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직 못 이룬 꿈과 말하지 못한 사랑을 생각하며 애써 그런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애를 쓰지만, 가득 찬 출근 지하철이나 쌓여 있는 과제들이 존재하는 한 언제나 쓸데없는 생각은 뇌리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 우리는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아가기 위해 하릴없이 노력합니다.

인터뷰 기사로는 다소 터무니없는 서문이었지만, 그만큼 터무니없는 타이밍에 죽음에 대한 고찰을 하게 해 준 게이머가 있으니, 바로 북미 옵틱 게이밍에서 활동 중인 '애로우' 노동현이었습니다. kt 롤스터에서 '수능 만점'의 기억을 안기고 북미로 떠난 지도 벌써 오래, 피닉스 1을 지나 이제는 옵틱 게이밍의 ADC로서 다음 시즌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황금 같은 날씨였던 지난 금요일, 이태원에서 한국을 잠시 찾은 애로우를 만났습니다. 간만에 만난 애로우와 수많은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선 그만이 가지고 있던 죽음에 대한 고찰도 있었죠.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고찰이 꽤나 건설적인 결론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역시, 살아야지요.

새로운 팀에서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의지를 갖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애로우 선수. 그의 과거부터 현재의 모습과 미래의 꿈, 죽음에 대한 고뇌, 그리고 파인애플 피자에 대한 애정까지. 물 흐르듯 나눈 그와의 대화를 인터뷰로 전해 드립니다.






자, 이제 녹음을 켜고... 다시 물어보네요. 안녕하세요,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안녕하세요, 일단 지낸 것은 잘 지냈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아시다시피 제가 있던 피닉스 1이 LCS 프랜차이즈에서 탈락이 되었어요. 그렇게 팀 구직을 하게 되면서 새롭게 옵틱 게이밍에 들어오게 되었죠.

그렇게 입단을 하게 되었는데, 리그를 치르며 뭔가 아쉬웠어요. 이길 수 있던 게임들도 잔실수가 많았고 집중이 덜 되어서 시즌 초중반에 많이 졌어요. 덕분에 그 당시에 사기가 많이 꺾였고, 그렇게 시즌을 9등으로 마무리했네요.

그래도 그 사이에서도 깨달은 게 있어요. 처음엔 게임에서 지면서 팀원들이 가끔 실수를 할 때마다 답답하고 화가 나고 그랬었는데, 이젠 '하다보면 그럴 수 있다. 먼저 내 실수를 줄이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 라고 생각해요.


MVP를 받고 행복해하던 작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네요. 어쩔 수 없지만, 안 좋은 쪽으로요.

네, 연거푸 지면서 짜증도 내고 그랬어요. 전 원래 초조한 성격도 아니었는데요. 먼저 그런 마음을 없애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짜증이나 부정적 감정이 제 실력으로 영향을 주더라고요. 자칫하면 팀원에게 불신이 생길 수도 있고요. 그래서 일단 제가 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초반이니까 팀웍을 맞추기 위해 대화를 많이 해야죠. 팀워크는 다져나가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누구나 실수를 하는 것이니까. 사람에게 부정적 감정을 갖지 말고 제가 실수를 안 하도록 더 집중을 많이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파인애플 피자는 왜 시켰어요? 이것으로 인해 애로우 선수의 세계적인 평판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계신 건가요?

저는 파인애플 피자를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저희 탑라이너가… 맨날 뭐라 그래요. 미국에서 피자를 주문할때도, 가령 둘이 있는데 한 판을 먹고 싶은 거에요. 두 판은 너무 많고. 전 '파인애플이 있는 게 좋다' 라고 하면 '뭔 파인애플 피자를 시키냐' 며 성을 내요. 그래서 전 뭐, 포기를 해요. 파인애플이 없어도 피자는 맛있으니까요. 전 파인애플도 좋아하는데, 피자도 좋아하고. 피자에 파인애플이 올라가 있으면 더 좋은거죠.

▲ 하프 앤 하프의 절반을 당연하게 파인애플 피자로 주문한 애로우 선수

▲ 아주 신속하게 입에 가져갔다.


