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규영 나이언틱 한국 비즈니스 총괄

AR은 VR과 더불어 미래의 신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2016년 ‘포켓몬 GO’의 흥행으로 국내의 많은 업체들이 관심을 가졌으며,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기도 했다. 그 결과 업계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AR 콘텐츠를 만들었지만 일반 유저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장규영 나이언틱 한국 비즈니스 총괄은 AR 게임에 대해서 접근법을 달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AR을 단순히 플랫폼이 다른 게임으로 인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AR 게임을 할 때 유저의 행동 양상 자체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연 시작에 앞서 장규영 총괄은 나이언틱의 역사에 대해서 짧게 설명했다. 나이언틱의 존 행크 대표는 처음에 키홀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가, 회사가 구글에 인수된 뒤에 위치기반 서비스를 담당했다. 구글어스와 구글 맵을 담당하던 그는 이를 활용해 사용자들에게 더 재미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고, 사내 벤처인 나이언틱을 설립했다. 이후 나이언틱은 2015년 구글에서 분사하게 된다.

나이언틱은 위치기반 서비스를 활용해서 사람들이 직접 접촉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걸어서 모험하자’는 슬로건은 나이언틱의 철학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나이언틱이 처음 만든 것이 ‘인그레스’였다.


인그레스는 위치기반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일종의 땅따먹기 방식의 게임이다. 두 세력으로 나뉘어서 플레이어들이 해당 지역에 뜬 미션을 수행하면서 영역 쟁탈을 하는데, 미션을 더 많이 수행한 플레이어들이 속해있는 세력이 그 영역을 확보하게 된다.

인그레스는 현재 200개국 이상 서비스 중이고, 2천만 다운로드의 성과를 달성했다. 또한 플레이어들이 걸어다닌 거리의 총합은 3억 4천 킬로미터를 기록했다. 장규영 총괄은 나이언틱 사내 분위기로는 이런 수치보다는 인그레스를 통해서 100쌍 이상이 결혼을 했다는 것에 더 의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수치는 아니다. 다만 이를 통계낼 때 참고한 자료에는 유저들이 영역을 마치 반지 모양으로 점령하거나, 혹은 에스엔에스로 자신의 결혼을 공개적으로 밝힌 유저들이 많았다. 이런 행동들에 대해 나이언틱에서는 자신들의 의도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상호 작용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것이 나이언틱이 최초에 의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제작한 포켓몬 GO는 인그레스의 경험에, 구글의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서 만들어졌다. 원래 만우절 행사로 기획했던 것이지만, 그 반응이 좋아서 닌텐도와 협의를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포켓몬 GO는 8억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인기가 시들하지만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서 유저들에게 다시 어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잠실 롯데에서 있었던 포켓몬 GO 행사 기간 동안에는 이십만 명 이상이 방문했으며, 하루에 천만 마리 이상의 포켓몬이 잡혔다. 장규영 총괄은 그외 기간까지 포함해서 한국 내에서는 총 1억 3500만 마리 이상의 포켓몬이 잡혔다고 밝혔다.


포켓몬 GO는 현재 업데이트를 통해서 유저들의 복귀를 유도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특정 포켓몬이 다량으로 출몰하는 커뮤니티 데이 행사를 1월달부터 진행했으며, 3세대 포켓몬을 포켓몬 GO에 등록했다. 또한 포켓몬 포획만 있던 기존의 콘텐츠에 일종의 미션인 리서치를 추가했다. 예를 들면 지정된 날에 물 속성 포켓몬을 다섯 마리 이상 잡으면 특정 보상을 하는 등, 유저에게 과제를 주는 것이다. 개중에 특별히 어려운 스페셜 리서치가 있는데, 스페셜 리서치를 완료한 유저에게는 뮤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유저에게 동기부여를 통해 지속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사회적 공헌과 관련된 이벤트를 통해서 유저들에게 어필하기도 한다. 일례로 지구의 날에 쓰레기를 치우는 포켓몬 유저가 일정 수 이상 모이면, 전세계 포켓몬 GO 유저에게 보상을 주는 이벤트가 진행된 적이 있었다. 이 이벤트에서 19개 국가의 70여 지역에서 유저들이 행사를 진행했는데, 이런 식으로 유저들에게 어떤 행동에 동기부여를 한다는 점에 대해서 나이언틱은 높게 평가하고 있다.


