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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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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트 라이벌즈] 첫 번째 플레이메이커 - LPL이 보여준 정글러의 품격

박태균, 남기백 기자 (esports@inven.co.kr)
"LCK의 정글러는 존재감이 없다. 동선이 유연하지도 않고, 플레이메이킹을 하지도 않는다."

지난 8일, LPL이 LCK를 3:2로 꺾으며 2018 LoL 리프트 라이벌즈(이하 리프트 라이벌즈)가 종료됐다. 이번 리프트 라이벌즈에 참가한 한 LPL팀의 코치는 위와 같이 말하며 LCK의 정글러에 대한 평가를 이어갔다. LCK에서 활동 중인 선수들의 기량은 전 세계가 인정하지만, 정글러의 존재감만큼은 LPL가 더 위일 것이라고.


■ 소극적으로 변화된 LCK의 정글, LPL은 여전했다

한동안 특정 라인에 묶여있어야 하는 다른 포지션들과는 달리, 정글러는 시작부터 협곡을 자유롭게 누빈다. 이에 정글러의 플레이는 가장 많은 선택지와 변수를 가지고 있어 경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최근 LCK에서는 정글러의 역할이 과거에 비해 많이 퇴색됐다.

LCK 정글의 흐름은 쉼 없이 변해왔다. 아무무와 리 신으로 대표되는 초식-육식의 구분이 있던 먼 과거부터, 엘리스, 렉사이, 카직스, 니달리, 그레이브즈 등 캐리형 정글러가 경기를 지배한 적이 있었다. 당시 정글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캐리에 목을 맸고, 초반부터 쉴 틈 없이 벌어진 소규모 교전에서는 그들의 괴물 같은 피지컬이 빛났다. 정글로부터 시작되는 빠른 템포의 경기는 더없이 흥미진진했다.

▲ LCK의 정글러 캐리 시대를 이끈 선수들, 좌측부터 '스피릿'-'댄디'-'벵기'-'카카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LCK의 정글러들은 점점 얌전해졌다. 정글러의 변칙적이고 과감한 갱킹은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초반 변수를 만들었던 카운터 정글의 시도 여부는 언제부턴가 라이너의 기량에 따라 결정됐다. 그도 그럴 것이, 잇따른 패치로 다른 라인의 캐리 능력이 훨씬 올라왔을뿐더러 정글러의 설계 실패에 따른 리스크는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상향 평준화된 선수들의 기량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이에 LCK 정글러들은 하나둘 모험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딜러 일변도였던 정글 픽은 세주아니, 스카너, 자크 등 CC 스킬을 무장한 챔피언으로 상당수 대체됐고, 팀원을 보조하는 안정적인 운영이 주류 플레이스타일이 됐다. 심지어 최근 LCK의 메타 중 하나인 '몰아주기 조합'은 정글러의 개념을 없애버리며 많은 정글러들은 기꺼이 누누, 브라움, 라칸 등을 꺼내기도 했다.

물론 최근 LCK에서 정글 캐리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그러나 정글러가 경기를 캐리한 대부분의 경우는 라인전 우위를 이용한 다이브 설계나 카운터 정글 등이었다. 정글러 본인만의 플레이메이킹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시절은 끝났다. 주도적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기보다, 상황을 주도해주는 라이너를 도와 스노우볼을 안전하게 굴리는 것이 현재 LCK 정글러의 첫 번째 덕목이 된 것이다.

LPL은 LCK와 생태계가 완전히 다르다. "LCK의 정글러는 라이너가 잘해줘야 하지만, LPL의 정글러는 스스로 라이너를 도와야 한다"고 이야기를 시작한 또 다른 LPL팀의 코치는 "카밀로 주요 딜러에게 궁극기를 사용하거나 스카너로 점멸-꿰뚫기를 사용하는 건 원거리 딜러가 CS를 먹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이다. 우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정글러를 '좋은 정글러'라고 부르지 않는다"라며 정글러의 역할에 관해 이야기했다.

