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김관영(바른미래당), 정성호(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고 법무부, 한국중독심리학회, 한국문화및사회문제심리학회에서 주관하는 ‘2018 법무부, 한국중독심리학회, 한국문화및사회문제심리학회 춘계학술대회’가 오늘(12일) 중앙대학교에서 진행됐다.

학술대회의 마지막에는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모여 나누는 토크콘서트가 마련됐다. 토크 콘서트에는 신성만 한동대학교 교수,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 동명대학교 고영삼 교수, 한국콘텐츠진흥원 강경석 본부장, 학부모정보감시단 이경화 대표, 전 프로게이머 강도경이 참여해 ‘게임장애 질병 목록화 타당성과 영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 왼쪽부터 조성민 학술이사, 강도경 감독, 이경화 대표,
강경석 본부장, 신성만 교수, 고영삼 교수, 이장주 소장


신성만: 낙인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봤다. 사람은 소셜 아이덴티티 이론에 의해 인그룹과 아웃그룹을 나누는 경향이 강하다. 포항 지진을 겪으면서 누가 내 적인지에 대해 민감해졌다. 외부자를 색출하는데 민감해지는 경험을 한 것이다. 사회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 보니, 자주 싸우고 인아웃그룹이 나뉘면서 낙인, 왕따로 이어졌다. 요즘에는 도움을 주기보다는 가해자 그룹으로 인그룹하는 경향성이 보이고 있다. 공식적인 낙인화가 진행되면 의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으므로 질병화코드를 낙인화로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사람은 정신과적인 문제를 정말 안 좋을 때까지 내버려뒀다가 병원으로 간다. 우리나라는 낙인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만약 질병국으로 낙인을 찍히면 실제 도움을 받아야 하는, 도움받을 상황에서도 도움을 거부하게된다. 도움을 주는데 역행하는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게임을 접하는 데 문제가 있는 아이들도 있고, 건강하게 사용하는 아이들도 있다. 굳이 딱 잘라서 어느 시점부터 병이라고 이야기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회의적이다. 이 방법 외에 보다 더 도움될 방법이 있을 것인데, 전문가들이 다각적으로 열심히 찾아가는 게 어떨까 싶다. 낙인 이후에 생기는 사회적 문제가 심각할 것이다.


강경석: 소속된 곳이 문체부 산하 콘텐츠진흥원인만큼 게임을 진흥해야 한다는 입장에 가깝지만, 어렸을 때를 돌이켜보면 게임은 놀이문화의 연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우리는 소꿉놀이도 하고 비석치기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환경상 놀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없다. 그러다 보니 대체재가 게임이 된 것으로 생각한다. 옛날 오프라인의 놀이가 온라인에서 게임으로 변화한 것이고, 놀이문화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낙인 부분이 질병 코드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언급되었는데, 나 역시 그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마약과 같이 중독으로 낙인 찍혀있는 것들과 게임은 성격이 다르다. 마약은 이용자 모두가 마약으로 인해 피해를 보지만, 게임은 12만 명 대상으로 조사해보면 대상 중 과몰입 비율은 2.5% 정도다. 10명 중 1명도 안 된다. 상담이나 다른 형태의 진료를 받으면 되는 거도 대부분은 건강하게 이용하고 있다. 소금은 많이 사용하면 건강에 나쁘다. 게임은 건전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더 많다. 중립적이다. 마약처럼 독성 물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강도경: 게임에 관한 질병, 중독 등 음지에 대한 것들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양지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롤드컵에서 한국 선수들끼리 결승을 함에도 미국이나 중국사람들이 자리를 모두 채우면서 환호를 보낸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열광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등한시하고 있다.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인데, 지금은 종주국이라는 사실만 남았다. 유럽, 미국, 중국에 많이 밀리고 있다. 사람들이 보는 시선 자체가 안 좋은 부분이 많아서 부족해진 것 같다. 다른 나라는 미래산업이라는 개념으로 지원도 많고 인식도 좋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는 중독되면 마약보다 무섭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뒤처지는 거 같다. 인식 변화가 필요한 때다.

