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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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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중국이 한국을 넘어선 네 가지 이유

심영보 기자 (Roxyy@inven.co.kr)
한국이 국제 대회에서 무너진다는 사실은 단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국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으로 롤드컵 우승팀을 배출했고, 심지어 2015년부터는 계속 한한 결승 무대를 만들어냈다. 한국을 쓰러트린다는 건 만리장성을 넘는 일처럼 어려워 보였다. 너무 강했다.

그러나 지난해 LCK-LPL-LMS 리프트 라이벌즈 때부터 예사롭지 않은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토록 강성했던 한국이 정말 오랜만에 국제 대회에서 중국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 이후 중국의 성장세는 뚜렷했다. 2017 롤드컵 4강에 두 팀이나 올려보냈다. 한국과 똑같은 숫자였다. 그리고 지난해 올스타전부터 올해 MSI와 리프트라이벌즈까지, 국제 대회를 싹쓸이했다.

지난 올스타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변명 아닌 변명을 할 수 있었다. 2017 리프트라이벌즈와 올스타전은 중국이 메이저 대회를 준비하는 것만큼이나 간절했던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고. 결국 롤드컵은 한국이 우승하지 않았냐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어떤 변명도 할 수 없게 됐다. 먼저 메이저 대회인 MSI에서 중국 RNG가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이번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한국은 밤늦게까지 연습에 몰두했지만, 다시 중국을 넘지 못했다. 롤드컵까지 중국이 우승하면 장벽처럼 느껴질 상황이다. 한때는 한국에 상대가 되지 못했던 중국이 어떻게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걸까.



리프트라이벌즈 이런 게 있었다, 중국 코치진의 분석력

먼저 작게 이번 대회만 똑 떼어놓고 봐도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있다. 한국은 중국에게 완벽하게 간파당했다. 손대영 감독이 승자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중국은 1세트 경기 이후에 2-3-4세트 출전팀을 모두 예측했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건 4세트다. 중국 관계자에 따르면, 킹존의 4세트 출전-레드 진영 선택이라는 정보는 미리 확신하고 경기를 준비했다고 한다.

LCK 팀은 2, 4세트에 진영 선택권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칸' 김동하를 무기로 가지고 있는 킹존이 2, 4세트에 출전해, 후픽을 할 수 있는 레드 진영을 선택하리라는 게 중국의 생각이었다. 중국은 2, 4세트 중에서도 4세트를 유력하게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전날 준결승에서 킹존이 1세트에 출전했기 때문이었다. 결승전에서는 후 순위에 출전하리라 판단했다.

킹존의 4세트 출전이 명확했음에도 왜 상대적으로 중국 출전팀 중에서 약체로 평가받았던 로그 워리어스가 출전했을까. 그 밑바탕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중국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은 킹존을 한국팀 중에서는 편한 상대로 생각했다. 오히려 LCK에서 가장 성적이 낮았던 SKT는 까다롭다고 평가했다.

결국 중국은 로그 워리어스를 킹존에 붙이면서 강팀을 강팀으로 잡고, 약팀은 약팀으로 잡는 전략을 사용했다. 정공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확실한 자신감이 깔려 있어야만 가능한 전략이었다.


물론 중국의 전략이 완벽히 들어맞진 않았다. 일단 예상 밖이었던 1세트는 제외하고, 완벽하게 분석한 3세트를 보면 아프리카가 생각보다 너무 강했다. 중국 관계자는 "아프리카가 자야 몰아주기 전략을 사용하리라 예측하고 준비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프리카 선수들이 똑똑하고 단단하게 플레이했다"고 칭찬했다.

