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오는 13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되는 PlayX4 전시회에 참가했습니다. 게임위는 우리나라에 배급되는 게임의 내용을 사전에 심의하고, 유저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등급을 부여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입니다. 또한, 게임위는 분류된 게임을 관리하고 불법 게임물을 감사하고 영업을 단속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엑스포 현장에서 찾아가 본 게임위 부스는 '게임 이용자와 함께 만드는 건강한 게임 이용 문화'를 주제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 이용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플레이엑스포에 참가한 것이죠. 게임위 부스에는 상담을 받는 인디 개발자가 있었고, 한편에 마련된 '픽토그램 그리기'에 참가한 일반 관람객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게임위가 참가한 이유처럼, 아직 일반 이용자는 게임위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관명이 게임물관리위원회이니 게임을 관리할 거 같기는 하지만, 유저를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죠. 때때로 게임위는 규제만 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유저와 게임업계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게임위, 관계자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 게임위 숏터뷰 - "게임위는 무서운 곳이 아니에요"

▲ 이상현 게임물관리위원회 기획홍보팀장

이두현 기자 : 아직 일반 유저 중에는 게임위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쨌든 관리는 하는 거 같은데... 게임위의 일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이상현 : 일단 게임위라고 생각하면 '규제 기관'이라고 여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확한 홍보가 부족했구나'라고 생각해요. 게임위는 한국에 게임이 유통되기 전에 적합한 등급을 매기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등급만 결정하는 기관은 아니에요.

게임위는 등급이 정해지고 서비스된 이후의 게임에 대해서 사후 관리를 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고, 유해 게임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는 이용자 보호를 위해 게임사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하고 있지요.


이두현 : 게임위에서 플레이엑스포에 참가한 이유가 궁금해요.

이상현 : 저희는 매년 플레이엑스포와 지스타에 참가하면서 일반 이용자한테 '등급 캠패인'을 알리고 있어요. 게임을 즐기는 데 있어 등급 분류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 알리는 일이죠. 그리고 게임사에게 세 가지 약속을 하고 있습니다. △등급을 지키자 △약속을 지키자 △예절을 지키자.

약속의 가장 큰 목적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예요. 이를 위해 단순히 게임사한테 '하지 마라'고 알리지 않습니다. '잘 이용하자'고 알리고 있어요. 이것을 선용(善用, 알맞게 씀, 좋은 일에 씀)이라고 부르는데요. 게임사가 선용할 수 있도록 게임위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부스 한편에서 진행하고 있는 '픽토그램 그리기'도 캠패인의 한가지에요. 게임물 등급 분류에 대해 잘 이해하기 위해서죠. 기본적으로 저희는 게임쇼에 참가해 건강한 게임 문화와 기관에 대한 소개와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이두현 : '건강한 게임 문화'라고 하셨는데요. 게임위에서 생각하는 건강한 게임 문화란 어떤 것인가요?

이상현 : 현재 게임은 일상 속 가까이에 들어와 있습니다. 게임위가 하는 일의 목적은 '내가 즐기는 게임에 대해서 잘 이해하자!'는 것이에요. 그리고 이해의 첫걸음은 게임 등급에 대해 이해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해하고 즐기는 것과 그냥 이용하는 것은 다릅니다. 특히 청소년에게는 크게 다르죠.

청소년이 '내가 하는 게임에 어떤 설명서가 있는지'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게임위가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건강한 게임 문화라 생각하고요. 단순히 '하면 안 돼'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왜 안 되는지' 설명을 게임위가 해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활동들이 부족했는데요.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 많이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두현 : 부스 한편에서 '픽토그램 그리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상현 : 단순한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저희도 많이 놀랐어요. 그동안은 선정성, 사행성 등과 같이 부정적인 이슈에 대한 픽토그램만 있었는데요. '고인물 금지'라던가 '빠른손 금지' 등 재미난 픽토그램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런 이벤트를 통해서 게임 등급이 부정적이지 않고, '하지 마라'가 아니라 좀 더 게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다가가는 계기가 되길 바랐습니다.


이두현 : 상담소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이상현 : 이번에 상담소를 운영하면서 느낀 게, '현장의 목소리가 참 중요하구나'였어요. 게임이 많은 플랫폼으로 확장되면서 상담 내용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VR에 있어서 등급과 사후관리 문의가 많았습니다. 저희가 상담해드린 내용도 중요했지만, 그분들이 현장에서 일어난 생생할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저희로서도 큰 도움이 됐어요. 들은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서 게임위가 발전하는 데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게임 트렌드가 참 빠르게 변한다'고 느꼈습니다. 정보에 늦으면 게임위 역시 뒤처진다. 현장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구나. 앞으로 정책을 짤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현장 상담소는 매우 유익하게 운영되고 있어요. 많은 게임업계 관계자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으니까요.

게임위의 현장 상담소는 올해 더 사업화할 계획입니다. 또한, 인디 게입사를 위한 현장 이벤트도 올해 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상담소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입니다.


이두현 : 인상 깊었던 상담 내용을 들려주실 수 있나요?

이상현 : 하나는 VR에 관련한 상담이었습니다. 정부가 4차산업혁명에 VR을 주요 과제로 꼽았는데, 관련 부처가 너무 많아서 어디서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어요. VR 게임 개발의 경우 규제로 인한 허들이 너무 많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나아가 게임에 관한 종합 부처가 신설되고, 중심이 잡히길 원하셨습니다.


이두현 : 일반 유저들 반응은 어떻던가요.

이상현 : 일반 유저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게임업계로 진출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뭘 준비하면 되나요"하고 묻는 경우에요. 그리고 1인 개발자들의 상담이 많았습니다. 그분들은 아주 단순한 정보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직 저희가 덜 알렸기 때문이겠죠.

현재 게임위는 등급에 관련한 액기스 정보를 책과 PDF로 만들어 공유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볼 수 있고, 다운로드받을 수 있어요. 1인 개발자도 책을 직접 보시니 매우 좋아하시더라고요.
[링크] GOOD GAMER BIBLE(슬기로운 게임 생활 기본서), WELL GAME MAKER(건강한 게임 만들기)

게임위라고 하면 규제하는 기관이라는 약간의 선입견이 있었는데요. 저희가 문턱을 낮추는 일을 하고 싶어요. '게임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기관'이라는 인식이 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두현 : 앞으로 게임위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상현 : 올해 게임위의 가장 큰 목표가 이용자 교육을 확대하는 일입니다. 교육부와 협업을 통해 저희가 학교로 찾아가 학생을 대하고 싶어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게임 역시도 그렇습니다. 일상에서 게임을 어떻게 '선용'할 것인지 잘 알리고 싶어요. 그래서 유저를 위한 안내서 이름도 '슬기로운' 게임 생활 기본서라 지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서는 종이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업계도 마찬가지에요. 건강한 게임 생태계를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있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인디 게임이 활성화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디를 위한 사업을 올해 하반기에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 "쩝쩝주의가 필요해요!" - 유저가 그린 센스있는 마크는?

▲ 플레이엑스포 한 쪽에 자리 잡은 게임위 부스

▲ 일반 유저가 참여할 수 있는 픽토그램 그리기가 한창이었는데요

▲ 아하~!

▲ 너도나도 하나씩 새로운 픽토그램을 그려봅니다

▲ 부모님 안부는 각자 챙겨야죠!

▲ '확률이 올바르지 않다' 어느 유저의 일침

▲ 쩝쩝주의는 꼭 생기길 바랍니다

▲ 현장에서 직접 등급 소개를 받을 수 있던 게임위 부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