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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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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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험이 만들어낸 차이, 스타1-스타2 섭렵한 정윤종에 남은 과제는?

장민영, 유희은 기자 (desk@inven.co.kr)
스타크래프트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국내 리그에서 우승하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스타2 시절에는 해외로 나가서 대회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들이 있을 정도로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었죠. 우승자가 곧 그 시기를 대표할 만한 실력이라고 인정받을 정도였으니까요.

정윤종은 그런 국내 스타크래프트 1, 2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답니다. 프로게이머를 은퇴하면서 스타2 리그 우승으로 그칠 것 같았지만, 이번에 스타1으로 진행되는 ASL까지 우승하면서 자신만의 커리어를 완성했죠. 스타1 프로게이머 시절 우승 경력이 없었기에 이번 우승이 더욱 값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정윤종에게 아직 남아있는 과제가 있습니다. 우승자다운 면모를 다음 시즌에도 유지하는 것. 아직 ASL 공식전에서 넘지 못한 김택용-이영호, 맵의 유불리에 대한 논란도 있었죠. 진정한 강자로 거듭나기 위해 이런 것들을 넘어설 승리가 필요했죠.

우승자 정윤종 역시 다가올 이런 대결에 대해서 자신감을 내비췄습니다. 프로토스가 불리한 맵, 엄청난 커리어를 자랑하는 이영호를 공식전에서 넘어보겠다는 각오로 말이죠. 부담스러울 법한 상황에서도 오랫동안 해왔던 스타크래프트를 여전히 즐기고 있다는 정윤종,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Q. ASL 시즌5에서 우승하고 어떻게 지냈나요.

딱히 달라진 건 없어요. 원래, 시즌 끝나고 길게 쉬려고 했는데, 심심하기도 해서 평소처럼 방송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Q. 스타2에 이어 스타1 대회까지 우승 경력을 쌓았어요. 출전했던 종목마다 정점을 찍어봤다는 기분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스타2에서 처음으로 우승할 때는 정말 기뻤어요. 그 후로 우승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진 않았죠. 그래도 제가 스타1으로 시작했는데, 스타1 개인 리그 우승이 없었잖아요. 그래서 스타1으로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왔습니다. 이번에 이렇게 우승하게 돼서 더욱 기쁜 것 같아요.


Q. 그동안 뚜렷한 성적이 나오지 않다가 이번에 확실한 성적을 냈어요. 우승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나요?

이전 시즌까지 경기 준비를 많이 못 했어요. 다른 스타1 BJ들에게 연습을 부탁하는 것도 미안하더라고요. 그 시간 만큼 방송을 할 수 있고, 쉴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제가 대회 연습을 조금 해보니 확실히 다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시즌은 연습을 도와달라고 개인적으로 다 연락을 했습니다. 그렇게 대회 준비를 따로 해보면서 우승까지 가능했던 것 같아요.

대진도 어느 정도 저에게 좋았다고 봐요. 8강에서 반대편 4명은 제가 정말 까다롭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았거든요. 반대로, 제 쪽에는 제가 이길 수 있는 상대들이라고 생각했고요. 결승까지는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반대편에서 딱 (이)영호가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우승까지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느꼈죠. (조)일장이 형이 잘하지만, 준비하면 이길 수는 있다는 준비만 잘하면 이길 것 같았어요.




Q. 스타2 프로게이머 은퇴를 하고 다시 스타1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제가 원래 공허의 유산이 나올 때 프로게이머를 은퇴하고 군대에 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간이식 수술 때문에 군대에 못 가게 되면서 다시 게임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됐죠. 스타2에 다시 돌아갈까도 생각해봤는데, 오랫동안 안 해서 공허의 유산에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었고요. 그리고 스타2 자체가 대회를 중심으로 경쟁이 정말 치열해요. 그런 경쟁에 지쳐있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스타1은 즐겁게 할 수 있는 분위기였어요. 프로게이머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온 동료, 형들이 스타1 BJ로 많이 활동하고 있더라고요. 스타1 판 역시 실력이 중요하긴 한데,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개인적으로 즐기면서 게임을 할 때가 실력이 가장 많이 늘더라고요.

그리고 스타1로 프로게이머를 시작했는데, 우승 경력이 없다는 것도 굉장히 아쉬웠고요. 제가 SKT T1 시절에 스타1 유망주였어요. 빛을 보려던 시기에 급하게 스타2로 넘어왔거든요. 그래서 아쉬움이 남았는지 스타1을 다시 하게 되더라고요.