논리적이네요. 한국엔 언제 오셨나요?

이제 한 달 정도 있었어요. 만날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PC방도 많이 가고요. 카카오 선수와 듀오를 마스터 정도까지 찍고, 친구들과 배틀그라운드도 했어요. (고)동빈이 형과 스크린 야구도 했고요. 그리고 '썸데이'와는 부산을 갈까 했어요. 부산엔 '나그네'도 있고. 하지만 시간이 안 돼서 같이 가진 못했어요.


북미 생활도 오래 됐네요. 그 동안 선수로나, 개인으로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일단… 다양한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미국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선수들이 생각보다 운동을 엄청 많이 하더라고요. 건강에 정말 신경을 써요. 미국에 처음 왔을 땐 뭔 운동이야… 생각을 하고 있었죠. 마치 한국에 있었던 시절처럼요. 그런데 지내며 보다보니까 다들 정말 운동과 일을 부족한 것 없이 잘 채우며 사는 것 같아서 아주 인상깊었어요.


그래서 운동은 하고 있나요?

할… 예정이에요(웃음). 몇 번 따라서 가보긴 했는데, 이제 좀 정기적으로 가볼까 해요.


좋은 점 말고, 안 좋아진 점도 있나요?

당연히 가끔 외롭긴 하죠. 원래도 밖에 별로 안 나가는 성격이지만, 간혹 다른 선수들이나 아는 사람들이 hang out, 놀러 가자고 해요. 근데 제 입장에선 아직도 외국인들 사이에서 홀로 한국인인 게 좀 낯설어요. 영어가 늘긴 했지만요. 물론 막상 가면 놀긴 하는데, 선뜻 먼저 제안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되긴 힘들어요.


그러고보니 옵틱 게이밍의 유일한 한국 선수네요.

전략 코치도 감독도 다른 선수들도 모두 외국 사람이라보니 저도 모르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긴 해요. 하지만 이제 좀 같이 나가서 놀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요새 생각을 하는 건… 사람은 태어나서 어차피 죽어야 하는데…


아니 갑자기 왜… 최근에 '데스티네이션'을 인상깊게 보셨나요?

아니 그런 생각을 해요. 무섭단 말이에요.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눈을 뜨면 모든 것이 보여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잘 하지 않고 그냥 살잖아요. 결국은 죽는다고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은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도 하죠. 죽기 전에 범죄를 저지른다던가. 하지만 저는 다가올 죽음을 생각하며 더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해요.


그러니까 'YOLO'를 굉장히 심각하게 말하고 있는 것 맞죠?

(웃음) 그런 생각은 해요. 시즌 바쁘면 이런 생각을 안 하는데, 시즌이 끝나면 '죽으면 어떻게 될까?' 하며 싹 무서워지고. 다른 사람들은 이런 생각 안 할까요?


어쩌면 프로게이머가 가장 사망확률이 적은 직업 중 하나 아닐까요?

(웃음)그럴 것 같긴 해요. 그런데 그냥 생각이 자주 들어요.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속도가 붙어도 그런 생각이 스멀스멀 들고. 저는 그래도 좋은 쪽으로 생각을 하는거죠. 그런 생각을 하며 부정적으로 변하거나 날 놓는 게 아니라, '후회 없이 살자'는 마음이 생기고. 한번 뿐인 삶이니 죽기 전까지 '잘할 수 있는 만큼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말이죠.

▲ "죽음은 피할 수 없지..."


그, 그래요. 이번 시즌을 평가한다면? 작년에 비해선 아쉬울텐데 말이에요.

많은 게임을 이길 수 있었는데, 실수들로 인해 놓쳤어요. 그래서 많이 아쉬웠던 한 시즌이었죠. 하지만 개선의 여지는 있어요. 호흡이 중요한 것 같아요. 팀원들과 더 친해져야 하고요.


팀에선 누구와 가장 터놓고 지내나요? 비밀을 터놓을만한 선수가 있나요?