▲ 팀 배틀코믹스 강도경 감독


이경화: 게임문화재단에서 WHO에서 게임을 질병으로 올리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더라. WHO는 국제기구인만큼 가볍게 내린 결정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자세히 들어보니 간단한 문제는 아니더라. 애들은 즐겁게 게임을 하고 있고, 길게 플레이하는 아이들도 생겨나고. 상담하는 분들은 문화까지 알아야 하는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임을 하지 않으면서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미디어모니터링을 계속해왔다. 이때 조사했던 게임이 ‘서든어택’이다. 서든어택의 실태조사에서 아이들에게 게임을 하고 느낀 점을 설명하라고 했더니 대부분 머리에 총을 겨눈 이미지, 어떻게 잘 죽일 수 있느냐는 생각을 떠올리더라. 분명 문제는 있다.

하지만 중독이라는 단어를 쉽게 쓰는데,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중독이라는 것은 치료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생각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시선 또한 조사한 바가 있는데, 그때의 결론은 게임을 아느냐, 모르느냐가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게임을 모르는 학부모일수록 게임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반대로 게임을 즐기는 부모는 19세 등급 게임을 아이와 함께 플레이하는 등 게임을 잘못된 방식으로도 허용한다.

사례마다 상황이 너무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반대로 엄마가 게임에 중독됐다고 찾아온 아이도 있었고, PC방을 전전하는 아이에 대한 상담도 있었고, 게임이 나쁜 건 아닌데 애가 학교를 안 가는 문제가 있다고 호소하는 하는 사례도 있었다. 중독이라는 단어도 싫지만, 과몰입, 과이용 등 우리나라 안에서도 통일된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는 예산을 헛되게 쓰는 것이라는 생각한다. 최근 WHO를 통해 이슈가 되었는데, 다시 이야기해볼 때 인 것 같다.


이장주: 인문학을 배우는게 애를 키우는 데 필요해서나 숨 쉬는데 필요해서는 아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조금 더 높은 수준에서 논의하는 게 나 같은 ‘먹물’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난 애가 3명이다. 막내는 하드코어 게이머다. 막내는 게임을 하면 탑클래스에 오른다. 대상을 진지하게 분석하는, 열망과 열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막내가 게임을 많이 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이유다.

막내가 얼마 전 영어학원 테스트를 하러 갔다. 공부하러 간 게 아니고 친구들이 다 학원에 다니니까 놀러 가는 느낌으로 등록했는데, 레벨테스트에서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 단어를 많이 아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마인크래프트를 하면서 외국인 친구들과 콩글리시로 활발하게 의사소통하는 경험이 있었기에 학원원장이 “감각이 뛰어나다”라고 했던 것 같다. 디지털 사회에 살면서 어떻게 응용할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이를 병이라고만 한다. 처음부터 의학적 영역으로 넘기려고 하는 건 자식을 너무 편하게 키우려고만 하는게 아닐까 싶다.


고영삼: 두 가지를 구분해서 말하고 싶다. 하나는 중독 여부와 별개로 학부모의 고민과 우려는 그대로 남는다는 것이다. 중독과 별개로 자녀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문화적 합의랄까, 방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보편적이다. 중독 여부를 떠나 아이를 게임을 하도록 그냥 내버려두는 것은 바람직 중독이 아니더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여가부, 문관부나 콘텐츠진흥원에서 이에 대해 대응을 해야한다. 안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줄 때 ‘중독’이라고 부르며 힘으로 해결하려는 게 없어질 것이다.

또 하나는 중독에 대한 진단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고위험군’과 같은 이름으로 발표를 하고는 하는데, 국내 기준일뿐이지 어느 정도 위험하다고 하는 진단의 척도로 사용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모두 기준이 없다.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은 유예되었는데, 진단기준을 만들어서 정말로 진단 기준에 의해 물질중독과는 다른 행태를 보이는가, 이 행동양식은 정말 원인이 무엇인지, 게임인지 우울인지, 정확한 원인을 정확히 알아내는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 부모를 안심시키고 정확한 진단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 동명대학교 고영삼 교수


신성만: 정신과 진단이라는 게 암진단 처럼 카테고리가 구분되지는 않는다. 일단 지금 진단 기준자체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진단명을 넣을 때 중독이라는 단어를 넣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은 중독이라는 단어 때문에 이 부정적인 톤이 이슈를 잡아먹는 측면이 있다.