Q. 프로게이머를 은퇴하면서 아버지께 간이식을 했잖아요. BJ와 ASL 준비를 모두 하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나요?

처음 간이식을 하고 나서 한동안 힘들었죠. 그래도 이제는 시간이 많이 흘러서 몸도 많이 좋아졌어요.체력이 예전만큼 좋진 않지만, 일상생활과 연습하는 데 지장은 없어서 다행이에요. 그리고 수술 후 한 달 동안 집 밖에 나가지도 못했는데, 그때 스타1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거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온 거 같아요(웃음).


Q. 은퇴 후 해설을 한 적도 있어요. 해설과 BJ, 말하는 두 직업을 해보니 어떻게 다르던가요?

확실히 해설자는 정확해야 하잖아요. 단어 선택부터 신중하게 하고, 말도 굉장히 조심해야 하죠. 반대로, BJ는 저 혼자 방송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 다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BJ는 제가 직접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잖아요. 은퇴하고 게임을 그만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해설로 활동했어요. 그런데, 막상 해설을 하다보니까 제가 게임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더라고요. 경기를 보면서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게임을 놓치 못한 거죠. 결국, 제가 직접 게임을 할 수 있는 BJ가 저에게 맞더라고요.


▲ 스타2 2015 GSL 시즌2 우승을 차지한 정윤종


Q. 프로게이머의 입장에서 스타1과 스타2는 다른 게임이라고 생각하나요?

일단,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점은 같죠. 그런데, 필요로 하는 능력은 좀 다른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인터페이스부터 차이가 있잖아요. 스타1은 확실히 유닛 생산과 컨트롤, 이런 피지컬부터 중요해요. 반대로, 스타2는 인터페이스가 편해서 유닛 생산이나 최적화가 잘 이뤄지잖아요. 그래서 상황 판단이 더 중요해요. 유닛 선택이나 조합에 따라 확실히 경기가 갈렸죠.

(이영호 선수의 커리어를 보면 스타1과 스타2 시절이 다른데) 그건, 영호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 그래요(웃음). 다른 세계 대회나 프로리그를 보면 준수한 성적을 냈거든요. 단지, 스타1 때 해놓은 커리어가 너무 뚜렷해서 스타2 때가 아쉬워 보인 것도 있죠. 어쨌든 스타1과 스타2의 프로씬에서 필요한 능력이 다르긴 한 것 같아요.


Q. 스타2에서 상대의 화려한 견제를 잘 막는 '수비형 프로토스'로 유명했어요. 스타1에서도 그런 능력을 발휘하나요?

그건 제 성향인 것 같아요. 다른 선수들은 견제를 배제하고 게임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항상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이 시간에 분명 들어올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게임을 하죠.


Q. 그렇다면 스타2 시절 우승해본 경험이 이번 ASL 우승에 도움이 됐나요?

제 결승 무대 경험은 모두 스타2 때 해본 거 잖아요. 결승전에서 어떻게 다전제 판짜기를 해야 할지 알았고요. 그리고 큰 무대에 경험을 해봐서 이번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스타크래프트는 경험의 차이란 걸 정말 무시하지 못해요. 현장에서 긴장하는 정도가 경험해본 사람이랑 아닌 사람이랑 확실히 크거든요.




Q. 결승전에서 정윤종 선수가 유독 강한 것 같아요. ASL에서 어떤 점이 상대보다 앞섰다고 생각하나요?

이번 결승전에서는 (장)윤철이가 저보다 긴장한 것 같았어요. 저 역시 그 점을 노렸고요. 상대가 내가 긴장한 것보다 2배 이상으로 긴장할 거로 생각하고 게임을 했습니다. 윤철이가 결승까지 올라올 때 굉장히 과감한 빌드, 판짜기를 준비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동안 안 쓰던 새로운 빌드를 위주로 준비해왔죠. 안정적이면서 색다른 빌드라 윤철이도 평소 상대 안 해보던 스타일이라 당황하더라고요. 윤철이가 준비한 것에 맞춰 대응하니까 불리한 상황에서도 저에게 기회가 넘어왔다고 봅니다.


Q. 오랫동안 SKT T1에서 활동도 해봤고, 혼자 활동해 우승도 해봤어요. 본인에게 프로팀 없이 혼자 연습하는 게 나은가요.

이게 7-8년 정도 프로팀에서 연습해보면서 저를 잘 알게 돼 우승까지 가능한거죠. 프로 구단에서 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자기 관리를 해야 하고, 내 연습 스타일이 어떤지를 많이 배웠습니다. 그게 혼자 팀 없이 활동할 때도 제가 잘할 수 있게 해준 것 같아요. 어떻게 연습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됐죠. 제가 즐기면서 게임을 해야 더 잘하는 스타일이라는 것도 프로 생활을 해보고 알 수 있었고요.