비밀이 있으면 터놓고 싶다… 아직까진 얼마 안 되어서 모르겠어요. 좀 더 놀고 친해져야 할 것 같아요. 다른 선수들이 들으면 서운해할 수도 있는데, 저는 그냥 더 친해지고 싶어요. 같이 호흡을 많이 맞춰야 하는 서포터와도 많이 친해지고 싶고, 전반적으로 다 친해져서 스크림 분위기가 '해피해피' 했으면 좋겠어요.


아, 이번 MSI를 다 봤나요? 어떻게 흘러가는 것 같나요? (인터뷰는 MSI 넉아웃 스테이지 시작 시점에 진행되었습니다.)

일단 북미의 팀 리퀴드가 좀 더 잘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는 안 좋은 결과가 있었죠. 정말 아쉬워요. 유럽 프나틱은 좀 눕는다고 해야하나? 버티는 경기가 있었는데, 그러면서도 순간의 캐치를 잘해서 한타를 이기는 장면을 보았어요. 그걸 보고 프나틱이 참 잘하는 팀이라고 생각했어요. 중국 RNG는 평소에 우지 몰아주기 팀이라는 평이 많더라고요. 그런것을 보며 팀 색깔이 있다는게 참 재미있다 느꼈어요.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요.

반면에 킹존은 그런 색을 갖고 있는 팀이 아니었죠. 각 포지션에서 다 한가닥 하는 선수들이 있다는 게 특색이랄까요? 근데 왜 단판제에서는 기대보다 아쉽게 된건지 신기해요. 세계 무대 경험이 적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세계 무대에서 뛰어봤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칼라가 중국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진짜 세계 무대에서 직접 붙어보면 느낌이 달라요.

우승을 점쳐보면... 계속 무난히 다전제의 유리함을 잘 끌고만 간다면 킹존이 유리할 수도 있다 생각해요. 하지만 플래쉬 울브즈가 정말 잘하더라고요 특히 정글러가 정말... 저는 개인적으로는 플래쉬 울브즈가 이겼으면 좋겠어요. 저는 항상 다른 팀이나 새로운 지역이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걸 기대하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RNG나 플래쉬울브즈가 이기는 것이 이런 면으로나, 화려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눈요기로나 모두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킹존이 제 활약을 한다면 RNG를 이길 수도 있다 생각하지만 킹존이 실수를 하거나 RNG의 기량이 불을 뿜으면 힘들 것이라 생각하고, 플래쉬 울브즈는 개인적으로 가장 이겼으면 좋겠다- 로 요약할게요.

▲ 그것을 RNG가 해냈습니다.


EU가 우승하는 것은 재미 없을 것 같아요? 정말 난리 날텐데요.

프나틱이 우승한다면… 안그래도 지금 있는 'EU>NA' 구도가 더 강화되지 않으면 좋겠어요. 물론 이런 라이벌 구도가 재밌긴 하지만요. 저는 지금의 NA와 EU의 라이벌 구도가 더 벌어지지 않고 좀 더 유지되면 좋겠어요.


팀 리퀴드의 '더블리프트'가 꾸준히 잘 하고 있는데, 같은 북미 원거리 딜러로서 어떤 감정이 드나요?

이번 MSI에서도 더블리프트가 많은 지분을 차지한 것 같아요. 어이없는 죽음도 없었고요. 이번 MSI는 묘하게 원거리 딜러 중에서 나이가 많은 선수들이 자주 보였는데, 오히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어쨌든 더블리프트는 정말 잘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팀적으로 다른 아쉬운 실수들이 많았던 듯 하네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다행이라 생각해요. 차라리 MSI에서 실수를 깨달아서 섬머 시즌에서 보완하여 롤드컵에서 잘 하는 것이 좋죠. 비록 북미의 위상이 꺾였다는 소리는 듣더라도, 전화위복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애로우' 선수는 나중에 더블리프트 같은 '뛰어난 노장'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아직 전 나이도 어리고 '짬'도 부족하죠. 아, 더블리프트도 운동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 건강한 멘탈이 운동에서 나오는걸까요? 저도 일단은 운동을 많이 해야겠어요.