WHO이슈가 의사집단과 게임산업계와 붙는 양상이 됐다. 그런데 실제 문제는 이들이 아닌 실제 당사자인데 이들에 대한 논의가 빠져있다. 양측에서 이들에 대한 우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전체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청소년을 도와줘야 하는데, 진단명으로 싸우고 있다. 핵심은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는 방안이나 연구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독심리학회와 게임 영역 종사자가 힘을 모아서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과 가족을 도와야 한다.


강도경: 우려의 대상은 대부분 학생이다. 학부모들은 게임이 무슨 도움이 되느냐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학생들, 스트레스 풀 수 있는 수단이 정말 없다. 자녀와 합의하는 게 어떨까 싶다. 그 길이 중독을 막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통제가 안되니까 부모가 잘 봐야 한다. 성인에게 게임은 굉장히 좋은 취미생활이다. 집에 컴퓨터 없는 집은 없다. 컴퓨터만 있으면 게임을 할 수 있다. 다른 취미생활보다 비용도 덜 든다. 게임은 좋은 취미생활인데 왜 질병으로 치부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경화: 게임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려는 점을 이해는 한다. 중독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나왔을까? 1970년대 비디오 게임 시절부터 나왔다. 그렇다고 본다면 게임의 긍정적 면도 있지만,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이런 논의를 해야한다. 그리고...


강도경: 잠깐만, 게임이라는 단어에서 도박성 오락실과 게임이 같이 엮여서 불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경화: 배경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애들은 놀면서 배운다고 배웠다. 그래서 교과 과정을 그렇게 꾸미자고 했었다.


강도경: 게임이라는 단어 하나에 부정적인 도박적인 부분이 포함되어있어서 구분하고자 말씀드렸다.


이경화: RPG와 아케이드, FPS가 서로 다르듯이 상세함에 대해 좋고 나쁨이 있다고 보자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게임은 부정적 이미지가 지배해왔다. 99년 실태조사 때 40%가 자신을 사이버 중독자라고 인식했다. 그때는 ‘중독’이라는 단어를 손쉽게 썼다. 그런데 2016년 실태 조사할 때 사람들은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모차르트 음악을 듣는다고 답변했다. 그래서 꼼꼼하게 따지고 들었더니 게임을 한다고 실토했다.

게임을 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중독으로 낙인찍는 두려움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숨긴다. 왜 게임 하는 사실을 숨기는 것일까. 이를 고민해봐야 할 때다. 게임을 문화로 보는 청소년이 있는가 하면 걱정인 부모도 많다. 이런 간극을 어떻게 줄일까. 중독 상담원들의 숙제다.


강경석: 질병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결국은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자와 의사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ADHD도 해결 못 하고 있는데. 서구에서는 게임을 가족과 즐기면서 한다. 가정 내의 여가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다를까.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WHO를 맹신할 수 있는가도 문제다. 질병코드를 만들게 된 계기가 한국 정신과의사 집단과 중국 정신과의사 집단의 논문에서 시작된 거다. 그걸 보고 WHO가 문제가 있나 싶어서 보게 된 거다.

게임이 산업화 된 후 지난 20년간 청소년 범죄율을 봤다. 청소년 게임 인구가 늘어나면서 범죄율은 감소했다. 살펴보면 본드 등의 일탈이 게임 속으로 흡수되면서 범죄율이 줄어든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이런 효과도 있다. 지금은 이를 간과하고 있지 않나 싶다. 미국에서는 행위 중독이 아니라 충동조절장애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중독으로 보자는 정신과 의사 집단이 있다. 어느 것이 옳은지는 모른다. 다만,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질병 코드화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 한동대학교 신성만 교수


강도경: 속된 말로 너무 심심해서, 딴죽 걸게 없어서 게임을 가지고 딴죽 거는 것 같다.


신성만: 사실 낚시 중독이 더 심각하지 않을까? 그런데 아무도 낚시 중독에 대해서 말을 안 한다. 첫째 게임이 돈과 얽혀있기 때문이다. 낚시 업체에는 뭘 해봤자 뭐 나올 게 없다. 게임은 청소년과 연관되어 있어서 발화력이 크고 돈이 모인다는 것을 알기에 이슈화되는 것이다.

알콜 등은 더 이상 쥐어짤 게 없다. 게임이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는 건 도움되는 논쟁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집단에서 열심히 달라붙어 로비하면 달라진다. 아주 유사한 사례도 많다. 바뀔 가능성이 높은데 그 위험성은 낙인 등이 있다. 청소년이나 관련자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것이다.

