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리그 스테이지4를 맞이해 새로운 변화들이 눈에 띈다. 첫 시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스테이지로 플레이오프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관문인 만큼 많은 팀들이 이번 메타를 잘 활용하기 위한 흔적들이 보이고 있다. 시즌1 마지막 성적표를 받기 전 자신들의 필살 무기를 갈고 닦는 아주 중요한 단계다. 특히, 플레이오프 권이라고 할 수 있는 리그 성적 6위 주변에 휴스턴 아웃로즈(8위)-LA 글래디에이터즈(7위) 역시 이번 스테이지에서 연승으로 시작한 만큼 치열한 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오버워치 리그는 특정 메타에 맞는 영웅을 잘 다루는 팀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위도우메이커가 모든 스테이지에서 가장 중요한 가운데, 스테이지1은 어떤 팀이 메르시를 잘 활용하느냐, 스테이지2부터는 다시 겐지-트레이서-윈스턴-디바 중심의 돌진 메타가 핵심이었다. 스테이지3에서 솜브라가 뜨면서 이를 잘 활용하는 팀이 유리했고, 반대로 받아칠 줄도 알아야 했다.

그리고 이번 스테이지4에서는 브리기테가 등장하면서 모든 신경이 신 영웅의 행보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경쟁전에서 엄청난 'OP' 영웅으로 평가받으면서 소문을 탔던 브리기테가 오버워치 리그에서 어떤 강력함을 선보일 것인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최고의 합을 자랑하는 프로 단계에서 무적의 픽은 아니었다. 스테이지4 개막 첫 날부터 카운터 전략들이 대거 나왔고, 다양한 영웅들이 새롭게 활용되기 시작했다. 반대급부로 한조가 떠올랐고, 이전 스테이지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조합들이 서로 가위-바위-보 싸움을 하듯이 물고 물리는 전략 대결을 펼친 것이다.

시즌1의 마지막 스테이지 답게 이제는 정말 모든 조합을 잘 다루는 팀, 순간적인 판단에 따라 합을 보여줘야만 잘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이전 스테이지가 특정 메타를 시험하는 무대였다면, 이제는 모든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 확실히 달라진 스테이지4에서 지금까지 어떤 새로운 모습이 나왔을까.


언제 한조가 주류 픽으로?
위력적인 저격 조합



▲ '리베로' 대기중...연이은 한조의 화끈한 3킬(출처 : official overwatch highlights)


오버워치 리그에서 명성이 자자하던 브리기테의 위력은 얼마 가지 못했다. 스테이지2-3 우승팀인 뉴욕 엑셀시어가 깔끔하게 암살자 조합으로 대처해버리면서 단 하루 만에 진압해버렸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리그에서 한조를 가끔식 기용했던 '리베로'가 있었다. '새별비-파인'의 위도우메이커와 함께 저격 조합을 완성해 과감하게 들어오는 상대를 완벽히 봉쇄했다. 단순히 원거리 저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리를 잡고 시작부터 3킬, 용의 일격으로 추가 3킬을 쏟아내는 한조의 위력은 대단했다. 런던 스핏파이어 전에서는 마지막 한 발로 핵심인 젠야타를 쓰러뜨리면서 승부를 결정짓는 장면이 나왔다.

한조는 '리베로'만 쓰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팀에서도 자리야를 기용해 왕의 길 맵에서 중력자탄-용의 일격 연계로 화끈한 한 방을 선보였다. 휴스턴 아웃로즈의 '제이크' 역시 비주류 딜러 장인답게 한조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다. 두 팀 모두 오래전부터 위도우메이커 명가로 알려진 팀이다. 오랫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친 위도우메이커에 한조가 힘을 더 해주면서 더욱 강력한 저격 조합을 완성했다.

한조가 나왔다는 것은 이제 다른 어떤 영웅도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왕의 길을 비롯한 도라도처럼 화물을 미는 좁은 맵에서 한조가 뜨고 있다. 장점이 강한 만큼 단점 역시 뚜렷한 만큼 외줄 타기를 해야하는 픽임에는 틀림없다. 실제로 보스턴 업라이징이 오리사-로드호그에 한조-위도우메이커를 꺼냈지만, 댈러스 퓨얼이 벌써부터 카운터 조합을 들고나오기도 했다. 이에 맞서 저격 명가인 팀들은 기존 체재를 유지할 것인지, 자신들도 새로운 카운터를 꺼낼 것인지 역시 이번 스테이지4에서 주목할 만한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행복한 '미키' 브리기테에 힘 실어준 댈러스 퓨얼
어설픈 브리기테는 통하지 않는다?



▲ 몸을 사리지 않는 타이무 '리퍼'의 진격 (출처 : official overwatch highlights)


스테이지4 개막전 경기에서 '미키'의 브리기테의 활약과 함께 승리로 시작했다. 그동안 디바로 안 좋은 평가를 받았던 댈러스의 '미키'가 새로운 직업을 찾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활약하기 시작한 것. 공격적인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 난전에서 힘을 발휘했고, 이전 스테이지3에서 1승 9패라는 저조한 성적을 벌써 2승(24일)을 챙기면서 뛰어넘어버렸다.