그렇지만 2세트에 SKT 출전을 예상한 RNG가 승리를 따냈고, 확실히 파악된 킹존을 로그 워리어스가 잡았다. 중국의 계획대로였다. 마지막 5세트 이야기도 재밌다. 한국은 예상치 못한 킹존의 참패로 허둥지둥 지난 시즌 2위 팀 아프리카 프릭스를 내세웠다. 하지만 중국은 5세트까지도 확실히 준비된 상태로 나섰다. 결승 2세트가 끝난 후, RNG와 IG가 내부적으로 스크림을 했는데, 이는 5세트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철저한 분석과 예측에 한국은 거의 손바닥에 있었다. 중국이 예측하지 못한 건 KT 하나뿐이었다. 이렇게 보면 오히려 2승이나 따낸 한국이 선전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큰 그림으로도 중국은 많이 변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분석의 우위를 뛰어넘어, 팀적인 기본 실력에서도 한국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뒤처지지 않았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중국 클럽의 생각이 바뀌었다

중국에서 감독, 코치들의 힘은 약했다. 지난해 인벤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한 코치진은 "선수에게 강한 어조로 피드백을 하면 곧바로 오너의 귀로 흘러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코치진의 권위가 없고, 커리어조차 없는 이들은 먹고살아야 하니 눈치 보기 바쁘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의 나쁜 팀 문화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클럽 문화가 꽤 바뀌었다. 제대로 된 팀의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중국에서 활동한 RNG의 '하트' 이관형 코치는 "이제는 클럽 쪽에서도 코치들에게 힘을 많이 실어준다. 우리 팀은 그렇게 된 지 조금 됐고, 요새는 중국 팀들이 전체적으로 코치진에 힘을 주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코치진이 편하게 선수들을 연습시킬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JD 게이밍의 '옴므' 윤성영 감독은 아직 한국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코치를 믿어 준다고 말했다. 그래도 아쉬운 부분은 윤성영 감독만큼 커리어가 쌓인 감독이 아니라면 아직은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윤 감독은 개선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IG 김정수 코치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우리팀은 매니저가 코치진을 확실하게 밀어주는 편이다. 그러나 예전처럼 선수들의 힘이 더 강한 곳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특히, 코치의 커리어가 부족하면 안 따라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코치는 평일 외출과 핸드폰 게임 제재와 같이 강도 높은 규율도 시행하고 있지만, 프론트 쪽에서 이를 막는 일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이 불평을 하더라도 강하게 지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습량이 늘었다

이전부터 한국은 다른 리그의 비해 극도로 많은 연습량을 자랑했다. 지금도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여전히 한국 팀은 휴가도 적은 편이고, 최근에는 10인 로스터를 사용하면서 야간 스크림을 하는 등 연습량에선 혀를 내두른다.

그러나 중국의 강팀들은 그의 버금가는 연습량을 보여준다. IG 김정수 코치는 "평소에 우리팀은 야간 스크림까지 하면서 쉬는 날이나 대회가 있는 날 빼고는 늘 새벽까지 연습한다"며 선수들이 짜증을 내더라도 완강한 태도를 취한다고 답했다. 또한, 리프트 라이벌즈 준비 기간에는 정오에 일어나서 새벽 2시까지 밥을 먹는 시간을 빼고 연습에 몰두했다는 사실도 알렸다. 이는 IG 뿐만 아니라 중국 대다수 강팀들의 스케쥴이기도 했다.

RNG '하트' 이관형 코치는 "아는 바로는 한국보다 연습량이 많은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전보다는 연습량이 확실히 많아졌다"고 밝히며 이는 "중국팀의 전체적인 추세"라고 했다. 중국 선수들이 스스로 연습량을 늘리는 분위기도 만들어졌다. 이 코치는 "중국에 성적이 좋은 팀에는 한국 코치들이 많다. 그분들이 전부 한국에서 왔으니, 한국이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중국 선수들에게 이야기한다. 이에 자극을 받고 따라오는 편"이라고 했다.

