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부터 16일까지 스웨덴 옌셰핑에서 2018 히어로즈 글로벌 챔피언십(이하 HGC)의 첫 글로벌 대회인 미드 시즌 난투가 열린다. 이번 미드 시즌 난투에는 작년 우승팀 프나틱을 포함해 한국 3팀, 유럽 3팀, 북미 2팀, 중국 2팀, 호주-뉴질랜드 1팀, 대만 1팀 등 총 6개 지역 12개 팀이 출전해 총상금 25만 달러를 둔 치열한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작년 미드 시즌 난투에서는 유럽의 강세가 두드러졌으나, 이스턴 클래시를 가볍게 정복한 한국 팀들의 최근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올해의 경기 흐름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또한, 북미의 반전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경기 전 미드 시즌 난투에 참가하는 주요 팀들의 전력을 분석해 보자.


젠지
영원한 0순위 우승 후보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프로씬에서 젠지에 대해 많은 설명이 필요할까. 지금까지 만든 수많은 업적은 그들이 실력과 경험을 겸비했음을 나타낸다. 최근 맹렬한 기세로 경기 준비를 마친 젠지에게 미드 시즌 난투는 그랜드 파이널을 앞둔 몸풀기에 불과할 수 있다.

작년 HGC 그랜드 파이널과 골드 클럽 월드 챔피언쉽에서 우승을 거둔 젠지는 이어진 2018 HGC KR 페이즈 1에서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젠지의 상반기 라운드 성적은 5승 2패로 템페스트-발리스틱스에 각각 패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스턴 클래시에는 어느 정도 올라온 기세로 임했으나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 발리스틱스에게 3:4으로 무너지며 우승을 놓쳤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돌아왔다. 이스턴 클래시 이후 경기에서 젠지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후반기 라운드 7경기에서 실수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단 한 번의 세트 패배 없이 7연승을 거두는 경이로운 경기력으로 HGC KR 페이즈 1을 마무리했다.

젠지의 가장 강력한 팀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범접 불가능한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있다. 자타공인 최고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플레이어인 '리치'와 함께 다른 모든 선수도 세계 정상급의 출중한 기량을 보인다. 여기에 최근 이뤄진 포지션 변경은 젠지에게 더욱 큰 힘을 실어줬다. '사케'가 고정 힐러 포지션을 가져가며 말퓨리온과 레가르를 위주로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고, 더이상 전사를 플레이할 일이 없어진 '리치'는 넓은 암살자 영웅폭으로 그 어떤 선수보다 화려하고 강한 퍼포먼스를 뿜어대고 있다.

국내에서 본인의 자리를 되찾은 젠지에게 남은 것은 세계 무대에서 그 기량을 다시 한번 뽐내는 것이다. 젠지는 발리스틱스, 템포스톰, 프나틱 등 쟁쟁한 팀들과 함께 그룹 스테이지 A조에 속해있지만, 큰 재앙이 없는 이상 플레이오프 승자조에 무난하게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플레이오프에서도 유력한 우승 후보로 활약을 이어갈 것이다.


템페스트
전통의 한국 3강, 이젠 비상할 때


국내 3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프로팀 중 하나인 템페스트는 창단 초창기 이후로 묘하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 초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던만큼, 이번 미드 시즌 난투에서만큼은 마음을 다잡고 우승에 도전해야 할 때다.

템페스트는 2018 HGC KR 페이즈 1의 개막전 승리를 시작으로 파죽지세의 7연승을 거두며 당당히 상반기 라운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4월 7일 지각으로 인한 뼈아픈 몰수패를 당하며 패배를 추가했고, 이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젠지와 블라썸에게 각각 패하며 스플릿 3위를 기록했다. 이후 플레이오프에서 블라썸과 발리스틱스를 꺾고 최종 2위를 기록하긴 했지만, 시즌 초반 보여줬던 맹렬함에 비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었다.

템페스트는 흔들렸던 지난 경기들을 모두 잊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폴스타트 유저인 '락다운'은 한조를, 명품 전사 '굿'은 블레이즈라는 새로운 무기를 얻어 좋은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양날의 검인 '다미'의 극단적인 과감함도 좋은 기세의 템페스트에게는 날개를 달아준다. 여기에 레가르나 우서, 아눕아락 등 선수들이 높은 숙련도를 보이는 영웅의 플레이를 더욱 견고하게 펼친다면 템페스트는 다시금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템페스트에게 가장 다행인 사실은 그룹 스테이지 B조에 속해있다는 것이다. 디그니타스 외에는 딱히 템페스트의 적수가 될 팀이 보이지 않는다. 히어로즈하스 e스포츠의 변수에만 대비한다면 템페스트는 그룹 스테이지에서 충분히 상위권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이며, 플레이오프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발리스틱스
동양을 넘어 세계를 정복하라!