나이언틱이 이 부분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장규영 총괄은 위치기반 AR 게임의 특징 때문이라고 답했다. 앞서 말했듯 위치기반 AR 게임은 다른 게임과 다르다. 일반적으로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은 게임 안에서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혹은 게임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일반 게임은 모니터 안에서, 혹은 기계 안에서만 진행이 되기 때문이다.

포켓몬 GO에도 게임 내 아이템 판매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긴 하다. 그렇지만 나이언틱이 주로 접근하는 부분은 다른 분야다. 나이언틱은 포켓몬 GO가 유저가 실제 길거리를 움직이게 한다는 점이 더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물건을 사러 갈 때 특정 기준에 따라 움직인다. 가장 가까운 곳에 가거나,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는 점포를 간다거나 하는 식이다. 포켓몬 GO는 여기에 개입한다. 포켓몬 GO와 계약을 맺은, 즉 포켓스탑인 곳도 유저가 고려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유저의 행동패턴을 바꾼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원래 그 점포를 자주 방문하지 않을 유저도, 포켓스탑이 되면 포켓스탑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 점포를 방문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포켓스탑 지정은 유저의 실제 생활 패턴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나이언틱은 이를 활용해서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국내에도 SK 텔레콤, 롯데리아, 세븐일레븐 등과 협약을 맺었다. 특히나 나이언틱은 소매업체와 편의점에 많이 주목하고 있다. 편의점을 예로 들면, 사람들은 주거지 근처의 편의점을 자주 이용한다. 편의점은 일부 점포를 제외하면 상품의 질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일부 PB 상품을 제외하면 파는 상품도 동일하다. 즉 충성 고객이 아닌 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냥 가까운 곳에 가거나, 그때그때 이끌리는 데로 가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에 포켓몬 고는 중간에 걸쳐있는 유저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하나의 매력 포인트가 된다. 즉 그 점포의 상권이 넓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마케팅 업계에서는 마케팅을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하나는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어필하는 ATL 방식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직접 매장을 방문한 사람들이 바로 물건을 사도록 하는 BTL 방식이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어필하는 TV 광고 등이 전자로 분류될 수 있고, 매장 내 방문 시에 할인판매 하는 등의 전략이 후자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마케팅 업체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이 두 가지를 연계해줄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장규영 총괄은 언급했다.

마케팅 업체들은 처음에 ATL 방식으로 고객을 모은다. ATL 방식으로 고객은 어떤 브랜드나 상품에 대해서 인지하게 되지만, 그것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금세 잊어버린다. 그러다가 어떤 우연한 계기를 바탕으로 다시 정보를 일깨우고, 매장을 방문하거나 상품을 사는 행위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객들에게 그 계기를 어떻게 제공하느냐는 문제다.


특히나 오프라인 매장 위주로 영업하는 리테일 업체의 경우 최근에 이 문제에 대해 심히 고민하고 있다. 최근의 쇼핑 트렌드를 보면 인터넷을 통해서 구매하는 비중이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가면 갈수록 직접 방문하는 고객은 줄어들고, 이는 오프라인 매장 위주인 리테일 업체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포켓몬 GO는 포켓스탑을 통해서 고객들이 점포 근처로 오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그렇게 해서 점포 근처에 온 유저들이 그 점포에 들어온 신상품, 혹은 신메뉴에 대해서 접할 기회를 더 늘린다. 즉 ATL 방식과 BTL 방식 사이에서 적용해서, 그 두 개가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하고, 마케팅의 효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증강 현실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이나,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의 게임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장규영 총괄은 조언한다. 증강 현실 게임, 특히 위치기반 게임에서 유저는 모니터 안에서만 활동하지 않는다. 모니터 밖 현실로 직접 나와서, 실제 거리를 돌아다니고 교류하게 된다. 이 부분에 주목해서 유저가 좀 더 현실 속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그 유저는 더 많은 가게, 혹은 더 많은 상권을 지나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마치 포켓몬 고가 리테일 업체들과 포켓스탑 파트너십을 맺는 것처럼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맺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나이언틱은 해리포터를 활용한 위치기반 게임 '해리포터 위자드 유나이트'를 제작 중에 있다. 올해 출시 예정인 이 게임 역시도 사람들이 더 많이 밖에 나와서 돌아다닐 수 있고, 상호작용을 하는 방향으로 고민 중에 있다.

▲ 올해 출시 예정인 '해리포터 위자드 유나이트'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사람들이 직접 대면하지 않는다. 나이언틱은 이 직접 커뮤니케이션의 빈도를 더 높이고자 시도하고 있으며, 그 방향이 위치기반 게임이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는 지점일 것이라고 말하면서 장규영 총괄은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