JD 게이밍의 윤성영 감독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윤 감독은 "내가 있었던 팀 기준으로 보면 많이 늘었다. 물론 한국인처럼 열심히 사는 나라는 없긴 하다(웃음). 하지만 그런 한국인 코치진이 중국에 많이 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인들의 페이스에 맞게 연습량이 바뀌었다"고 했다. 실제로 윤 감독이 올해 코칭을 시작한 JD 게이밍은 지난 정규 시즌 B그룹 4위에서 올 시즌 5승 1패로 RNG-IG와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중국 선수들의 프로 의식 성숙

중국 선수들의 성숙하지 못한 프로 의식은 이미 많이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뽑히는 사례가 몇 개 있는데, 그중에서도 유명한 건 스크림 도중 한 선수의 기분이 틀어져 연습이 중단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는 것이다. 중국 선수들은 코치진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우도 많아, 이른바 파워 게임에서 선수가 코치를 이기는 일 또한 빈번했다.

이관형 코치도 비슷한 문제를 지적했다. RNG 이 코치는 "개인적으로는 중국 선수들이 개인기나 재능은 참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팀에 녹아들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중국 선수 중에는 기본적인 학교 교육도 받지 않은 친구들이 있다. 그냥 게임을 잘해서 클럽에 들어왔기 때문에 당연히 팀 문화에 맞추는 걸 어려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은 사뭇 달라졌다. 중국 선수들이 몇 년에 걸쳐 팀 생활을 익히고, 프로 의식을 배운 결과 이제는 '프로' 선수의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이 코치는 "선수들이 '하나의 팀'이라는 걸 생각하고, 개인이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숱한 실패도 중국 선수들에게 피와 살이 됐다. '우지'나 'Mlxg'는 중국에서 오랫동안 최고의 선수지만, 해마다 국제대회에서 실패를 겪으면서 선수로써, 사람으로서 성숙해졌다. 이 코치의 말에 따르면, 정말 간단하게는 "프로답게" 변했다고.

JD 게이밍 윤성영 감독 또한 "프로 의식이 많이 좋아졌다. 물론 아직도 몇 명의 선수는 말썽을 일으키는 것 같지만, 우리 팀에는 그런 선수들이 없다. 이를 관리하는 것 또한 코치진의 능력 중 하나"라고 힘을 줘 이야기했다.


또 하나 중국 선수들이 크게 바뀐 점은 코치진을 향한 시선이다. 프로 의식 성숙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RNG 이관형 코치는 "예전에는 중국 선수들이 코치의 중요성에 대해 느끼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믿음이 부족했고, 코칭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선수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며 코치진을 신뢰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유 있는 중국의 추월

중국 선수들의 기본기, 즉 피지컬은 이미 예전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단순히 한국의 솔로 랭크 순위만 봐도 중국 프로 게이머의 이름이 상위권에 올라와 있는 건, 너무 많아서 아무 감흥도 없는 일이었다. 중국의 자원은 한국 못지않았다. 잘 다듬기만 하면 됐다.

너무 딱딱해서 다듬는 게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코치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수년간의 노력 끝에 중국 문화를 바꿔놓았다. 클럽의 생각, 연습량, 선수들의 프로의식이 변했다. 결국 중국 원석들은 보물이 됐다. 예전 중국 선수들의 의식은 프로 대회에 임하면서도, 아마추어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 시안시의 WE 연고지 환영 행사(출처-Team WE)

크진 않지만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친 부분도 있다. 지역 연고 제도와 훌륭한 시설 확충이다. 중국은 전 세계 리그 중에서 유일하게 홈-원정 시스템을 도입했다. 아직 전체 도입은 아니지만, 다수의 게임단이 자신들의 홈 경기장을 건립하고 사용 중이다. 중국의 한 관계자는 홈-원정 시스템으로 선수들의 소속감이 고취된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중국팀 한국 코치들의 치열한 분석력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이 한국보다 못할 이유가 더는 없다. 그렇다고 한국과 중국의 차이가 크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김정수 코치는 다른 팀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IG는 아직 한국보다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결국 언제라도 다시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굳이 따지자면 종이 한 장 차이라도 중국이 앞서 있고, 스포츠에서는 그 차이가 중요한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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