현재로서 게임질병화는 증거가 부족하다. 다만, 증거는 쌓이기 마련이다. 메디컬 모델에 집중하려고 하는 것은 그 집단이 원래하고, 잘하는 것이기에 못하게 할 수는 없다. 반대 프로세스를 준비하고 어떻게 도울스 있을지, 커뉴미티 멘탈 헬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메디컬 모델에 반론할 수 있는 전문가도 필요하다. 그래야 힘이 실리고 문제 경험 당사자들을 돕는 방향이 되지 않을까.


이경화: 행위중독인지 충동조절장애인지는 연구자들이 할 일이다. 사실 학부모 입장에서는 게임이 심각해서 심각하다고 하는건지, 아니면 언론에서 이렇게 만드는 것인지 궁금하다. 우리는 언론보도를 믿을 수밖에 없다. 이걸 학부모 잘못이라고 하는 건 부당하다. 정책적으로 잘못한 거 아닌가.

중요한 건 게임을 도구가 아니라 ‘갈망’으로 사용하느냐다. 건강한 사람은 갈망을 자동화 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그런데 중독자는 그렇지 않다. 게임을 만들 때 가장 잘 만든 작품은 갈망을 잘 자극하는 작품이라는 말이 있다. 두뇌가 자동화 과정을 거치지 못하는 대상은 분명히 있다. 이런 아이에게 의학서비스와 상담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상담센터에는 산만하게 너무 여러 프로그램이 많다. 정리가 필요하다. 정말 갈망 문제가 있는 아이를 위한 서비스가 필요하다.


이장주: 조금 다른 접근에 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미국에 신경 다양성 운동이라는 것이 있다. ADHD나 자폐는 치료가 안 되는데, 굳이 우리 애를 약물을 쓰는 방식으로 평생 치료하는 게 맞느냐는 입장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바는 ADHD의 특성은 현 산업사회에서는 부정적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사회가 변화할지 모르고 신경다양성이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반대로 게임장애. 게임을 많이 하는 아이들이 많은듯하지만 생각보다 별로 없다. 많이 하는 아이들은 각기 다른 특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어떻게 살릴 수 이을까에 대해 게임산업업계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애가 아니다, 병이 아니라고 말할 게 아니라 어떤 특성이 있어서 앞으로 나아가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다면 모이는 지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경화: 게임 중독이라고 타겟으로 정하면 반 전체가 편안해지는 경우를 봤다. 학급의 그 아이 하나만 장애라고 하면 학급 모두가 걱정을 안 한다.


강도경: 게임을 장애, 질병이라고 하는 건 어느 정도인가?


이경화: 아직 질병이라고 하지 않는다.


강도경: 궁금해서 물어봤다. 그렇다면 본인이 통제 하지 못할 정도가 무엇인가?

▲ 학부모정보감시단 이경화 대표


신성만: 질병이 된다는 건 바이오로지컬 마커라고 몸의 변형이 있는지를 본다. 약물 중독 같은 경우 뇌 변형이 있다. 이를 근거로 진단을 내렸는데, 2014년에는 도박으로도 뇌 변형이 찍혔다. 다만, 인터넷 게임과 관련해서는 연구가 아직은 부족하다. 만약 연구를 통해 마커를 발견한다면, 바이오로지컬한 약물을 줄 수 있다.


강도경: 셧다운제 처럼 국가가 규정하는데 의문이 든다. 부모가 통제하지 못하면서 왜 정부한테 그러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자기 자식을 통제하지 못하니까 해달라는 거 아닌가.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생각해봐라. 청소년 때 일탈 한 번쯤은 하지 않았나. 그래도 전부 나쁜 사람이 되는 건 아니잖나. 부모가 시키는 대로, 무슨 로보트도 아니고... 부모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질병으로 치부해야 하나 싶다. 10시간 하는게 질병이라면 9시간만 하면 되지 않나.


이경화: 편차가 크기에 30분만 해도 중독이라고 호들갑인 사람도 있고. 어떤 경우는 하루에 10시간을 해도 중독이 아닐 수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으며...


강도경: 30분으로 호들갑 떠는 사람이 문제다. 요즘 TV 없는 사람도 많은데 그럼 PC랑 스마트폰도 없애야지 않나.