예전에 '레클레스' 선수에게도 했던 질문인데, 북미 지역 원딜러 랭킹을 정해볼까요? 너무 많으니까 탑 5만 해봅시다.

저는 더블리프트를 1위로 놓을게요. 제가 덮립을 상대할 때마다 이상하게 그 어느 때보다도 정말 이기고 싶더라고요. 그런 마음이 앞서는지 제가 실수를 많이 하게 되고요.
2위로는 '스니키'? '스무디'와도 오랜 호흡을 맞췄으니까요. 3위는 '아폴로'. 클러치 게이밍이 경기하는 걸 볼 때, 뭔가 팍! 하고 터지는 건 없지만 잘 이겨요. 그 원인을 잘 보면, 결국 실수를 적게 하기 때문이에요. 그런 면에서 저는 좋은 점을 주고 싶어요. 저희처럼 신생 팀인데도 불구하고 아폴로와 서포터 '하쿠호'가 실수 없이 합을 잘 맞추죠.
'코디 선'과 '즈벤'은 약간 애매한데, 보여준 것은 이번 시즌에선 전반적으로 코디 선이 잘 보여준 것 같아요. 즈벤은 아직 실수가 좀 많긴 해요.

그래서 결론은 더블리프트-스니키-아폴로-코디선-즈벤으로 순위를 놓을게요. 제가 순위에 없는 건 잠재력으로 남겨 둘게요. 언제든 잘 하면 1위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다음 시즌이 마무리되면 저를 평가할게요.



그러고보니 예전 kt 동료였던 '플라이'가 한국으로 왔어요. 카카오도 그렇고요. 애로우 선수는 북미에서 계속 있을 예정인가요?

그 이적 소식들을 보면서, 솔직히 한국에서 하는 게 재미는 더 있을 것 같단 생각은 들었어요. 다른 프로게이머들이나 팬들이 보기에 '해외 리그는 한국 리그보다 못하고, 우승하기도 쉬울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데, 제 생각엔 더 힘들어요.
외로움이나 영어도 물론이지만, 게임 자체도 그래요. 제가 잘하는 것과 다르게, 다른 사람들과의 호흡도 중요하니까요. 제가 열심히 하는 만큼 다 같이 실력적으로 향상이 되어야 하는데, 한국에 비해 그게 쉽진 않아요.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나 채찍질을 해주는 코치 개념도 좀 덜하고요.
그래서 '해외 리그가 쉬우니까 좀만 잘 해도 한국보다 쉽게 리그 우승을 거머쥘 수 있다'는 건 맞는 생각은 아니에요. '나는 험난한 LCK에서 활동을 했었으니까 해외로 가면 당연히 더 잘 할 것이다?' 오히려 엄청 힘들어요. 나만 잘 해서는 결코 우승을 못 하니까 팀 게임인 것이에요. 그래도 영어를 좀 하면, 충분히 더 가능성이 생기죠. 하지만 안된다면… 네, 영어는 정말 살기 위해 해야 해요.

일단은 북미에 계속 있을 생각이에요. 저는 그리고 지금 팀을 한국 팀처럼 잘하게 만들고 싶어요. 소위 말해서 한국 선수들은 절대 손해를 안 보면서 이익을 보게 게임을 굴려요. 그치만 여긴 그런 전략이 많진 않아요. 이런 전략 등을 다듬으며 모두를 똑똑하고 잘하게 다같이 만들어가고 싶어요.


팬들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영어를 잘 하게 된 비결이 있다면요?

답변이 단순한 것 같아요. 저는 공부를 했어요. 제 생각엔 나름 잘 했다고 생각해요. 오래 전이라 학창 시절이 잘 기억나진 않아요. 학창 시절엔 그냥 어머니께서 일으켜주고 밥 먹고 학교 가고. 집에선 게임을 했지만 어머니께서 뭐라고 하시면 다시 공부를 하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도 많은 학생들에게 '할 거 없으면 그냥 공부를 해놓으면 나쁘지 않다' 라고 하고 싶어요. 저도 그 때는 몰랐는데, 영어를 좀 해놓으니까 쓸모가 있더라고요. 지금처럼요.


