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과 짜릿함이 공존했던 한국팀의 월드컵이 끝나고, 이제는 아시안 게임을 기다리는 시기가 왔다. 평창 동계올림픽부터 월드컵-아시안게임까지 국제 대회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 대항전은 기존에 봐왔던 대회 이상으로 관심이 쏠리는 무대였다. 불안함과 아쉬움이 있는 만큼 기쁨 역시 큰 순간들이 있었다. 특히, 이번 월드컵을 통해 국제 대회에서 최선을 다한 국가 대표팀의 1승이 주는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많이 공감했을 것이다.

e스포츠 역시 다양한 국가 대항전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동안 한국이 e스포츠 최강국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지만, 올해 만큼은 다양한 종목에서 이전과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 과거 우승 커리어만 보고 한국도 긴장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 e스포츠에서 프로팀 위주의 경기가 주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대표 선수를 선발해 붙는 국가 대항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아시안게임과 오버워치 월드컵부터 구단 대결인 리프트 라이벌즈까지 다양한 세계 대회를 앞둔 한국의 e스포츠의 현주소를 알아보자.


세계 최고 대회는 아직 한국...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클럽 대항전


▲ 2016 IEM-MSI-롤드컵까지 모든 세계 대회 제패한 SKT T1


▲ 많은 한국인 우승자가 보이는 블리즈컨

오랫동안 한국이 e스포츠 강국이라는 점은 연말에 진행되는 세계 대회를 통해 입증해왔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롤드컵과 블리자드 게임을 대표하는 e스포츠 대회인 블리즈컨의 결과에서 한동안 한국이 대부분 우승해왔기 때문이다.

LoL 종목의 롤드컵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팀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최강임을 공고히했다. 특히, SKT T1은 2013-15-16년에 우승을 차지했고, 2017년에는 다른 한국팀인 삼성 갤럭시가 그 자리를 대신하며 최강 한국의 자리를 지켜왔다. 2016년에는 SKT T1이 롤드컵 외에 다른 세계 대회마저 석권하면서 이런 기세가 계속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올해 만큼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시즌 중반에 지역 리그 최강자들이 모여 겨루는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서 중국의 RNG가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최근 2년 연속으로 한국의 SKT T1이 제패했던 대회였기에 이번에도 SKT T1을 넘은 킹존 드래곤X가 우승을 차지할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중국의 우승이었고, 앞으로도 방심할 수 없는 세계 대회를 예고했다.

▲ 경기를 바라보는 중국 RNG 손대영 총 감독-이관형 코치


▲ 오버워치 리그 스테이지4 우승한 문병철 감독 (출처 : LA 발리언트 유튜브 채널)

세계 지역 연고제로 진행되는 오버워치 리그 역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오버워치 리그에서는 한국인 코치와 프로게이머들로 구성된 팀이 총 4개의 스테이지에서 3개 대회를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마지막 스테이지4에서 해외 선수로 구성된 LA 발리언트라는 팀이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팀을 꺾고 우승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마지막 최종 플레이오프, 그랜드 파이널을 앞두고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국팀을 꺾고 우승한 LA 발리언트와 RNG에는 한국인 감독과 코치진이 있다. 언어와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국 e스포츠팀에서 활동하던 경험을 살려 우승까지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 프로게이머들이 빠진 RNG, 6명 중 4명의 외국 선수를 주전으로 기용해 우승한 LA 발리언트 모두 한국 선수에게 의존한 팀이 아니었다. 단순히 한국인이 게임을 잘한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었고, 한국 e스포츠의 장점이 코치진을 통해 해외팀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가장 최근의 결과였다.