사회를 맡은 한국중독심리학회 조성민 학술이사는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마이크를 플로어로 넘겼다. 처음으로 마이크를 받은 사람은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었다.

방청객: 게임 중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부정적, 긍정적 효과가 있는지를 한 번에 보기에 게임의 특성이 서로 다르다. 게임이라는 하나의 틀로 부르는 것보다 특성으로 나누어서 봐야하는 거 아닌가 싶다. 난 모바일 게임과 온라인 삼국지 게임을 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이 들어있는 게임이기에 장비를 얻기 위해서 돈을 쓰기도 한다. 커뮤니티를 보면 천만 원을 사용한 사람도 있다.

게임의 성격에 따라서 다르다고 본다. 확률게임은 아이템 하나 얻고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고 그에 몰입해야 한다. 그래서 삶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이는 분명 문제가 된다. 게임은 다양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게임이라고 하나로 묶어서 말하기보다는 구체적인 특성이 무엇이 있고, 규제할 것은 하고 안 할 것은 배제하는 쪽으로 연구가 이뤄져야 하지 않나 싶다.



강경석: 게임이 천차만별이다. 문명을 하면서 밤새고 감동을 했다. 그런 게임이 있다. 반면 리니지같은 게임도 있다. 물론 리니지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사냥만 해야 하는 게임이 있다는 것이다. 마인크래프트같은 게임은 교육적으로 훌륭한 게임이다. 참 좋은 게임들이 많다. 현실 참여를 유도하는 게임도 있다. 네팔 지진을 게임으로 만들어 기부하게 하는 게임도 있다.

얼마나 좋은 게임이 많은데 이를 한 잣대로 이야기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 나는 이 문제가 짧으면 10년 안에 해결될 거라고 본다. 게임을 해보면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안하는 사람들은 병이라고 한다. 해보면 알 텐데 말이다.


신성만: 마약 중독자들이 항상 저렇게 말한다. "먹어봐, 먹어보면 다르다"고. 게임을 해본 자와 안 해본 자를 구분하는 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거라고는 보지 않는다. 대부분 사람이 게임을 하면 질병에 대한 문제도 심각해질 것이다. 조절해서 할 수 있도록, 자신에 맞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어떻게 잘 사용하게 할 것인가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

엄마와 커뮤니케이션 안되는 중학생이 슈팅게임에 의존하는 케이스를 본 적이 있다. 다른 걸 잃어버리고 게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이다. 이를 지양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영삼: 중독심리학계에서도 향후에는 사람과의 관계가 지금보다 더 촘촘하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리고 기계가 들어올 텐데, 기계와의 대화, 동행을 잘 유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는 한다. 기계를 어떻게 적극 응용할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

질병모델과는 다른 관점이다. 이런 쪽에 관한 연구를 심리학계에서 촘촘하게 해야한다. 뉴로 사이언스에서 나온 두뇌 향상프로그램 훈련을 하고 있다. 전부 게임으로 구성되어있다. 같이 훈련하는 동료 교수가 말하기를 주의력, 몰입도가 발전할 거 같다고 그랬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초보적인 단계다. 비싸기도 하고 보급도 잘 안 되어있다. 이를 훨씬 더 많이 연구해서 상품화하고, 확산, 보급한다면 자연스럽게 질병으로 보는 시선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


이경화: 셧다운제에 반대했던 교수가 자녀가 게임을 오래 하니까 게임의 폐해에 대해 이야기하더라. 즉 개인차가 있다고 본다. 누구에게는 셧다운제가 적절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나쁠 수 있다. 상담사들이 게임 관련 상담할 때 게임을 한 번 해보기를 적극 권장한다. 기능성 게임을 모아놓고 게임이 좋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RPG는 다 중독이다. RPG만 가지고 찬반의견, 좋고 나쁨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 더 좋은 방안이 나올 것 같다. 이야기할 때마다 어긋나는 게 너무 아쉽다.

난 FPS로 아이들이 폭력성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학부모와 아이들의 반응을 보고 느낀 거다. 그런데 PC방 사장은 FPS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어느 정도 사용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게임 만드는 사람이 등급을 만들 듯,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만 할 수 있는 걸 표현할 수 있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


이장주: AI와 관련해 어마어마한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구글 어시스턴스가 전화를 해서 헤어샵을 예약했다. 전화받은 사람은 전화건 사람이 프로그램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튜링테스트도 통과했다.

