈로 턴제 게임에 있어서 개발력을 입증한 헤이브레인드 스킴즈는 또 하나의 킥스타터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 조던 와이즈먼(Jordan Weisman)

마니악한 장르이자 현재의 주류에서 벗어난 게임들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헤이브리드 스킴즈'. 원작자의 손에서 직접 탄생하는 게임들은 큰 규모의 AAA급 게임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자신들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 완성도가 아주 뛰어난 게임은 아니지만, 적은 예산 속에서 턴제를 고집하는 그들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거대 기계에 흥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과거 멕커맨더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턴제 전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배틀테크는 분명히 플레이할 만한 가치가 있는 타이틀이 될 것이다.

▲ 현세대에서 다시 태어난 아틀라스의 위용을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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