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프론티어 ⊙장르: 시뮬레이션 ⊙플랫폼: PC(Steam) ⊙출시:6월 12일(한국어화 X)


어릴 때부터 그들이 참 좋았었다. 이유도 없이 그들의 생태와 이름을 외웠고, 알면 알수록 신기해서 공룡에 대한 책까지 읽었다. 맨날 나가 놀고 게임만 하던 녀석이 책을 스스로 읽고 사달라고 하신 게 대견하신지 부모님도 아주 만족스러워하셨다. 지금에 와선 대체 내가 왜 '공룡'을 좋아했는지 의문이다. 아무런 접점도 흥미를 이끌 소재도 없었는데 말이지. 그냥 공룡이 신기해보여서 그랬던 것 같다. 그때의 영향인지 지금도 '공룡'을 보면 뭔가 가슴부터 기대감이 생긴다.

그래서 이 게임에 끌렸던 것 같다. 이름도 '쥬라기월드: 에볼루션'이고, 쥬라기월드 세계관에 맞춰서 모자란 유전자는 양서류나 다른 파충류로 채워진 '공룡'을 창조하고 공원을 운영하는 게임이다. 게다가 다른 개발사도 아닌 '플래닛코스터'를 만든 프론티어의 또 다른 정신적 후계작이라 큰 기대를 걸었다.

이 게임은 솔직히 출시부터 제대로 계획하고 나온 것 같다.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의 개봉 시기에 맞춰서 6월 12일 딱 스팀에 등장했으니 이슈가 될 만도 했지. 진짜 이슈 몰이가 제대로 됐는지, 스팀에서도 자주 인기 게임 목록에 모습을 비췄다.

공룡 공원 경영 시작합니다!


'테마파크 시뮬레이터'로는 합격!
공룡만드는 재미는 일품, 관리도 쉬운 편!

수시로 적자/흑자를 체크하면서 꾸준히 발전하면 된다.

게임은 어렵지 않다. 초심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간단한 조작으로 대부분의 공정이 해결된다. 중간중간 필요에 따라서 직접 레인지 팀을 움직여 수리하거나, 사진을 촬영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를 만들고, 공룡을 창조해서 살 공간을 마련해주면 된다.

공룡은 세심히 신경 써야 한다. 선호하는 숲의 크기, 면적도 각각 다르고 때로는 개체 수에 따라서 민감하게 화를 내기도 한다. 불안정한 공룡은 스스로 펜스에 몸을 들이받거나, 펜스를 파괴하고 관람객들을 척살하는 등 충동적인 행동을 하니까 꼭 주의를 기울이자. 태풍 스트레스에 못 견디고 날뛰는 공룡도 있고, 토네이도라는 무시무시한 자연재해도 발생한다. 한 번 큰 사고가 나면 소송까지 당해서 재정적으로 큰 위기에 처할 수도 있으니 정말로 공룡들의 기분에 세심하게 맞춰줘야 한다.

이렇게 공원을 경영하면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제안을 들으면서 미션을 달성하면 된다. 제대로만 잘 지키면 '쥬라기공원'이나 '잃어버린 세계'와 같은 대형 참사는 나지 않는다. 그렇게 당신은 훌륭한 '쥬라공원의 경영자'로 거듭날 수 있다. 그리고 가끔 스타로드가 말을 걸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주는 편인데, 이 사람이 나타난 건 열에 아홉은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니 긴장하자. 훌륭하게 키워준 아버지를 둔 사람인 만큼, 그의 견해는 대부분 경청할 가치가 있다.

공룡의 가짓수도 제법 되는 편이고, 유전자 조작으로 같은 종일지라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공격력과 방어력을 올려서 육식 공룡들의 공격에서 어느 정도 버텨낼 수 있는 초식 공룡도 만들 수 있는 등, 유전자 조작의 재미는 참 잘 살려놨다. 기본적으로 '공룡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기틀은 잘 잡혀있다고 할 만 하다.

각지로 탐사를 보내 캐온 화석으로 연구를 하고, 공룡을 만들면 된다.

이분이 뭐라고 하면 보통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렉시...!


그러나 막상 공룡 빼면 뭐가 없다...?
거대한 '쥬오제'의 그림자, 진일보가 없는 아쉬운 정신적 후계

쥬라기월드 세계관을 좋아하고, 게임도 찾아봤다면 누구나 생각하는 하나의 게임이 있다. '쥬라기공원: 오퍼레이션 제네시스'라는 게임. 당시로서는 수준급의 그래픽과 잘 다듬어지고 치밀한 시스템, 그리고 훌륭한 공룡의 생태 표현이나 유전자 조작 등등 세계관과 공원 운영 목적에 정말로 잘 부합하는 게임이었다. 명작이라 불리긴 아쉬울지 몰라도, '수작'이라고 불리기엔 부족함이 없던 게임이다. '쥬라기월드 에볼루션'은 바로 '쥬라기공원: 오퍼레이션 제네시스'의 정신적 후속작이다.

