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다음 확장팩인 "격전의 아제로스"가 2개월 남짓의 시간만을 남겨두고 있다.

격전의 아제로스에는 능력치 압축, 잔달라와 쿨 티라스라는 신규 지역, 직업과 전문화의 변경, 던전과 레이드, 아제라이트 시스템 등 새로운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는데, 지난 6월 15일부터 사전 패치(통칭 '소격아')가 PTR에 적용되어 신규 지역 콘텐츠를 제외한 주요 시스템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게 되었다.

새로 적용된 시스템 중에서 가장 체감되는 부분은 바로 전리품 획득 방식이다. 소격아부터는 모든 전리품 획득 방식이 "개인 획득"으로 바뀌게 되는데, 달라지는 전리품 획득 방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기존 전리품 획득 방식은 전부 개인 획득으로 통일(주사위, 자유 획득 등 삭제)

2. 개인 획득 아이템은 해당 보스에 귀속되지 않은 공격대원과 2시간 동안 거래 가능

3. 단, 자신이 기존에 소지한 해당 부위의 장비보다 높은 레벨의 아이템은 거래불가(바로 귀속됨)

4. 인장을 굴려서 나온 아이템은 거래할 수 없음(거래는 드랍 아이템 한정)


전리품 획득 방식 변화로 인해 기존처럼 소수의 정예와 다수의 부캐로 공격대를 구성해 정예 캐릭터에 아이템을 몰아주던 "배수 파밍"은 원천적으로 막혔고, 자신이 가진 아이템보다 높은 레벨의 장비는 거래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국내에서 애용되던 "골드 파티"(골팟)도 직격탄을 맞게 되었다.


▲ 본섭(좌)과 PTR(우)의 전리품 설정창. 획득 방식 선택이 아예 사라졌다.


이미 기존에 개인 획득이 기본으로 적용된다고 했을 때도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지만, 이번 소격아 PTR을 통해 체감 가능한 현실로 다가오자 다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 가장 큰 화두 : 골팟은 유지될 것인가?

개인 획득이 강제되면 기존처럼 모든 아이템을 수거해 경매에 부치는 골팟은 유지되기 어렵다. 당장에 획득한 아이템이 자신의 장비보다 좋다면 자동으로 귀속이 되어버리는 형태라 공대장이 아이템을 회수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거래가 가능한 아이템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것들은 공대에서 일괄 판매/일괄 분배하는 식보다는 개인 간의 거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개인이 거래하거나 흥정하는 과정에서 공략이 더디어지거나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 한국 게이머에겐 "정겨운" 광경을 WoW에서 보게 될 수도...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것 중 하나는 상위 장비와 실력을 갖춘 플레이어가 상대적으로 낮은 스펙을 갖춘 플레이어와 함께 하는 것을 꺼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기존 골팟이 개인 거래 형태로 바뀌더라도 남에게 팔 수 있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는다면 허탕을 치기 때문에 현재의 골팟보다 안정적인 이득을 취하기 어려워지고, 그에 따라 상위 스펙 플레이어의 유인 요소가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기존의 상위 스펙 플레이어는 좀 더 철저하게 스펙 검사(통칭 면접)를 하게 되고, 그들 만의 리그가 되어 하위 스펙 플레이어가 신화 레이드와 같은 최상위 콘텐츠를 맛보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또 다른 이슈, 변질된 골팟의 등장 가능성

개인 획득과 관련해 좀 더 비관적인 방향으로 미래를 예상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적용되어도 골팟이 유지될 것이며, 자율적으로 입찰을 하던 형태에서 더욱 강압적인 형태가 되리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일부 골팟에서 자신이 가진 아이템보다 상위 등급의 아이템이 나오면 무조건 입찰을 해야 하는 "강제 입찰"(강입)처럼 거래할 수 없는 상위 아이템이 나오면 아이템 종류에 따라 일정 금액을 내게 하는 방식이 언급되고 있다. 거래가 가능한 아이템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경매를 통해 판매하는 형태를 유지하게 되는데, 이 경우 좀 더 상위 콘텐츠를 참여하거나 스펙을 갖추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필요성이 낮은 아이템에 대한 비용을 소모해야 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 강입이 이뤄지면 루팅을 안하고 우편으로 받겠다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골드를 분배받지 않는 대신 공략에 중요한 특수 임무도 맡지 않고, DPS의 부담도 적은 업적 손님(업손)과 관련된 변형룰도 언급되고 있다. 기존의 업손은 골드 분배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나 일반적으로 "손님"으로 분류되는 저 스펙 플레이어처럼 착용 장비보다 훨씬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입찰이 종용 되는 정도였다면, 아예 업손 자체에 입장비를 걷는 식이 될거라는 것이다.(실제로 업손에게 업적 달성 비용을 받는 파티도 이미 많다)

물론 이러한 변형된 골팟이 기존의 형태에 비해 불편할 뿐만 아니라 다소 과한 측면도 있어서 "설마 이렇게까지 하겠나"라는 의견도 상당수지만, 이미 몇몇 게임에서 상위 콘텐츠를 도와주는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게임 머니나 심하면 현금이 필요했던 사례를 생각하면 와우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 이미 골드로 업적을 파는 파티도 있는 상황이라면...



■ 개인 획득 적용, 의도는 좋았다로 끝나지 않아야...

한국과는 그 이유가 다르나 해외 쪽에서도 개인 획득 적용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기존 분배 방식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아이템을 좀 더 쉽게 나눔을 받을 수 있지만, 개인 획득으로 바뀌면 굳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아이템 레벨이 높다는 이유로 거래할 수 없게 된다는 측면 때문이다.

물론 개인 획득이 되면서 어떠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확률" 자체는 증가할 수 있겠지만, 확률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확률이기 때문에 자신의 운이 없다면, 그리고 나눔을 해줄 만한 더 나은 스펙의 동료가 없다면 아이템 획득에 대한 불만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이미 디아블로 3에서 너무 전설 아이템이 희귀하니 불만이었다가, 전설이 흔하게 쏟아지니 폐지 줍기 게임이 되어버린 전례를 생각하면 적절한 드랍률이라는 기준선은 매우 잡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 나만 운 없어...


황금만능주의로 손가락질받지만 대중적으로 인기 있었던 골팟은 종결될까? 아니면 과거보다 더한 형태로 변질되어 유지될 것인가? 조만간 본서버에 소격아 패치가 진행되면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