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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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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장애 학술대회⑤] 이장주 박사 "기성세대가 정한 게임중독 기준, 틀렸다"

이두현, 김수진 기자 (Biit@inven.co.kr)
▲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

세계 보건복지부(WHO)의 게임장애 질병 목록화 타당성과 영향에 대한 학술대회가 금일(12일) 중앙대학교에서 진행됐다. 이번 학술대회는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과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최로 열렸으며 법무부와 한국중독심리학회, 한국문화및사회문제심리학회가 주관한다. 이날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은 '문화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임'을 주제로 발표했다.

현재 게임의 질병 코드화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 및 장애를 국제 질병 분류(ICD)의 개정판인 ICD-11에 등재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뜨겁다. 한편, ICD-11의 세계보건총회 안건에서는 등재가 제외되어 유예되었지만, 여전히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데에 확실한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그는 먼저 예술과 기술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했다. 이장주 박사에 따르면 예술은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기술은 '비범한 것을 평범하게 만드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이 예술과 기술이 서로 변증법적으로 물려 인류의 문화를 발전시켰다고 그는 전했다.

하나의 예로 문자를 들 수 있다. 문자는 기본적으로 기술이다. 농업 사회에서 잉여 생산이 나오자 사람은 문자를 만들어 관리에 이용했다. 반면, 신영복 선생의 글자는 예술로 볼 수 있다. 기술과 예술은 점차 인간의 문화를 만들어 나갔고, 둘을 보유한 무리가 지배층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자연환경이 아닌 문화에 적응하는 생존의 핵심이 되는 과정에서 지배층의 영향은 더 커졌다.

문화변동은 가치의 변화를 가져온다. 다른 동물은 생존과 번식이 최고의 가치이지만, 인류는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 이장주 박사는 대표적 문화변동 사례로 '모나리자'를 꼽았다. 왜 모나리자가 가치 있는지 알려면 그 전의 그림을 보면 된다. 이전까지는 교회, 성직자를 주로 그리고 분위기 역시 대부분 칙칙했다. 그러다 갑자기 모나리자라는 여성이 그림에 등장하게 된다. 모나리자의 신분은 상인의 아내로 알려져 있다. 이전까지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모를 잘 만나야 했는데, 이제는 돈이 지위를 만든 것이다. 당시 여러 상황이 모나리자 그림 하나로 알 수 있기에 가치가 높다.

재밌는 것은 세상이 변할 때는 다양한 요소가 함께 변한다는 점이다. 비슷한 시기에 코프레니쿠스의 지동설이 함께 주장됐다. 문화변동은 상식의 전복을 가져오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먹고 사는 방식이 변한다고 이장주 박사는 설명했다. 그리고 문화변동은 시각의 변화도 일으킨다.

보티첼리의 비너스는 약 450년간 어느 와인 창고에 묵혀 있었다. 이 그림의 가치를 알아보고 와인 창고에서 꺼낸 인물은 러스킨이다. 이장주 박사는 "비너스 그림의 가치를 낸 사람은 보티첼리일까, 러스킨일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이 물은 현재 게임의 가치를 제대로 보고 있는가를 의미한다. 제대로 보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가치 있는 게임을 어느 와인창고에 450년간 묵혀두고 있는 셈이다. 게임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현재 문화에 맞는 안목이 중요하다.


이어서 그는 피카소를 예로 들었다. 피카소는 큐비즘의 창시자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피카소가 아직 평가를 받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정신과 의사에게 그림을 보여주면, 그 의사는 피카소를 무엇이라 평가할까? 피카소를 일찍이 알아본 볼라르는 후원으로 장려했다. 이장주 박사는 스스로 비약해 비유한다고 설명하며 "만약 피카소를 볼라르가 아닌 정신과 의사가 봤다면 정신병원에 보내지 않았을까?"라고 물었다. 새로운 예술과 기술인 게임을 과거의 관점으로 재단하는 부작용을 고려하자는 의미이다.

이장주 박사에 따르면 요즘의 우리는 무의식중에 쌓인 자의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봉으로 타인을 평가하거나 사용하는 말로 사회적 위치를 예상한다. 산업혁명 이후 우리는 시간을 잘 쓰는지를 보고 성실함을 평가하고 생활에 녹아들었다. 그는 자신의 사례를 들어 "손목시계, 컴퓨터 하단의 시계 등 모든 시계를 세어보니 42개더라... 이게 정상인가? 시간을 자주 본다고 해서 '시간중독'이라 절하하지 않는다"며 기술에 따른 자의식의 변화를 설명했다.