LPL 코치들의 이러한 발언은 실제 경기를 통해 신뢰를 얻는다. 올해 LPL은 지금까지 열린 LoL 국제 대회인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과 리프트 라이벌즈를 모두 우승했다. 그 중심에는 분명 정글러가 있었고, 그들의 활약은 LPL을 세계 정상에 올려놨다.


■ LCK를 격침한 정글러, 'Mlxg'의 플레이메이킹

LPL에서 정글러의 역할은 이 선수를 통해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바로 RNG의 'Mlxg' 류 시위다. 'Mlxg'가 RNG에 둥지를 튼 지도 벌써 만 3년이 넘었지만 그는 여전히 전성기다. LCK 선수들의 모든 예상을 뛰어넘은 'Mlxg'의 플레이는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LCK의 강호 킹존 드래곤X와 아프리카 프릭스를 연달아 격침하며 LPL의 우승을 견인했다.


리프트 라이벌즈 결승전에서 2승을 기록한 'Mlxg'의 활약을 되돌아보며 정글러의 플레이메이킹이 뭔지 알아보자. 먼저 2세트 SKT T1전에서 나온 신출귀몰한 엇박자 갱킹과 카운터 정글이다. 카밀의 2레벨 갱킹은 모든 정글 챔피언 중 가장 강력하기에, 반드시 초반 갱킹을 조심해야 한다. 당연히 SKT T1도 이 부분에 주의를 기울였을 것이다. 하지만, 'Mlxg'의 카밀은 SKT T1을 보란 듯이 뚫어냈다.

경기 초반 SKT T1은 와드를 통해 카밀의 레드 버프 획득을 확인했고, 미드 라인 우측에 설치해 둔 와드를 통해 2레벨 갱킹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카밀은 좌측에서 등장했다. 레드 버프 카운터 정글을 막기 위해 좌측 상단에 설치해뒀던 SKT T1의 와드는 카밀의 위치를 드러내지 못했다.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는 카밀의 움직임은 단 2분 만에 선취점을 만들었다.


선취점을 올린 카밀의 다음 선택은 카운터 정글도, 바위게나 블루 버프 획득도 아닌 탑 갱킹이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트할' 박권혁의 다리우스가 몸을 사리며 죽음은 면했지만, 순식간에 절반이 넘는 체력이 날아갔다. 이 플레이로 '쯔타이' 아트록스의 발이 풀렸다. 다수의 미니언을 상대 포탑에 박아넣은 아트록스는 카밀과 함께 SKT T1의 레드 버프로 향했고, 치열한 대치 끝에 레드 버프를 뺏으며 자야의 성장을 또다시 늦췄다.



이 모든 장면이 연출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분이었고, 이후 카밀은 다리우스를 끈질기게 사냥하며 이득을 누적했다. 초반부터 두 번이나 힘이 빠진 '자야 밀어주기' 조합은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고, 경기는 RNG는 무난한 승리로 끝났다. LCK에서 고승률을 자랑하는 '자야 밀어주기' 조합도 'Mlxg'의 설계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다음 살펴볼 'Mlxg'의 경기는 5세트 에이스 결정전이다. RNG가 들고 온 미드-탑 라인 스왑은 몇 번을 칭찬해도 모자라지만, 숨은 에이스는 스노우볼에 불을 붙인 'Mlxg'의 트런들이었다. '샤오후'의 블라디미르가 탑으로 향해 '기인' 김기인의 다리우스의 체력을 압박하는 상황, 트런들은 깊숙한 와드를 통해 '스피릿' 이다윤 세주아니가 고대 돌거북을 처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곧이어 다리우스가 탑 라인을 밀고 귀환 타이밍을 잡는 순간이 나왔다. 이 타이밍에 세주아니가 다리우스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트런들은 세주아니가 대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탑으로 향했다. 이렇게 벌어진 첫 싸움은 RNG의 완승으로 끝났다. 세주아니는 라인 뒤쪽에서 트런들의 움직임을 기다리며 귀환을 눌러놨었지만, 트런들은 곧장 올라와 블라디미르와 함께 다리우스를 포커싱했기 때문이다. 세주아니가 뒤늦게 달려왔지만 다리우스는 전장에서 금세 지워졌고, 세주아니도 도주에 실패하며 블라디미르가 2킬을 챙겼다.