발리스틱스의 미드 시즌 난투 시드는 3번째다. 하지만 순서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이스턴 클래시에서 젠지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발리스틱스는 이제 세계를 꺾을 준비를 마쳤다.

발리스틱스는 언제나 순항 중이다. 주요 대회에서는 항상 상위권을 기록했고, 우승 기록도 있다. 이번 2018 HGC 페이즈 1 이스턴 클래시에서는 젠지를 상대로 더없는 명경기를 연출하며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러한 발리스틱스를 이끄는 중심에는 'sCsC'의 안정적인 딜링이 있지만, '훌리건'-'정하'의 전사 플레이도 라인을 탄탄하게 만든다. '마기'와 'SDE' 역시 1인분 이상을 충분히 해내는 다재다능한 선수다.

올해 발리스틱스의 픽에서는 한조-우서-타이커스의 선택 비율이 눈에 띈다. 한조는 템페스트의 경기 중 절반 이상의 세트에 등장했고, 우서와 타이커스도 각각 40%가 넘는 선택 비율로 어지간한 다른 팀들의 1순위 픽의 선택 비율보다 높다. 그만큼 영웅 선택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면서도, 영웅폭 역시 좁은 편이 아니기에 템페스트는 적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할 수 있다.

한편, 발리스틱스는 국제 대회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프나틱과 디그니타스에게 쓰러지며 몇 번의 아쉬움을 남겼다. 과연, 2018년의 첫 국제 대회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발리스틱스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어렵지 않겠으나, 이후 경기에서 유럽 팀들을 상대로 위축되지 않고 본인들의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필요하겠다.


디그니타스
확 바뀐 로스터, 한층 강해진 경기력


유럽의 전통 강호 디그니타스는 언제나 국제 대회의 우승 후보였다. 또한, 2018 시즌을 맞이해 로스터가 크게 변경됐음에도 그들의 경기력은 더욱 좋아졌다. 과연 로스터 변경 이후 처음 맞이하는 국제 대회에서 그들의 위치는 어디일까.

디그니타스는 작년 11월 'Mene'를 친정 프나틱으로, 'Bakery'를 은퇴의 길로 떠나보냈다. 이후 1년 반만에 돌아온 'Wubby'와 질럿의 'POILK'를 새롭게 영입하며 로스터를 꾸렸는데,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베테랑들의 적응력은 더없이 빨랐다. 디그니타스는 로스터를 바꾸고 한 달도 되지 않아 치러진 골드 클럽 월드 챔피언쉽 그룹 스테이지를 4승 2무 1패로 마무리했고, 플레이오프 최종진출전에서 발리스틱스를 3:2로 제압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어진 HGC EU 페이즈 1 스플릿에서 13승 1패의 압도적인 전적을 기록한 디그니타스는 웨스턴 클래시 우승까지 가져갔다. 작년이 프나틱의 해였다면, 올해는 디그니타스의 해임을 알리기에 충분한 기세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미드 시즌 난투에서도 쭉 이어질 전망이다. 그룹 스테이지 B조에 편성된 디그니타스는 플레이오프 진출은 물론 더 높은 곳을 향한 대비를 할 것이다.


프나틱
너무나 멀어진 미드 시즌 난투 2연패


작년 미드 시즌 난투의 우승팀인 프나틱이지만, 올해는 더없이 불안하다. 지역 대회든 국제 대회든 우승이나 준우승이 아니면 만족하지 못했던 프나틱은 최근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프나틱은 디그니타스와 같이 작년 11월 2명의 선수를 교체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2018 HGC EU 페이즈 1에서 디그니타스와 질럿을 만날 때마다 패배를 면치 못했고, 결국 스플릿을 10승 4패 2위로 마무리했다. 충분히 높은 순위지만, 압도적인 성적만을 고집하던 프나틱에게는 아쉬운 결과였다.