그렇기에 너무 아쉽다. 특히나 개발사는 '플래닛코스터'라는, 롤러코스터 타이쿤의 훌륭한 계승작을 만들었던 곳이 아닌가. 그렇기에 정신적 후속작이라는 말에 상당히 기대를 했지만, 쥬라기월드 에볼루션은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았다. 출시를 당기기 위해서, 너무 많은 걸 희생했다는 느낌이랄까.

훌륭한 공룡 그래픽 속에 숨겨진 단순하고 반복적인 애니메이션들, 그리고 생태 활동은 중요 활동 몇가지 빼고 대부분 생략됐다. 초식 공룡들의 서열 다툼은 없어졌고, 심지어 다들 잠조차 안자고 왕성한 활동을 한다. 그리고 육식 공룡들은 아무리 배가 불러도, 사냥감이 있으면 끝도 없이 살육을 일삼고 먹어치운다. 사람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모든 공룡들에게 인도미누스 유전자가 들어있기라도 한 것인가? 마치 사냥을 '생존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행위'처럼 즐기고 있었다.


육식 공룡은 그냥 죄다 공격한다. 사냥은 엔터테인먼트가 아냐...!

해금 요소들은 이전의 미션을 깨야하고, 그래야 새 지역에서 새로운 연구를 진행해서 공룡을 제조할 수 있다. 샌드박스식으로 자유롭게, 무제한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이슬라 누바 섬'이 여기에 묶여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섬에서 미션을 진행하며 연구를 해와야 한다. 메인 미션을 차근차근 깨다 보면 딱히 거슬리진 않지만, 답답한 느낌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정신적 후속작이면서 '샌드박스'로 진일보한 면을 보여준 '플래닛 코스터'와는 달리, '쥬라기월드: 에볼루션'은 '쥬라기공원: 오퍼레이션 제네시스'보다 뛰어난 면을 보여줬다고 말하기 힘들다. 굳이 꼽자면 그래픽과 최적화, 유전자 조합의 다양성 정도랄까. 진일보라기보다는 개선에 가깝다.

사보타주를 해도 왜 육식공룡 우리를 여는가...? 사람도 인류애란 없는 것인가.

그래픽 하난 참 좋은데,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없는게 아쉽다.


그래도 '할만한' 공룡 게임이다.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게임 자체는 몰입력이 높다.

이래저래 불편함도 많긴 많았지만, 그렇다고 실망만 가득했던 게임은 아니다. 전작의 요소들을 잘 계승한 유전자 조합, 그리고 이를 통해 부족한 유전자를 보완하고 커스터마이징하는 공룡들은 참 괜찮았다. 그리고 뛰어난 그래픽으로 구현된 공룡들의 외형 자체는 매우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일단 공룡을 보는 게임이고, 공룡들의 아주 잘나왔으니 그것만으로도 훌륭하다. 영화에서 보던 정겨운 NPC, 인물들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오랜 기간 연구해서 강력한 공룡들을 창조했을 때나, 그리고 공원이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뿌듯함이 매우 잘 느껴지고, 그것은 분명한 매력이자 장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시기를 위해서 미완성인 상태로 나왔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나름 전략적으로 불필요하고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콘텐츠들을 삭제했다고 쳐도, 그런 디테일 하나하나가 팬들이 원하던 부분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관람객들의 평도 들을 수가 없으니 엄청 답답한 부분도 있다.


공룡을 빼면 진짜 별로 남는게 없다...

팬들이 원하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개발사가 내놓은 게임이기에, 실망이 더 클 수밖에 없던 것 같다. 또한, 쥬라기월드 에볼루션 역시 타이쿤류의 고질적 문제인 '빠른 콘텐츠 고갈'의 늪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좀 더 하드코어한 미션이나 캠페인을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작에서 그렇게 잘 활용했던 스팀 워크샵과 에디팅툴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가지고 놀라고 만든 게임에서 가지고 놀 게 생각보단 적다는 느낌.

이제 원점으로 돌아와서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이 게임은 할만한가?"라고. 일단 '쥬라기월드'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충분히 할만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실망할 부분도 있겠지만, 최소 몇 시간 이상은 연속으로 만들고, 관리하느라 정신없다. 그만큼 몰입할 수 있고,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간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테마파크 시뮬레이터'로서의 완성도는 나름 갖췄지만, 테마파크나 경영 시뮬레이터로만 따지자면 다른 대체재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쥬라기월드: 에볼루션'이 테마파크, 경영 시뮬레이터로서의 완성도가 수준 이하란 뜻은 아니다. 편의기능이나 세부적인 설정은 다른 '타이쿤'류에 비해서는 매우 부족하지만, 나름의 완성도는 충분히 갖춘 편이다.

대신 '공룡'을 짚고 넘어가게 되면 이 게임은 현재 대체재가 없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플레이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경영 시뮬레이터으로서의 완성도도 갖췄으므로 개인적으로는 세계관의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추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렉시가 정말 훌륭하게 잘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