먹고 사는 문제에 따라서도 자의식은 변화한다. 빈곤사회에서의 기술은 효율성을 추구하고 풍요사회에서는 다양성을 선호한다. 동화 '개미와 베짱이'를 읽으면, 지금까지는 성실한 개미를 좋게 평가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장주 박사는 이미 세상은 베짱이의 시대로 넘어갔다며, 노래하는 베짱이, 게임을 하는 베짱이가 풍요의 시대에 더 유능하고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배고픔을 아는 사람과 풍요의 사람이 다른 자의식으로 어려운 소통을 하고 있다"라며 이어 "이런 와중에 우리 사회는 로봇사회, AI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장주 박사는 타임지와 포브스 커버를 장식한 인물,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을 소개하며 이들의 핵심 키워드는 "다 게임을 하고, 게임을 만든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기존 인식은 게임을 하면 성공의 방해가 될 거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의 강연에 따르면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는 기저가 다르다. 따라서 무엇에 열광하는지가 달라졌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비슷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한국말로 노래를 부르는데도 미국 청소년들이 열광한다. 또한, 게임을 하는 전 세계 젊은이들은 롤드컵에 환호한다. 기성세대는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젊은 세대는 변화를 잘 잡고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 내에서 게임중독법, 셧다운제로 논란을 겪고 있을 때, '세계는 이미 한국을 동방예의지국이 아니라 게임의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남미 청소년이 롤드컵 결승에 오른 우리나라 두 팀을 보고서 한국에 오기도 한다. 이장주 박사는 "세상이 변화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이미 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 청년은 잘 적응하는데 기성세대는 따듯한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 "우리 청년은 게임에 잘 적응하는데 기성세대는 따듯한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기성세대는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일까? 이장주 박사는 그 이유로 '도덕적 공황'을 들었다. 젊은이들의 도덕적 타락이 사회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기성세대의 불안과 공포를 게임에 드러내는 것이다. 도덕적 타락을 이끄는 원흉으로 게임이 지목됐고, 결국 강제적 셧다운제와 게임중독법 추진 등으로 불안을 해소하고 있다.

이장주 박사는 도덕적 공황이 일반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학자 사이에서도 드러난다고 전한다. 퍼거슨, 코웰이 연구자를 대상으로 도덕적 공황을 조사한 결과 젊은이들에 대한 태도가 부정적일수록, 게임을 해보지 않을수록, 전공이 보수적 경향이 강할수록 게임에 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는 결론을 냈다. 더불어 게임 자체가 옳고 그르냐가 아니라, 연구자 자체의 성향이 결과에 더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도 알아냈다.


이장주 박사는 위 결과를 토대로 "게임이 아니라 바라보는 눈을 점검하자"고 시사했다. 많은 사람이 4차산업혁명에서 게임을 키워드로 여긴다. 이전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자동차로 꼽을 수 있는데, 이때도 많은 사회적 갈등이 있었다. 마차와 기차 조합이 크게 반대했고, 자동차 사고가 있을 때마다 규제를 세웠다. 반면, 독일은 규제보다 속도 무제한 도로인 아우토반을 만들어 자동사를 크게 키웠다. 결국, 영국은 자동차의 원천기술이 있었음에도 주도권을 독일로 넘겨야 했다.

우리나라는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이고 MMORPG에 대한 원천 기술이 있다. 그러나 마차의 기준으로 차를 규제하듯이 게임을 바라보고 있다. 어린아이가 스마트폰으로 글자를 배우는 시대임에도, 여전히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구시대에 묶여있다. 이장주 박사는 인식의 전환으로 게임을 새롭기 바라보길 원했다.

그는 먼저 이전까지의 게임이 아니라, 온라인 놀이 활동 중 하나로 보길 바랐다. 아이들은 놀이로 세상을 배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으로 다른 사람과 충분히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두 번째는 게임에 빠질 수 있는 사람은 곧 대단한 집중력의 소유자로 바라보는 것이다. 집중력의 예로 이장주 박사는 마인크래프트에서 몇 달에 걸쳐 성을 만든 사람을 들었다. 아이가 목표를 갖고 추구하는 것을 게임으로 미리 알 수 있다.

다음으로 4차산업의 중심 기술로 게임을 보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선구자인 데미스 허사비스는 게임을 통해 많은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즉, 이제는 어떻게 게임을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이장주 박사는 강조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일상생활에 접목되면 사람은 더 여유로워지기 마련이다. 이때, 사람은 게임을 찾는다. 제대로 된 인식을 하고 게임을 바라봐야 4차산업에 잘 대응할 수 있다. 그는 "앞으로의 아파트 설계와 자율주행차 디자인은 안에서 사람이 게임을 편하게 즐길 수 있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 이장주 박사 "우리는 비너스를 다시 와인 창고에 넣는 일을 하는 걸지도"

끝으로 이장주 박사는 "현재 게임장애를 논하는 것이 21세기에서 보티첼리와 피카소를 구분할 수 있는지와 같다"고 전했다. 그가 전한 현재 게임 중독 기준은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 삶의 다른 관심사나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는 것 /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 / 가족, 사회 등 중요한 영역에서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으로 최소 12개월 동안 나타날 때이다. 이장주 박사는 "이 기준은 옳지 못하다"고 전하며 "천재 아이까지 쓸어버릴 수 있는 게임중독 지정을 반대한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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