여기에 프나틱의 더욱 큰 문제는 약 2주 전에 또다시 로스터 변경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2015년부터 오랜 기간 프나틱을 지켜온 'QuackNiix'가 질럿으로 이적하며 잠시 떠났던 'scHwimpi'가 돌아왔다. 또한 'BadBenny' 대신 HGC EU 오픈 디비전 팀에서 활동한 'LastHope'가 영입됐는데, 기존 프나틱 선수들과 얼마나 좋은 합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상황의 프나틱은 심지어 강팀들이 즐비한 그룹 스테이지 A조에 속했다. 수가 틀리면 '승점 자판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원과 마인드프릭의 변수까지 고려하면, 프나틱은 창단 이래 최초로 그룹 스테이지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위험에 처해 있다. 작년처럼 압도적인 경기력은 보일 수 없겠으나, 본인들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템포 스톰
북미의 단골 손님, 자존심을 세워라


수많은 e스포츠 종목 중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만큼은 한국과 유럽이 압도적인 기량을 보이고 있다. 국제 대회가 열릴 때마다 미국은 두 개의 벽 앞에서 번번이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올해만큼은 템포 스톰이 북미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까.

템포 스톰은 2018 HGC NA 페이즈 1 상반기 라운드에서 무난하게 1위를 차지하며 웨스턴 클래시로 향했다. 8강에서 질럿을 2:0으로 잡았고, 4강에서는 후보 선수가 나온 프나틱을 3:1로 꺾으며 결승진출전에 올랐다. 거기까지 기세는 좋았으나, 그 이후로 질럿-디그니타스에게 연달아 패하며 이스턴 클래시를 3위로 마무리했다.

템포 스톰은 분명히 강팀이지만, 한국-유럽의 강팀들이 지닌 과감한 한 방이 없다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세계 최상위 팀들이 곧잘 선보이는 눈 깜짝할 새 굴러가는 스노우볼 운영은 템포 스톰의 경기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중후반 한타에서의 집중력도 약간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템포 스톰은 이 점들을 충분히 보완하여 경기에 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템포 스톰은 한 지역의 1위로 나선 대표 팀이다. 그들의 최종 순위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만큼 템포 스톰의 한 경기 한 경기는 흥미로울 것이며, 미드 시즌 난투를 관람하는 데 있어 한층 재미를 더할 것이다.


히어로즈하스 e스포츠
북미의 떠오르는 다크호스


다크호스란 이런 팀을 말하는 게 아닐까. 히어로즈하스 e스포츠는 올해 초 오픈 디비전을 뚫고 2018 HGC NA에 합류하자마자 웨스턴 클래시에 이어 미드 시즌 난투 진출권을 따내며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다.

히어로즈하스 e스포츠는 2018 HGC NA가 진행될수록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HGC에 갓 합류한 팀이 으레 그렇듯 상반기 라운드에서는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진 못했다. 그러나 웨스턴 클래시 이후 히어로즈하스 e스포츠는 180도로 변했다. 상반기 라운드에서 패배를 안겨줬던 팀들을 모조리 꺾어냄은 물론, 작년 HGC NA를 지배했던 템포 스톰까지 3:0으로 잡아낸 것이다.

히어로즈하스 e스포츠의 영웅폭은 상당히 넓다. 아쉬운 점은 1티어 영웅들을 제외하면 승률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더욱 치열할 미드 시즌 난투의 밴픽 대결에서 살아남을 전략을 가장 먼저 구상해야 할 것이다. 한편, 그들의 픽에서는 말티엘과 디아블로의 적극적인 활용이 눈에 띈다. 두 영웅 모두 높은 선택율과 승률을 보유하고 있기에, 국제 대회에서도 두 영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나올 수 있겠다.

아무리 기세가 좋다 한들, 미드 시즌 난투에서는 전 세계의 유수한 팀들에게 가로막혀 우승까지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경기가 기대되는 점은 다크호스들만이 연출할 수 있는 신선한 경기와 반전에 있다. 히어로즈하스 e스포츠가 강팀을 꺾는 순간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는 그 무엇보다 짜릿할 것이다.


■ 2018 HGC 미드 시즌 난투 일정

그룹 스테이지 : 9일(토) ~ 14일(목)



※ 팀당 5경기, 각 경기 2세트 진행 - 승리시 승점 3점, 무승부시 승점 1점 획득, 패배시 승점 없음
※ 그룹별 승점 상위 1-2위 승자조 진출, 3-4위 패자조 진출, 5-6위 탈락 (동점 시 승자승 규칙 적용)

플레이오프 : 16일(토) ~ 19일(화)


※ 결승전 7전 4선승제, 승자조 결승진출팀 1승 어드밴티지 부여

사진 출처 :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