그리고 두 종목은 중요한 팀 간 대결을 앞두고 있다. 먼저, 7월 5일부터 진행되는 LoL의 리프트라이벌즈는 아시아 지역(LCK/LPL/LMS) 스프링 상위 4팀이 출격해 대결한다. 작년에 중국이 여러 한국 팀을 격파하고 우승한 대회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MSI에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던 LMS 역시 만만치 않은 기세로 올라온 만큼 방심할 수 없는 상황. 한국 프로팀들이 지난 MSI와 작년 리프트 라이벌스의 자존심 회복을 위한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오버워치 리그는 7월 12일 시즌1 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28-29일에 이어지는 그랜드 파이널까지 열린다. 한국 지역 연고팀인 서울은 출전하지 못했지만,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뉴욕 엑셀시어와 런던 스핏파이어가 출전한다. 물론, 앞서 스테이지4에서 우승을 차지한 LA 발리언트를 비롯해 많은 한국 선수들이 각 지역을 위해 싸울 예정이다. 플레이오프의 승자가 시즌1의 최강자로 거듭나는 만큼 오버워치 리그 시즌1 최강팀이 되기 위한 마지막 사투를 벌이게 된다.


이제는 프로팀 넘어 '국가'대항전으로
선발된 국가대표, 한국의 명예를 위해!


▲ 2017 오버워치 월드컵 우승한 한국팀

오랫동안 e스포츠 세계 대회는 프로팀 단위의 대결로 진행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종목에서 국가대표를 뽑는 형태의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진행되는 전통 스포츠처럼 한 국가를 대표하는 위한 팀과 선수가 명예를 걸고 싸우게 된 것이다.

국가 대표팀원을 선발해 구성한 e스포츠는 오버워치였다. 오버워치가 출시되고 매년 블리즈컨에서 진행하는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국가 대표팀이 출전해 대결하곤 했다. 출시 초반, 한국의 일반 팀들이 세계 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오버워치 월드컵 우승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게 됐다. 한국이 FPS 장르에 약하다는 말을 확실히 넘어선 첫 우승이었다. 두 번째 오버워치 월드컵 역시 한국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명실상부 오버워치 최강국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리고 8월 17일부터 세 번째 오버워치 월드컵 예선이 인천에서 열린다. 그동안 예선전이 해외에서 열렸다면, 올해는 한국에서 직접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프로팀 단위로 경기했던 LoL 역시 올해 아시안게임으로 한국 대표팀을 선발했다. 여러 일정 속 급하게 팀이 꾸려졌고, 빠른 시간 내에 호흡을 맞춰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과는 중국-대만과 8승 2패 동률을 기록한 한국팀이 타이브레이크를 통해 두 팀을 꺾고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마지막 저력을 발휘해 1위로 올라왔지만, 예선 경기에서 승패를 주고받는 경기를 펼친 만큼 본선 무대 역시 방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본선 무대는 오는 8월 18일부터 9월 2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릴 것으로 동아시아 지역 예선을 통과한 지역의 치열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다른 종목은 예선에서 아쉽게 탈락한 가운데, LoL과 함께 스타2에서 본선 진출자가 나왔다. 국내는 물론, 최근 나갔던 세계 대회에서도 꾸준히 최고의 성적을 내는 '마루' 조성주가 그 주인공이다. 개인전 단위로 진행하던 스타크래프트는 스타1 시절부터 꾸준히 대표 선수를 국가대표를 선발해왔다. '마루' 조성주는 WESG라는 대회에 한국 대표 선수로 선발돼 아시아 예선부터 진행하는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국내 리그에서 두 시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올해 블리즈컨 우승까지 바라보고 있을 정도다.

그 밖에도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채택되진 못했지만, 꾸준히 세계 대회가 열리는 e스포츠 종목들이 있다. 글로벌 챔피언십(HGC)이 꾸준히 열리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시즌 중반 세계 최강자를 가리는 미드 시즌 난투를 스웨덴에서 열었다. 월드컵 스웨덴전을 진행한 다음 날 새벽에 한국의 젠지가 두 명의 스웨덴 선수가 속한 유럽의 팀 디그니타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축구에서의 아쉬움이 남았던 히어로즈 팬들이 미드 시즌 난투를 보면서 이를 해소하기도 했다.

지금도 많은 e스포츠 대회가 열리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7월에 e스포츠 포럼을 연다고 밝힌 만큼 세계 대회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아시안게임을 넘어 더 많은 종목과 대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e스포츠 최강국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급격히 변화하는 e스포츠 대회 속에서 한국이 그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올해도 긴장감 속에 지켜보는 팬들에게 국제 e스포츠 대회가 어떤 기쁨을 선사할지 지켜볼 만할 것이다.

▲ WESG 스타2 우승한 조성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