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선수들의 경기력은 우리가 침범할 수 없는 신의 영역에 가까워지고 있다. 눈을 의심케 하는 엄청난 반응 속도, 5명이 마치 한몸처럼 움직이는 한타 플레이, 몇 수 앞을 내다본 듯한 운영까지. 헉 소리나는 그들의 슈퍼 플레이를 재조명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돌슈리(돌발 슈퍼 플레이 리뷰)'가 정규 코너로 돌아왔다.

8일 '2018 LoL 리프트 라이벌즈(이하 리프트 라이벌즈)' 대망의 결승전이 종료됐다. 선봉으로 출전한 kt 롤스터가 선취점을 올리고 아프리카 프릭스가 3세트에서 EDG를 제압하며 LCK가 2:1로 앞서갔지만, 로그 워리어스와 RNG가 남은 4, 5세트를 모두 승리하며 LPL이 세트스코어 3:2로 리프트 라이벌즈의 최종 우승 리그가 됐다.

모든 세트가 명승부였던 결승전이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도인비' 김태상의 클레드가 등장한 로그 워리어스 대 킹존 드래곤X의 4세트 경기는 더없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위기에 빠진 LPL을 구원하며 우승의 발판을 마련해준 '도인비'가 연출한 슈퍼 플레이를 되짚어보자.



['도인비' 클레드] 100% 승률, 경기를 지배한 싸움의 신



'도인비'의 클레드는 이번 리프트 라이벌즈의 견제 대상 0순위 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18 LPL 섬머 스플릿에서 이미 4전 4승을 기록 중인 로그 워리어스의 필승 카드였기 때문이다. 로그 워리어스를 상대하는 팀은 당연히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룹 스테이지에서 kt 롤스터와 매드 팀은 모두 '도인비'의 클레드를 첫 번째 밴 페이즈에 잘라냈다.

그러나 킹존 드래곤X는 다른 선택을 했다. 첫 번째 밴 페이즈에서 '플로리스' 성연준의 카밀, 녹턴, 탈리야를 자르며 로그 워리어스에게 클레드를 쥐여줬다. '플로리스'가 캐리형 정글러를 플레이할 때 나오는 파괴력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밴이었다. 또한 스카너-모르가나-애니비아 등 우수한 CC기를 보유한 챔피언들을 우선으로 가져오며 '도인비'의 클레드를 충분히 의식한 듯한 픽을 마쳤다.

▲ 클레드가 풀린 상황, 로그 워리어스는 가져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도인비'의 클레드는 득점을 시작했다. 시작은 봇 다이브였다. '비디디' 곽보성의 애니비아가 귀환하는 타이밍을 노려 킹존 드래곤X의 봇 1차 포탑 뒤쪽으로 돌진했다. 킹존 드래곤X의 봇 듀오는 와드를 통해 '플로리스' 세주아니의 범상치 않은 움직임을 파악했지만, 후퇴하기엔 이미 늦었다. 로그 워리어스는 깨알 같은 '마우스' 갱플랭크의 궁극기 지원과 함께 깔끔한 2킬을 챙기며 킹존 드래곤X가 차곡차곡 쌓아온 이득을 무위로 돌렸다.

▲ '도인비' 클레드 캐리의 서막을 알린 첫 다이브

이후 양 팀의 집중력이 더욱 높아지며 치열한 신경전이 시작됐다. 한 번 되찾은 균형은 좀처럼 깨질 생각을 몰랐다. 먼저 움직인 쪽은 로그 워리어스였다. 23분경 봇 라인에서 홀로 미니언을 처치하던 '칸' 김동하의 문도를 향해 '도인비'의 클레드와 '마우스'의 갱플랭크가 달려들었다. '칸'의 문도가 재빨리 점멸을 사용하며 상황이 끝나는 듯했으나, '도인비'가 내다본 싸움의 각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교전이 일어난 장소는 킹존 드래곤X의 진영이었고, '플로리스'의 세주아니와 'SMLZ'의 카서스는 합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도인비'의 클레드는 더욱 깊숙한 곳으로 돌진했다. '고릴라' 강범현의 모르가나가 스킬을 소모하자 즉시 점멸로 추격하며 킬을 만들었고, 곧바로 '칸'의 문도와 일기토를 시작했다. 물러섬 없는 맞대결의 승자는 '도인비'의 클레드였다. '도인비'의 클레드는 죽음을 눈앞에 둔 아슬아슬한 순간 스칼에 탑승하며 '칸'의 문도를 쓰러뜨렸다.