하지만 다음 경기인 LA 글래디에이터즈 전은 절대 만만치 않았다. LA는 단단한 탱커 라인을 중심으로 브리기테를 쓰러뜨리면서 4:0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댈러스를 격파한 것이다. 이제 브리기테만 믿기 힘든 상황에서 댈러스는 주저하지 않았다.

▲ 출처 : 오버워치 리그 공식 페이스북 (사진- Robert Paul)


바로 다음 경기인 보스턴 업라이징 전에서 브리기테에 힘을 주는 전략을 꺼낸 것이다. 상대가 위도우메이커-한조라는 조합을 꺼내자마자 '타이무'가 리퍼로 교체해 정면 싸움에 힘을 줬다. 순조롭게 전진하던 보스턴의 흐름이 리퍼의 궁극기 죽음의 꽃, 바로 이어 터지는 디바의 궁극기에 바로 끊기고 말았다. 블리자드 월드라는 맵에서 잘 등장하지 않던 영웅이었고, 브리기테와 함께 근접 전투에서 활약하면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브리기테를 고집하는 것은 독이지만, 분명 잘 쓸 줄 안다는 것만으로 이번 메타에서 큰 힘이 될 것이다. 오랜만에 댈러스 퓨얼이 특유의 독특한 조합, 유연한 영웅 선택으로 한 수 더 나아간 힘을 보여줬다. 새롭게 등장한 브리기테가 어디까지 활용될 수 있을지 궁금하게 만드는 리퍼의 등장이었다.


확실한 승리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돌진 조합?
엇갈린 휴스턴-보스턴의 운명


▲ 막강할 것만 같았던 휴스턴도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오랫동안 오버워치 대회에서 윈스턴-겐지-트레이서-디바 중심의 돌진 조합이 대세 메타로 자리 잡아 왔다. 메르시 너프와 함께 다시 찾아온 돌진 메타에 대해 일부 팬들이 반감을 드러낼 정도였다. 그리고 이번 스테이지4에서 브리기테가 등장하면서 돌진메타의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방패 밀쳐내기로 돌진하는 적을 기절시켜 힘을 빼버렸다. 도리깨를 휘둘러 상대를 몰아내거나 킬까지 내버리는 무시무시한 장면이 나오면서 돌진 조합이 위력이 예전만큼 못하게 됐다.

이는 바로 경기 결과로 드러났다. 스테이지3 정규 경기 전승을 기록한 보스턴 업라이징이 스테이지4에서 3전 전패를 기록했다. 전승의 주역인 '스트라이커'의 주 무기 트레이서의 활동 영역이 확 줄어버리자 예전만큼 강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돌진 조합을 못 다룬다던 휴스턴 아웃로즈가 2승으로 시작하면서 자신감 있는 모습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돌진 조합이 이번 메타에서 쓸모없는 전략일까. '하나무라'라는 맵만 봐도 확실히 돌진 조합을 쓸 수 있는 팀과 아닌 팀 간의 차이가 극명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순식간에 좁은 입구를 돌파해 B거점까지 향할 수 있는 맵인 만큼 많은 팀들이 여전히 공격에서 돌진 조합을 꺼내든다. 뉴욕 엑셀시어는 '야누스-새별비'라는 윈스턴-트레이서 별동대를 투입해 거점을 밟고 시작하는 전략으로 첫 거점을 손쉽게 가져갔다. 반대로, 휴스턴은 진입부터 트레이서-겐지가 끊기는 장면이 이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세트 득실과 1승이 중요한 상황에서 하나의 맵이라도 확실히 가져가기 위해서 돌진 조합 역시 포기하지 못할 전략 중 하나다.

상대가 저격 조합을 들고 쟁탈전에 임했을 때, 거점을 탈환하기 위해서도 활용됐다. 많은 팀들이 거점을 탈환하는 것까지는 잘 보여줬다. 문제는 거점을 탈환하고 난 뒤에 다시 한번 브리기테와 같은 카운터 카드를 들고나오는 팀에게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 최종 결승 장소 뉴욕으로 향할 팀은?

스테이지4부터는 영웅 교체부터 칼 같이 갈리는 승부가 이어질 것이다. 더 넓은 영웅 폭을 기반으로 교체하는 타이밍,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줄 팀 적인 콜까지 더 해져야만 자신들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에게는 이번 스테이지4 메타가 정말 많은 것을 요구한다. 대처법에 새로운 카운터 카드가 계속 등장하는 현 메타에서 다양한 조합을, 그것도 시기적절하게 바꿔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경기는 더 높은 수준으로 향할 것이고, 한 팀으로서 잘 움직이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한조와 리퍼까지 등장하는 상황. 이제는 오버워치 리그에서 어떤 영웅과 조합이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다. 정확한 판단과 대처로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승부에서 살아남을 팀은 어디가 될 것인가. 이제부터 진짜 오버워치로 펼칠 수 있는 최고의 명승부가 스테이지4와 플레이오프를 통해 나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