탑에서 깨진 균형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복구되지 않았다. RNG의 단단한 운영이 이어지며 차이는 계속해서 벌어졌다. 중후반 대치 상황에서는 트런들의 얼음 기둥이 '투신' 박종익의 탐 켄치를 자르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결국, 'Mlxg'의 트런들은 킬관여율 100%를 달성하며 리프트 라이벌즈 우승컵을 LPL에 안겨줬다.

이러한 'Mlxg'의 플레이메이킹은 분명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인 극단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수많은 연습과 실전이 만들어 낸 그의 플레이의 바탕에는 본인에 대한 자신감과 팀원에 대한 확신이 깔려있다. 만에 하나 일이 틀어지게 되면 그때야말로 라이너에게 기댄다. 또한 'Mlxg'뿐만이 아닌 다른 LPL 정글러들 역시 변화무쌍한 플레이를 구사한다. LPL의 전체적인 기량이나 운영이 LCK보다 부족할 수는 있어도, 정글러가 선택하는 행동의 가짓수만큼은 훨씬 다양하다.


■ 고착화된 LCK 정글 생태계, 날것 그대로의 플레이가 필요한 때

이번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LPL 측이 가장 껄끄러워한 정글러는 바로 '스코어' 고동빈이었다. 모든 LPL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다른 정글러들의 움직임은 예측할 수 있어도 '스코어'만큼은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렇듯 '스코어'의 변칙적인 동선과 유연한 플레이는 국제 대회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남겼는데, 그의 활약은 이번 리프트 라이벌즈에서도 빛났다.

▲ 바위게를 포기하고 들어간 '스코어'의 엇박자 갱킹

이와 관련해 한 LPL팀의 코치는 "LCK 경기를 모니터링 할 때 정글러의 아이디를 가리면 누가 누군지 모를 것"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던졌다. 또한 해당 코치는 "LCK에서 '스코어' 고동빈과 '하루' 강민승, '타잔' 이승용을 제외한 정글러들의 플레이는 모두 예측할 수 있다"며 천편일률적인 LCK 정글러의 플레이스타일을 지적했다.

물론 LCK 정글러들의 안정적인 플레이스타일이 나쁜 것은 아니다. 굳이 경기마다 플레이메이킹을 시도할 필요도 없다. 한국 라이너들이 뽐내는 절정의 기량은 정글러의 별다른 플레이메이킹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리프트 라이벌즈를 통해 확인했듯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더이상 세계 무대를 정복하긴 어려워 보인다.

모든 팀과 선수들은 LoL에서 가장 많은 변수를 가진 포지션은 정글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결승전이나 국제 대회 등 중요한 순간에는 정글러의 변칙적인 한 수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에 정글러들은 최근 고착화되어버린 정글 동선이나 다이브 설계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팀 차원에서도 이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약 3개월 후면 2018 LoL 월드 챔피언쉽(이하 롤드컵)이 한국에서 단독으로 개최된다. 2013년부터 단 한 번도 타 리그에 우승컵을 허용하지 않은 LCK지만, LPL에게 이미 두 번이나 쓰러진 이상 올해 롤드컵의 결과는 확신할 수 없다. 이번 롤드컵에서 LCK는 e스포츠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LoL 프로팀들이 총출동하는 만큼, 경기의 첫 번째 변수를 만들어 낼 정글러의 역할은 더없이 중요할 것이다.

영상 출처 : LoL e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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