과거에는 보정한 사진과 아닌 사진을 구분 못 하는 게 문제였다. 가짜 뉴스도 나왔다. 그런데 요즘은 다 안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은 프로그램과 사람을 구분한다. 사람이 날 쏜 것인지 프로그램이 쏜 것인지 구분한다. 이렇게 민감한 사항을 구분하는 걸 게임 내에서 이루어내고 있다. 장애냐 아니냐가 아니라 현실 문제가 게임에서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가에 집중하면 소비적인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경석: 참고 해서 논의하겠다.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사이의 논의가 필요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에 100% 공감한다. 토론과 합의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닌가 싶다.


조성민: WHO 질병 코드화 이슈는 게임에 관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WHO의 질병 목록화가 게임으로 말미암은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은가?


신성만: 현문우답 하겠다. 오늘 미주신경에 대해서 스트레스가 어떻게 소화될 수 있는가를 이야기했다. 같은 콘텐츠라도 반응이 다르다. 그럼 왜 점점 힘들어지는가. 서울 공기가 나빠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이 없어지고 있다. 바깥 공기는 나쁘고 생활에서는 스트레스 받고. 그런 환경을 제공하고 잘 크라고 하는 것이 옳은가.

그 속에서 아이들은 심리적인 균형을 위해 허용된 것을 재밌게 하고 있다. 그에 대해 ‘병’이다 라고 낙인찍어 그것마저도 스트레스 받으면서 하도록 하는 것이 어른들이 가야 하는 길인지 궁금하다. 부끄럽다. 질병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들을 도울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이에 집중하는 현 상태가 더 문제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강경석 본부장


고영삼: 질병코드로 등록은 안 될 거로 생각한다. 근거 기준이 너무 미약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합리적인 판단 도구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한다.

우리 사회는 정글이다. 더 심한 정글이라 할지라도 기본은 가족에 있다. 사회가 정글을 만들었다. 입시지옥, 친구관계, 왕따, 부모와의 불소통. 여성가정부는 셧다운제를 할 게 아니라 가족에 대한 건강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설사 질병으로 등록될지라도 문제 근본 행위에 집중해야 한다.


이장주: 다 말씀해주셔서 간단하게 마무리하겠다. 질병이라고만 하지 말고 눈높이를 높여 세련되게 발전 지향적으로 바라보길 바란다. WHO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강경석: 딸이 7살인데 5시간 정도 게임과 유튜브를 한다. 나도 걱정이 된다. 하지만, 그 걱정은 아빠와 딸로 해야지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되면 안 된다. 질병 코드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가 그랬다. 바쁜 일상에서 전철 타 고가면서 폰으로 게임을 하는 낙으로 사는데 그것까지 눈치를 봐야 하냐고. 게임은 놀이고 문화이며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다. 아주 극소수의 문제가 발생하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중독 관련하여 2.5%라고 했는데 과몰입군이 1.8%이고 위험군이 0.7%다.


이경화: WHO건은 내 의견과는 별개일 것 같아 다른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하겠다. 게임 리터러시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게임과 청소년이 미래 산업이라고 인식될 수 있다면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게임 산업에서 좋은 일들을 한다면, 그리고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예산을 투자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강도경: 게임은 좋은 취미다. 값싼 취미다. 부인에게 칭찬받는 취미다. e스포츠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이 종주국이다. 그런데 이제는 선수밖에 내세울 만한 게 없다. 돈 싸움에서 진다. 그래도 실력 면에서는 최고다. 규제에 대한 인식이 완화됐으면 좋겠고, 질병도 등재가 안 됐으면 좋겠고, 좋은 취미가 잘됐으면 좋겠다. 인식변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


조성민: 게임으로 말미암은 여러 문제를 10여 년 접하면서 '어 큰일 낫네'라고 지레 겁만 먹고 찬찬히 들여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보고 검토할 게 많다고 느꼈다. 질병이다 아니다 잣대를 들이밀게 아니라 이를 넘어서서 게임에 빠진 아이들이 자기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를 봐야할 것 같다. 중독심리학회는 현상학적으로 게임문제가 있으니까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자주 이야기해야 한다. 이제는 문화및사회문제심리학회와 만났으니 이 이슈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