Q. "프로팀이 없는 상황에서 팬들의 응원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동기부여"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어떤 응원이 ASL 시즌5 우승의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됐을까요?

솔직히, 프로 생활을 그만두면서 우승해야 겠다는 간절함이 예전 만큼 강하지 않았어요. 제가 상금이 얼마라는 것에 예민하지도 않고요. 그전까지 프로 생활로 번 돈과 BJ 생활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팬들이 프로팀으로 치면 감독-코치님의 역할을 해줬던 것 같아요. 제가 온라인에서 연습할 때 기량이 예전부터 괜찮았거든요. 많은 팬들이 그런 게임을 보고 "ASL에서도 그런 실력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해줬어요. 스타2 시절을 기억해주는 분들도 많이 있어요. 우승할 당시 정윤종을 보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런 말들이 저한테 이번 시즌 큰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요. 이전과 달리 다른 선수들한테 부탁해서 더 열심히 연습했죠.




Q. 이제는 '택뱅'-'육룡' 대신 본인이 프로토스 최강자가 됐어요. 프로토스 종족을 대표하다 보니까 부담감도 있을 것 같아요.

(김)택용이 형까지 꺾고 우승했으면 확실히 '내가 최강자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아쉽지만 그건 아니잖아요. 어쨌든 이번 시즌 최강의 자리에 서니까 부담이 있긴 합니다. 다음 시즌에 우승자답게 어느 정도 성적을 내야 하잖아요.

(이번 시즌은 프로토스가 맵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말도 많아요.) 맵이 프로토스에게 유리하다는 건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이전 시즌을 돌아봤을 때, 저그에게 유리한 맵이 많은 시즌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저그가 우승을 못 했고요. 저는 어쨌든 프로토스들을 모두 꺾고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에 이번 시즌은 최고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죠. 물론, 이후에 프로토스에게 불리한 맵이 나왔을 때, 그것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합니다.


Q. 아직 '이영호의 커리어'라는 벽이 남아있어요. 지난 시즌 연습할 때 큰 스코어 격차로 승리했다고 들었는데, 대회에서 만난다면 어떨 것 같나요?

누구를 만나든 연습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영호가 정말 강한 상대이긴 하죠. 만약, 만난다면 높은 곳에서 만나 다전제 승부를 겨루고 싶어요.

(장윤철 선수가 8강에서 이영호를 꺾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영호가 글래디에이터에서 그런 구도가 나왔을 때 평소라면 절대 지지 않는데, 당일 컨디션이 안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대로, 윤철이 역시 정말 준비를 잘해오기도 했고요. 동시에 만약 상대가 바뀌었으면 또다른 결과가 나올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죠. 제가 당시 영호를 만났다면 못이길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경기였습니다. 윤철이 역시 (조)일장이 형을 만나면 패배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인간 상성'이랄까.




Q. 스타2 GSL에서는 당시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테란 조성주를 꺾고 올라가 우승한 적이 있었어요. 당시 경험을 되살려보자면?

성주와 붙을 당시에도 준비만 잘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저는 상대에게 모든 기대가 쏠릴 때 더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잘 되는 것 같습니다. 당시에도 성주가 스타2 스타리그에서 우승하고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상황이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제가 승리하면 더 나아갈 좋은 기회기도 하니까요.


Q. 앞으로 스타1 판이 더 흥하려면 어떤 점이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신인들이 더 많아져야 해요. 현실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대회가 많아지면 가능할 거 같아요. 대회 경험이라는 게 정말 성적을 내기 위해 중요하거든요. 아마추어 선수들이 온라인에서 프로 경험이 있는 선수들을 가끔 이기기는 하는데, 대회만 나오면 밀리거든요. 경험이 부족해서 그렇죠. 앞으로 대회가 많아지면 좋을 거 같아요. 이번에 아마추어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스타 1판의 발전을 위해 좋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요즘 다시 스타1 방송이 흥하려는 조짐이 보여요. 스타크래프트를 잘 모르는 분들도 이전보다 많은 관심이 생긴 것 같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타1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ASL 차기 시즌은 시드 권이 있는 4강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다시 예선으로 떨어지는 건 정말 힘들거든요(웃음). 우승자답게 좋은 성적을 낼게요.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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