▲ 돌격! 순식간에 2킬을 올리는 '도인비'의 클레드



[완벽한 마무리] 후반까지 빛났던 '도인비'의 존재감


로그 워리어스는 밴픽 단계에서 갱플랭크-카서스를 가져오며 경기 후반의 딜링 기대치를 극대화했다. 그만큼 초중반에 상대적으로 약한 타이밍이 있었지만, '도인비'의 클레드가 만들어낸 슈퍼 플레이가 이를 무사히 넘긴 것이다. 글로벌 골드는 경기 내내 비슷했지만, 로그 워리어스의 움직임은 시간이 흐를수록 적극적으로 변했다.

눈치싸움 중 먼저 시비를 건 챔피언은 '플로리스'의 세주아니였다. 세주아니는 탑 삼거리 지역에서 시야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레이' 김종인의 루시안을 향해 점멸을 사용하며 돌진했다.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비디디'의 애니비아는 재빨리 로그 워리어스의 진형을 갈랐고, '프레이'의 루시안은 '플로리스'의 세주아니를 마무리하기 위해 위쪽으로 끈질긴 추격을 사용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도인비' 클레드의 돌진이 '프레이'의 루시안을 강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래쪽에 있던 킹존 드래곤X의 챔피언들은 갱플랭크의 포탄 세례에 발이 묶여있던 상태였다. 홀로 남겨진 원딜 챔피언에게 죽음은 숙명이었다. '도인비'의 클레드는 '프레이'의 루시안을 손쉽게 쓰러뜨렸고, 킹존 드래곤X의 남은 챔피언들이 재빨리 후퇴하며 최악의 상황은 면했으나 로그 워리어스의 기세가 한층 뜨거워졌다.

▲ 끈질긴 추격 위에 꽂히는 돌겨어어억!!!

머지않아 경기가 끝났다. 로그 워리어스가 단 한 번의 한타 대승을 그대로 넥서스 파괴까지 연결한 것이다. 주인공은 역시나 '도인비'의 클레드였다. 33분경 킹존 드래곤X가 로그 워리어스의 챔피언들을 약간 밀어내고 드래곤 사냥을 시작했다. 귀환 후 아이템을 구매한 '도인비'의 클레드는 오른편 부쉬에 순간이동을 사용해 킹존 드래곤X의 뒤를 잡았다.

'도인비'의 클레드가 도착한 순간 '칸'의 문도는 로그 워리어스의 본대를 1:3으로 막아내고 있었고, '피넛' 한왕호의 스카너는 드래곤 처치를 위해 '플로리스'의 세주아니를 견제하고 있었다. 킹존 드래곤X의 나머지 세 챔피언은 '도인비'의 클레드를 저지하기엔 너무나 연약했다. 결국, 로그 워리어스가 순식간에 3킬을 쓸어 담고 킹존 드래곤X의 본진으로 향해 승리를 챙겼다.

▲ 경기를 끝낸 '도인비' 클레드의 마지막 공격

리프트 라이벌즈 그룹 스테이지에서 꺼낸 '도인비'의 탈론은 kt 롤스터의 팀플레이에 완전히 봉인 당하며 쓴 눈물을 삼켰다. 하지만, LCK의 강호 킹존 드래곤X를 제압한 그의 클레드는 지난 아쉬움을 깨끗이 씻어냈다. 앞으로 방송 경기에서 '도인비'의 클레드는 만나보기 어렵겠지만, 챔피언 폭이 넓은 만큼 또 다른 신선한 시그니처 픽을 선보이길 기대해 본다.

영상 출처 : LoL eSpo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