공부를 잘 했는데, 만약에 프로게이머가 안 되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일단… 컴퓨터 분야로 갔을 것 같아요.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이공계로 뭐든 하지 않았을까요?

처음에는 공부를 잘 하니까 어머니께서 기뻐하셨어요. 저는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공부를 열심히 했죠. 그런데 고등학생 때부터 그런 마음으로 공부를 하니까 잘 따라가기 힘들었어요. 그때부터 사실 공부를 조금 내려놓고 게임을 했는데… 만일 그때 공부를 놓지 않았고, 어머니를 위해 더 매진했다면 저는 의사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머니께서 의사가 되길 원하셨으니까요. 그리고 공부를 못하진 않았으니 적어도 시도는 해봤을 거에요. 이제는 게임을 정말 좋아하게 되어 프로게이머가 되었죠. 어머니께서 초창기엔 많이 서운해하셨어요. 응원도 많이 해주시진 않았고, 마음이 아프셨을 거에요.

▲ 어머니를 걱정시키던 시절의 어린 애로우

당시의 제닉스 시절엔 공부를 잘 하던 아들이 갑자기 나가서 게임한다고 안 들어오니까 걱정을 많이 하셨죠. 그런데 kt 연습생이 되고 돈을 받게 되니, 그 때부턴 점점 풀어 주시더라고요. 우승을 하고나서 응원을 더 많이 해 주셨어요. 이번엔 간만에 한 달 집에 붙어 있으니 어머니께서 많이 예뻐해주고 계세요. 내일 모레 떠난다 말씀드리니 아쉬워 하시면서…


앗, 내일 모레 다시 떠나시요? 그런데 금요일 저녁에 저와 피자를 먹고 계신 건가요?

그러게요.


네... 그렇다면 먼 미래에는 뭘 하고 싶은가요?

저는 하고 싶은게 좀 다양해요. 쉐프 아래에서 요리를 배워서 성장하는 것도 해보고 싶어요. 나름 성장하는 드라마 같잖아요? 성취감을 주는 것에 흥미를 느껴요.


이번에는 '더 쉐프' 같은 영화를 흥미롭게 보신 거 아니에요?

(웃음) 그런가? 아무튼 요리를 해보고 싶고, 귀농 생활을 해보고 싶어요. 컴퓨터 없는 삶. 농사를 하거나. 예전에 시골에서 맷돌로 깨를 갈아 깻국을 해 먹고, 강아지를 기르고 고추밭을 키우고 했던 기억이 나요.


만일 굳이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요리와 귀농이 있는 거군요.

그 두개랑, 애완견들을 오래 키워보기. 어렸을 때 고양이를 키우다가 형편이 안 되어서 분양을 보냈던 적이 있어요. 그리고 봉사활동을 가고 싶어요. 보여주기 말고 제가 진지한 마음을 갖고 가보고 싶어요.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기' 도 좋고. 요리를 배워서 음식점 차리기. 그리고 친구들하고 노는 용으로 컴퓨터를 많이 설치해서 제 방을 'Man Cave' 처럼 만들고 싶어요. 친구들과 게임을 하고 싶으면 각자 컴퓨터 상황이 다르다보니 다같이 동일 조건으로 하기가 힘든데, 한 자리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남자의 로망이죠. 어느덧 마무리를 할 시간이에요.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전 이번 시즌을 좀 중요하게 볼 생각입니다. 이번 시즌을 잘해야만 다른 팀들이 저희 팀을 보는 시선, 그리고 저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감이 좌우될 것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의 노력을 할 생각입니다. 매번 기대에 차진 못할 수 있더라도, 노력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제가 스스로 만족할때까지 연습하고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겠습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십시오. 혹시나 당신이 예민하고 까칠해서 주변에 화를 내는 성격이거나 한다면, 정말 한 번쯤은 가만히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주변에 잘 하고, 후회를 남기지 말고, 좋은 기억을 주는 사람이 되도록 하십시오. 뭐 이런 재밌는 생각을 해 보시면 좋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